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을 퇴사하면 어떤 느낌이 들까?’

단순한 호기심에 서평단에 응모한 것은 아니었다. 나 역시 첫 직장생활을 업계 1위 회사에서 시작했고 3년 뒤 생살을 뜯어내는 느낌으로 그만둔 적이 있었으니. 어디 삼성에 비할 수 있을까마는, 마음만으로는 그 회사가 내겐 ‘삼성’이었다. 전공과도 맞았고 심지어 내가 기억하는 어린 시절부터 취미였던 일이 직업이 되었으니. 글쓴이에 비할 수 있을까마는, 마음만으로는 나 역시 ‘엘리트’였다. 좋은 대학을 나왔고 좋은 과를 나왔고 부모님의 명성(?)에 누가 되지 않을만한 회사를 찾고 다녔다. 졸업후 2개월 만에 취업이 됐는데 그 몇 개월이 얼마나 고통스러웠는지... 지금처럼 취직하기가 어려운 시절이 아니었기에 그 시간이 더 고통스럽고 아팠는지도 모른다.

그렇게 좋은 회사에 입사하고... 처음엔 얼마나 의욕에 넘쳤는지... 공장에 검수하러 나갔다가 밤새 일하고 다음날 쓰러져 1주일간 출근하지 못한 적도 있었고, 그것 때문이었는지 아니면 전반적으로 함량 미달이었는지 얼마 되지 않아 신규 팀으로 자리를 옮기게 되었었다. 모르겠다. 원래 있던 곳 팀원들은 ‘불쌍하다’고 나를 생각했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마치 영전이라도 한 듯 날아갈 듯한 마음으로 다른 팀으로 옮겨갔다. 거기서는 또 얼마나 좋은 동료, 상사들을 많이 만났는지... 지금 생각해보면 그 때 만났던 팀장이 내 생애 가장 좋은 상사였다. 자기가 할 수 있는 일은 최대한 자기 선에서 끝내려고 하고, 부하직원을 커버할 수 있는 한도 내에서는 어떻게든 커버해주려고 노력했다. 일이 많아서 힘들긴 했지만 아주 부당한 이유로 쪼거나 괴롭히지도 않았다. 그 사람이 열심히 일하고 나대신 많은 것들을 방패막이 해주고 있다는 걸 느꼈기 때문에 고맙고 또 미안했다.

퇴사를 결심하기까지 근 한달 동안... 생살을 뜯어내는 기분이었다. 나는 그 동안 한번도 ‘正道’라는 것에서 벗어나 본적이 없었다. 싫어 죽겠지만 중학교를 다녔고 부조리함이 뻔히 눈에 보이지만 고등학교를 견뎠고 고등학교의 연장선상과 다름 없어서 이만저만 실망스럽지 않았던 대학교를 마쳤다. 그리고 회사에 들어왔다. 한번도 사회가 내게 요구한 것에서 죽을 듯이 괴로웠지만, 미칠 것 같았지만, 부당함 투성이었지만 그래도 거기서 벗어나 본 적이 없었다. 어릴 적 극장에서 봤던 찰리 채플린의 모던 타임즈. 나사를 조이고 또 조이다가 이상한 행동을 반복하는 찰리 채플린을 보면서 막연히 ‘저게 지금의 내 모습, 앞으로의 내 모습이겠구나...’를 느꼈다. 그리고 실제로 나는 그렇게 살아왔지만 나사를 조이는 스패너를 결코 손에서 놓을 수가 없었다.

