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집 아저씨같은 소탈함이 느껴지는 책.

무라카미 하루키하면 "상실의 시대"를 안떠올릴 수가없다. "상실의 시대"를 읽고 무라키미 하루키의 소설책을 안읽기 시작했으니까. 비록 한권이었지만 왠지 이 작가의 사상에 난 다가갈 수 없어. 라는 포스를 팍팍 느끼게 해줬으니까. 그런데 그게 20대 초반이었다. 지금 읽는다면 분명 느낌이 다를지도 모르겠지만. 어쨌든 그래서 무라카미는 다가기기 힘든 작가였다. 그런데!! 소설로 만난 무라카미는 내게 그런 작가였다만, 에세이는 아니다. 그의 에세이를 읽다보면 절로 이런 생각이 든다.

"이런! 소설 쓴 무라카미 하루키랑 에세이 쓴 무라카미 하루키랑 정말 같은 사람 맞아?"

무라카미 하루키는 정말 다양한 색깔을 가진 작가가 분명하다. 소설에선 왠지 무겁고 어렵게 느껴졌지만 에세이는 정말 가볍게 읽을 수 있다. 정말 옆집 사는 아저씨마냥 너무나 소탈한 이야기들이 남겨있다. 하루키라는 작가를 떠올리면 뭔가 근엄하고 다가가기 어려운 존재일 것 같은데, 에세이를 읽다보면 '이 아저씨 재미있네'라는 생각이 절로 떠오르니까 말이다.

오믈렛을 예쁘게 만들기 위해 오믈렛 전용팬을 구입하기도 하고, 속상임 장치나 신주쿠 역 장치 등 기발한 생각을 해내기도 하고, 물론 무라카미 하루키의 이런 자잘한 생각들이 모여서 그런 대작을 만들어 내는 것겠지만서도 또 한편으로는 '이 아저씨 진짜 할일없나보다.' '데없는 생각을 잘한다'싶다. 하지만 그런 모습들이 넘 재미있어서 혼자 키득키득 웃게 된다.

 

"샐러드를 좋아하는 사자"엔 이렇게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탈한 일상과 재미난 발상들이 담겨 있다. 게다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글만큼이나 재미난 일러스트도 담겨있다. 오하시 아유미라는 사람이 그린 그림들은 하나같이 아이들이 대충대충 그린 것 같은 그림들이다. '이런 그림 나도 그리겠는데.'라는 생각이 절로 떠오른다. 헌데 이 그림이 글과 오묘하게 잘 어울어져서 이야기를 한 층 더 재미있게 만들어준다. 자꾸보다 보면 참 매력적인 이 그림에 푹 빠져들게 된다고나 할까.

아 그리고 이 에세이의 하이라이트는 에피소드 맨 마지막에 무라카미 하루키가 남기는 뜬금없는 한 줄이라고나 할까.

정말 에피소드랑은 전혀 상관없는 한마디를 남기는 무라카미 하루키. 어떤건 '이건 뭐지?'싶은게 고개가 갸우뚱거리기도 하지만, 이게 은근 재미나다고나 할까. 무라카미 하루키의 어뚱한 발상에 풍덩 빠져서 유쾌해지고 싶다면 "샐러드를 좋아하는 사자"를 야채 씹어먹든 야금야금 천천히 읽어보자.

"어려운 인문서를 재미나게 소개해주는 책"

