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 쓴다는 것은 어떤 것인가? 그것은 무슨 행위인가?
사람은 어느 순간 문득 가슴 속 깊은 곳에서 뭉실 거리며 모여드는 어떤 이질감을 느끼게 만드는 감정, 감상들을 손쉽게 말로 행동으로 태도로 표현해 냄으로써 그것들을 가슴에서 털어버린다. 하지만 시인은 작가는 그것들을 쉽게 털어버리지 않는다. 그 뭉글거리는 연기 같은 것들을 더욱 압축하고, 정제하고, 다듬어서 결국 한 방울의 액체가 될 때까지 가슴 속에서 쥐어짜낸다. 그리고 그것을 하나의 말로, 하나의 단어로 종이 위에 뱉어낸다. 그런 것이 바로 시가 된다.
머리에 떠오르는 대로 생각나는 대로 글은 쓰여지지 않는다. 어떤 글이 한 순간 쓰여진다 하더라도 그것은 오랜 고통의 오랜 각고의 노력 끝에 정제 된 무엇이 한 순간의 말로 글로 변하여진 것이다. 그렇기에 시인은 인내심이 강하다. 시인은 매 순간 죽음과 같은 고통 속에서 산다. 그만한 고통과 절제가 없다면, 압축된 한 없이 압축되어 극한의 밀도를 가진 언어는 튀어나오지 않는다. 그것이 시를 쓴다는 행위다.
난 시인이 아님에, 그 고통의 감도를 체험할 수가 없다. 난 아직까지 글을 쓴다는 행위의 피상적인, 막연한 고통만을 상상할 뿐이다. 하지만 몇몇 글들에서 몇몇 희곡에서 몇몇 시들 속에서 쉽게 쓰여지지 않았다고 외치는 글들이 남긴 자국을 본다.
창조는 파괴 뒤에야 찾아온다. 붕괴 뒤에야 혁명이 가능하다. 시를 쓴다는 것은 지금 서 있는 저 높은 탑들을 모조리 부순 뒤에, 그 잔해들을 들고서 다시 새로운 탑을 쌓는 것일 것이다.
내 이런 막연한 상상이 시인들에게 누가 되지 않을까 염려한다.
수라
거미새끼 하나 방바닥에 나린 것을 나는 아모 생각 없이 문밖으로 쓸어버린다
차디찬 밤이다
어니젠가 새끼거미 쓸려나간 곳에 큰거미가 왔다
나는 가슴이 짜릿한다
나는 또 큰거미를 쓸어 문밖으로 버리며
찬 밖이라도 새끼 있는 데로 가라고 하며 서러워한다
이렇게 해서 아린 가슴이 싹기도 전이다
어데서 좁쌀알만한 알에서 가제 깨인 듯한 발이 채 서지도 맛한 무척 작은 새끼거미가 이번엔 큰거미 없어진 곳으로 와서 아물거린다
나는 가슴이 메이는 듯하다
내 손에 오르기라도 하라고 나는 손을 내어미나 분명히 울고불고할 이 작은 것은 나를 무서우이 달어나버리며 나를 서럽게 한다
나는 이 작은 것을 고이 보드러운 종이에 받어 또 문밖으로 버리며
이것의 엄마와 누나나 형이 가까이 이것의 걱정을 하며 있다가 쉬이 만나기나 했으면 좋으련만 하고 슬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