그게 전부였으니까. 그 동안 내가 옳다고 믿고 바르다고 믿고 맞다고 생각하는 모든 것들을 포기하고 외부에서 주어진 것들을 감내해왔는지, 그 외부것들을 이제 잘라내려니... 완전히 생명유지선을 잘라버리는 기분이었다. 어떻게 먹고 살지, 앞으로 뭐 할지 이런 현실적인 문제들이 두려운 게 아니라, 내 앞에 누구나 다 아는 ‘간판’이 떼어졌을 때, 무슨 무슨 대학교 졸업, 무슨 무슨 회사를 다니는 사람, 이런 '무슨 무슨‘이 떼어졌을 때 과연 나는 어떤 존재일지, 과연 존재 자체가 가능이나 할지 그게 막연하고 두려웠던 것 같다. 한달을 고민했다. 그리고 사표를 냈다. 사표를 내고 퇴사하는 순간까지도 힘들었다. 퇴사해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세상에 ’깔끔‘한 퇴사란 없으니까. 나가는 순간까지 해내야 하는 수많은 업무들, 어떻게든 더 뽑아내려는 상사들, 본색을 드러내는 인간관계들...

그러고 나와서 바로 나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언제 행복하고 언제 슬픈지... 그걸 알기 위해 시간을 가졌다. 그 와중에 공부하고 또 다른 ‘간판’을 내 이름 앞에 달아보기도 하고, 그것 역시 어렵게 떼보기도 하고... 지금은 내가 언제 행복한지 명확히 알고 있는 상황 속에서 새로운 일을 준비중이다. 근데 해보니까... 이것 역시 쉽지 않다. 내가 언제 행복한지 알고, 그 행복한 일을 준비한다고 해도, 역시 그 나름의 고통은 있다. 행복한 일을 좀 더 제대로 하기 준비하고 있으면서도 마음 한켠에서는 ‘안 되면 어떡하지?’, ‘실패하면 어쩌지?’, ‘이 일이 안되면 난 뭘 해야 하나?’, ‘나는 사람들 앞에서 어떤 존재로 존재할 수 있을까?’ 그 걱정을 하며 준비에 오롯이 임하지 못하는 내 모습을 계속 본다.

그러는 와중에 만난 이 책이... 한숨 같았다. 쉬는 시간에 잠깐 내쉬는 한숨. 책이 마치 소설처럼 단숨에 읽혔던 것 같다. SNS 기반 서비스로 제공된 텍스트이기에 짧은 호흡으로 단숨에 읽히는 문체인 것이 당연하리라. 책 디자인도 너무 예뻤고... 너무 빨리 읽혀서 그런지 어떤 대목 하나가 뇌리에 콱 박히거나 이런 건 없었다. 그냥 전체적인 느낌만 남아있다. 책을 덮고 나니 내가 퇴사를 결심하기까지 건너왔던 강들, 퇴사한 뒤 나 자신을 알기 위해 여기저기 찾아다녔던 흔적들, 그 와중에 시도했던 일들, 실패하고 성공했던 기억들, 그리고 이제 새로운 일을 준비하면서 고통스러워하는 모습들을 떠올렸다. 타인의 이야기를 통해 나 자신의 이야기를 객관적으로 그려볼 수 있었다. 마치 영화를 보듯. 고맙다. 이 시간이. 이 책이.

 

나는 장수생이다. 무엇에 장수생인지는 밝히고 싶지 않지만, 하여튼 몇 년간 동일한 시험에서 고배를 마셔온 경험이 있다. 물론 ‘일과 학업을 동시에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핑계를 대긴 하지만, ‘내가 열심히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사실은 나 자신은 물론이거니와 누구나 다 알고 있는 것이다. 열심히 하지 않았기 때문에 시험에 계속 떨어지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열심히 하지 않았을까? 왜 지금도 열심히 하지 않을까?

 

 

나는 내 자신을 오랫동안 분석해왔다. 인간의 생각, 감정, 심리 분석에 관해 오랫동안 훈련받아왔고 해당 분야에 적지 않은 경험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내가 만들어놓은 틀을 넘어서기란... 참 어렵다. 그간 수많은 신념, 습관, 평상시 다른 사람 앞에서 어떤 ‘척’ 하는 것, 패러다임 등을 바꿔왔고 성격적인 부분에서나 인간관계, 특히 가족관계에서 굉장히 많은 부분이 좋아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남아있는 것들이 너무나 많다. 바로 나를 행복하지 않은 삶으로 이끄는데도 불구하고 내가 버리지 못하는 습관, 오래된 비합리적인 신념.

