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로 강조하고 싶은 것은 외설적인 표현과 관련해서 가장 적절한 비교 대상은 잔인한 전쟁영화나 범죄영화, 장르소설 같은 거예요. 사람을 죽이는 것은 엄청나게 잔인하고 아주 자세하게 표현해도 괜찮고 사람을 사랑하는 행위는 그렇게 하면 왜 안 되는 걸까요? 하나는 죽이는 행위에 대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살리는 행위에 대한 것이잖아요. 포르노그래피는 보통 사람들의 삶을 바꾸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했던 역사적 사실까지 있는데 말입니다. 도대체 이렇게 말도 안 되는 상황이 왜 이렇게 ‘자연스럽고 당연하게’ 벌어지고 있는 것인지, 그것도 한 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요?

                                                                              - p.97

 

 

몇 년 전부터 책을 골라서 읽는 못된 습관이 생겼다. 잘 모르는 책은 읽어보려고 시도조차 하지 않으니, 그게 큰 문제다 싶다. 올해의 목표가 있었다면 예전처럼 책을 편견 없이 읽어보자는 거였다. 그런 마침에 이 책을 만난 것은 좋은 기회였다.

 

책을 왜 읽는가에 대해서는 아주 오래 전부터 많이 생각해봤다. 어떤 사람은 단순한 흥미를 위해서, 또 어떤 사람은 지적 능력을 높이기 위해서, 어떤 사람은 너무 많이 들어서 뻔한 말 같지만 대리 만족이나 간접 경험을 위해서 일 것이다. 어떤 이유에서건 모두 꽤 멋진 이유라고 생각한다. 이 책의 저자도 이런 이유를 찾기 위해서 책을 쓰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 책은 크게 다섯 가지 이야기로 나눠져 있다. 포르노소설과 시대를 연관시킨 이야기, 아무도 읽지 않은 책에 대한 새로운 고찰, 고전 이야기까지 앞서 언급했던 책을 흥미를 위해 읽는 이에게도, 지식을 쌓기 위해서 읽는 이에게도, 대리 만족을 하기 위해서 읽는 이에게도 모두 만족을 줄 수 있는 책인 것이다.

 

나는 아마도 흥미 때문에 책을 읽는 타입인 모양인지, 다른 챕터보다 포르노소설에 대한 책 이야기가 가장 흥미로웠다. 책을 읽는 내내 다른 챕터보다 이해가 쉬웠다면 내가 너무 음흉한 것인가 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런데 그런 생각이 들려고 하면 저자는 말한다. '범죄영화'보다 더 중요한 것이 포르노가 아닌가 하고. 포르노를 외설인지, 예술인지에 대한 이야기를 그 동안 내가 갖고 있던 편견까지 다시 한 번 더 생각하게 해줬다. 영화 '래리 플린트'에서 나오는 한 장면처럼 누군가가 살인하는 장면, 전쟁으로 인한 참혹한 시체를 찍은 사진은 칭송을 받으면서, 여성의 나체 사진이나 남녀가 포개 있는 사진만 보면 천박하다고 질타받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맞다. 과연 어느 것이 더 추하며, 질타를 받아야 하는 것인지 깊게 생각해볼 일이다.

 

이처럼 이 책은 내게 재미와 동시에 큰 깨달음을 주었다. 나쁜 독서 버릇이 읽던 내게 좋은 책들을 많이 소개해주었고, 그저 깨달음만 주려고 하는 책들에 반감이 있는 나 같은 고집 센 독자들에게 내가 좋아하는 책을 통해서, 가지고 있던 편견까지 다시 생각하는 계기를 주었다. 책을 좋아하고, 꽤 많이 읽는 편이라 자부하기 때문에 주변에서 심심치 않게 책을 추천해달라는 요청을 받는다. 그럼 당분간 나는 이 책을 추천할 것 같다. 아주 흥미롭고, 재밌고, 배울 수 있는 책이라고.

 

 

 

 

 

 

5년 차 직장인. 세계는 넓은데 휴가도 짧고, 삶도 고되서 회사를 때려치웠다. 천성적인 두려움은 있지만, 도전이 살아가는 이유라고 생각한다. 조금만 무리해도 다크서클이 내려앉고, 온몸이 아픈 핸디캡에도 불구하고, 여행이라면 미친다. 2005년 처음으로 배낭여행을 시작한 후, 주머니에 구멍만 나지 않으면, 틈만 나면 정처없이 돌아다녔다. 그리고 마침내 남미에 빠졌다.

 

처음 그녀의 이력을 보았을 때, 이건 내가 아닐까 싶었다. 어쩜 그리고 나와 비슷한 구석이 많은지.. 그래서 그녀가 다녀왔다던 남미에 더욱 빠졌다. 여행 책을 유난히 좋아해서 항상 옆구리에 끼고 다니는 편인데, 지난 주 사하라에 떠난 두 남성을 보고 나서는 여행을 의식처럼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 내게 때마침 알맞게 찾아온 이 책. 이 책은 여행을 소개하는 책이라기보다는, 자신의 여행 일지를 담은 일기 같은 가벼운 책이다.  

