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레구아르 들라쿠르(아 솔직히 말해서 작가의 이름이 기억에 남아 있지는 않을 것 같네요)의 <행복만을 보았다>는  간만에 접한 프랑스 작품입니다. 사실 프랑스 작품에 대한 약간의 선입관도 작용했고 제목 자체가 선듯 손을 내밀기엔 왠지 2%가 부족한 느낌도 들어서 그런지 차일피일 미루고 미루다가 손에 들게 되었습니다. 뭐 좀더 솔직하게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작품에 길들여져 있었다는 표현이 정확한 말이 겠지만요. 하여튼 이렇게 손에 쥔 <행복만을 보았다>는 상당한 가독성을 선사하면서 쉬이 책장을 넘기게 하는 거부감 없는 작품이었습니다. 초반부터 비정상적인 유년시절(뭐 이것 역시 개인적인 관점에서 바로보는 것이지만요)을 보내는 주인공의 회상에서부터 그리고 그 고달픈 과정을 서서히 극복해 나가는 과정(나중에 밝혀지지만 극복해나가는 과정이 아니라 내면속으로 깊숙히 숨어버리는 과정이죠)이 왠지 신파조로 흐른다는 느낌을 주면서 살짝 지루해 지기 시작합니다. 그러다가 중반부에 들어서면서 상당히 황망스러운 전개를 독자들은 맞이 하게 되죠. 전 개인적으로 '어라 이 무슨 시추에이션인가' 라는 생각이 들정도 작가는 엄청난 사건을 전면에 부각시켜 버립니다. '비속 살인 미수' 이라는 획기적인 파장을 불어넣어 작품 전체를 암울하게 리딩하면서 왠지 이거 정말 신파조로 흘러가는 거 아닐까라는 불안감을 살짝 비춥니다.(뭐 대부분의 신파조가 이런 식으로 흐르잖습니까? 화해할 수 없는 강을 건너버리고 그 강을 건넌 행위를 후회와 속죄의 눈물로 보내고 그러다가 어느 결정적인 순간에 화해의 제스쳐를 취하면서 해피엔딩으로 막을 내리는...) 사실 여기까지 읽어 나간 독자들의 머리속은 대게 신.파.조 라는 세글자가 맴돌것입니다. 뻔한 스토리에 무엇하나 내세울것 없는 내러티브 그리고 결과를 예측할 수 있는 복선 없는 나레이터들...

          눈치 빠른 독자들이라면 2부가 막을 내리는 시점에서의 씬을 보고 대충의 결말을 예감하리라 생각될 정도로 상당히 어색한 내러티브를 보여주고 있는 작품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작품 중간 중간에 작가가 날리는 코믹하고 유머러스한 상황들이 오히려 더 어색하게 다가오는 어울리지 않는 엇 박자의 리듬감을 느끼게 하고, 도대체 작가의 의도가 무엇일까라고 한참을 고민하게 합니다. 극히 저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오히려 2부를 끝으로 엔딩을 했다면 물론 그 과정은 좀더 다양한 기법을 동원해서 잘 마무리 했다면 독자들로 하여금 더 많은 생각을 갖게 하지 않았을까라는 어줍지 않는 생각도 가져보게 하더라구요. 하지만 작가의 의도는 그게 아니였겟죠. 3부 딸의 일기와 편지를 통해서 딸의 관점에서 시작하는 새로운 스토리는 좀더 구체적이고 사실적이면서 독자들의 심금을 쥐어짜고 있습니다.  

          전반적으로 '책을 덥자 소리 없는 전율이 느껴졋다, 영혼의 근간을 흔드는 작품이다' 라는 북리뷰에는 동의할수 없는 작품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얽히고 얽힌 가족사와 불우했던 유년시절, 여기에서 끝을 내는가 했더니 다시 찾아오는 불행의 시앗을 품고 살아가는 주인공의 비상식적인 선택 뭐 일련의 이러한 설정들은 어찌보면 우리의 안방극장을 독차지하고 있는 막장 드라마 비슷한 느낌을 강하게 전달해 줍니다. 딱하나 작품의 서두에서 부터 불어온 그루미한 분위기가 일맥상통하게 작품 전반의 내러티브를 쥐고 있고 여기에 엽기적인 사건이 임펙트를 가하여 그루미한 분위기를 계속 끌고감으로써 독자들로 하여금 일체의 잡념을 지워버린다는 것인데요 아마도 이는 작가의 일련의 계산된 기법이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가져 보게 됩니다. 나름의 치유과정이나 분위기를 좀더 밝게 하려고 하는 의도 역시 전반적인 작품 분위기를 더 그루미하게 만드는데 일조를 하는 감미료같은 존재로 느껴지게 하니까요. 그나마 책 마지막장의 "그러니까 인생이란 결국 힘겹더라도 살아갈 만한 가치가 있는 것" 이라는 멘트는 공감이 가네요. 결국 작가는 그 어떠한 막장속의 삶속에서도 나름의 가치가 있다는 소소하면서도 평범한 멘트를 전달해 주는 거니까요. 

