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첫 날 선택한 책이다.

박웅현 씨를 좋아하고 그의 책들도 매우 좋아하지만 왠지 이번 책은 그다지 호기심을 끌지는 못했다. <인문학으로 광고하다>와 같은 인문학에 대한 책도 아니고, <책은 도끼다>처럼 책을 주제로 한 책도 아니고, 대충 보니 자기계발서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동은 많은 자기계발서에 실망해왔던 참이라 선뜻 읽지 못하다가 우연히 도영이 학교 도서관에 있길래 빌려와 읽었다.

새해 첫날, 이 책을 선택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그의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거부감 없이 쏙쏙 들어와 안긴다. 인문학적 소양과 경험을 바탕으로 한 조언이기에 더 공감할 수 있는 것 같다. 나의 청년 시절에 이런 멘토를 만났다면 얼마나 좋았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요즘 젊은이들은 여기 저기서 지식인들이 멘토를 자청하고 있으니 얼마나 행복한가.

한편 나와 같은 시대를 살아온 지금의 멘토들은 어떻게 멘토가 되었나. 다르게 생각하고 앞서 생각할 수 있는 능력도 타고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여기서 말하는 여뎗 단어는 '자존, 본질, 고전, 견見, 현재, 권위, 소통, 인생'이다.

새겨들을 말들이 많이 있지만 '본질' 중 'Everything Changes but Nothing Changes' 이란 말이 와 닿는다. 모든 것은 변하지만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다. 바로 본질을 이르는 말이다. 따라가다가는 가랭이가 찢어질 정도로 빠르게 변하는 세상에 어떻게 발맞추어 가야 하나... 점점 뒤쳐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들 때 이 말이 해답을 보여주는 것 같다. 아무리 세상이 변해도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본질을 잃지 않고 잘 붙들고 있다면 숨가쁘게 변하는 세상도 두렵지 않을 것 같다. 갈 길을 잃었을 때 역시 본질을 잊지 않는다면 길이 보일지도 모른다.

'見과 현재'에 대한 이야기는 저자의 다른 책들에서도 많이 다룬 이야기이니 넘어가기로 하고. '인생'부분에 새겨둘만한 이야기가 많이 있었다. 우리는 주어진 환경에 늘 불평한다. 특히 내가 그렇다. 아무리 준비를 잘 해도(내가 그렇단 얘긴 아니고) 어느날 예기치 않은 환경에 부딪혀 좌절할 때 우리는 운명을 탓하고 원망한다. 하지만 아무리 씨줄이 잘 갖추어져 있어도, 난데없이 뛰어드는 환경이라는 날줄을 어찌하랴. 날줄은 우리를 호락호락하게 놓아두지만은 않는다. 이러한 날줄마저 인정하고 받아들일 줄 아는 자세. 준비만 잘 되어 있다면 기회는 반드시 온다고. 저자는 '아모르 파티'. 운명을 사랑하라고 한다.

나도 이제 내 운명에 대한 투덜거림을 멈춰야겠다. 내 운명을 사랑하고 언제 치고들어올지 모르는 날줄들마저 인정하고 받아들일 줄 아는 마음을 가져야겠다. 도를 닦아야 되는 일일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여덟 단어>, 나에게 새해 첫날 다짐같은 책이었다.

 

<책 속에서>

 

1강 자존 –당신 안의 별을 찾으셨나요?

 

강판권 씨는 자기 안의 점을 무시하지 않았습니다. 밖에 찍어놓았던 기준점을 모두 자기 안으로 돌려 자신이 제일 잘할 수 있는 것을 찾아냈고 점을 다시 찍었습니다. 그리고 그 안의 점들을 연결해 하나의 별을 만들어낸 겁니다.....자신의 길을 무시하지 않는 것, 바로 이게 인생입니다. 그리고 모든 인생마다 기회는 달라요. 왜냐하면 내가 어디에 태어날지, 어떤 환경에서자랄지 아무도 모르잖아요? 각기 다른 자신의 인생이 있어요. 그러니 기회도 다르겠죠. 그러니까 아모르 파티, 자기 인생을 사랑해야 하는 겁니다....열심히 살다 보면 인생에 어떤 점들이 뿌려질 것이고, 의미 없어 보이던 그 점들이 어느 순간 연결돼서 별이 되는 거예요. 정해진 빛을 따르려 하지 마세요. 우리에겐 오직 각자의 점과 각자의 별이 있을 뿐입니다.