 

 

그 중 한 가지는 ‘완벽주의’다. 학창시절부터 완벽하려 노력해왔고 직장생활 하면서도 옷차림 하나, 서류 하나 흐트러짐 없이, 어긋남 없이 관리하려 노력했다. 그러다 보니 이제는 ‘선택하는 데 무지하게 시간이 많이 걸리는 사람’이 되어 있다. 완벽한 선택을 하려다 보니, 이런 저런 경우의 수를 미리 생각하게 되고, 그 경우의 수를 모두 방어할 수 있는 길을 선택하려다 보니 이 길을 선택하면 어떨지, 저 길을 선택하면 어떨지 생각만 너무 많이 하게 된 것이다. 진로나 어떤 일의 결정은 말할 것도 없고 먹는 것 하나, 입는 것 하나, 심지어 친구와 잠깐 만날 식당을 선정하는 것까지... 나는 모두를 만족시키려 하다 보니 어느 누구도 만족시키지 못하는 사람이 되어 있다. 그런 사실을 알면서도 그 완벽주의를 버리는 게 어찌나 어려운지... 마치 이걸 버리면 그 동안 내가 이뤄왔던 것, 정말 얼마되지 않지만, 진짜 별 대단한 것도 아니지만 그것마저 잃어버릴까봐 두려워 나를 이토록 힘들게 만드는 것임에도 완벽주의를 놓을 수가 없다. 그런 와중에 이책을 집어들었다. <선택이 쉬운 사람은 없다> 제목에서부터 따뜻하게 위로받는 느낌이 들었다.

 

 

이 책은 간단하게 말한다. ‘그 분’께 맡기라고. 얕은 생각으로 ‘내’가 어떻게 해보려 하지 말고 더 큰 뜻에, 하늘에, 하느님께 맡기고 그 분의 소리를 들으라고. 교인은 아니지만 다니는 사람들 이야기를 듣다보면 항상 ‘이거 해 주십시오, 저거 해 주십시오’ 읍소하거나 ‘이렇게 되게 해주세요, 저렇게 되게 해주세요.’ 바라는 기도만 한다는 것을 쉽게 느낄 수 있는데 이 책은 특이하게 ‘듣는 기도’를 하라고 되어 있었다. 교인이 아님에도 그게 참으로 마음에 다가왔다. 나같이 믿지 않는 사람에게 ‘하느님의 소리’란 내면의 소리로 번역해도 좋을 것이다. 내 마음 속에서, 근본자리에서, 가슴 깊숙이에서 들려오는 소리를 따르라는 것.

 

 

이 답을 그간 몰랐던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 동안 내가 해왔던 행동들과 너무 다르기에 감히 행동에 옮기지 못하고 겁만 내고 있었는데, 책을 읽다보니 많은 부분에서 두려움과 걱정을 내려놓게 되더라. 굉장히 용기를 주는 책이었다. 완벽이란 무엇이 완벽인가... 내 기준에 아무리 완벽하려 해도, 누군가의 기준에서는 그 완벽이 완벽이 아닐 수도 있잖은가? 그럼 나는 누구의 완벽, 어떤 사람의 완벽을 따라가고 있는 것인가? 만약 나를 만족시키면, 내가 기준으로 삼았던 누군가를 만족시키면 끝이 날까? 아니다, 나는 또 더 높은 기준을 갖고 있는 사람을 만족시키기 위해 또 그 사람 기준에서의 완벽에 도달하기 위해 아등바등 살 것이다. 그럼... 그건 언제 끝이 날까? 아마 죽을 때까지 끝나지 않을 것이다. 어쩌면 난 죽을 때 ‘아... 내 마음대로 살아볼 걸...’ 이런 후회를 하면서 관 뚜껑 닫을지도 모른다. 얼마나 안타까운 일인가... 한번도 제대로 살아보지도 못하고, 자기 뜻대로, 자기 꼴대로 살아보지도 못하고 남의 눈에 들기 위해, 다른 사람의 칭찬을 구걸하며 평생 기를 쓰며 살다가 어느 누구도 만족시키지 못하고, 무엇보다 스스로도 만족하지 못한 채 끝나버린 삶이란...