          예전에 우리는 이런 광고 카피를 본적이 있죠. "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 제 기억으로는 불과 몇년안된 카피라이트 같은데요, 그럼 과연 정말로 나이는 숫자에 불과할까요? 생물학적으로나 유전학적으로나 인간은 나이라는 세월앞에 버틸 재간이 없음은 명백한 사실입니다. 나이가 숫자에 불과한게 아니라 어쩌면 숫자 그 자체 전부일 수 있다는 말인데요. 지금 고령화 사회로 급속히 접어든 우리의 현실에서 그냥 웃어 넘길 수 있는 그런 메세지는 분명히 아니다라는 생각이 드네요. 제 나이도 조금있으면 쉰살로 치닷고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왠지 나이듦과 늙어감이라는 단어가 친숙해지고 동격으로 와닿기 때문인데요. 이번 빌헬름 슈미트의 <나이든다는 것과 늙어간다는 것> 이라는(왠지 제목마저도 친숙하게 와닿는것 보면 정말 나이가 들어가긴 가는것 같습니다.) 책은 그런 의미에서 상당히 많은 생각거리와 더불어 나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주변을 다시한번 되돌아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주는 저서입니다. 특히 저와 비슷한 4,50대분들에게는 일종의 이정표를 제시해주는 그런 책이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조심스럽게 가져보게 합니다.

          어느날 우연히 거울속에 비친 흰머리가 제법 폼나게 난 자신의 모습을 보면서 혹은 공중목욕탕에서 비친 탄력잃은 몸매를 보면서 아! 나도 이제 나이가 들어가는구나라고 한번쯤은 느꼈을 것 입니다. 실상 좀더 세세하게 보면 이미 40대를 넘어서는 순간 우리는 생물학적으로 쇠퇴기에 접어들게 되는데 현실세계에서는 이를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더 많죠. 아니 그보다 본인 스스로가 인정하고 싶지 않는 메타포가 다름아닌 '나이듦' 이라는 명제이니까요. 왜 나이든다는 것은 다름아닌 늙어간다는 것과 일맥상통하게 받아들여지기에 더욱더 뒷방 노인네같은 느낌이 드는 단어나 말들은 왠지 나와는 무관하다고 내면속에 꾹꾹 눌러놓기 때문인데요. 이러한 현상들이 어쩌면 사회전반적인 분위기의 영향을 받는다고 봐도 과언은 아니라고 생각됩니다. 특히 우리 사회처럼 경쟁구도와 속도전쟁에 철저하게 길들여져있는 사회적 구조에서 나이듦이나 늙어가는다는 것은 정상궤도에서 서서히 떨어져 나간다는 느낌과 동일하게 받아들여지기 때문입니다. 그러다보니 실상 우리는 우리자신의 나이듦에 대해서 정말 준비할 여력도 없이 어느날 갑자기 늙어가게 되는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도 가지게 됩니다.

          우리는 나이듦 즉 노년생활에 대한 대비책으로 무슨 무슨 연금이니 보험이니...  혹은 노화를 조금이라도 늦추기 위한 과학적 기술의 발전이니... 하는 하드웨어적인 측면에 상당하 가치를 부여하고 있고 지금도 그런 하드웨어를 어떻게 잘 구축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에 상당히 많은 부분들을 투자하고 있는게 현실입니다. 뭐 이런 발상이나 대비가 전적으로 틀렸다고 하는 것은 아니지만 왠지 모르게 뭔가 그러니까 가장 중요한 뭔가가 빠져있지 않나라는 생각을 가져보게 됩니다. 제아무리 철저하게 하드웨어적인 측면에서만 노년생활을 대비하면 결국 늙음에 대한 그 자체를 인정하는 것 밖에 그 어떠한 여유도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을 가지게 될 것입니다. 이런 측면에서 빌헬름 슈미트의 작은 제안들은 우리가 늙어가는게 중요한게 아니라 나이들어간다는 것 즉 어떻게 나이들어가야 하는지에 대한 일종의 해답을 제시해주고 있다는 거죠. 노년생활의 소프트웨어적인 측면을 진솔하게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지금 자신이 처해있는 현실을 정말 냉정하게 둘러보게 한다는 것입니다. 좀 더 정확하게 표현한자면 늙음보다는 나이듦에 대한 담론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실례로 죽음이라는 존재에 대해서 에너지총량법칙이라는 불변의 진리의 개념을 이해하기 쉬운 철학적인 명제로 논거하여 죽음,늙음,고독,고통,불행이라는 나이들면서 자연적으로 발생할 수 밖에 없는 부정적인 이미지를 접촉,습관,행복,사랑등의 긍정적인 모티브로 전환할 수 있는 사고의 발상에 대해서 독자들과의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는 점이 여타의 노년대비나 늙음의 대비와 같은 서적들과 차별화를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기도 합니다.  