 

2강 본질 – Everything Changes but Nothing Changes

 

온갖 새로운 SNS, 변화하는 커뮤니케이션 방식을 저는 도무지 못 따라가겠어요. 그로나 길은 있죠. 이렇게 급변하는 시대에도 변하지 않는 게 있고, 그걸 잡는 게 나의 유일한 돌파구입니다. ....모든 것은 변지만 Everything Changes but Nothing Changes, 변하지 않는 것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의 마음이 그것입니다....이제 본질의 시대고 ‘변하지 않는’ 그것을 잡아야 해요.

 

본질을 발견하려는 노력과 본질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은 포기할 줄 아는 용기, 그리고 자기를 믿는 고집이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야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 하나뿐인 ‘나’라는 자아가 곧게 설 수 있으니까요. (피카소의 그림)

 

3강 고전 – Classic, 그 견고한 영혼의 성

 

대부분의 것들이 시간에 굴복합니다. 그런데 고전은 시간과 싸워 이겨냈어요. 3백년, 5백년을 살아남았고 앞으로 더 살아남을 겁니다......

김현규씨가 내게 보낸 메일 중 일부...“그런 관점에서 볼 때 전 세계인을 감동시키는 위대한 문학이나 미술, 음악 등 예술작품들은 본질에 가깝다고 볼 수 있습니다. 나한테만 좋은 것이 아닌, 우리나라에서만 좋은 것이 아닌, 전 세계 다수의 인간이라는 종이 느끼는 근본적인 무엇을 건드린 것이기 때문입니다.”

 

4강 견(見) - 이 단어의 대단함에 관하여

 

심부재언 시이불견 청이불문 식이부지기미(心不在焉 視而不見 廳而不聞 食而不知其味)-마음에 맞지 않으면 보아도 보이지 않고, 들어도 들리지 않으며 그 맛을 모른다는 뜻으로 유교 경전 <대학>에 나오는 말입니다. 우리의 대부분의 행동은 시청을 하는 거죠.....흘려 보고 듣느냐, 깊이 보고 듣느냐의 차이.

 

수많은 시간을 오지 않는 버스를 기다리며

꽃들이 햇살을 어떻게 받는지

꽃들이 어둠을 어떻게 익히는지

외면한 채 한 곳을 바라보며

고작 버스나 기다렸다는 기억에

목이 멜 것이다.

 

조은<언젠가는> 중에서

 

“온 세상이 태어나는 것처럼 일출을 보고 온 세상이 무너지듯 일몰을 봐라!”-앙드레 지드

“여행을 생활처럼 하고 생활을 여행처럼 해봐.”

 

‘참된 지혜는 모든 것을 다 해보는 데서 오는 게 아니라 개별적인 것들의 본질을 이해하려고 끝까지 탐구하면서 생겨나는 것이다.’

 

5강 현재 – 개처럼 살자

 

제가 집에 돌아오면 그 개는 반갑다고 5분 동안은 제 얼굴을 핥고 나서야 짖기를 멈췄기 때문이었는데요, 그 때 보면 핥는 일이 자신이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인 것처럼 최선을 다해요. 그리고 밥을 주면, 이 세상에서 밥을 처음 먹어보는 것처럼 먹죠. 잠 잘 때도 보면, ‘아, 아까 주인이 왔을 때 꼬리쳤던 게 좀 아쉬운데 어쩌지?’ 그런 고민은 추호도 없어요. 그냥 잡니다. 공놀이 할 때는 그 공이 우주예요. 하나하나를 온전하게 즐기면서 집중하죠.

 

초등학교 때부터 선행학습을 합니다. 그리고 명문 중학교에 가야 하죠. 거기 갈 때까지 행복을 유보해요. 명문 중학교에 가서 3일 정도 좋아하다가 다시 행복을 유보하고 특목고를 향해 달립니다. 특목고에 들어가면 또 서울대에 가기 위해 다시 행복을 유보해요. 서울대에 가면 대기업에 들어가기 위해, 부장이 되기 위해, 임원이 되기 위해, 아파트 평수를 늘리기 위해 행복을 유보해요. 그러고 나면 나이 60, 70이 되죠.

