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 한 외국 단편드라마를 본 기억이 있다.

'톰의 오두막'인가 뭐 그런 제목이었던 거 같은데, 흑인노예를 다룬 내용이었던 걸로 기억된다. 근데 굉장히 따뜻하고

인간애가 흐르는 드라마영화였던 거는 같은데 너무 오래전이라 사실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그럼에도 그 따뜻한 이미지

만은 마음에 긴 여운으로 남아있다. 참 대단하지 않은가. 내용도 기억나지 않으면서 머리 속 잔상으로 남은 어렴풋한 느낌

을 아직도 간직하고 있다니 말이다. 나는 액션도 좋아하고, 로맨틱 코미디도 좋지만 이런 휴먼드라마적인 영화나 소설을

참 좋아한다. 매섭고 추운 겨울날에는 따뜼하고 보송보송한 이불속이 간절하듯이, 일종의 귀소본능인 마냥 그런 따스한

인간애가 흐르는 작품을 늘 찾고 있는 나자신을 발견한다.

 

작은 아씨들 속편 책을 검색하며 찾다가 이 책을 발견했다.

이 책을 보자, 나는 어릴 때 본 그 단편드라마의 원작이 아닐까 생각했고, 내용이 궁금해졌다(하지만 내용이나 시대가

달랐다). 사실 책표지는 별로 맘에 들지 않는다. 너무 옛스러운 느낌이랄까. 디자인하신 분에겐 미안한 말이지만 너무

구식이란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하지만 책 속 내용만큼은 정말! 감동적이다.

 

톰아저씨와 주변이웃의 사랑과 관심으로 윌리가 변해가는 모습이 참 따뜻하다. 생판 남인 톰아저씨가 공습의 위험 땜에

의무적으로 맡게 된 아이, 윌리에게 점차 마음을 열고 사랑을 쏟는 과정들은 정말 아름다웠다. 윌리의 엄마 비치부인은

정말 '괴물'같았다. 톰아저씨가 윌리를 다시 찾았을 때의 그 처참한 광경은 정말이지...얼마나 눈물을 쏟으며 읽어내려

갔던지! 마지막 엔딩은 또 어찌 그리 감동적인지! 정말 멋진 책이다.

<플란다스의 개>라는 세계명작극장 애니메이션을 보면 주인공 네로는 그림그리기를 좋아하고, 그림을 통해서

가난의 어려움과 슬픔을 이겨내고 큰 기쁨을 얻는다. 그러한 네로에게 유일한 슬픈 일은, 바로 성당에 걸려있는

루벤스의 그림을 볼 수 없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죽기전 비로소 그 명화들을 보게 되어 벅찬 감동과 위로를 받으

며 마침내 숨을 거둔다. 아 불쌍한 네로~~~ㅠ.ㅠ 나는 그 장면들이 너무나 슬프고 아팠다. 위대한 화가가 그린

아름다운 명화에 대해 어린 소년이 품는 애착심이 참 서글프면서도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이해할 수 있었다.

나  또한 그림을 좋아한다. 잘 그리는 재주는 없지만, 다양한 스타일의 그림들, 섬세하게 표현해낸 작품들을 보면

감탄이 절로 나오면서 유심히 보게 된다. 익히 봐왔지만 그게 누구의 작품인지, 어느 시대에 그려진 것인지는 모

르는 그림들은 또 어찌나 많은지...

 

몇년전에 EBS교육방송에서 방영되었던 인상파 화가들의 삶을 조명한 드라마를 본 적이 있다. 너무나 아름다운

그림들을 보면서, 그리고 그 화가들의 삶을 통해 완성되어지는 과정들이 정말 흥미진진했다. 영화 '타이타닉'에

잠깐 등장하는 작품들도 정말 멋졌는데, 모네라는 화가가 어떤 시대의 사람인지 전혀 아는게 없었다.

 

그래서 이 책이 나의 관심을 끌었다. 이 책은 명작, 화가, 도시, 예술운동, 하나하나를 주제어로 삼아 중세 유럽의

로마네스크 프레스코에서 현대 뉴욕의 그라피티에 이르기까지 천년간 제작된 예술작품들을 소개하고 있다.

이 책을 통해 세계 수많은 그림들을 다양하게 접할 수 있고, 그에 대한 해석과 시대상들을 잘 알 수 있어 참 좋았다.

나는 믿는다. 훗날 더 큰 용기가 필요할 때 지구 한 바퀴를 돌며 보고 듣고 만진 모든 것들이 훌륭한 나침

반이 돼 줄 거라고! - 프롤로그 중...

 

여.행...

여행이라는 그 단어를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뭔가 호기심이 동하고, 설레는 감정, 긴장되는 느낌을 가지게 된다.

연예인 스타들이 쇼프로를 통해 보여주는 여행지는 정말 멋지고, 근사하지만 때로는 거리감이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다. 당장 떠날 수 없는 상황이기에 그런 여행프로를 통해 대리만족을 느끼기도 한다.

그런데 '80만원으로 세계여행'이라니. 제목을 보고 호기심이 동했다. 80만원만 가지고 떠나는 세계여행이라면

대충 어떠한 여행이 될지 감은 왔지만, 읽어보고 싶어졌다.

 

14살 때 전국여행을 홀로 경험해 보면서 여행이 주는 넉넉함과 따뜻함을 경험했다는 저자. 어떻게 14살에 혼자

배낭메고 팔도여행을 떠난건지 신기하다. 손오공도 아니고...^^; 그 후, 시간이 흘러 스무살이 된 그는 1년동안의

세계여행을 떠나기로 하고, 돈도 영어도 안되지만 용감하게 짐을 쌌다. 호주의 한국식당에서부터 시작한 파트타

임 일은 한달에 수입이 200만원은 족히 되었다는데, 지구 곳곳에 발도장을 찍기 위해 지독하게 일에 매진했다니..

그러한 해외에서의 아르바이트 경험들이 정말 인상적이다. 그리고 외국친구들과 룸메이트가 되어 겪는 문화적

차이 얘기도 재밌다.

 

흑백사진과 함께 연륜과 감성이 녹아든 한비야의 여행기와는 다른 컬러풀한 사진들과 더불어 간결하고도 시원

스러운 문체가 돋보이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