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어떻게 단련될까요?

부질없는 기대가 높으면 높을수록 사랑은 어려워진다는 것이 해답입니다. 사랑하면 기대하게 되고 기대가 높을수록 상대를 그 기대와 비교하게 됩니다. 어느 순간 높아진 기대 때문에 사랑이 상처를 입게 되지요.

                                                                     - p. 48

 

  

한동안 비가 안 오더니 주말 동안 조금 비가 왔다. 변명 같지만 먹고 사느라 잠시 잊고 살았었는데, 비가 와서 그랬을까 이 책을 다시 집었다. 이 책이 처음 출판사에서 배송되어 왔을 때, 두껍지 않은 책이고, 공감을 많이 불러일으키는 책이라 금세 읽었다. 그리고 잠시 책을 미뤄뒀었다. 그러다 이번 주말 비가 유난스럽게 오던 날, 다시 집어 읽었다. 아, 이 책은 비 오는 날 읽어야겠구나. 생각했다. 

 

밤삼킨별의 글은 꽤 자주 접했었다. 감성적인 글귀가 많아서 좋았다. 작년에는 그녀처럼 글씨 쓰는 작업을 했던 적이 있어서, 그녀의 글을 보면서 따라 적은 적도 있었다. 그래서 그랬을까, 난 그녀를 전혀 알지 못하는데, 너무 가깝게 느껴졌다. 그녀가 겪은 이별도 나와 같고, 그녀가 느낀 감정도 마치 내 것처럼 때마다 저리기도 했다. 어쩌면 비가 와서 일 수도 있다.

 

 

그대를 떠나보내고 홀로 지낸 내 외로움을 증명하기 위해 그만큼 늙은 모습으로 그만큼 이별한 모습으로 반명함판 사진이라도 몇 장 찍어야 할 것 같습니다. 숨기고 싶은 슬픔이 많을수록 반명함판 사진은 무표정입니다. 또 그렇게 삶의 이력 하나 보탭니다.

                                                                     - p. 104

 

 

그대 떠나보내고 밤잠을 잃었던 잠시 그때에 나 또한 이와 같은 생각을 했다. 삶의 슬픔이 전적으로 이별에 한정적인 것은 아닌데, 왜 우리는 그토록 이별의 슬픔은 견뎌내지 못하는 걸까? 이 책의 처음에 이런 글귀가 있다. '이 책은 사랑 때문에 비슷한 마음병을 가진 사람들을 위로하는 가슴속 아스피린입니다.' 어쩌면 누군가에게는 이 책이 그저 명언을 적은 얇은 책처럼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저 글이 나를 위로해서 였을까? 얇은 책이었음에도 꽤 오랜 시간 할애를 해서 읽었다. 그리고 두 번에 걸쳐서 읽었다. 이 책을 누군가에게 추천한다면 나는 반드시 2번을 읽어보라고 말하고 싶다. 사랑에 상처받았던 경험이 있다면 절친한 친구에게도 받지 못하는 위로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누군가에게 위로의 손편지를 받고 싶다면 그녀의 글이 가득 담긴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오늘 누군가에게 'ㅅㄹㅎㅇ'이라는 손편지를 쓸 수 있는 용기가 있기를. 나에게도, 이 글을 읽게 될 그 누군가도. 

 

 

기다려 달라는 말이 헤어지자는 말보다 아름다운 건, 헤어지는 것은 몸의 이별로 한 번이기 때문입니다. 기다려 달라는 말은 아직도 몸 이상의 사랑을 버릴 수 없다는 것이지요. 

                                                                     - p. 164

 

 

 

"무엇이 나를 두렵게 하든

무엇이 우리를 두렵게 하든

얼마나 위험한지 찬찬히 생각해보면

진정 두려워할 것은 아무것도 없다."

-거트루드 스타인

 

 

사람은 누구나 두려워하는 것이 있다. 어떤 이는 귀신을, 어떤 이는 벌레를, 또 어떤 이는 그저 혼자 있는 것이 두려운 사람도 있다. 난 뭘 두려워할까? 처음 이 책의 소개글을 보고 이 책을 읽기 전에 먼저 스스로 두려워하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해보고 읽자, 생각했다. 내가 두려워하는 것. 

난 누군가가 나를 놓치는 것을 두려워한다. 그리고 누군가와 아주 끈끈해지는 것을 두려워한다. 몇 가지를 더 고민해본 결과 나는 물리적인 어떤 상황보다는 인간관계에서 생길 수 있는 일에 대한 두려움이 큰 것을 알 수 있었다.  

