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45년이라는 낯선 숫자를 보고 그 땐 내가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생각해 보았다. 2045년이면 내가 일흔 다섯 살. 지금 평균 수명이 80세 정도이고, 그 때가 되면 130세 까지도 살 수 있다고 하니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살아서 맞이할 수 있는 해다.

이 책에는 2045년의 모습을 매유 타당성 있게 그려 놓았다. 모든 단락이 A파트와 B파트로 나뉘어져 있는데 A파트에서는 미래에 펼쳐질 세상을 예견해 놓았고, B파트에서는 A파트의 상황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적극적인 전략을 소개하고 있다. 커다란 목차를 살펴보면 이렇다.

Part1 A 늘어나는 수명, 희미해지는 인간의 경계

Part1 B 삶과 사랑과 죽음이 뒤바뀌는 한국의 미래

Par2t B 인공지능과 로봇에 빼앗기는 일자리의 대안

Part3 A 지구를 들끓게 하는 온난화의 심각성

Part3 B 가장 뜨거운 미래 산업, 에너지

Part 4 미래 주요 도전과제 15

책을 읽고 난 후, 희망찬 미래에 대한 기다감에 설레기보다는 무서움이 앞선다. 모든 인간에게 칩을 이식하여 건강을 체크하고 몸이 불편하지 않아도 기능이 좋은 팔이나 다리를 이식할 수 있다고 한다. 그래서 인간과 로봇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순수 인간을 고집하는 사람들이 원시부족처럼 남아 인간들과 대치하게 될 수도 있다고...  영화 '데몰리션맨'에서 원시부족이 지하에 숨어살고 있는 모습이나 소설 '멋진 신세계'에도 원시부족이 나오는 것처럼 이런 것들이 현실로 다가올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섬뜩해진다.

-이처럼 다양한 신체 관련 과학기술은 수십 년에 걸쳐 발전하며서 당연하게 인식될 것이다. 더구나 지구 환경 측면에서 인간이 살기 적절하지 못한 지역이 넓어질수록 기계 이식은 더욱 보편화되어 굳이 몸이 불편하지 않은 사람들 역시 생존을 위해 기계 이식을 선택할 것이다. 인간과 기계의 구분이 모호해지는 융합 시대가 오는 것이다. 2100년에는 전 세계적으로 사람과 기계의 융합이 일어나 트랜스휴먼이 보편화된다. 반면에 자연 상태를 유지하는 인류도 있어 마치 원시의 생활습관을 유지하는 아프리카나 아마존이 토착민들처럼 고립되고 주류사회와 갈등을 일으킬 수도 있다. (p79)-

-2040년이 되면 결혼제도 자체가 소멸할 수 있다. 일자리를 찾아 세계를 이동하며 살게 될 미래에는 가족을 만들 여력이 없거나 관심이 없어지며서 결혼 대신 상황에 맞게 생산, 사랑, 생활 등을 공유하는 파트너십이 활성화된다. 특히 평균수명이 120세를 넘어서는 시점에서는 한 파트너와 100년을 함께하는 삶이 인위적으로 불가능해질 수 있다. (p93)-

또한 미래에는 로봇에게 거의 모든 직업을 빼앗긴다고 한다. 책 속에 소멸될 것으로 보이는 직업을을 나열해 놓았는데 거의 모든 직업이라고 해돠 과언이 아니다. 그나마 희망적인것은 지금까지 직업이 하나 소멸할 때마다 인터넷관련 직업이 2.6개 생겨났다고 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 낯선 직업에 발빠르게 적응할 수 있을지가 의문이다.

교육의 개념도 지금과 달라질 것이라 한다. 교사라는 직업도 거의 사라지고 인터넷 교육이 일반화 될 것이며 빠르게 변하는 세상 탓에 3,4개월 단위로 새로운 교육을 받아야 한다니... 참 따라가기 힘든 세상이 되겠다.

-대기업을의 새로운 산업에 대한 관심은 첨단 분야의 전문가에 대한 수요를 촉발한다. 따라서 취업을 준비하는 대학생들과 대학은, 기초적인 이론이나 옛 지식을 배우고 가르칠 게 아니라, 미래에 주목받을 산업을 예측하고 관련 기솔울 준비할 필요가 있다. 문제는 기존의 대학들 대부분이 이런 신기술을 가르치기 힘든 환경이다. 대학에서 한 가지 학문을 깊이 있게 2~4년을 들여 가르치는 동안 세상이 변해버린다. 사회의 빠른 기술 변화를 따라가려면 약 3,4개월의 훈련으로 신기술을 배울 수 있는 새로운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p193)-

한 가지 희망적으로 보이는 것은 교통수단이다. 무인 자동차가 일반화 되어 운전을 할 필요가업으며 교통사고도 크게 줄어들고 지금의 넓은 도로를 크게 줄여도 효율적이라고 한다. 20년 장롱면허인 나에게는 희소식이다. 슬슬 운전을 배워봐야 하나.. 했는데 2045년까지 버텨 무인자동차를 타는 게 낫지 않을까 싶다..ㅎㅎ

이 책에서 가장 중요하게 다룬 것은 지구 온난화의 심각성이다. 지구의 평균 온도가 1도 높아지는 것은 이제 피할 수 없는 현실이 되었고, 더 이상 높아지지 않도록 모든 노력을 기울이자는 이야기다.

