맨부커상은 노벨 문학상, 공쿠르 문학상과 더불어 세계 3대 문학상으로 꼽힌다. 얼마 전 우리나라의 작가인 한강이 맨부커상 후보로 오르면서 널리 알려지기도 했다. 그런 맨부커상은 2013년, 28세의 여성 작가 엘리너 캐턴의 <루미너리스>를 수상작으로 택했다. 맨부커상 47년 역사상 최연소 수상 작가다.

<루미너리스 1, 2>(2016, 엘리너 캐턴 지음, 다산책방 펴냄)는 이제 막 거친 항해를 마치고 뭍에 올라온 월터 무디가, 열두 남자가 모여 중대한 회의를 하던 크라운 호텔 흡연실에 들어가는 것으로 시작된다. 이름을 숨기고 숨다시피 들어간 배에서 피를 흘리는 남자를 목격한 충격이 월터 무디를 이곳으로 이끌었고, 열두 남자의 비밀이 그에게 전달되면서 베일을 벗는다.

이 작품의 시간적 배경은 1866년. 우리나라 표준국어대사전에는 '골드러시'가 '새로운 금 산지를 발견하여 많은 사람이 그곳으로 몰려드는 현상. 특히 1848년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금광이 발견되면서부터 70년대까지의 금광 붐을 이른다'라고 실려 있다. 이에 따르면 1866년은 골드러시가 한창인 때다. 여기저기서 노다지가 터지고, 금을 찾는 사람들은 이곳에서 금맥이 끝나면 다음 곳으로 이동하면서 끝없이 흘러간다. 그들을 따라 은행, 가게, 호텔과 숙소, 술집, 유흥업소 등이 따라다닌다.

공간적 배경은 뉴질랜드 오타고 반도의 호키티카. '문명 세계의 남쪽 끝단, 정글과 바다 사이에 새로 생긴 금광촌'(1권 17쪽)이다.

열두 남자의 회합을 방해한 월터 무디는 에든버러에서 자라나 변호사 자격이 있고, 독립해서 금을 찾아 뉴질랜드까지 오게 되었다. 흡연실에 모여 있던 열두 남자는 황도 12궁을 대표하는 별자리를 구성하는데, 영국 켄트에서 태어나 자수성가한 해운 업자 토머스 발퍼, 중국 광둥성에서 태어나 자랐고 복수를 위해 여기까지 오게 된 모자장수 숙 용승, 뉴질랜드 원주민인 마오리족 청년 테 라우 타우웨어, 교도소의 목사 코웰 데블린과 법원 서기 오베르 개스코인 등 출신과 업무가 다양하다.

그 중심에는 크로스비 웰스라는 남자가 죽은 채 발견되고, 그의 집에서 금괴가 다량 발견된 사건이 있다. 그가 이렇게 죽기까지, 금괴가 그의 집에 있기까지는 수많은 시간과 사람과 사건이 연루되고, 작가는 별을 상징하는 열두 남자만이 아니라 그들을 둘러싸고 움직이는 행성으로 리디아 웰스, 프랜시스 카버, 알리스테어 로더백, 조지 셰퍼드, 안나 웨더렐, 에머리 스테인스를 배치한다. 금과 배, 아편과 원주민, 점성술과 시가가 이 북적거리는 광부와 신사들의 시대를 드러낸다.

처음에는 너무 많은 사람들이 너무 많은 이야기들을 산발적으로 해서 따라가기가 힘들었다. 저마다 다른 이야기들을 하고 있으니 말이다. 그러다가 종반을 향해 가면서 그 많은 이야기들이 차곡차곡 제자리를 찾아가는 것이 흥미롭다. 다양한 문화를 다양한 사람들에게 입혀 자유자재로 사용한 그 젊은 작가의 글솜씨에 감탄할 뿐이다. 그가 재현해낸 황금광 시대는 다채로웠다.

수학은 모든 학문의 여왕으로 꼽힐 정도로 중요한 학문이다. 학교에서도 문과, 이과를 막론하고 수학은 주요 과목이다. 그러나 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에 나오면 수학은 현실에서 멀어지고, 현실의 수는 수학적인 엄정함을 따지기 힘들어진다. 교과서에 나와 있는 수식을 이용해서 문제를 푸는 방법만 배웠을 뿐, 현실의 다양한 면에 들어 있는 수학에 대해 생각하는 방법을 배우지 못했기 때문이다.

<박경미의 수학N>(2016, 박경미 지음, 동아시아 펴냄)은 문학에서, 영화와 미술에서, 사회와 철학에서, 역사에서 수학이 맡은 다양한 역할과 해설을 담고 있다.

