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여행을 앞두고 친구가 필리핀에 관한 여행기를 사기 시작했다. 물론 필리핀 여행은 아직 멀고도 멀었지만. 그 덕에 
나로서는 모르고 지나칠 법한 새로운 책을 또하나 접하게 되었다.
언젠가 어떤 선생님이 ’유럽과 아시아를 동시에 느끼고 싶다면 가까운 필리핀으로 가라’고 말씀하셨는데  필리핀에 대한 막연한 관심은 그때부터가 아니었나 생각된다.  요즘엔 우리 사회도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로 넘실거려 피부색과 생김새가 다른 사람들을 내가 사는 시골마을에서도 종종 볼 수 있다. 아니 어쩌면 국제결혼, 이주 노동자들을 더 많이 볼 수 있는 곳이 시골일 것이다. 그 중에 동남아시아 사람들을 종종 볼 수 있고,  그 중에 영어를 쓴다는 필리핀인들도 종종 볼 수 있다.  그래서 막상 가까운 아시아 국가의 일부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지도를 찾아보면 우리나라에서 제법 멀리 떨어져있다는 사실에 많이 놀라게 된다. 그곳을 내가 곧 가게 되는 것이다. 

다시 책의 내용으로 돌아가면. 필리핀 여행기가 있다는 사실에 한번 놀랐고, 조금만 더 주의깊게 살펴본다면 이것은 여행기가 아니라 생활기라는 사실에 또 한번 놀랄 수 있다. 마닐라라는 이름은 정말 매번 바닐라를 떠올리게 한다. 정확히 ’마닐라’라는 것이 필리핀어로 어떤 뜻을 가지는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바닐라의 유사발음으로 인해 달콤하고 향긋한 이미지로 떠오르는 것은 사실이다.

영어를 배우기 위해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저자는 필리핀으로 떠난다. 아 쉽지 않은 결정일텐데... 그 결단력만큼에는 박수를 보내고 싶다. 영어를 배우기 위해 마닐라행을 택하면서도 저자는 무엇가를 준비하고 떠난 것은 아닌듯 좌충우돌의 신고식을 치르고  그 과정에서 필리핀 생활을 지탱해줄 벗도 만나게 된다는 이야기에서. 여행은 정녕 이런 과정을 겪는 것이 묘미인가...하는 생각도 해보았다.  아무튼 저자는 결코 파릇파릇한 나이는 아니라도 젊음을 무기로 몸을 던져 낯선 곳에서 장기간의 생활을 한다는 점에서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막상 생활기인데 생활기라는 느낌은 잘 들지 않았고, 저자의 ’필리핀에서 만난 사람들’에 관한 에피소드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필리피노들의 여유있는 사고 방식, 막상 접하면 답답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지만 우리나라 사람들과는 전혀 다른 관점에서 생활의 자세를 가지는 그들을 한번 직접 체험해 보고 싶은 마음도 든다. 

가서 꼭 택시기사에게 속지 않을 것이다. 미터기를 꼭 확인한다.는 가슴에 새기고 가겠다. ^^
마닐라의 바닐라향까지는 아니지만 이런 이야기를 담은 곳이 더 많이 나타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2011.2.28
집으로 오는 길에 서점에 들러 굿모닝팝스 3월호를 샀다.
굿모닝팝스 듣지 않는 동안 포맷이 좀 바뀌었고, 여전히 쉽게 다가 갈 수 있을 듯한 구성이다.
이번달에는 얼마나 열심히 들을지.나의 의지를 시험.

꽃집에서 새롭게 맞이한 제라늄과 함께 열심히 영어 공부를 할 것이다!
새로 시작하는 느낌으로 3월도 gogo.

2011.2.25

누군가는 행복해지려 애쓰지 마라는 제목의 책을 썼던데, 그래도 참으로 행복해 지고 싶은 나는 지리산 행복 학교라는 
책을 보고 솔깃해져 잠시의 고민도 없이 샀다. 
물론 이 책을 고르는데 주저하지 않을 이유는 첫째 '공지영'이라는 저자와  둘째 '지리산'이라는 장소와 셋째 '행복'이라는 
내가 좋아할 만한 요소들이 모두 갖추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공지영이라는 작가의 작품에 대해선 문학적으로 뭐라고 논할 만큼의 식견은 없다. 꼭 그럴 필요도 없고, 이 책은 소설도 
아니다. 하지만 최근 그의 작품에서 나는 많은 위로와 용기를 얻는다.  일명 '꽁지'작가의 글을 수박 겉핡기 나마 읽어온 
나같은 독자가 느끼기에 그녀에게 과연 나는 너를 응원할 것이다와 지리산 행복 학교라는 글의 제목을 상상할 수 있나 싶기도 했다.
그녀의 예전 작품에는 늘 상처받은 한 사람이 있었고, 그것이 치유되었다는 느낌을 느낄 수 없으며, 어딘지 먹먹하고 뒤틀린 듯한 느낌으로 책을 덮었던 기억으로 남아 있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지리산으로 거처를 옮긴 소위 인텔리들의 새로운 지상낙원 같은 인상을 받았다.  언제나처럼, 누구나처럼 도시적 삶의 최전선에서 살았던 이들이 정반대되는 산골짜기로 옮겨 인간으로서의 삶을 즐기게 되는 과정은 쉽지 않았을 것이다. 문득 생각해보았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도 지리산으로....하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될 것인가. 나같이 번잡한 도시적 삶을 싫어하지 않는 사람조차도 지리산의 삶은 매력적인데 분명 귀향과 귀농과 도시를 떠난 한적한 삶을 꿈꾸는 사람들은 많을 것이다. 그러나 꿈꾸는 것과 행동으로 옮기는 것은 분명 큰 차이가 있다. 그런면에서 그들의 삶은 행동하지 못하는 자들의 동경이다.

느림의 미학을 아는 버들치 시인과 낙시인, 고알피엠여사(고알피엠여사의 캐릭터는 지리산 행복학교의 등장인물 중 가장 흥미롭게 느껴졌다). 그리고 몸은 서울에 담그고 마음의 안테나는 언제나 지리산으로 내뻗고 있는 공작가의 하모니는 읽는 내내 즐거움을 선사해준다. 공작가의 글을 읽고 킬킬 웃을 수 있다니. (쉬운 일은 아니지 않은가 - -;)

이 책에 수록된 지리산의 사진들만 보아도 저만치 있는 봄내음을 미리 맡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