 

 

나는 장수생이다. 무엇에 장수생인지는 밝히고 싶지 않지만, 하여튼 몇 년간 동일한 시험에서 고배를 마셔온 경험이 있다. 물론 ‘일과 학업을 동시에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핑계를 대긴 하지만, ‘내가 열심히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사실은 나 자신은 물론이거니와 누구나 다 알고 있는 것이다. 열심히 하지 않았기 때문에 시험에 계속 떨어지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열심히 하지 않았을까? 왜 지금도 열심히 하지 않을까?

 

 

나는 내 자신을 오랫동안 분석해왔다. 인간의 생각, 감정, 심리 분석에 관해 오랫동안 훈련받아왔고 해당 분야에 적지 않은 경험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내가 만들어놓은 틀을 넘어서기란... 참 어렵다. 그간 수많은 신념, 습관, 평상시 다른 사람 앞에서 어떤 ‘척’ 하는 것, 패러다임 등을 바꿔왔고 성격적인 부분에서나 인간관계, 특히 가족관계에서 굉장히 많은 부분이 좋아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남아있는 것들이 너무나 많다. 바로 나를 행복하지 않은 삶으로 이끄는데도 불구하고 내가 버리지 못하는 습관, 오래된 비합리적인 신념.

 

 

그 중 한 가지는 ‘완벽주의’다. 학창시절부터 완벽하려 노력해왔고 직장생활 하면서도 옷차림 하나, 서류 하나 흐트러짐 없이, 어긋남 없이 관리하려 노력했다. 그러다 보니 이제는 ‘선택하는 데 무지하게 시간이 많이 걸리는 사람’이 되어 있다. 완벽한 선택을 하려다 보니, 이런 저런 경우의 수를 미리 생각하게 되고, 그 경우의 수를 모두 방어할 수 있는 길을 선택하려다 보니 이 길을 선택하면 어떨지, 저 길을 선택하면 어떨지 생각만 너무 많이 하게 된 것이다. 진로나 어떤 일의 결정은 말할 것도 없고 먹는 것 하나, 입는 것 하나, 심지어 친구와 잠깐 만날 식당을 선정하는 것까지... 나는 모두를 만족시키려 하다 보니 어느 누구도 만족시키지 못하는 사람이 되어 있다. 그런 사실을 알면서도 그 완벽주의를 버리는 게 어찌나 어려운지... 마치 이걸 버리면 그 동안 내가 이뤄왔던 것, 정말 얼마되지 않지만, 진짜 별 대단한 것도 아니지만 그것마저 잃어버릴까봐 두려워 나를 이토록 힘들게 만드는 것임에도 완벽주의를 놓을 수가 없다. 그런 와중에 이책을 집어들었다. <선택이 쉬운 사람은 없다> 제목에서부터 따뜻하게 위로받는 느낌이 들었다.

 

 

이 책은 간단하게 말한다. ‘그 분’께 맡기라고. 얕은 생각으로 ‘내’가 어떻게 해보려 하지 말고 더 큰 뜻에, 하늘에, 하느님께 맡기고 그 분의 소리를 들으라고. 교인은 아니지만 다니는 사람들 이야기를 듣다보면 항상 ‘이거 해 주십시오, 저거 해 주십시오’ 읍소하거나 ‘이렇게 되게 해주세요, 저렇게 되게 해주세요.’ 바라는 기도만 한다는 것을 쉽게 느낄 수 있는데 이 책은 특이하게 ‘듣는 기도’를 하라고 되어 있었다. 교인이 아님에도 그게 참으로 마음에 다가왔다. 나같이 믿지 않는 사람에게 ‘하느님의 소리’란 내면의 소리로 번역해도 좋을 것이다. 내 마음 속에서, 근본자리에서, 가슴 깊숙이에서 들려오는 소리를 따르라는 것.

