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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지의 여행은 세간에 널리고 널린 수많은 여행서와 달랐다. 하나의 길위에 있는 작은 먼지로서의 글쓴이의 여행은 온전히 자신을 잊은 것이자 또한 자신을 찾아가는 여행이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왜 여행을 하는가?’라는 질문엔 다양한 답이 있을 수 있을 것이다.
새로운 견문을 넓힌다든지, 원하는 장소에 원하는 물건을 얻기 위한 것이라든지, 진정한 자신의 모습을 찾는 것이라든지...

먼지는 20대 백수의 흔하디 흔한 고민의 한자락에서 여행을 결심한다. 그는 서울에 찾아온 ’시간과 장소와 돈에 구애되지 않는 한 자유로운 영혼’들을 만났고 그것이 자신을 길위의 먼지로 올려놓는 계기가 된다.

이까지 쓰고 보니 나는 다시 앞에서 한 말을 정정해야 할 필요가 생겼다. 이것은 어쩌면 여행서가 아닌지도 모른다. 하지만 여행은 다양한 목적이 있으므로 이것도 여행서일 수 있겠지.

먼지는 한국-일본-인도-네팔-중국 등을 거쳤다. 그의 대부분은 인도의 길 위에서 머물렀지만 한국으로 다시 돌아오는 길까지 그의 여행의 원칙은 변하지 않았다.

과연 돈없이 여행이 가능한가? 가능했다. 그것이 때로는 그를 먼지같은 존재로 만들어 버릴때도 있었고 더 없이 자유롭게 만들때도 있었다. 과연 ’무전’의 여행을 꿈꾸는가? 읽어보니 여기에서 ’무전’은 그리 중요치 않았다. 먼지가 길위에 만난 사람들 중에서 그를 가장 이해하지 못한 것은 그곳의 사람들이 아니었다. 먼지의 여행을 이해하지 못하는 자는 ’또다른 여행자’들과 ’그의 가족’이다.(물론 먼지를 이해하는 함께하는 여행자가 더 많았기에 그의 여행은 가능했다)

예전에 류시화님이 쓴 인도여행기가 떠올랐다. 노프라브럼을 입에 달고 사는 릭샤꾼, 네것이 곧 내것이라 남의 것을 가져도 미안함보다 고마움을 내것을 잃어도 그것은 곧 네것이 되는 안타까움이 덜한 인도인의 삶을 느낄 수 있는 책이 었던 것 같다. 먼지의 주변엔 이런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 많았던 것 같다. 같은 눈과 같은 마음으로 이해할 수 있는 이심전심이 통하는 먼지의 여행은 그래서 멋져 보였다.

친구는 이 책을 나에게 전해주면서 ’울컥’했다고 했다. 나는 처음엔 불편했고 나중엔 그럴 수 있구나 하고 신기해했다. 이런 여행을 하고 싶다라는 생각보다 이런 여행자가 있구나 그래서 좀더 세상의 한 모퉁이가 둥글게 편안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이 책을 덮으며 이 책은 여행서가 아니라 치유서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어느 고승들의 말들처럼 따뜻하고 시원한 울림이 있다.
위로 받고 싶을 때 내마음에 ’먼지의 여행’을 허락해 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