이런 두려움은 원인 없는 두려움은 아니다. 대개 트라우마로 인해 생긴 두려움이다. 같은 일을 반복하고 싶지 않다는 갈망에서 온 불안과 같은 것이다. 나는 대부분의 사람이 두려움을 갖는 것은 과거의 경험에서 오는 결과로 인해 생긴 것이라 생각했다. 어떤 사람이 벌레를 무서워하는 것은 어린 시절 흉측한 벌레를 접함으로써 생긴 것이고, 귀신을 무서워하는 것은 어린 시절 아무것도 모르고 보게 된 공포 영화나 이야기로 접하게 된 두려움 때문일 거라 생각했다. 

 

 

"두려움이 클수록 이성적으로 유연하거나 느긋하게 생각하기 어렵다. 하지만 위기에 처해서도 현명하게 생각하는 것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p.168

 

 

또 우리는 어린 시절 작은 두려움이라도 느끼기 되면 그것이 어디에서 온 불안인지 객관적, 이성적으로 판단하거나 해결하려 하지 않고 더 두려워하거나 무조건 회피하고 만다. 때문에 그 공포는 세월이 지나 과거 경험을 잊어버려도 그 두려움은 잊히지 않고, 오히려 더 깊게 새겨져 그 두려움을 없애기란 불가능하게 된다.  

원인이 있는 두려움이라면 그래도 낫다. 난 미처 몰랐던 이야기, 우리의 두려움은 경험 없이도 생긴다. 우리 중에는 태어나면서부터 공포의 유전자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있다. 이런 이들은 생애에 공포를 느낄 만한 경험을 하지 않아도 두려움과 불안을 느낀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고작 30% 정도이며, 불안을 느끼게 하는 70%는 정확히 밝혀지진 않았지만 후천적인 환경에서 온다고 한다. 내가 만약 인생을 돌이켜 봤을 때 트라우마가 될 만한 경험을 하지 않았음에도 불안을 안고 산다면 유전적인 요인을 염두에 두고 스스로 위안을 삼는 것도 좋은 듯하다. 

 

 

"보통의 마음상태에서 공포가 일어나면 온갖 잘못된 행동을 하게 됩니다. 불안은 끈끈이 테이프 괴물 같아서 붙잡고 씨름할수록 테이프가 몸에 휘감길 뿐입니다. 결국에는 꽁꽁 묶여서 옴짤달싹도 못하게 되지요."

                                                                                  -p.96   

 

 

난 불안하면 가장 먼저 심장 위에 손을 올려놓는다. 어디에선가 봤는데 이런 행동이 무의식인 것 같지만 사실 의학적으로도 심장 위 어디 지점을 가만히 누르고 있으면, 마음에 안정을 찾게 된다는 걸 알았다. 사람은 결국 다 자기가 살고자 하는 방법을 찾는다고 하던데, 나 또한 무의식적으로 불안을 가라앉히는 방법을 찾은 거다.  

이 책은 두려움을 극복하기 위해서, 지금 내가 느끼는 이 불안이라는 감정을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거라고 인정하는 것이 큰 도움이 된다고 한다. 그럴려면 내가 지금 왜 두렵고, 불안한지를 이성적으로 판단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렇게 이성적으로 판단하기 위해서 가장 필요한 것은 바로 용기다! 영웅처럼 타인을 돕는 것만이 용기가 아니다. 누구보다 나를 돕는 것이 용기다. 지금 알 수없는 불안과 두려움에 사로잡혀 있다면 우선 그 원인을 찾아보자. 그리고 내가 지금 두려워하고 있다는 것을 인정하자. 이제와 고백하자면 난 이 책을 읽기 전 조금 불안했다. 읽기 전에 스스로 내가 두려워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이번 계기를 통해서 이겨내보자 싶었다. 그런데 그 결심이 나를 불안하게 했던 것 같다. 내 두려움을 정면으로 볼 것 같다는 마음 때문이다. 이 책을 다 읽은 후, 크게 달라지진 않았다. 내 두려움을 해결할 방법을 바로 찾지도 못했고, 몇 가지 불안은 여전히 뜬구름처럼 남아 있다. 그래도 이 책을 읽음으로써 불안을 인정해보기로 했다. 내가 지금 두려워하고 있다는 것을 인정해보기로 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굉장히 큰 용기가 필요하다는 것도 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