 

 

이 답을 그간 몰랐던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 동안 내가 해왔던 행동들과 너무 다르기에 감히 행동에 옮기지 못하고 겁만 내고 있었는데, 책을 읽다보니 많은 부분에서 두려움과 걱정을 내려놓게 되더라. 굉장히 용기를 주는 책이었다. 완벽이란 무엇이 완벽인가... 내 기준에 아무리 완벽하려 해도, 누군가의 기준에서는 그 완벽이 완벽이 아닐 수도 있잖은가? 그럼 나는 누구의 완벽, 어떤 사람의 완벽을 따라가고 있는 것인가? 만약 나를 만족시키면, 내가 기준으로 삼았던 누군가를 만족시키면 끝이 날까? 아니다, 나는 또 더 높은 기준을 갖고 있는 사람을 만족시키기 위해 또 그 사람 기준에서의 완벽에 도달하기 위해 아등바등 살 것이다. 그럼... 그건 언제 끝이 날까? 아마 죽을 때까지 끝나지 않을 것이다. 어쩌면 난 죽을 때 ‘아... 내 마음대로 살아볼 걸...’ 이런 후회를 하면서 관 뚜껑 닫을지도 모른다. 얼마나 안타까운 일인가... 한번도 제대로 살아보지도 못하고, 자기 뜻대로, 자기 꼴대로 살아보지도 못하고 남의 눈에 들기 위해, 다른 사람의 칭찬을 구걸하며 평생 기를 쓰며 살다가 어느 누구도 만족시키지 못하고, 무엇보다 스스로도 만족하지 못한 채 끝나버린 삶이란...

 

 

내려놓자. 맡기자. 내가 어떻게 해보려는 걸 그만하자.

좀 못하면 어때.

좀 모자라면 어때.

남이 보기에 기준 미달이면 어때.

남에게 칭찬 좀 못 들으면 어때.

모두에게 사랑 좀 못 받으면 어때.

모두에게 사랑받지 못한다고 해서 모두가 나를 미워하는 건 아니잖아?

그냥 좀 살자. 나대로 살자. 나 하고 싶은대로, 나 먹고 싶은대로, 나 가고 싶은대로...

 

 

이런 생각에 이르게 길을 터준 이 책에 감사한다.

 

 

나는 올해 1월 7일에 근력운동을 시작했다. 커브스(curves)라는 여성 피트니스 센터에서 하루 딱 30분만. 12가지 근력운동을 돌아가면서 하는 순환 운동 프로그램인데 30초는 운동기구로 전력을 다해 근력운동을 하고 30초는 천천히 걸으면서 숨을 고르고 또 그 다음 30초는 근력운동을, 그 다음 30초는 천천히 걷기를 반복하면서 12개의 운동기구를 두 바퀴 돌면 딱 30분이 되는 획기적인 프로그램이었다. 30대 중반이 넘어가면서 근육에 힘이 빠져간다는 것을 느끼고 있는데다 tv만 틀었다 하면 몸짱 스타들이 멋진 몸매를 뽐내는데 ‘아... 나도 해야 하는데...’ 생각은 늘 하고 있었지만 선뜻 헬스장 문을 열기가 부담스러웠다. 하지만 이곳은 ‘30분만 운동하면 된다!’라는 캐치프레이를 걸고 있기에 ‘그래, 하루 1시간 운동은 좀 어려울 것 같지만, 30분 정도야... 그거 못하겠어?’ 하는 마음에 쉽게 시작할 수 있었다.