이야기의 문을 연 것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지은 루이스 캐럴이다. 옥스퍼드 대학교 수학 교수였던 그는 부총장의 딸들을 위해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지었고, 자신의 전공인 수학을 동화 속에 다양하게 녹여냈다. 예를 들어 눈물 연못의 이상한 구구단은 우리에게 익숙한 10진법의 구구단이 아니라 18진법, 21진법, 24진법 등으로 끝없이 나아가는 방식이고, 42에서 막힌다. 이 42는 또다시 초판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실린 삽화의 수, 카드 정원사 셋에 적힌 숫자로 계산한 수치, <거울 나라의 앨리스>에서는 여왕과 앨리스의 나이로 계산한 수치 등으로 이어진다. 설명을 차근차근 해주시니 그나마 따라갈 수 있지, 수학적 지식이 없는 나로서는 전혀 감도 잡을 수 없는 수의 세계였다.

이런 수의 세계에는 소수(약수가 1과 자기 자신뿐인 수), 친화수(자기 자신을 제외한 약수의 합이 서로 같은 두 수), 부부수(1과 자기 자신을 제외한 약수의 합이 서로 같은 두 수), 루스-아론 쌍(소인수의 합이 같은 연속된 두 수) 등도 들어 있다. 수학과 멀게 살아가는 내게는 이것이 과연 무슨 의미가 있는지 의아했지만, 세계의 수학자들이 끊임없이 연구하는 것을 보면 수 자체에 대한 경외감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채 한 달도 남지 않은 선거도 수학의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다. 4장 사회 편에서 '선거 방법을 이론화한 수학자들'이라는 꼭지가 이를 담당한다. 우리나라는 직접선거를 통해 다수결로 당선인을 결정하는데, 이런 방법을 '최다득표제'라고 한다. 이 책에는 그 외에도 보르다 점수법, 최소득표자 탈락제, 쌍대비교법이 실려서, 이 방법들이 어떻게 만들어졌고 어떻게 결과를 해석하는지를 설명한다. 어떤 방법을 택하는지에 따라 당선인이 달라지는 것을 보면 방법의 중요성을 새삼 깨닫는다. 케네스 애로는 스탠퍼드 대학교 경제학 교수로 재직하던 1951년에 이런 선거와 관련해서 '애로의 불가능 정리'를 발표했고, 1972년 노벨 경제학상을 받았다.

심리학 이론으로 널리 알려진 게임 이론은 영화 <뷰티풀 마인드>에서 등장하고, 영화 <라이프 오브 파이>에서도 원주율의 역사가 나온다.

수학은 결코 현실과 괴리되지 않았다. 수학과 친해진다면 지금보다 더 넓은 세계가 펼쳐질 것이다.

<7번 읽기 공부법>으로 우리나라에서 큰 인기를 모은 저자 야마구치 마유가 이번에는 <스토리식 기억법>(2016, 야마구치 마유 지음, 멜론 펴냄)을 펴냈다.

우선 저자의 경력을 보니 어마어마하다. 일본 최고의 대학인 도쿄 대학 법학부에 입학했고, 3학년 때 사시, 4학년 때 공무원 고시에 합격했다. 대학을 수석 졸업한 후에는 재무성에서 일했고, 현재 변호사로 활동하며 강연과 저술을 병행하고 있다.

저자는 기억이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기술이라며, '스토리'로 기억하라고 추천한다. 아무 의미 없는 개별 단위로 기억하는 것보다는, 이들을 엮어서 의미가 있는 스토리로 기억하는 것이 당연히 오래 명확하게 기억된다.

본론에서는 우선 학생들을 위해 공부, 교양, 입시, 자격시험 편을 설명한다. 사실 국영수를 포함해서 모든 과목이 암기이니, 저자의 기억법을 참고해서 자신만의 기억법을 만들면 참 바람직하다. 저자는 참고서를 고르는 방법부터 꼼꼼하게 설명한다. 그런 다음 과목별 기억법, 제대로 반복하는 방법, 잠자는 시간까지 구체적으로 이야기한다. 참 열심히 공부했다는 감탄이 절로 난다.

다음 편은 업무 편이다. 일상적으로 행하는 일에 임팩트를 주어서 기억될 만하게 만드는 방법들이 실려 있다. 어떤 것들은 너무 기계적이거나 강박적이지 않은가 싶을 정도로 타이트하지만, 저자가 말하는 것처럼 '나만의 표시만 있다면 어떤 것이라도 상관없다'.

그런 다음 이렇게 기억에 넣은 것을 유지하는 방법을 설명하고, 마지막에는 일상에서 기억을 돕는 도구로서 아웃룩, 메모 수첩, 스케줄 수첩, 시간과 압박을 이야기한다.

나이가 들면서 기억력이 떨어지는 것이 당연하다고 받아들인다. 그러나 기억은 지능이나 나이와 전혀 무관한 기술이었다. 저자가 자신의 삶에서 기억법의 효과를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으니, 받아들이고 적용할 수 있는 것부터 차근차근 따라 해보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