          바로 이런 점이 이번 책에서 우리가 가장 눈여겨 봐야할 부분이기도 하는데요. 우리는 나이들고 늙었다는 개념속에 상당히 부정적인 면을 많이 가지고 있는게 사실입니다. 왠지 그래서는 안될 것 같은데 하는 수 없이 가지고 있는 처지하기 곤란한 물건을 손에 쥐고 있는 모양새처럼 우리는 나이듦과 늙음에 대해서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면서 그렇게 나이가 들어가는 거죠. 저자는 바로 이런 부정적인 시각이나 사고자체가 잘못됬다고 합니다. 받아 들이고 인정할 것은 그 자체로 인정하면서 어떻게 하면 그들과의 불편한 동거를 색다르게 끌어갈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더 우선이라는 것입니다. 시쳇말로 불행과도 사귀어야 할 정도로 많은 감정들과 그리고 주변의 사람들과의 관계속에서 하나씩 생각을 바꿔나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사실 말은 쉽지만 행동으로 옮기기가 만만치 않는 과제이긴 틀림없습니다. 그래서 어느날 갑자기 나이듦에 대해서 준비하는 것 보다는 지금 한살 이라도 덜 나이가 들었을때가 가장 적기라는 것입니다. 삶의 양을 풍족하게하는 하드웨어적인 기술들도 중요하지만 삶의 질을 만족시킬수 있는 소프트웨어적인 가치관과 생각들이 이제는 더 중요하고 우리에겐 더 필요한 시점이라는 거죠.

          간혹 여성 코스메틱 광고를 접하게 되면 '주름제거','탄력있고 생생한 피부' 등 주로 "노화방지"에 대해서 포커스를 맞추고 소비자층의 심성을 자극합니다. 아름다움을 떠나서 이제는 "노화" 즉 "나이듦","늙음"과의 한판 전쟁이라도 치루듯이 융단폭격을 하는데요, 이런한 광고속에 하나 빠진게 있습니다. 바로 "멋지게 나이들어가기 위한 테크닉" 이 없다는 것이죠. 즉 멋지게 나이들어가기 위한 삶의 기술이라고 해야 정확한 표현인데요. 바로 나이듦의 소프트웨어적인 면이 항상 부재로 남아있다는 것이죠. 그리고 우리는 그러한 부재에 익숙한 사회시스템속에서 허우적 거리고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것이고요. 이런 삶의 부재가 어쩌면 당연시 여겨지는 풍토속에서 우리는 정말 불편하지만 인정해야하는 나이 들어간다 그리고 늙어 간다는 것을 받아들이고 있는게 현실입니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저자의 표현처험 어떻게 멋지게 나이들어가는 방법을 찾을 것인가? 인데요. 정답은 아닐지도 모르지만 이번 책을 통해서 많은 부분들을 새롭게 깨닫게 되었다는 자체만으로도 이미 여러분은 "멋지게 나이들어가기 위한 삶의 기술" 중 하나를 터득했다는 것입니다.   ​

          전반적으로 그 동안 몰랐거나 아니겠죠 외면해왔다고 하는게 정확한 표현일겁니다. 나이듦과 늙음 그리고 나아가 삶과 죽음이라는 대서사앞에서 우린 우리 자신을 방치해왔다고 해도 틀린말은 아닐 것입니다. 그저 경쟁사회에서 자연도태되지 않게 바둥바둥 하드웨어적인 부분만을 쫒아 왔지만 이제 한번쯤은 모든 것을 내려놓고 냉철하게 자신과 자신의 주변을 돌아볼때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강하게 갖게 하는 저서입니다. 뻔한 쏘리이고 뻔한 답이지만 우리는 단 한번도 이 뻔한 해답에 대해서 진솔하게 접근해보지 않았기에 더욱 더 이 뻔한 답이 절실하게 필요한 때가 아닐까라는 생각도 듭니다. 인간이면 누구나가 거부할 수 없는 나이듦과 늙음, 멋지게 나이 들어갈것인지 아니면 그냥 그렇게 늙어갈 것인지... 이제 선택은 우리 스스로에게 달려 있는 것 같습니다. 아! 저 양반 참 멋지게 늙엇다라는 소리는 다름아닌 멋지게 나이들었다는 소리와 같은 말이고 이 말의 의미는 삶에 대한 긍정의 에너지를 가지고 있다는 말이겠죠. 자 그럼 여러분은 어느쪽의 삶을 사시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