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읽은 강상중의 ’고민하는 힘’이라는 책에서 오늘날의 ’청춘’은 무언가 치기어린의 뜻이 되어버려 사람들이 말하기를 꺼려한다는 식의 문장을 읽었는데, 일본에서 청춘이란 그런 의미로 받아들여지고 있나 싶어 우리와는 좀 다르다는 인상을 받았다. 사실 내가 생각하는 청춘이라는 단어는 무언가 풋풋함, 열정, 기대, 무모하지만 시도할 수 있는 시기라는 이미지가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막상 그 부럽고, 기대되고, 설레던 청춘의 중심에 내가 있다는 생각은 한번도 해보지 못했던 것 같다. 그만큼 나의 청춘은 내가 생각해오던 이미지와 달랐나보다. 때때로 가혹하기 짝이 없는 인생의 행로 앞에서 주먹을 불끈쥐며 아무리 긍정적인 힘을 기르자 외쳐보아도
1시간 후엔 1시간 전과 다름없이 초라한 나의 모습에 방황하는 내 영혼을 보며 주체할 바를 몰라하던 것도 부지기 수다.
그러던 차에 나는 ’아프니까 청춘이다’라는 지극히 위로가득 담긴 제목의 책을 발견하게 되었다. 방황하는 나의 영혼을 달래기 위해 내가 읽었던 그 수많은 책들은 이미 내 기억 어딘가에 폐기 처분된지 오래라 이 책을 보고도 읽어야 겠다는 생각은 하지 못했는데
서점을 나와 다니면서도 책제목이 머리속에서 맴돌아 결국 예전의 책들이 약발이 다했다는 위로를 하며, 책을 사 읽었다.
위로받고 싶은 마음 한편으로는 너무나 당연한 또 한편의 자기 계발서를 읽게 되는 건가하는 의구심이 함께 들었다. 책의 메세지는 명확하지만 내가 읽은 것은 자기 계발서가 아니었다.
’젊음은 젊은이에게 주기에는 너무나 아깝다’는 조지 버나드의 쇼의 말이 눈길을 잡는다. 그래 나도 내게 주어진 젊음이라는 것이 때론 아깝다고 생각될 때가 있다. 어디에 어떻게 잘 쓰는지 짐작조차 못하고 있을 때마다 불안감에 사로 잡힌다. 버나드 쇼가 저런 말을 남겼을 이전시기에 제발 깨닫게 되기를 바랄 뿐.
이 책은 우리의 80인생을 24시간이 흐르는 시계에 비유하며 시작한다. 이 비유를 읽고 나서 며칠동안 아침에 집을 나설때마다 나는 이제 불과 지금 출근하는 시간대 만큼 살아온 것이라는 인식을 무의식적으로 하게 된 것 같다. 의외로 이런 비유는 인생의 조급함을 느끼는 사람들에게 편안함을 주기도 한다. 아직은 긴 여분의 시간이 있으므로.
법정스님의 책 중에 ’제비꽃은 제비꽃답게 피면 그만이지 개나리처럼, 벚꽃처럼 피면 꼴불견이다’는 글이 생각난다. 누구와 비교하지 말고 자신만의 향기를 피워라는 뜻으로 받아 들였다. 이 책의 저자도 이와 비슷한 말을 한다. 물론 이번엔 시기다. 누가 먼저 일찍 꽃피웠는가 조바심을 낼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벚꽃과 개나리와 봉숭아와 국화는 피는 시기가 다르니까. 누구나 그렇듯 나도 남보다 일찍 핀 매화나 봄의 개나리, 진달래와 같은 사람이 되고자 했다. 일찍 꽃피우고 싶었다. 그러나 저자의 말마따나 꽃이 피는 시기는 저마다 다르다. 제 계절에 피지 않으면 얼어 죽을 수도 있고, 열매를 맺지 못할 수도 있고, 아름답게 만개 하지 못할 수도 있다. 인간도 이런 자연의 이치에 부합되리라는 생각을 저자가 일깨워 주었다.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으며 멘토가 되어 주고 있는 저자의 글들은 먼저 인생을 산 선배의 폼잡은 훈계가 아니다. 적절한 비유와 그의 청춘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마음들이 나의 부정적이고 의기소침했던 생각들을 어루만져 주었다. 구구절절 내가 느꼈던 인생의 좌절감들을 쓰다듬어 주되 모난 말로 상처주지 않는다. 그래서 깊게 자신을 제대로 바라보라는 지극히 당연한, 그러나 잘 와닿지 않는 말들도 결국은 내가 나를 잘 모르는데 거창한 인생의 답을 찾으며 헤매는 것은 순서가 뒤바꼈다는 생각을 들게 한다.
새로운 시작과 끝을 알지 못하는 또다른 미로로 접어드는 시절, 2월의 끝자락. 대학가에는 졸업과 입학이 앞서거니 뒷서거니하며 수많은 젊은 청춘들의 고뇌와 꿈을 담은 입김들로 가득찰 시절.
대학시절에 충분히 고민했고 충분히 열심히 살았다고, 그러니 나도 보상을 받을 것이라고 막연히 생각했다. 그로부터 몇년이 지난 나는 수없이 길가에 넘어져야 했다. 비참했다. 깨진 내 얼굴이 부끄러웠던게 아니라 넘어진 행위가 부끄러웠던 것이다. 저자는 ’만원짜리가 구겨진다고 만원이 아닌 건 아니다. 고 했다. 만원이 천원이 되지 않는다고. 위로 받았다. 그의 저말에서. 그래서 절.대.로 자학하지 않겠다고. 문도 두드리지 않으면 그저 벽일 뿐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