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레벨 검 遺伝子レベル剣, 오히나타 고 おおひなたごう, 2003, 애니북스(2008)

 

평점: 3.5/5

 

<유전자레벨 검>처럼 극단적인 만화가 또 있을까? <노다메 칸타빌레 のだめカンタービレ>의 작가 니노미야 토모코의 음주 경험담 <음주가무연구소 平成よっぱらい研究所>에 등장했던 술마시고 싸우는 만화가 오히나타 고의 작품세계는 도저히 설명할 길이 없다. <이나중 탁구부 行け! 稻中卓球部>와 <멋지다! 마사루 すごいよ!!マサルさん>의 존재를 훌쩍 뛰어넘는 이 단편집은 때로는 ‘발로 그린 만화’라는 생각이 들지만 결국에는 어떻게 이런 사고체계를 가질 수 있는지 감탄하며 책장을 덮었다. 물론 누군가 이 작품이 그저 폐지수준의 종이조각이라고 해도 나는 변명할 자신이 없다. 이 만화는 내러티브를 파괴하고 동문서답하는 수준이 아니다. 대사를 케찹으로 쓰는가 하면, ‘타카하시 츠토무 高橋 ツトム’를 초대해 시간을 낭비시키며, ‘데즈카 오사무(手塚治虫)의 명작에 과감하게 덧칠을 한다. 하지만 이 발칙한 만화는 우리의 사고를 유연히 하는데 도움을 준다. 이 작품이 이상하게 보이는 이유는 우리가 어떠한 규칙을 가지고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에 너무나 익숙하기 때문이다. 물론 그런 패턴이 있어야 소통이 되는 것이지만, 때로는 생각을 뒤집는 것도 유쾌한 일이다. 본격 수습불가만화에 응원을 보낸다.(신촌피망과토마토만화카페주인장)

 

음주가무연구소 平成よっぱらい研究所, 니노미야 토모코 二ノ宮知子, 1996, 애니북스(2008)

 

평점: 4.0/5

 

<노다메 칸타빌레 のだめカンタービレ>의 대성공으로 뒤늦게 국내에 소개된 <음주가무연구소>는 작가 니노미야 토모코의 음주 경험담을 소개하는 에피소드가 내용 전부이다. 하지만 마셔본 사람이라면, 필름 끊겨본 사람이라면, 술 마신 다음날 크게 후회했던 사람이라면 세차게 공감하고 웃을 수 있는 사연들이 기가 막히게 펼쳐진다. 작가의 세계에서는 취중에 가위바위보로 옷벗기 게임을 하거나, 길에서 불꽃놀이를 하는 것이 일상처럼 벌어진다. 물론 아침에 깨어서는 후회와 반성을 하게 되지만, 이내 마음을 열고 바보가 되는 시간이 인간에게는 필요하다는 식으로 자기합리화를 하며 다시 음주를 시작한다. 우리는 술을 통한 이런 위안과 즐거움이 결코 만화 속 이야기만이 아닌 것을 알기에 공감에 공감을 거듭할 수밖에 없다. 술 마시고 잃어버린 물건들의 리스트를 보며 내가 잃어버린 물건이 떠오르고, 숙취에 허덕이는 모습에서는 내 머리가 아플 지경이다. 하지만 작가는 분명 프로다. 단순히 알코올중독에 빠진 대책 없는 만화가가 아니라 자신의 오락을 타인에게 설득할 수 있는 대단한 재능을 지니고 있다. 조금 도가 지나치면 어떠한가. 즐겁다면 가끔은 삐뚤어져도 좋다. 이것이 <음주가무연구소>의 취지다.(신촌피망과토마토만화카페주인장)

* 애니북스에서 발행한 한국어판은 <마시러 가자!! 飲みに行こうぜ!!>와 <음주가무연구소 平成よっぱらい研究所>의 합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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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루쿠모 よるくも, 우루시하라 미치 漆原 ミチ, 2011, 시공사(2013)

 

평점: 3.0/5

 

처음엔 어깨에 힘이 잔뜩 들어갔다고 생각했다. 계급제를 부각한 세계관도 그렇고 작품 전체의 기운이 너무 무거웠다. 물론 취향의 문제일 수 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커다란 그림이 보이기 시작하자 무언가 잠재력이 느껴졌다. 때로는 장면연출이 너무 극적이라 내용을 파악하는 것이 쉽지 않을 때도 있지만, 그림에는 개성이 뭍어있다. 데뷔작이라고 하기에는 강렬하다. 비슷비슷한 작가와 작품이 넘쳐나는 시장에서 이것은 대단한 강점이다. 다만 이 이야기가 어떻게 진행되고 끝날지는 의문이다. 조금씩 이야기의 세부가 나타나는 지금은 시작에 불과한 것 같은데, 기대를 전혀 채우지 못할 가능성도 보인다. 기대를 해보며 지켜볼 작품.(신촌피망과토마토만화카페주인장)

 

*한국어판 2권까지 읽고 작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