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나라 어디까지 가봤니? 라는 글귀를 기억할 것이다. 모 항공사의 광고 문구였기도 한 이것은, 이종원씨의 책 제목이다. 우리 나라 유수의 기업들과 청와대, 검찰청에서까지 여행에 대한 강의를 하고 있는 이종원씨는 여행에 대해서는 전문가이다. 테마 여행클럽을 진행하기도 하고, 여행사진을 잘 찍는 법을 책으로 쓰기도 하면서 여행에서 얻어낼 수 있는 기쁨을 세상에 알리기 위해 노력한다. 분명 여행에 대해서는 대한민국의 일등이라고 할 만한 활동량이었다. 직접 여행을 가는 것도 좋지만, 자신이 좋아해서 시작했던 여행을 사회 각계 각층의 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멋져 보인다. 

 

이 책에서는 그가 알리고 싶은 대한민국의 숨겨진 여행지에 대해서 자세한 설명과 함께 아름다운 사진을 감상할 수 있다. 그가 가르쳐주는 맛집이라든지, 2인 기준 여행경비도 톡톡한 도움이 된다. 나는 서산에 어렸을 적에 살았는데, 그가 소개해주는 갯마을 서산의 음식점 반도회관은 서산에서도 꽤 유명한 집이었다. 학교 운동회가 있는 날 선생님들을 모시고 학무모님과 이야기하던 장소의 느낌이랄까? 누군가 대접해야 할 일이 있을 때 부모님이 찾아가는 음식점이었는데 저녁 메뉴가 일인당 3만원이라고 하니, 아 조금은 고급스러운 집이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렸을 때의 기억까지 새록새록 생각하면서 책을 읽을 수 있어서 정말 좋았다. 충청도에서 살았다 보니, 충청도의 사진들에 한 번 더 눈길이 간다. 공주의 갑사라든지, 당진포구 맛기행이라든지, 태안 해수욕장, 안면도 해변길 등 모두 어렸을 적 사랑했던 여행지였다. 어렸을 때 여행하는 기억은 지금도 머리 속에 많이 남는다. 어쩌면 가장 두근두근했던 여행은 모두 어렸을 때 이루어진 것 같다. 이 책엔 나의 고향마을들 말고도, 다른 고향의 마을들도 많다. 아마 지방이 고향이신 분들은 이 책을 읽으면서 향수에 젖어갈 지도 모르겠다. 전라도, 경기도 , 경상도, 제주도에 이르기까지 온 대한민국의 아름다운 곳들이 한 곳에 소개되어 있다. 충청도에 살았지만, 내가 못 들어본 곳도 있는 것 같다. 다시말해, 이 책은 책 이름 대로 유명 여행지가 아닌 그 고장을 느낄 수 있는 숨겨진 여행지를 소개한 것이 정말 맞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서울의 성곽길에 대한 내용도 좋았다. 나는 서울에 살면서 성곽 여행과 걷기 여행에 흥미를 느껴 그에 관련된 책이 한 권 있을 정도이다. 이 책의 첫 파트에 나오는 서울 중, 창덕궁 후원, 서울 성곽 걷기여행, 장충동 족발 맛은 봐 보았다. 길상사와 광통교, 41년만에 열렸다는 숲길 우이령 둘레길도 조만간 가 보고 싶다. 가까이 있으면서 좋은 곳을 모르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유명해지기 전에 서울 내에서도 이렇게 자연의 숨결이 느껴지는 호젓한 곳이 있다는 것을 느껴보고 싶다.

 

 

 

요새들어 트위터나 페이스북에 올린 글들이 문제가 되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 이를 두고서 표현의 자유와 사회적 책임에 대해서 많은 논란의 글들이 있지만, 최근의 흐름으로는 온라인에 글을 쓰는 것 자체가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는 것이) 살얼음을 걷는 수준이다. 모욕죄, 명예훼손죄 등으로 자칫하면 범죄자가 될 지도 모르는 현실 앞에서 키보드를 두드리는 손가락은 무섭기만 하다. 법원과 검찰은 어떻게 법을 집행하고 있을까? 미디어관련된 법을 바꾸는 것은 꼭 정치인이 바뀌어야 바낄 수 있는 것일까? 궁금해진다. 또, 표현의 자유를 규제할 수 없거나 신중하게 규제해야 한다는 것이 이미 종이조각처럼 날아가버린 우리 나라의 현실, 왜 이렇게까지 되어버렸는지 궁금했다.

 

저자는 표현의 자유를 중요시하면서 첫 번째 장부터 '보호할 가치가 없는 표현은 없다' 라는 주제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인터넷에 어떤 의견을 피력했을 때, 모든 평가는 듣는 당사자에게는 모욕이 될 수 있다. 저자는 말로 타인을 모욕하는 모든 행위가 범죄라면, 국가가 국민으로부터 모욕을 받지 않을 수 있을까 하고 반문한다. 타인이 자신에 대해 의편을 표명할 때 마다 평가가 이루어지고 이는 대학입시와 취업, 연애를 할 때에도 적용되는 것인데 왜 국가를 상대로는 안 되는 것인가? 이 책에서는 대부분의 선진국들의 판례와 한국의 판례를 들어 국가모독죄로 남용될 수 있는 모욕죄라는 것을 유지하고 있는 지금의 법률을 비판하고 있다.