 

 

12월 29일인 오늘까지 운동을 계속한 결과를 먼저 말하자면 시작하기 전보다 몸무게는 3kg 정도 늘었다. 하지만 체지방이 엄청나게 줄고 근육량이 확 늘은 데다 기초대사량이 높아져서 웬만큼 먹어도 찌지 않는 몸이 되었다. 3kg 덜 나갈 때 입었던 바지보다 지금이 한 사이즈 더 줄어든 걸 보면 다이어트에 있어 성공과 실패의 기준은 몸무게가 아니라 옷 사이즈라는 말이 맞는 것 같다. 이렇게 되기까지... 날마다 운동을 거르지 않고 할 수 있었던 것은 매일 내 자신에게 되뇌이던 ‘주문’ 덕분이었다. “오늘 하루만!” 그래서 이 책 124p에 해당 구절을 읽으며 무지 반가웠다.

 

 

 

Just for Today! 딱 오늘 하루만!

 

가족과 건강을 위해 15년 넘게 피운 담배를 끊기로 했다. 하지만 만만치 않았다. ‘담배 끊은 독종과는 상종도 하지 말라’는 말이 이해가 갔다. 10년 이상 매일, 저녁에 끊었다가 아침이면 다시 피우는 생활이 반복되었다. ‘작심삼일은커녕 나는 왜 하루도 넘기지 못하는 것일까?’ 가끔씩 “담배를 끊는 건 아주 쉽다. 난 이미 아주 여러 번 끊어봤기 때문이다”라는 마크 트웨인의 말을 떠올리면서 스스로 위안해 보기도 하지만 자식들 보기도 부끄럽고 창피했다. 그러던 어느 날 “단주동맹의 첫 번째 행동강령은 오늘 하루만! Just for Today!이다. 영원히 술을 끊어야 한다면 금주를 시작하기도 전에 포기해버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라는 글을 읽고 ‘바로 이거다’라는 생각이 내 머리에 스쳤다. 그래서 평생 금연을 하겠다는 생각 대신 ‘오늘 하루만 끊기’로 생각을 바꾸었다. 오늘 하루만 참으면 되니까 견딜 수 있었다. 그렇게 하루하루가 반복되었다. 물론 너무 참기 힘든 날은 담배 생각에서 벗어나기 위해 수면제를 먹고 일찍 잠자리에 들기도 했다. 하루가 일주일이 되고, 한 달이 되고, 1년이 되고 이제 5년이 되었다. ‘Just for Today!’, 인류 역사상 가장 강력한 실행 방법이다.

 

 

 

운동가기 싫을 때마다, 머릿속에 온갖 그럴 듯한 핑계거리가 떠오를 때마다 생각했다. ‘오늘 하루만 가보자. 오늘 한번만 해보고, 그래도 아니면 그만두자.’ 그렇게 무거운 엉덩이를 움직였다. 봄에는 ‘오늘은 날씨가 너무 좋잖아~ 운동하러 가지 말고 차라리 산책로를 걷자~ 그것도 운동은 운동이잖아?’, 여름에는 ‘오늘은 너무 더워~ 운동하다 쓰러질지도 몰라. 이런 날은 집에서 유튜브 동영상 틀어놓고 집에서 하자~ 어차피 동작은 다 비슷비슷 하잖아.’, 가을에는 ‘너 그 동안 열심히 운동했잖아. 오늘은 그냥 좀 쉬면 어때? 만나야 할 사람들 많잖아. 사람들도 만나야지~’, 겨울이면 ‘오늘 너무 춥다~ 이런 날은 근육이 굳어 있어서 운동 잘못하면 오히려 다칠 수 있어. 운동하러 가다 길에서 미끄러져 다칠 수도 있고. 눈이 많이 와서 어차피 차도 밀릴 거야. 차 밀려서 마감 시간까지 도착 못하면 가자마자 운동도 못하고 돌아오게 될 수도 있잖아?’ 하여튼... 별의 별 핑계가 다 떠올랐다. 난 내가 그렇게 창의적인 사람인줄 몰랐다. 어쩌면 그렇게 핑계도 다양한지...

