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을 만들어 내는 사람은 따로 있는 것일까? 후대에 길이 남는 위인들은 어떻게 그들의 이름을 남길 수 있었을까. 이 책은 사람이 이루어 내는 기적들에 대한 이야기로 가득차 있다. 이 책은 알만한 사람들이 이루어낸 위대한 업적을 몇 가지로 분류하여 위인들을 소개하는 식으로 진행된다. 몸은 늙어가지만, 마음은 늙어가지 않고 계속 꿈을 꾸는 사람들, 또 자신이 세운 가치를 지키기 위해 노력했던 사람들, 완전한 자신으로 살아가고자 철학적으로 성찰했던 사람들, 시대가 요구하는 관례에서 벗어나 파격과 혁신적인 삶을 이루어냈던 사람들 이렇게 챕터별로 특징적인 위인들을 소개하고 있는데, 이 위인들은 달라이 라마같은 종교 지도자들도 있었고, 미야자키 하야오같은 감독, 백남준같은 아티스트, 그리고 모차르트, 워렌 버핏같은 경제계의 거물도 포함되어 있다. 비교적 현대에 유명해진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유명한 이름인데 이런 사람이었구나, 하고 배우면서 읽을 수 있다.

 

각 위인들의 삶에는 유년시절부터 시작해서 실패과 고난을 거쳐 성공을 하는 전형적인 스토리가 소개된다. 그들의 가치와 주요 업적들을 조곤조곤한 말투로 작가가 말해준다. 마치 위인들의 가치관을 논하는 EBS프로그램의 성우같은 목소리가 들리는 듯 하다. 책을 읽으면서, 유년 시절의 큰 고통과 복잡한 가정사를 이겨내 시련과 난관을 뚫고 성공한 인물이 많음을 알게 되었다. 저자가 말하길, 전세계 인물들의 15%만이 비교적 평탄한 가정에서 자라난 사람들이고 나머지 3/4이상은 고난을 겪으면서 자라난 사람들이라고 한다. 요즘은 아이 낳아서 키우기 무섭다고 하면서 한 아이 앞에 2억이 들어간다는 둥, 교육비로 수천만원이 들어간다는 등 난리를 피우지만, 결국 위인의 대열에 들어가는 것은 그런 아이들이 아님을 느낄 수 있었다. 집안의 유복함이 성공의 필수 조건이 아닌데도, 부모의 부유함이 부유한 자녀를 키운다는 생각은 잘못인 것 같다. 명문대 자녀까지는 어떻게 키워낼 수 있을지언정, 사회를 이끌 인물은 키워낼 수 없다.내가 아는 주변 사람들만 보아도, 부유한 부모밑에서 자란 사람치고 도전과 응전의 기회를 감사히 받아들이는 사람은 없는 것 같다.

 

'사람 깊이 읽기' 라는 파트에서는 5명의 위인들을 중심으로 한 사람의 가치관을 깊이읽기에 들어간다. 진시황에서부터 찰스다윈에 이르기까지, 각 인물들이 남기고 간 교훈들은 참 다양했다. 선인들의 잘못을 타산지석으로 여기고, 훌륭한 점을 본받으면서 각자의 생활에 노력한다면 누구나 기적을 이루어 낼 수 있을 것 같다. 기적은 한 순간에 되는 것이 아니며, 꾸준한 노력과 열망으로 이루어 진다는 것, 그리고 누구나 기적을 이루어 낼 수 있다는 것을 다시금 배운다.

 

현대여성을 생각해보면, 과거에 비해 많이 지위가 향상되었음을 알 수 있다. 로마에서는 여성들에게 시민권조차 없지 않았는가? 노예와 다름없는 권리를 부여받은 여성들에게는 남성에 의지해서 사는 삶만이 유일한 삶이었다. 하지만 후기 산업사회가 되면서 완력만으로는 성공할 수 없는 시대가 왔다. 오히려 여성이 가지고 있는 가치인 사회적인 지능, 열린 의사소통과 침착함 등이 빛을 발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지고 있다. 저자는 그러한 최근의 경향을 통해 가모장제가 시작되고 있음을 알린다. 일하는 엄마와 집안일을 하는 아빠가 있는 가정구조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 책 속에는 이러한 현대적인 여성 우위, 혹은 남녀 평등의 개념들이 자세히 소개되고 있다. 최근의 결혼 형태가 어떻게 달라졌는지, 여성이 어떻게 사회활동을 하고 있으며 어떤 분야에서 주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지, TV속의 여주인공의 모습도 시대에 따라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 또 결혼하지 않고 살아가는 남자들의 삶과 여성들의 삶이 어떻게 다른지, 기혼 부부와 미혼 부분의 차이점은 무엇인지 등을 자세히 짚어보고 있다. 여성과 남성이 만나서 가정을 이루는 것이 일반적인 관습인만큼, 결혼에 대한 이야기를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는 것 같다. 최근의 결혼 풍속 중에 시소결혼이라는 말이 있는데, 이것은 젠더 평등의 결혼을 뜻한다. 각자의 자기 성취를 위해서 3년은 내가 너의 뒷바라지를 하고, 그 후엔 역할을 바꾸어 뒷바라지를 한다 등의 개념으로, 누가 돈을 벌어오든지 그 대상이 바뀔 수 있는 결혼을 의미한다. 더 이상 의무적인 노동을 거부하고 싶은 남성, 부양자로서의 위치를 못마땅해 하는 남성들은 든든한 예비 안식처로서 아내의 존재를 꿈꾼다. 예전의 가부장적인 사회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또, 결혼 말고도 직업군에 대한 여성의 선호도 변화도 나오고 있다. 전통적으로 교사는 여성이 선호하는 가치의 여성스러운 직종이었다.하지만 최근 약사 중에 여성이 굉장히 많아지는데, 이는 미국도 마찬가지인가보다. 약국에서 여성 약사의 수는 6%에서 60%로 고속성장했다. 가부장 사회에서는 약을 제조한다는 것은 주술사 분위기를 풍기는 남성이나 하는 일이었지만, 이제 약국의 위상이 변하면서 전문적으로 고학력의 교육을 받아야 되고, 상냥한 서비스가 요구되는 일이기 때문에 여성의 진출이 많아졌다는 것이 신기했다. 내가 사는 이 시대는 여성 약사가 정말 많은데, 예전에는 주술사같은 느낌이었다니.. 정말 많이 변화한 것 같다.

