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향에 대한 명시는 구체적인 사실에 대한 열거가 아니다. 그것은 태도의 문제다 작가 혹은 화자는 그의 작품 속에 이미 그의 태도를 나타내고 있다. 그것은 책의 결말에서 굳이 자신의 입장을 말과 사건으로 표현하고 있지 않다고 하더라도 마찬가지다. 사건에 대한 비판의식이 없다면 그것을 사건으로써 극을 구성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는 여기서 하나를 잊지 말아야 한다. 작가가 보여주고 있는 입장을 넘어서서 우리는 스스로의 입장 또한 표명해야 함을 말이다. 이것은 사실 속에 숨어 있는 그의 지향을 읽어내야 함이고, 그 이후 있을 방향 또한 읽어내야 함이다.
'나는 무엇을 알 수 있는가?
어떤 희망이 허락돼 있는가?
그럼 결국 나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역사의 허무를 비판한다. 역사 속에는 단지 권력만이 담겨 있을 뿐이라고 말한다. 그렇다 역사에 매달려 얻을 수 있는 것은 이미 지나간 시간 속에서 권력이라는 것이 어떤 방시으로 자신의 모습을 형상화시켜 놓았는가를 볼 뿐이다.
비관이란 절망이라는 말일 것이다. 비관을 통해서 흔들리지 않을 주춧돌을 발견할 수 있다면, 그리고 내가 그럼에 무엇을 할 수 있는가를 알 수 있다면 그것은 의미를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시간은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포함하는 단어다.
시간이라는 큰 범주에 묶여 있음에도 이 세 단어의 의미는 사뭇 다르다.
과거는 지난 시간을 의미하며 사람에게 다양한 의미를 부여한다.
사람은 과거에 매달리며 과거를 변화시키고 싶어한다. 여기서 과거는 내 시간만을 의미한다. 나의 과거는 타인과 공유할 수 없는, 나만이 가지고 있는 시간일 뿐이다. 그것을 타인에게 강요하는 것은 고집이고, 아집이다. 그렇기에 타인과 공유되는 시간인 '지금'을 살라는 명제를 지켜내는 것은 쉬운일이 아니다.
그렇다. 그것은 정말 쉬운일이 아니다.
하지만, 그것은 아직 알 수 없는 어떤 의미를 찾게 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