 

 

그럴 때마다, 머릿속에서 ‘게으름’이란 놈이 달콤한 말도 꼬실 때마다, ‘습관’이란 놈이 그럴 듯한 논리를 댈 때마다 내 자신에게 되뇌였다. ‘오늘 한번만 해보자. 이번 딱 한번만 해보자.’ 어느 때는 그마저도 통용되지 않을 때가 있다. 그러면 ‘일단 문 앞까지 가보자.’ 신기한 건 문 앞까지만 가면 운동하게 되고, 운동하다 보면 엔돌핀이 분비되면서 기분이 무지 좋아진다는 것이다. 그렇게 딱 30분간 기분 좋게 몸 움직이고 땀 흘리고 나면 그렇게 뿌듯하고 행복할 수가 없었다. ‘역시 오길 잘했어!’ 늘 내 자신에게 비판적이고 엄격한 편인데 그럴 때는 칭찬의 말도 절로 나왔다. ‘이런 날도 오다니 잘했어! 역시 난 한다면 하는 여자야!’ 운동을 안 하면 찝찝하고 기분이 나쁘지만, 운동을 해서 기분 나쁘고 괴로웠던 날은 단 하루도 없었다. 너무나 당연한 사실인데 우리의 습관은 실천해야 할 순간이 오면 마치 그렇게 하면 큰일이 날 것처럼 온갖 이야기를 지어내서 결국 실천하지 못하게 만든다. 내게는 그 꼬임을 극복할 수 있는 마법의 주문이 이거였다. “딱 오늘 하루만!”

 

 

그 외에도 이 책에는 오랫동안 마음속에 품었던 바램, 계획, 꿈들을 당장 실천에 옮길 수 있도록 돕는 많은 방법들이 적혀 있다. 머리로 방법을 알고 있는 것과 실제 행동으로 옮겨본 것은 천지차이다. 1년간 매일 운동하는 습관을 들이고 체중조절에 성공한 지금, 2016년을 맞이하는 나의 바램은 ‘중독에서 벗어나기’이다. 커피, 빵, 과자 등 밀가루 음식, 단당류에 집착하는 식습관을 바꾸고 싶다. 그간 두 달간 끊는데 성공하기도 했고 하루 끊었다 다음 날은 먹기도 하고, 하여튼 작심삼일을 반복했다. 다른 그 어떤 습관에 비해 식습관은 참 고치지 어려운데 이 책을 읽다보니 164page <백업플랜>이라는 개념에서 해결의 실마리를 찾은 것 같다. “매일 1시간 운동하기”라는 결심만 가지고는 시작도 못하고 포기할 가능성이 많다는 것이 작가의 논리. 거기다 ‘액션플랜’을 더하는 것이다. 영어로는 if와 then을 추가해보는 것. “매일 1시간 운동하기. if 아침에 눈을 뜨면, then 벌떡 일어나 1시간씩 조깅한다.” 여기까지는 보통 자기계발서에 많이 나오는 문구이고 작가 역시 시작은 하겠지만 이런 식으로 접근해서는 용두사미로 흐지부지될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결심 + 액션플랜 + 백업플랜, 안 됐을 때 플랜B까지 미리 만들어놓으면 끝까지 실천해서 목표를 달성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 앞의 액션플랜을 지키지 못할 시에 “if 비가 오면, then 조깅 대신 계단을 이용해서 운동한다.” 즉, 차선책까지 만들어 놓으라는 것이다.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오늘부터 다양한 백업플랜을 마련해 실천의 완성도를 높이려 한다. 좋은 방법, 좋은 밑그림을 보여준 이 책에 감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