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트런드 러셀은 수많은 저작을 남긴 철학자이며 노벨문학상을 받은 문필가이기도 했다. 내가 그와 만난 첫 번째 책은 <행복의 정복>이었다. 행복에 대한 답은 여전히 막막하지만 그가의 답은 구체적이었다. 비관적 세계관, 권태로움, 경쟁과 비교를 피할 수 없는 현실, 질투와 자기 비하 등 행복을 가로막는 다양한 이유를 조목조목 밝혔다. 자신을 직시하는 용기가 행복에 더욱 가까운 길이라는 격려와 함께.
행복으로 가는 방법은 다양한 길이 있는데 나에게는 일에 관한 부분이 제일 마음에 와 닿았다. 일이 행복의 원인인가 불행의 원인인가 논란의 여지는 많다. 하지만 재미는 없지만 꼭 필요한 일을 하는 동안 느끼는 권태는 허송 세월로 보내는 사람들의 권태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라는 것이다. 그리고 일은 큰 장점이 있는데 그건 다가오는 휴일이 훨씬 달콤해진다는 것!
내가 하는 걱정거리중 40%는 절대 일어나지 않는 일들이고, 30%는 일어난 일들이며, 22%는 사소한 일들이며, 4%는 바꿀수없는 일이라는 말이 생각나며 겉으로는 평온해보이지만 마음은 갈팡질팡하던 동안에 마음 속 무거움이 컸던 기억이 떠올랐다.
이 책은 버틀런드 러셀의 개론 같은 느낌이다. 그의 인생에 대한 이야기하며 늙어감에 대한 회고를 다룬1부와 그가 인생에 가장 큰 영향을 끼쳤던 굵직한 주제- 행복, 종교, 학문, 정치에 관한 글을 다룬 산문이 수록되어 있다.
지식에 대한 궁금증으로 삶의 권태를 이겨냈다는 일화와 훌륭한 삶이란 지식의 안내를 받는 사랑으로 이루어진다는 작가의 메세지가 인상적이다. 버트런드 러셀의 욕망은 그런 삶을 사는 것이고 다른 사람 또한 그런 삶을 사는 걸 보고 싶다는 것이었다. 작가가 꿈꾸는 세계는 혼자가 아닌 공동체가 건강한 삶을 꿈꿀 때 가까워질 수 있는 것이다. 전화를 통해 누군가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고 멀리 있더라도 온라인으로 서로의 관심사를 전할 수 있지만 제약이 없어도 여전히 허전한 마음을 느낀다. 정치적 소통의 도구는 다양해졌지만 더욱 반목하는 것이 현실이다. 우리에게 더해야 할 덕목이 있다면 '타인에 대한 다정환 관심'이라는 화두를 던진 러셀의 메세지가 요즘 더욱 소중하지 않나 싶다.
개별적인 인간 존재는 강물 같아야 한다. 처음에는 미약하다가 좁은 강둑을 따라 흐르게 되고, 때가 되면 열정적으로 바위들을 지나 폭포 위로 돌진한다. 강폭이 점점 더 넓어지고 제방이 멀어지면 강물은 더욱 빠르게 흐르며, 마침내 눈에 띄는 휴식도 없이 바다와 합쳐지고 나면 아무런 고통 없이 자신의 개별적인 존재를 잃어버린다. 나이가 들었을 때 자기 삶을 이런 식으로 볼 수 있는 사람은 죽음에 대한 두려움으로 고통받지 않을 것이다. 개별적인 존재는 소멸되더라도 그가 소중하게 여기는 것들은 지속될 테니까. ( p.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