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산물을 전혀 못먹는 지인이 있다. 해산물이 주를 이루는 상이 나올 때면 이쪽저쪽 테이블에서 여기 앉으라고 환대받는다. <인생이 허기질 때 바다로 가라>. 책 제목만으로는 해산물 이야기가 주를이루는 책인 줄 모르고 추천 도서를 인터넷 서점에서 주문했단다. 바다에서 나는 것들의 생태, 낚는 법과 그를 둘러싼 사람 이야기와 때때로 요리법까지. 책을 받아보고 당황했지만 어쨌든 재미나게 읽었단다. 해산물 못 먹는 이가 재미나게 읽은 해산물에 관한 책. 읽다가 친구에게 선물하기 위해 서점으로 갈 거라는 저자의 바람과 달리 대부분 읽다말고 횟집으로 달려들 갔다고.ㅎㅎ
개정판이 <내 밥상 위의 자산어보>로 이름을 바꿔 <내 술상 위의 자산어보>와 함께 나왔다. 서문부터 작가의 말이 참 좋았다. 석화와 함께 마음을 살찌워야겠다.
저는 당신이 바다를 좋아한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늘 바다를 동경하고 있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어쩌다 찾아가더라도 회 사먹고
바닷가 조금 걷다가
돌아오고 말지 않나요?
그렇다면 당신에게 바다란 늘 그곳에 있는,
파랗고
거대한 덩어리일 뿐입니다.
좋아하는 것과 잘 아는 것은 다릅니다.
제가 이 책을 쓴 이유이죠.
깊이 친해지게 되는 것,
어린아이처럼 깔깔대게 되는 것,
이윽고 뒤얼킨 매듭을 하나하나 매만지게 되는 것,
머물다보면 스스로 그러하게 되는 것 말입니다.
산은 풀어진 것을 맺게 하지만
바다는 맺힌 것을 풀어내게 하거든요. ...
큰 물고기를 낚았다,
또는 놓치고 말았거나 입질도 못 받았다,
만 기억한다면 우리 마음속의 바다는
인공낙시터 물칸처럼 초라해지고 맙니다.
우리가 아주 기가 막힌 하루를 위해
인생을 사는 것은 아니잖습니까. ...
저 때문에 죽어간 해양생물들, 미안합니다.
하필 저는 먹어야 하는 입을 가지고 태어났지 뭡니까.
잠깐 창밖을 내다보니
바다는 지금도 저렇게 출렁이고 있습니다.
당신에게 저 깊고 푸른 바다를 보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