 

6강 권위 – 동의되지 않는 권위에 굴복하지 말고 불합리한 권위에 복종하지 말자

 

7강 소통 – 마음을 움직이는 말의 힘

 

소통을 위한 자세

첫 번째, 다름을 인정한다.

두 번째, 문맥을 생각하자.

세 번째, 생각을 디자인하자.

 

8강 인생 – 급한 물에 떠내려가다 닿은 곳이 싹 틔우는 땅버들 씨앗처럼

 

몸에 병이 없기를 바라지 마라.

세상살이에 곤란함이 없기를 바라지 마라.

공부하는 데 마음에 장애가 없기를 바라지 마라.

수행하는 데 마가 없기를 바라지 마라.

일을 꾀하되 쉽게 되기를 바라지 마라.

친구를 사귀되 내가 이롭기를 바라지 마라.

남이 내 뜻대로 순종해주기를 바라지 마라.

공덕을 베풀려면 과보를 바라지 마라.

이익을 분에 넘치게 바라지 마라.

억울함을 당해서 밝히려고 하지 마라.

<보왕삼매론> -도송산 선운사-

 

인생은 개인의 노력과 재능이라는 씨줄과, 시대의 흐름과 시대정신 그리고 운이라는 날줄이 합쳐서 직조됩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나의 의지와 노력과 재능이라는 씨줄만 놓고 미래를 기다립니다. 치고 들어오는 날줄의 모양새는 생각도 안 하고 말입니다.

‘인생을 내 마음대로 계획하기에는 시대라는 날줄이 너무나 험했다’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박완서-

‘훌륭한 요리사는 자기 눈앞에 있는 신선한 재료가 무엇인지 먼저 본다’ -<나의 운명 사용설명서> 고미숙-

 

저는 고등학생이나 대학생들이 광고인이 꿈이라고 말하면 일단 그 꿈을 접으라고 합니다. 특히 고등학생의 경우면 너무 빨리 직업을 좁게 정했다고 말해줍니다. 냉정하게 말해서 그 고등학생이 광고인이 될 확률이 얼마나 될까요? 고등학생 때부터 광고에 목숨 걸겠다고 다짐했다가 광고인이 안 될 경우 밀려오는 좌절감은 어쩔 겁니까? 인생은 마음대로 주무를 수 없는 것이니 스트라이크존을 넓혀놔야 합니다.

 

‘하루하루는 성실하게 살고 싶고, 인생 전체는 되는 대로 살고 싶다’ -<밤은 책이다> 이동진-

 

 

 

동생이 중국에 출장을 간다고 한다. 6개월가량 있어야 하니 출장이라기보다는 파견이라 하는것이 맞겠다. 그러면서 전에 몇번 다녀온 중국 체험담을 이야기하는데 그때 읽고 있던 '정글만리' 소설이 생각났다. 동생도 이 광대한 중국 영토의 치열한 정글 속으로 들어서는구나.

 

이 소설은 전대광을 중심으로 중국 시장에 뛰어든 우리나라 사업가와 그들과 얽히는 중국, 일본 사업가들의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다. 이들이 중국 시장의 치열한 경제 현실을 대변하고 있다면, 베이징 대학에 유학중인 송재형은 중국에 진출하려는 젊은이들의 역사의식을 이야기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것들이, 특히 송재형의 의식이나 말들이 작가의 생각이라는 게 노골적으로 드러나 소설 속 인물에 이입되는 것이 좀 방해되기도 했다. 