 

그녀는 남미의 여러 도시를 여행했다. 아주 멋진 마추픽추부터 멋진 이름을 가진 반대편의 도시 부에노스아이레스까지. 도시 이름만 들어도 알 만한 곳도 있었고, 전혀 모를 만한 곳도 있었다. 다만 아주 아쉬운 점이 있다면, 아무리 여행 에세이라 하더라도 정보가 너무 없다는 것이다. 만약 이 책으로 남미 여행에 도움이 될 만한 정보를 얻고 싶다면 그건 포기하는 게 좋다.  

 

그래도 이 책에 자꾸 혹하게 되는 이유. '아침 일찍 일어나 남미의 마을 어슬렁거리기, 힘든 코스는 과감하게 포기하기, 편안하게 누워서 창밖 풍경 감사하기, 맛있는 맥주와 맥주를 너무나 사랑하는 여행자' 이것만으로도 이 책은 나를 유혹한다. 특히 라파즈의 전기통닭 구이는 정말 기가 막힐 것 같다. 그것만으로도 떠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그보다 더 그럴 듯한 이유가 무엇이 있을까?  

 

 

 

 

사막 레이스는 길 위를 걷고 있는 내가 길에서 나의 길을 찾기 위한 장기적인 삶의 여행이다. 오늘 가다 못 가면 내일 가면 된다. 중요한 것은 어디로, 왜, 무엇을 위해, 내가 지금 이 길을 걷고 있는지를 아는 것이다.

                                                                             - p. 135

 

여행을 좋아하는 편이다. 한때는 역마살이 끼었나 싶을 정도로 마구잡이로 떠돌기도 했었다. 그래서 여행 책을 유난히 좋아하고, 떠나지 못해서 온몸이 간질거릴 때는 그들의 이야기로 위안을 받기도 한다. 여행을 좋아하는 이에게 사막은 얼마나 매혹적이고, 경이로운 곳인가. 가보지 않았어도 텔레비전을 통해 본 사막은 너무 멋지고, 위대한 곳이라는 생각까지 들 정도다.  

그런 곳에 2명의 남자가 있다. 마치 운명처럼 같은 제목의 책을 쓴 불혹을 넘긴 두 남자. 20대 청춘도 아니고 불혹을 넘긴 두 남자가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6박 7일간의 사막 여행. 멋지고, 낭만적이지만 고난스러운 여행이었을 거라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든다.  

 

이 책을 처음 봤을 때는 사실 그저 뻔한 여행 에세이 같은 것이라 생각했다. 여행을 통한 자기계발서는 아주 많고, 더욱 혹독한 일정을 소화한 이야기도 많다. 그런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기 때문일까, 보통 여행 책을 읽고 난 후 드는 '나도 이곳으로 떠나고 싶다.'라는 생각보다, '지금부터 좀 더 괜찮게 살아야겠다.'라는 감격스러운 생각도 들었다. 이 책에서 나온 글귀처럼 어디로, 왜, 무엇을 위해 살아가는지를 알고 싶다.  

 

 

분명한 것은, 사람이 내면의 자신을 만나는 상황에 닥치면 생각지도 못한 에너지가 분출된다는 것이다. 나는 그걸 자기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은 사람이 되기 위한, 위기를 극복하게 만드는 '긍정 에너지'라 부르고 싶다.

                                                                             - p. 174

 

이 책은 단순히 나라를 소개하는 여행 책이 아니다. "나는 왜 살지? 왜 이 나이 먹도록 사는 게 버겁지?"라는 질문으로 시작되었다는 이 여행처럼, 이 책은 내게 묻는다. "너는 왜 사니? 그 나이 먹도록 사는 걸 왜 그리 버거워하니?"  

여행 중 없어선 안 될 배낭이 유난히 무거워서 배낭을 버리고 싶을 때처럼, 지금 삶이 그저 싫을 때가 있다. 힘들고 지칠 때가 있다. 20대 청춘이라고 왜 그런 시간이 없겠는가. 그래도 우리가 살아가는 이유, 우리를 살아가게 하는 힘은 최선을 다해 오늘을 살아냈다면 내일이라는 선물이 따라오기 때문이다. 살아보지 않은 새로운 시간이 오기에 우리는 기대할 것이 있다.  

 

현실이 버겁고, 삶이 지루했던 두 남성은 이제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눈물나게 6박 7일 동안 힘들었던 사하라를 최선을 다해 지나왔기 때문에 그들에게는 좀 더 멋진 내일이라는 선물을 받을 것이다. 내일이 두려운 이가 있다면, 이 책을 반드시 읽어보길 바란다. 그럼 내일이 선물로 다가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