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연쇄살인.

 

아오 머리 아프다. 처음 몇 페이지까지는 새로운, 듣도 보도 못한 잔인한 살인과 인간에 대한 분석에 대해서 사실 조금 흥미를 느끼기는 했다. 그런데 중반을 넘어가고 점점 책을 읽어 가다보니 머리가 아파오기 시작한다. 인간에 대한 구역질이 나기 시작하면서, 내 주변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이런 무차별한 폭력에 대해 안전하지 않다는 사실을 느끼게 되면서, 난 무서워졌다. 그리고 머리가 더욱 아파온다.

 

연쇄살인은 우리 나라에서 생각보다 많이 일어났다.

평균 2-3년에 한번 꼴로. 이 수치만을 놓고 보면 별로 심각하게 와닿지 않는 수치이지만, 이 살인이 무서운 이유는, 이유가 없다는 것 때문이다. 사람이 사람을 죽일 때는 어떤 원한이나 이익을 위한 것이 대부분이다. 우리 나라에서 년간 벌어지는 1,000건의 살인 사건의 대부분이 이러한 유형에 속한다고 한다.

 

그래 내가 죽어야 할 이유가 있다면 그나마 납득할 수 있을 것이다. 이유를 안다면 최소한 조심할 수는 있고, 그것을 방지할 수도 있을 테니까. 하지만 연쇄살인에서는 피해자를 선택할 때 별다른 이유가 존재하지 않는다. 그냥 정말 재수가 없기 때문에... 잔혹한 살인의 대상이 되는 것이다. 재수가 없기 때문에 똥을 밟았다거나, 껌을 밟았다거나, 지나가는 사람과 어깨를 부딪힌다거나 하는 것이 아니다. 재수가 없기 때문에 나와 내 주변의 사랑하는 사람들이 언제 어떻게 누군가에 의해서 살해될 수 있다는 것은 공포다.

 

우... 머리가 아파온다.

삶을 긍정적으로 열정적으로 받아들여야 할 터인데, 점점 무거워지는 것 같아 심히 괴롭다.

 

한국전쟁이라는 한국 현대사를 난 스물 중반이 되도록 제대로 알고 있지 못했다.

그냥 그런 전쟁이 있었다더라 하는, 공산당이 쳐들어와서 국군이 고생했지만, 결국 미군의 도움으로 적을 무찌를 수 있었다 하는 정도.

 

하지만 그 전쟁은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 종전이 아닌 휴전상태의 국가. 그리고 아직도 그 전쟁을 겪은 당사자들이 살아남아 있음에도 거의 이야기되지 않는 전쟁. 그것이 한국전쟁이다.

 

한국전쟁에 대한 이야기를 찾아가다보면, 내 또래의 사람들에게는 거의 알려지지 않았던 슬프고 비극적인 사건들을 난 대면하게 된다. 난 그 사건들을 쉬이 지나칠 수가 없게 된다. 많은 사람들이 죽었다. 이유없이, 영문도 모른채. 그리고 그들의 죽음에 이유조차 제대로 남겨주지 않고 임무를 수행했던 저승사자들은 여전히 침묵하고 있다. 최소한 죽음에 의미와 이유라도 주었다면 좋았을 것을... 최소한의, 단 하나의 이유라도...

 

이 책은 네 명의 프랑스 종군 가지가 한국전쟁을 바라보면서 쓴 책이다.

그래서 조금은 객관적으로 "전쟁"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그래 한국전쟁이 내가 한국 사람이기에 나에게는 특별한 전쟁이겠지만, 다른 나라의 사람이 보기에는 그냥 또 하나의 "전쟁"이었을 뿐일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의미가 축소됨에도... 결국 "전쟁"이라는 것은 수많은 이유 없는 죽음을 만들어내는 재난이고, 그들의 이유 없는 죽음은 결국 아픔으로 그리고 또 다른 사람들에게는 지워지지 않는 흉터가 되어 오랜시간 남아있게 된다.

 

나도 말해야 한다는 책임감을 느낀다.

사이코패스(psychopath)

공연을 위해서 읽기 시작했다.
사이코패스(psychopath)는 사이코시스(psychosis)와는 다르다.
우리가 알고 있는 속칭 미친놈을 의미하는 단어가 후자, 사이코시스이고 전자는 미친놈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정상적인 판단을 할 수 있고, 자신의 행동을 책임질 수 있는 정신상태이지만, 어떤 영역이 제대로 동작하지 않는 정신적인 상태를 의미한다.

 

다시 말하면 사이코패스는 무책임하다. 자신의 행동이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분별할 수 있지만, 그리고 그 행동이 타인에게 어떤 물리적, 정신적 피해를 입힐지 알고 있지만, 그럼에도 자신의 욕망을 조금도 참지못하고, 타인에게 그러한 행동을 자행 할 수 있는 그러한 정신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을 의미한다.

이것은 후천적이라기 보다는 선천적인 영향을 더 많이 받는 정신병질이라고 한다.

책은 조금 쉽게 이 사이코패스라는 것을 설명하고 있다. 또 조금은 자극적으로.
대부분 연쇄살인범들의 경우 이러한 사이코패스라고 한다. 하지만 꼭 살인범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우리 주변에는 이러한 사이코패스가 종종 존재한다고 한다. 이들은 자신의 욕망을 위해서 타인을 희생시키고, 그들을 이용하고, 많은 상처를 줄 수 있는 존재이기에 이 책에서는 매우 조심해야 한다고 이야기 한다.

 

가끔 어떤 사람들을 보면서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행동들 때문에 혼란스러웠던 적이 있다.
대부분의 행동은 이해할 수 있었지만, 어떤 사람들의 행동들은 도저희 이해할 수가 없었다.
타인과의 사이에서 작은 타협조차 하지 않는 사람들이라... 그리고 결국 더 많은 것들을 요구하는 사람들이라.

이 책에서는 사이코패스를 반드시 피해야하고 조심해야할 이 사회의 소수의 위험요소라고 이야기 하고 있지만, 글쎄 그것이 과연 소수일까?
많은 사람들이 이러한 개인적인 욕망을 추구하는 부분에서 주변을 돌아보지 않는다.

그들은 내가 보기에는 사이코패스와 별반 차이가 없어보이는데...

나만 그렇게 생각하는 것일까?
이런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