우리 옆동네인 중국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있었나. 또 일본에 대해서는. 같은 동양인이라는 데서 오는 동질감도 크지만 그 동질감 속에서도 같은 듯 매우 다른 이웃들이다. 이 소설에 가장 많이 나오는 말은 '꽌시(關界)'와 '몐쯔'가 이니었을까. 관시란 관계를 뜻하는데 우리식으로 말하면 연줄이다. 중국에서는 사업에 있어서 연줄은 곧 생명이다. '몐쯔(面子)'는 체면을 뜻한다. 중국의 부자들은 몐쯔를 위해서 사람이 살지도 않는 호화로운 집을 지어놓고 과시를 한다니 말 다 했다. 우리나라도 연줄과 체면이라면 뒤지지 않는다고 생각했는데 중국을 따라가려면 아직도 먼듯하다.^^

또 눈에 띄는 건 중국인들의 미신 열풍이다. 중국인들은 숫자 8을 좋아하고, 福자를 거꾸로 걸어 놓기도 하는데 그것이 어떤 좋은 뜻의 글자와 발음이 비슷해서라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숫자 4를 死와 발음이 같다고 해서 꺼려하지만 이런 것은 중국에 비하면 애교에 뷸과하다. 또 마오쩌뚱을 신격화하는 것. 이런 중국인들의 뒤에는 이런 그들의 심리와 풍습을 교묘하게 이용하여 상술로 써먹는 사업가들이 있다. 빨간 내복에 금실로 그 해의 띠를 수놓는 것은 중국인들의 심리를 아주 잘 건드린 아이템이 아닌가 싶다. 매년 띠가 바뀌니 매년 새로 사입을 테고...작가가 일려준 이 아이템은 저작권이 작가에게 있는 셈인가?

 

중국 속에서 벌어지는 한 중 일의 치열한 경제 전쟁으로 시작해서 세 나라의 역사의식으로 끝맺는 이 소설을 위해 얼마나 많은 조사와 연구가 뒤따랐을까 하는 생각에 우선 작가의 노고에 경의를 표한다. 하지만 전작인 <태박산맥>, <아리랑>, <한강>에 비한다면 많이 아쉬운 작품이다. 10권 분량의 대작을 쓰던 작가가 이야기를 3권에 담아내기가 벅찼던 것일까. 소설의 형식만 빌어온 정보책 같은 느낌이다. 마치 학습동화를 읽는 느낌이었다고 할까.

이 소설은 매우 조정래 다우면서도 한편으론 매우 조정래 답지 않은 글이다. 글 속에 방대한 지식과 작가의 정신을 담아낸 것은 매우 조정래 답다고 할수 있으나, 문학적인 면을 접어둔 것은 작가답지 않았던 것 같다. 그의 전작들엔 지식과 정보, 작가정신 등을 담아냄과 동시에 등장인물들의 삶이 있었고, 그들의 심리가 매우 잘 표현되어 있어 그 인물들에 공감하고 동화되어 읽었다. 하지만 정글만리의 주인공들은 정보나 지식을 전달하기 위한 도구에 지나지 않는다는 느낌도 든다.

 

그래도.. 읽어볼만한 소설임에는 틀림없다. 우리 이웃에 대해 더 알아가며 그둘 중의 나를 돌아볼 수 있었고, 세 나라가 함께 윈윈하며 나아갈 수 있는 길을 다시한번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다. 

 

피카소를 대상으로부터 형태를 해방시켰다. 카트스는 거기서 색채를 해방시켰다. 칸딘스키의 말대로 이제 이 두 사람은 ‘위대한 목표’를 지향하기 시작했고, 결국 현대 예술에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던 혁명적인 변화를 가져오게 된다.(30)

 

그(세잔)는 고전주의와 인상주의의 대립을 극복하려고 했다. 하지만 뚜렷한 윤곽과 고유색을 가진 대상의 항구적인 모습을 포착하라는 고전주의의 요구와, 대상에 반사된 빛이 눈에 부딪힐 때의 순간적인 인상을 포착하라는 인상주의의 요구를 어떻게 일치시킨단 말인가

....하지만 사물은 어디까지나 사물이다. 그러므로 사물이 마땅히 원래의 실체감을 돌려주어야 한다. 여기서 세잔은 인상주의의 빛나는 표면을 포기하지 않으면서 동시에 사물에 실체감과 입체감을 준다는 목표를 세운다. 말하자면 ‘겉’과 ‘속’을 동시에 그리려 했던 거다. 하지만 이게 어디 쉬운 일이겠는가? (64)

 

<노란 등의자에 앉은 세잔부인> -세잔-

 

근원적인 것은 데카르트식의 명석판명한 ‘사유’가 아니다. 근원적인 것은 오리혀 불투명한 인식 주체인 ‘지각하는 신체’다. (69)

 

위에서 진리는 ‘밝힘’과 ‘가림’의 투쟁이라 했다. 그럼 예술작품은 이 둘 사이에 싸움을 붙이는 것(투쟁의 투쟁화)이다. 이 투쟁 속에서 존재하는 것의 비은폐성, 즉 진리가 쟁취된다. 예술 작품 속에서 이 ‘밝힘’과 ‘가림’의 투쟁은 세계와 대지의 투쟁으로 나타난다.

