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쿠나 마타타 우리 같이 춤출래? - 오소희 지음
첫 느낌은 .
1. 엄청 두껍네. 어려운 책인가?
2. 책장을 펼치면, 오! 사진이 이렇게 많을수가.
3. 가지고 다니긴 살짝 어려울지도 모르겠지만 갖고 싶다!
이 여자분. 글 참 잘 쓴다.
문득 약력을 뒤져본다.
아마도 영문학 정도일까. 방송언론학?
안 써있네.
하지만 국문학은 아닐 것 같다.
그녀는 너무나 부드럽고 말랑말랑한 문체를 쓰면서 삶의 진실을 전달해준다.
국문학 전공자는 문학적 예술성이 떨어진다는 평을 받을 것 같아 이런 글을 못 쓰지. - 예술성은 어려워야 되잖아.
이렇게 두꺼운 책을 오로지 피어나는 감성으로만 쓸 수 있다는 것이 놀랍다.
아프리카를 여행하는 것.
그것은 내겐 언뜻 생각해도 무서운 말이다.
미개한, 검은대륙. 검다는 이미지는 모든 두려움과 공포를 나타내는 듯 하다.
말라리아가 창궐하고 에이즈 환자가 넘쳐나는, 각종 식중독과 전염병이 돌 것 같은 무서운 곳.
모르는 것보다 두려운 것은 없다.
저자가 첫 장에 말했듯 나 또한 그렇게 살아갈 지도 모르겠다.
아프리카를 무서워해서 자녀에게 아프리카 만큼은 가지 말라고 하는 어머니로 말이다.
어쨌든 어머니와 아들은 함께 아프리카에 가게 되었다.
요즘 들어 어머니와 어린 자녀가 함께 여행하는 책들이 많아진 듯 하여 씁쓸한 기분을 감출 수 없다.
자신의 여행벽을 채우는 것에 당당한 것은 아직 여자 뿐인 것 같다.
'똑같이' 돈벌어서 아이와 1달 넘게 여행을 가는 것은 왜 항상 여자지?
훌훌 털어버리고 싶은 마음은 백분 이해하지만, 남편에게 많이 미안해 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게다가 세살배기 아들과 터키로 떠난 책을 내고 라오스까지 갔다가 와서 또 책을 냈어? 하면서
뭐야 계속 오지만 다니면서 아기가 아프면 어떡할려구, 그리고 남편이 불쌍해.라고 생각했건만.
하지만 생각이 바뀌는 데에는 100페이지도 걸리지 않았다.
이렇게 터질듯 자유로운 영혼이라면, 얼음물처럼 거칠 것 없는 사람이라면, 처음보는 모든 축복을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이라면.
게다가 이렇게 느낀 바를 아름답게 쓸 줄 아는 사람인데.
집에만 틀어박혀 있는 것이 죄악이 되는 사람인데.
그런 영혼을 타고난 사람인데 자신의 본성을 누가 이길 수 있으랴?
또 글을 읽으며 그녀의 아들에 대한 많은 이야기를 읽는다.
아들 중빈이에 대해서 이렇게 세세한 애정을 담아 주는 건 아이에게 이 기록을 남기고 싶어서이겠지.
"마지막 강의"에서 저자는 이렇게 말했다.
내가 일찍 죽을 것을 대비해서 돈으로 들어놓는 생명보험처럼, 아이들과의 사랑에도 보험이 필요하다고.
아이들과 이렇게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는 것을 비디오로, 사진으로 남겨놓아야만 한다고.
아버지가 곁에 없을지라도 그 추억들을 보면서 눈물짓고 웃음짓고 자신이 충분히 사랑받았다는 경험을 할 수 있도록.
그런 정신의 보험이 필요하다고 말이다.
남편의 많은 시간을 희생하는 줄 알면서도 아이에게 주려고 했던 것은 이것과 비슷할 것이다.
문득, 부럽기도 하다.
"어머니와 이렇게 사랑했던 추억이 있단다 너가 죽을 때 까지 잊지 못할 기억이란다."
말하지 않아도 느껴지는 사랑의 보험.