책에 재미를 붙이게 된 계기는 추리소설입니다. 추리소설이 너무 재미있어서 주구장창 추리소설만 읽어댔죠. 그러다 책읽기가 습관이 되게 되면서 추리소설 말고 다른 책에도 관심이 가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육아서, 실용서적, 에세이 등으로 독서의 영역을 좀 넓혀보았습니다. 그 뒤엔 고전을 좀 읽어야겠다 싶더라고요. 그래서 고전읽기를 도와주는 여러 책을 읽어보았습니다. 그리고 조금씩 고전 읽기에 도전하게 되었고요. 그런데 사람 욕심이 끝이 없습니다. 독서의 영역을 좀 더 넓혀보고 싶더라고요. 그래서 인문 서적을 읽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말이죠. 이 인문서적이라는 것이 참 읽기 쉽지 않더군요. 무엇을 읽어야 할지도 모르겠고 그 책을 읽고 내가 얻어야 하는 것이 뭔지도 모르겠고 말이지요. 고전소설 길잡이 책은 많은데 인문서적은 길잡이 책이 없을까? 이런 생각을 하던 중 "무엇을 어떻게 읽을 것인가?"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아, 그런데 막상 읽으려니 좀 겁이 나더라고요. 재미 없으면 어쩌지, 일기 힘들면 어쩌지. 등등 표지부터 왠지 딱딱한 것이 지루해보인것도 사실입니다. 그런데 말이죠 막상 책을 받고 펼쳐 보니 우와~~이 책에 그림이 참 많이 있습니다. 사실 전 그림 많은 책이 좋거든요. 읽기 힘든 분야의 책이 글까지 빽빽하면 더 읽기 힘드니까요. 그림 뿐만 아니라 책과 관련된 사진들도 많이 실려 있었습니다. 참 일기 좋더군요. 알고보니 이 책에 실린 내용들이 "월간 고교 독서 평설"이란 잡지에 실린 내용이더군요. 즉 그래서 좀 쉽고 재미나게 설명이 되어 있었습니다. 더불어 요즘 고교생들은 이런 내용들을까지 섭렵해야 하는구나 싶어서 대단해보이기도 했고요. 고교생들을 대상으로 나온 책일지라도 인문서에 무지한 저같은 어른들에겐 참 유용한 책이었습니다. 저자는 책 한권 한권 설명해줄 때마다 거기에 적합한 그림이나 사진을 넣어주었고요. 게다가 좀 어려운 단어는 페이지 끄트머리에 작은 글씨로 설명해주는 자상함도 보여줍니다. 그리고 책 소개 마지막엔 저자에 대한 짧은 소개와 소개한 책과 함께 읽으면 도움이 되는 책에 대해 소개해 주고 있어서 참 도움이 되었습니다. 무엇을 어떻게 읽을 것인가?"에는 얼핏 얼핏 귀동냥으로 들은 책이름들이 많이 소개되어 있어서 더 반가웠습니다. 토머스 맬서스의 인구론이라던지, 앨빈 토플러의 미래의 충격, 루스 F. 베네딕트의 국화와 칼 등등 들어는 봤지만 옛날책인지라 요즘 시대에 안맞을 것같아서 꼭 읽을 필요를 못느꼈었던 책인데, 저자의 말을 듣고 보니 아니더군요. 인문서에도 고전이라는 것이 존재하더란 말이지요. 처음 들어보는 책 들 중에서도 꽤 흥미로운 책들이 많았습니다. 조지프 캠밸의 "신의 가면"이라던지, 오한 하위징아의 "호모 루덴스" 등등 읽어보고 싶은 책들이 하나 하나 늘어갑니다.

인문서적을 읽어 보고는 싶은데 무엇을 어떻게 읽어야 할지 모르는 저같은 초자에게는 인문서의 길잡이가 되어주는 참으로 유용한 책이었습니다. 이 책덕에 인문서에 조금 가까워진 듯한 느낌입니다.

편안한 분위기가 좋다.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 2"가 드디어 출간되었다. 1권의 여운이 그대로 2권으로 전해진다. 아이 좋아.

 

 

이번엔 특별히 예쁜 엽서도 함께 들어있어서 더 기분이 좋았다. 긴 생머리의 예쁜 시오리카 '내 이야기를 빨리 읽어줘.'라고 말하는 것 같아 책이 도착하자마자 바로 읽기 시작했다. 그사람이 소유한 책만 보고서도 책과 얽힌 사연들을 단번에 알아맞추는 시오리카가 이번엔 어떤 책과 관련된 이야기를 들려줄지 무척 기대되었다. 책엔 고서와 관련된 세가지 에피소드가 담겨있다. 세가지 에피소드 모두 이미 일본에서 드라마로 방영되긴했지만 드라마와 살짝 다르기때문에 1권과 마찬가지로 드라마와 비교해보는 재미가 있다. 특히 내가 좋아하는 애니메이션 도라에몽 작가와 관련된 에피소드는 몰랐던 작가의 사실을 알게 됨으로써 더 흥미진진했던 것 같다.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2"에 나오는 트릭은 거창하진 않지만 소소한 재미와 작고 따뜻한 감동을 준다. 또한 베일에 감춰있던 시오리카 가족의 비밀이 조금 드러났다. 앞으로 출간될 3권에서는 그녀의 비밀이 자세히 드러날까?

 

책을 다 읽고 가장 마음에 남았던 말이 있다.

 

-가지고 있는 책을 보면 책 주인에 대해 대충 알 수 있지.

 

이 한 줄은 시오리카의 어머니가 시오리카에게 해준 말이다. 그녀의 추리 능력과 책에 대한 지식은 전부 어머니에게서 물려받은 모양이다. 다만, 그녀는 자신의 엄마를 싫어하긴하지만. 그래도 왠지 저 말이 참 가슴에 남는다. 내가 가진 책을 보고 누군가는 나에 대해서 알 수 있다니, 왠지 공감이 간다. 시오리카가 내가 가진 책들을 본다면 날 어떻게 평가할까? 직접 시오리카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진다. 언제나 편안한 분위기를 풍기는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은 이번에도 날 실망시키지 않았다. 아~ 난 정말 이런 잔잔한 분위기가 좋다. 벌써부터 3권이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