 

제 2장에서는 '일기조차 마음대로 쓸 수 없다' 라는 트위터, 페이스북, 블로그, 집회 등을 둘러산 검열에 대한 부당함을 호소하고 있다. 반값 등록금 촛불집회 금지라든가, 방송통신 심의위원회에서 이루어지는 공정성 심의의 비합리성, 그리고 온라인 글쓰기가 운전만큼 위험해져 버린 현 사태에 대해 사이버 망명까지 시도하려 하고 요즈음, 우리가 어떻게 숨을 쉬고 살 수 있는가에 대한 강한 비판을 하고 있다. 전반적으로 논설조의 글로서, 한장~세장으로 구성된 각각의 글들은 마치 신문의 칼럼이나 논평을 읽는 듯 하다. 저자가 '내 책에서는 내 마음대로 말할 수 있다!!" 라고 외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3장에서는 좀 더 원론적으로 들어가, 표현의 자유를 규제할 수 없음을 설명한다. PD수첩의 예, 사후 검열의 예, 한명숙 무죄 판결 등의 예를 들면서 표현의 자유와 사생활 보호의 중요성을 주장하고 있다.

 

만약 비위생적인 급식을 파헤치기 위해 몰래카메라를 들고 취재를 하고 보도를 한다면 위법일까?  거짓말로 밝혀낸 진실때문에 누군가 손해를 보았다면 그 손해는 거짓말 대문인가, 아니면 그 진실 때문인가. 저자는 '진실유포죄'가 성립되어서는 안된다고 주장한다. 진실을 밝히기 위해서 업무방해나 주거침입 혐의가 인정되면 안 된다는 것. 아직은 꿈같은 주장이지만, 개인의 자유가 좀 더 보장되어야 되는 요즈음이라고 생각했다.

이 책은 서기 189년 일본의 작은 나라 30개국을 통합해 일본이라는 나라를 건설했다고 알려져있는 히미코에 대한 이야기이다. 태양의 여신이라는 말은, 일본의 최고의 신인 태양신을 일컫는 말이다. 그런 태양의 신이 여자였다는 말이다. 이 책의 간단한 내용을 소개받았을 때에는 백제의 공주가 일본의 왕이 되었다? 는 것이, 너무 한국적인 시각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지만 결코 한국 중심적인 역사 이야기가 아니었다. 이 책은 역사라고 할 수 없을 정도로 픽션이다. 그러므로 오해하지 말고 읽었으면 좋겠다. 히미코라는 인물도 일본의 역사서에 단편적으로 등장하는 실존 인물임에는 틀림없지만, 그의 출생이나 통치 기록은 거의 없다고 하니 이 책은 그녀를 상상하며 이야기를 내 본 것일 뿐이다.

 

히미코는 왕실의 기생이 낳은 딸이었다. 아니, 낳았다고도 할 수 없다. 왕의 승은을 입어 임신을했지만, 임신을 너무나 원했던 엄마 미도리의 상상 임신이었다. 임신을 두고, 상상까지 할 정도로 집념이 강하고 목표가 있던 분이었으니, 히미코의 어린 시절이 어땠을까는 상상이 잘 되었다. 자기가 낳은 딸도 아니면서, 자기가 낳은 딸인 척 위장을 하고, 그녀에게 계속해서 일본의 왕이 될 것을 종용하는 어머니의 가르침은 히미코에게 버거웠을 것이다. 한창 밝은 마음으로 뛰놀고, 사람들에게 마음을 열여야 했던 어린시절을 히미코는 사랑을 받지 못한 채 자라났고, 그녀는 늘 왕이 되어야 한다는 어머니의 가르침만 새기고 살았다. 그런 어린 시절이 결국 그녀가 사랑에 성공할 수 없었던 원인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

 

자신의 사촌오빠인 황태자 와타나베와, 백제의 서출 왕자 의후의 사랑을 받았지만, 결국 사랑을 이루지 못한다. 그들 둘을 각자 다른 애틋함으로 사랑했지만, 그녀는 왕이 되어야하는사람이라는 자신의 본분을 늘 잊지 않았다. 일본을 다스려야 한다는 그녀의 야욕에 가까운 마음은 중국의 서태후를 바라보는 듯 했다. 결국, 여장부라고 하는 존재는 사랑이나 인정에 이끌려서는 될 수 없는 것인가 , 그것은 한국이든 일본이든 중국이든 마찬가지인가 하는 생각을 해 보았다. 큰 뜻을 품고 세상을 통치하기엔 누구의 아내라는 타이틀은 어울리지 않은가 보다.

 

백제와 일본의 힘겨루기 속에서 죽어간 두 왕자를 생각하니 가슴이 찡하다. 그들은 사랑을 위해 죽었지만, 그들이 지키고자 했던 여자는 사랑이 아닌 다른 세상을 보는 여자였다. 그래서였을까? 그녀의 의기를 꺼지 않으려는 그들의 애틋한 헌신은, 보답받지 못할 줄 알기 때문에 되려 모든 것을 바칠 수 있었던 것 같다. 가슴찡한 로맨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