.... 이처럼 예술작품이 표현하는 의미내용 혹은 작품이 열어주는 세계, 이게 바로 ‘세계’다. 그리고 ‘대지’란 대강 작품의 밑바탕이 되는 소재와 질료를 말한다. 결국 시계와 대지의 투쟁이란 작품이 열어주는 세계와 작품의 질료 사이에 팽팽한 대립이 벌어진다는 얘기다. (111)

 

예술작품은 세계를 건립하면서, 동시에 대지를 설립한다. 세계는 열리려 하고, 대지는 닫으려 한다. 진리는 이렇게 세계와 대지 사이의 밝힘과 가림의 투쟁으로 존재한다. 작품은 바로 이 팽팽한 대립 속에 닻을 내리고 안식한다. (114)

 

가디머는 예술적 인식을 플라톤을 따라 ‘상기’로 설명하고, 아리스토텔레스를 따라 ‘재인식’으로 규정한다. 가령 예술작품을 통해 우린 전에 몰랐던 것들을 알게 된다. 터너의 그림을 통해 우린 안개의 새로운 모습을 보고, 인상파의 회화를 통해 대상과 빛에 대한 새로운 이해 방식을 배우며, 입체파의 회화를 통해 파편화된 현대 세계를 경험한다.

이렇게 예술 속에서 우리는 현실의 잡다한 사물들 속에 감추어진 사물의 참모습을 본다. 마치 플라톤이 이 세상의 사물을 보고 그것들이 이데아를 떠올리는 것처럼. 하지만 우리는 그것들이 사실 우리가 늘상 보아왔던 바로 그거라는 걸 깨닫게 된다. 우린 우리가 이미 알고 있던 걸 새롭게 인식한 거다. 그런 의미에서 예술은 ‘재인식’이다.(169)

 

<안개속의 해돋이>-터너-

 

이제가지으 미학은 주로 ‘작용미학’이었다. 즉 주로 작품이 독자에게 끼치는 영향력만을 강조해왔다는 얘기다. 하지만 수용미학은 거기에 독자의 적극적인 ‘수용’의 측면을 결합하여, 작가나 작품이 아니라 수용자 중심의 예술론을 만들어냈다. 이제 예술작품은 ‘텍스트가 독자의 의식 속에서 재정비되어 구성된 것’으로 규정된다. (179)

 

승화란 마광수 교수처럼 욕망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게 아니다. 만약 그 바람이 사회적으로 금지된 것이라면, 교묘히 변형시켜 금지된 원천에서 나온 것임을 쉽게 눈치채지 못하게 만들어야 한다. 혹시 너무 개인적이라 반감을 살 만한 내용은 다듬어서 다른 사람들도 함께 즐길 수 있게 해야 한다. (221)

 

의미를 중요시한 고전주의 예술에선 대상의 형태가 가장 중요했다. 색채는 단지 대상의 형태를 분명히 드러내는 수단일 뿐이었다. 하지만 현대 예술에선 대상성이 사정없이 파괴된다. 형태와 색체는 대항에서 해방되어 자유로운 구성을 이룬다. 결국 고전주의 예술은 의미 정보를 추구한 반면, 현대 예술의 의미 정보를 단순화하는 가운데 미적 정보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할수 있다. (248)

 

낯설게 하기

마그리트는... 우리가 흔히 보이는 이 일상적 사물들을 ‘낯설게 함’으로써 그는 특유의 초현실주의적 효과를 얻어낸다. 여기엔 몇 가지 방법이 있다. 1. 고립, 2. 변경, 3. 잡종화, 4. 크기의 변화, 5. 이상한 만남, 6. 이미지의 중첩 7, 패러독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