정말 이 책에서 예견한 대로 지구의 미래가 흘러갈 것인가. 어쩜 기술은 있지만 윤리적, 경제적 부분을 고려하여 법제화 하거나 상용화하는 것을 자제할 수도 있을지 모른다. 2045년이면 나는 할머니가 되겠지만 우리 딸은 45세, 지금의 내 나이다. 한창 때인 딸이 살아갈 세상이라고 생각하니 지금 우리가 매래의 길을 바르게 닦아놓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허삼관 매혈기>를 아주 감명깊게 읽은 터라 위화의 작품이라는 데에 무한 신뢰를 갖고 선택한 책이다. <허삼관 매혈기>와 같은 유머와 위트는 없었지만 살아간다는 것에 대해 생각해보게 하는 소설이다.

민요를 수집하는 주인공이 '푸구이'라는 노인을 만나 그의 인생 이야기를 듣는 것으로 시작된다. 푸구이는 낯선 사람에게 자신의 파란만장한 인생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푸구이는 젊은시절 부유한 가정에서 자라 결혼 후에도 여색과 도박을 일삼는다. 그러다 집안의 재산을 몽땅 날리고 만다. 하지만 인생살이 새옹지마라고 그의 재산을 모두 앗아가고 집까지 차지한 룽얼이 부르조아로 몰려 죽음을 당하게 된다. 재산을 날리지 않았다면 그 죽음은 푸구이의 몫이었을 것이다. 더구나 재산을 잃고부터 정신을 차려 제 처자식을 건사하는데 힘쓰게 되었으니 인생살이 참 알수 없는 것이다.   

이때부터 중국의 근대사의 물결을 타고 푸구이 집안의 굴곡진 삶이 펼쳐진다. 힘든 환경 속에서도 끝까지 가족을 지키려 했지만 인생이 이리 혹독할 수 있을까. 아들 유칭, 딸 펑시, 아내 자전, 사위 얼시, 손자 쿠건, 그리고 애증이 엇갈리는 전우 춘성까지 모두 그이 곁을 떠나고 만다. 이런 혹독한 인생이지만 그 운명에 순응하며, 때론 맞서가며 꿋꿋하게 살아남는다.

저자는 서문에서 이렇게 말했다.

'작품의 원제 '살아간다는 것'은 매우 힘이 넘치는 말이다. 그 힘은 절규나 공격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인내, 즉 생명이 우리에게 부여한 책임과 현실이 우리에게 준 행복과 고통, 무료함과 평범함을 견뎌내는 데서 나온다./

글을 쓰는 과정에서 나는 깨달았다. 사람은 살아간다는 것 자체를 위해 살아가지, 그 외의 어떤 것을 위해 살아가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엊그제 카카오스토리에 올라온 법륜스님의 글이 생각난다.

누군가 삶이 무의미하다고 하자 인간은 특별한 존재이고, 인생은 특별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기 때문에 자신의 삶에 만족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오늘 아침에 눈을 떠 살아있음에 감사하고, 일할 곳이 있는 것에 감사하는 마음을 내면, 그 순간 인생이 행복해지고 특별한 존재가 된다고...

소설의 앞부분에 이런 대목이 있다.

노인이 소를 앞세워 밭을 갈며 소를 향해 고함을 지른다.

"얼시!, 유칭!, 게으름 피워선 안돼. 자전! 펑샤! 잘하는구나. 쿠건! 너도 잘한다."

주인공은 소의 이름이 이렇게 여러개 인지 의아해서 묻자 노인은 이렇게 말한다.

"소가 자기만 빝을 가는 줄 알까 봐 이름을 여러개 불러서 속이는 거지. 다른 소도 밭을 갈고 있는 줄 알면 기분이 좋을 테니 밭도 신나게 갈지 않겠소?"

소설을 읽고 보니 푸구이라는 소의 이름은 자신의 이름이고, 연거푸 불러대는 이름은 가족들의 이름이다.

노인도 혼자 사는게 아니라 가족들이 같이 살고 있다고 자신을 속이며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닐지....

위화는 말한다.

"모든 독자는 문학작품에서 지기가 일상에서 느껴온 것들을 찾고싶어 한다. 작가나 다른 누군가가 아니라 바로 자기가 느껴온 것 말이다. 문학의 신비로운 힘은 여기서 나온다. 모든 작품은 누군가가 읽기 전까지는 단지 하나의 작품일 뿐이지만, 천 명이 읽으면 천 개의 작품이 된다. 만 명이 읽으면 만 개의 작품이 되고, 백만 명 혹은 그 이상이 읽는다면 백만 개 혹은 그 이상의 작품이 된다."

아마도 백만, 천만 개의 인생들이 이 소설을 읽고 백만, 천만 개의 문학을 탄생시키고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