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미하게 달이 뜬 밤에 봐도 눈부실 네온 컬러, 계단을 오르내기기 민망해지는 미니 스커트, 자세도 엉거주춤해 보이는 배기팬츠, 고도의 숨참기를 요구하는 하이웨스트 스커츠. 유행이라는 이름 아래 다양한 아이템들이 시즌을 스치고 지나간다. 요즘은 저가의 SPA브랜드를 이용해 부담없이 한철만 입고 가볍게 버려지는 옷들을 꽤 사게 된다. 유행 중에 최악은 바로 지나간 유행인것이 패션의 속성이지만  지금 봐도 따라 입고 싶고 유행을 넘어서 정석이 된 드레스가 있다. <세상을 바꾼 50가지 드레스>에는 패션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도 알만한 아이코닉한 드레스가 가득하다. 한 벌에 드레스에는 입고 있는 사람과 그 시대를 담고 있다.

코코 샤넬의 남성우월주의 적이고 보수적인 사회 분위기 속에서 다리를 드러내고, 코르셋이 필요치 않은 느슨하고 가벼운 저지 플러피 드레스를 만들었다. 크리스티앙 디오르는 뉴룩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새 시대의 생기와  부활의 조짐을 대표하는 옷이기도 하다. 갸냘프고 연약한 이미지의 오드리 햅번을 도회적이고 세련된 이미지로 변신시킨 리틀 블랙 드레스도 빠뜨릴 수 없다. 1961년 제작된 <티파니의 아침을>의 리틀 블랙 드레스는 여전히 여자들이 꼭 갖고 있어야할 1순위 아이템으로 손꼽힌다.
패션계의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옷과 함께 영화배우, 다이애나 왕세자비, 재키 케네디와 같은 저명 인사들이 특별한 순간에 입었던 옷들이 함께 소개되었다. 지금은 거장이 된 디자이너들은 그들의 등장을 화려하게 알린 대표 작품이 있었는데 로라 애슐리의 코튼 맥시 드레스, 다이앤 폰 퍼스텐버그의 랩 드레스, 미소니의 니트 스트라이프 드레스, 이세이 미야케의 플리츠 플리즈 드레스가 바로 그것. 그 시대를 주름 잡는 드레스는 디자이너의 영감 뿐 아니라 산업적인 측면, 기술의 진보, 젠더의 변화에 따라 함께 움직이며 끝없는 여행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