- 물론 끝까지 나는 남편의 희생을 담보로 하고 싶진 않다. 흠. 아직 시집 안간 처녀라 그런가. ㅋㅋ-
여행의 서두를 시작으로 크고 작은 에피소드가 이어진다.
에피소드들을 겪으면서 글쓴이가 느꼈던 감정이 열대의 습기를 타고 고스란히 전해져온다.
자유롭고 여유로운 아프리카가 축제처럼 즐겁게 때론 암흑처럼 무겁게 다가온다.
법적 제약이 없이 신뢰 관계를 통해서만 거래를 해야 되는 후진국에선 선금을 떼이기도, 사기를 당하기도, 계약 조건을 바꾸기도 쉽다.
오로지 믿을 것은 사람 뿐.
그런 어려움 속에서 여러 종류의 사람을 만나고 단시간 내에 그들의 마음을 열고, 자신의 마음을 여는 것이 대단하다 느껴졌고, 역시 새로 사귄 친구가 이기적인 인간일 뿐이였다는 것을 알았을 때에도 그를 한 번 더 이해해주는 글쓴이의 마음 씀씀이가 대단하다 여겨졌다.
여행을 해서일까.? 그 곳이 아프리카여서일까.?
그래서 누구와도 쉽게 친구가 될 준비가 되어있고, 그들의 말못할 고민을 들을 수 있는 이 사람이 대단하다.
그녀의 날개는 절대 꺽이지 않으리라.
그녀의 다음 여행을 기대해 본다.
그녀의 아들 중빈의 미래도 기대해 본다. ^^
96p_ 아프리카 사람 '바부'와의 대화에서.
바부 : 언젠가 캐나다 친구가 나를 초청한 적이 있었어요.
그 쪽 대학에 입학 할 수 있도록 모든 서류를 다 해결해 놓았죠.
하지만 떠나지 못했죠.
역시 홀어머니가 반대하셨고 저도 엄두가 안 났어요.
나 : 이해해요. 나의 이십대에도 비슷한 경험이 있었죠.
캐나다도 멀고 두려운데 소중한 사람의 반대까지 곁들여지면 두려움이 두 배가 되죠.
그래서 차라리 제자리에 머물려 소중한 사람의 청을 들어주는 쪽으로 스스로를 설득하게 되는 거에요.
그가 맞아요! 하듯 크게 고개를 끄덕끄덕 했다.
그리곤 이내 먼 곳으로 힘없는 시선을 돌렸다.
나 : 바부 어머니가 편찮으신 데가 있나요?
바부 : 아뇨
나 : 많이 연로하신가요?
바부 : 아뇨
나 : 그럼 내 말을 잘 들어요. 아들을 둔 엄마로서 하는 말이에요.
어머니가 더 늙으시기 전에 떠나세요.
어머니 곁을 지키는 것은 지금보다 훨씬 연로해진 뒤에 생각해도 늦지 않아요.
기회는 있을 때 잡는 것이 제일 좋아요.
어머니의 가치관을 존중해드리는 건 중요한 일이지만, 당신이 어머니를 존중하는 것과 어머니의 복사판으로서 원치않는 삶을 사는 것과는 다른 문제에요.
어떤 부모도 기회를 잡은 자식을 오래 원망하지 못하게끔 되어 있어요.
부모는 결국 그 자식이 행복할 때 가장 행복해지는 법이니까요.
바부의 눈이 커졌다.
자식이 두려운 선택을 앞두고 있을 때 부모가 그 두려움을 이용해서는 안돼요.
오히려 너는 할 수 있다 북돋이 주어야 하죠.
비록 부모 자신이 두려울 지라도 말이에요.
왜냐하면 부모와 자식 사이에 있을 수 있는 최악의 상황은
떨어져 사는 것이 아니라, 함께 있으면서도 서로를 더 이상 소중하게 생각하지 않고 나아가 원망하는 것이니까요.
그는 내 말이 끝나자, 스스로 묻고 대답하는 것처럼 " 그럴까요?" 했고 곧 그럴거야! 했다.
그리고 ?와 !의 거리를 좁히려는 듯 한동안 침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