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집에 대한 로망이 있는지는 사실 모르겠다. 그런데 나와 내 남편은 그 나름대로 집에 대한 로망이 있다. 최근 남편은 아이들이 뛰고 놀기 좋은 집을 꿈꾸며 나에게 넓직하고 방이 많은 신축빌라같은 곳에서 살고 싶다 했다. 물론 시댁과 가까웠으면 하는 것도 물론이고. 어떤 공간에는 아이들만 신 나게 놀 수 있는 playroom을 만들고 싶어 했다.
그런 남편의 모습을 보며 나도 예전의 내 꿈을 생각해보기도 했지만 또 다른 한편으로는 아무래도 현실적인 모습을 바라보게 되더라. 집도 절도 보증금도 없는 처지에 우리가 꿈이라도 꿀 수 있나.. 하며 말이다.
뭐 그래도 이왕 집에 대해 이야기가 나왔으니 내가 꿈 꿨던 집을 얘기해보자면 여자라 그런지 햇볓이 드는 창에 앉아 따뜻한 커피를 마시며 여유를 부릴 수 있는 나만의 공간, 책을 좋아하는 나와 남편을 위해 책을 부담없이 진열해놓을 수 있는 넓은 공간과 6인 이상이 앉아 여러가지 책도 보고 미술놀이도 하고 밥도 먹을 수 있는 책상이 있는 공간. 침실에는 누워 수 많은 별을 바라볼 수 있는 천장창문을 달고. 주방에는 요리하기에 좁지 않으면서도 너무 넓지 않아 동선을 고려한 주방. 쓰고 보니 어째 평범한 것 같기도 하다.
이렇게 우리는 지금은 꿈만 꾸고 있지만 여기 꿈을 현실로 만들어 낸 부부가 있다. 실내 건축 디자이너 아내 권희라씨와 영화 PD남편 김종대씨. 이 것만 봐도 예술가 느낌이 팍팍이다. 이들이 지어낸 집은 어떤 집일까?
저자는 용인의 도시스러움에 질려 가족만의 추억을 담을 수 있는 집을 구상한다. 이 구상이 구상으로만 끝나지 않는다. 본인들이 바라는 것들을 자료로 모으고 많은 시간을 들여 구체화한다.
부부와 아이, 그리고 부모님과 함께 살 집으로 주택을 만들겠다고 결정한 그들은 그들에게 알맞는 동네를 찾는 것부터 시작한다. 그리고 땅을 물색한다. 땅을 사고 설계를 하고 건축을 하고 입주를 하는 동안 크고 작은 일들이 끊이지 않는다.
실내 인테리어를 하는 아내 덕분에 설계에는 큰 돈을 들이지 않았지만 기초공사부터 마무리공사까지 쉬운일이 하나도 없다. 그런 구체적인 과정들을 이 책에 세세하게 담았다. 좋았던 일들 신경쓰지 못해 다시 작업했어야 하는 일들. 포기하고 싶은 순간들에도 포기하지 않고 일어나는 그들의 모습을 보며 나는 사실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그만큼 어려운 순간들이 많이 찾아왔기 때문이다.
이 책을 보면 사실 나도 내 집을 만들어봐야지!라는 생각이 들다가도.. 이들의 어려운 모습들을 보며 그냥 살자..라는 말이 절로 나오기도 한다. 사실 그런 큰 이유중 하나는 우리나라 건축시장에서 정직하게 일하는 분위기가 아닌 것이 크게 작용한다.
그래서 이 책에도 일본 이야기가 살짝살짝 나오기도 한다. 우리나라도 이렇게 자기 집 짓는 열풍이 불고 정직한 건축관련 기업들이 많아진다면 그때 도전해보고 싶은 마음이 많이 들었다.
아쉬운 부분은 집의 구석구석을 사진으로 더 볼 수 있었으면 좋았을텐데 너무 많은 부분을 보이지 못해 상상밖에 할 수 없던 것이었다.
집 짓는 과정을 아주 솔직하게 이야기해 준 부부에게 고맙다고 참으로 고생했다고 이야기하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