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는 믿고 싶어 할 지도 모른다.

난 이 사람을 사랑해!

이런 건 내 생애 처음 느껴보는 감정이야!

이 사람을 위해서라면 모든 것을 희생할 수 있어!

이 책은 정확히 말해준다.

그런 감정은 거짓이다, NO다, 라구. 당신이 하는 모든 행위는 당신이 살아남기 위해서이다 라고 말해준다.

이 책은 철저히 자연적이고 사회론적인 진화의 관점에서 쓰여지고 있다.

진화론은 언뜻 보면 환경에 의해 지배당하는 인간의 무력함을 대변하는 듯 하다.

하지만 인간의 무력감을 느끼는 어느 순간 오히려 그 사실이 위로가 될 수 있다.

이 사람을 사랑했지만 어쩔 수 없이 보냈던 경험.

내 생애 처음 느껴보지만 어쩔 수 없이 헤어졌던 경험.

누군가를 위해 희생해야 한다고 느꼈지만 포기했던 경험.

지난 과거에 행한 일들에 대한 죄책감으로 허덕이는 당신이라면, 이 책을 읽어 볼 것을 권한다.

당신의 행동에 대한 진화론 적 원인이 여기에 있으니.

당신이 자연의 비밀스러운 진리가 과학으로 설명될 수 있다고 믿는 분이라면 이 책을 권한다.

참고로 당신이 진실로 단 하나 남은 이 세상의 로맨티스트라면 이 책의 내용만큼 당신을 분노의 정상으로 올려놓을 책도 없을 것이다.

(특히 로맨티스트 남자분이면서 인간의 고귀함을 믿는 독실한 크리스천 님들.. 읽지 마시오.. 화납니다. )

이 책은 당신에게 수천만년 동안 간직해온 비밀을 폭로해 줄 것이다.

나에게 그 비밀들은 책 한 권의 값으로 설명하기엔 실로 어마어마했다.

유레카. 랄까?

이 책에선 예의 종교적인 관점은 배제하고 철저히 과학 또는 사회과학의 관점에서 이야기를 전개한다.

여기서 인간이란 두개골 속 뇌의 크기가 좀 더 큰 사유하는 영장류일 뿐이다.

다른 영장류보다 머리의 쓰임새가 좋다. (그래서 다른 동물들과 진화과정이 조금 다르게 나타난다.)

그 외에 인간이 딱히 하늘에서 선택받은 영장류라는 근거는 없다. - 하나님의 자손이라서, 이런 거.

이 책을 읽으면서 선함을 강요받지도, 정숙함을 강요받지도, 옳은 것을 행해야 된다고, 누구처럼 되어야 한다고 강요받지도 않았다.

나 또한 대자연의 수천만개의 종들 중 하나일 뿐이니, 너의 이러한 행동들은 사회- 과학적으로 이렇게 설명할 수 있다고 책은 말해준다.

나의 행동이 예전 원시시대에는, 혹은 다른 생물에게는 이런 식으로 나타난다고 설명해준다.

온갖 도덕들을 벗어버리고 그저 0살로 태어나 70살로 죽어가는 동물이 되는 순간!

나의 행동을 수억년 전부터 진행되어온 진화론적 관점에서 설명받는 순간!

그 순간 느낄 수 있는 건 해방감이다.

도시가 답답하지 아니한가? 여기에 그 해답이 있었다.

자연이 그 해답을 주었다.

이 책의 저자 애드리언 포사이스는 하버드에서 열대생태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고 현재 워싱턴 자연사 박물관의 계통생물학자로 있다.

생물학에 정통한 만큼 이 책의 내용도 튼실하다.

7페이지에 달하는 <찾아보기> 동물의 이름이 있고, 10장에 달하는 참고문헌이 있다. 

동물의 이름은 대부분 생전 처음 들어보는 것이다.

가락지나비에서 시작해서 깃진드기, 눈덧신토끼, 돔발상어, 말코손바바닥사슴, 벌잡이새, 보넷긴팔원숭이, 북방코끼리바다표범, 산호뱀, 삿갓조개, 설탕나무, 숲쥐, 파라오개미, 포태향기 풀 등등! 아주 작은 박테리아에서 부터 거대한 코끼리에 이르기까지, 머리속으로만 상상했던 동물들이 책으로 뛰어든다.

습기 가득한 늪에 사는 식물에서부터 파도의 소리를 듣고 사는 해초류까지 그 스펙트럼이 미치지 않은 곳이 없다.

처음 듣는 생물에 대한 기술과 그들의 생태는 인간과의 연관성을 떠나 그 자체만으로도 우리의 탐구력을 자극하고 지적 갈망을 해결해준다.

게다가 그는 과학자이면서 동시에 뛰어난 서술가 이기도 했다.

이 책의 목차를 간략히 말하자면 정자들의 경쟁, 자웅선택, 남자같은 여자, 여자같은 남자, 낙태, 여자 대 여자, 오르가즘과 무기력, 체취에 의한 선택, 성전환, 근친혼과 족외혼, 처녀생식 등 실로 그 주제가 방대하다.

그 방대한 주제에 자칫 잘못하면 이야기가 엉뚱한 방향으로 빠질만도 한데, 그는 한 가지 주제에 맞는 갖가지 생물들을 잘도 엮어냈다.

그의 해박함에 탄식이 절로 나온다.

나머지 책의 내용들을 이 곳에 다 담을 수는 없을 것 같다.

하지만 이 책의 내용이 판타스틱함은 정말 이야기 해 주고 싶다.

갑갑한 생활에 지쳐버린 당신이 이 책을 읽겠다고 마음 먹은 순간 당신은 버스를 타지 않고도, 비행기를 타고 멀리 가지 않고도 진정한 자연으로 돌아갈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보고 모든 격식과 위선을 훌훌 털고, 갑갑한 하이힐과 구두를 털어버리고 자연으로 돌아가 보았으면 하는 바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