 

저자는 외국 사람의 눈으로 한국의 현실을 냉정히 평가하고 있다. 한국의 경제적, 문화적 위기에 대해 말하면서 열심히 공부와 일을 하는 여자와 얌전한 여자가 되기를 바라는 사회에서는 여성의 사회 진출이 제약이 있을 수 밖에 없으며, 이것은 한국 사회의 큰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것을 말하고 있다. 우리 나라가 아직도 전쟁의 위기에서 벗어난지 얼마 되지 않은 , 아직 극심하게 절제했던 삶의 파편들이 남아있는 비민주주의 국가로 외국 사람 눈에 보인다는 것에 조금 충격을 받았다.

 

일상에 지친 사람들에게 따듯한 한 마디를 건네는 책을 만났다. 이 책은 5가지 파트로 구성되어 있다. 사랑을 고민하는 당신, 일상에 지친 당신, 건강한 삶을 원하는 당신, 외로운 당신, 행복하길 원하는 당신이 그것이다. 각각의 주제들은 살면서 누구나 한 번 쯤 느끼고, 매일 매일 다섯가지를 모두 느끼면서 살 수도 있을 만큼 평범한 것들이지만, 이같은 문제를 잘 다루어 나만의 해결법을 찾지 못한다면 일상이 스트레스 덩어리일 것이다. 의외로 그런 스트레스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이 많기에, 이 책은 제대로 된 위로를 해주고 있는 것 같다. 나도 생각을 해도 풀리지 않는 문제들이 있었고 그것들이 쌓이다보니 답답해지곤 했는데 이 책으로 가슴이 시원해질 수 있었다.

 

이 책은 서정적으로 편집되어 있다. 책의 표지는, 오랜만에 시간이 생겨 산기슭의 아담한 별장에서 혼자 눈을 뜬 아침같은 기분이 들게 한다. 뭔가 클래식과 새의 지저귐이 있을 것 같은 느낌. 이럴 때에는 머리가 맑아져서 찬 아침공기를 맞으면 산책을 하면 내가 철학자 칸트가 된 기분이 들 것 같다. 이 외에도, 여러 장소로 나를 데려가주는 사진들을 만나볼 수 있다. 오후의 햇살같은 나른한 그림, 촉촉한 물방울에 젖어벌리 것 같은 비오는 날의 풍경들 등.. 또, 책의 곳곳에는 여러가지 서체로 세련된 맛을 더하는 글쓴이의 정성이 들어가있다. 색깔도 예쁘게 하늘색으로 군데 군데 편집되어 있어서 보기에 참 좋다.

 

'힘들어도 사는 게 다 그렇죠 하며 힘들이지도 않고 말하는 당신은 정말 괜찮은 사람입니다'- 김용화의 시.

이것은 일상에 지친 당신에게, 파트에 쓰여져 있던 말이다. 책은 이렇게 여러 시인들의 시를 들여와 그것에 대해 이야기하고, 영화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고, 책에 대해서도 이야기하며 세상사람들의 소소한 이야기를 들려주기도 하고, 자신의 이야기를 하기도 한다. 한줄 두줄 읽다보면 세상사에 어지러워지고 먼지쌓인 마음이 조용히 청소되는 기분이다. 예전에 좋아했던 영화를 떠올려 볼 수도 있어서 좋았다. 나는 죽은 시인의 사회를 어렸을 때 보고 참좋아했는데, 오랜만에 키팅 선생님과 아이들의 대사를 들어볼 수 있어서 그것도 참 좋았다.

 

'눈을 감으면 한낮도 어둡다'

자신이 가진 것을 감사해하고 행복해하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때 (한낮)에 있더라도 앞을 볼 수 없는 것이다. 하지만 어려운 환경에 처하더라도 눈을 뜨면 어둠에 익숙해 질 수 있다. 어둠이 주는 편안함에 감사할 지도 모른다. 그래서 어려울 때일수록 그 어려움을 사랑하고, 그것과 친해져야 한다는 말이 참 감동이었다. 괴로운 일을 겪어두면 나중에 편해진다 생각하면 일상에 지칠 일 따위는 없을 것이다. '인생은 비스킷통이다'라는 말이 상실의 시대에서 나온 말이구나. 나는 영화에서 나온 말인 줄 알았는데..^^ 이렇게 여러 영화와 책의 명대사들을 추억해 볼 수 있어서 더욱 좋았던 시간이었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