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로 된 질문을 던지는 것만 해도 다른 사람을 도와줄 수 있다.” 상담을 받으면서 또 동시에 배우면서 제가 느낀 것입니다. 저는 정말 좋은... 좋은 상담가를 만나서 정기적으로 개인상담을 받았는데 그 분은 그렇게 많은 말을 하는 스타일이 아니었습니다. 주로 질문 하나를 던지면 제가 주저리 주저리 이야기하고... 혼자 울고 짜고... 그러다가 답을 찾고. 늘 답은 내 안에 있었고 그 분은 그저 저에게 꼭 필요한 순간에 제가 제 자신의 숨은 의도와 진짜 감정, 지금 여기에서 펼쳐지는 실제 현실을 바라보게끔 적절한 순간에 넌지시 질문을 던졌을 뿐입니다.

 

저를 옭아매던 여러 가지 심리적 습관에서 벗어난 뒤 제가 그 분께 감사하다는 인사를 드렸을 때 그 분은 “내가 뭘 했다고? 나는 그냥 듣고만 있었지 뭐 한 게 없어. 네가 다 했지~” 라고 하셨습니다. 그 감사한 마음, 많은 말없이도 큰 도움을 받았다는 느낌, 상담사에 의존하지 않고 앞으로는 혼자서 답을 찾아갈 수 있도록 등을 슬쩍 밀어준 그 따뜻함이 잊혀지지 않아 저역시 다른 사람이 자기 마음을 보고 스스로의 문제에서 벗어나는 일을 돕는 길에 들어서게 되었습니다.

 

68번째 질문, “가장 존경하는 사람은 누구인가요?”에서 그 분 생각이 나더군요.

특히 그 사람의 어떤 면을 존경하나요?

아무 조건 없이 사람을 도와주는 것, 도와주고도 돌려받으려 하지 않는 것,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바라봐주는 면을 가장 존경합니다.

그 사람을 통해 배우거나 깨달은 것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사람은 자기가 스스로 변해야겠다고 느낄 때만 변할 수 있다는 것, 다른 사람이 억지로 변화시킬 수는 없다는 것, 모든 사람의 행동에는 이득이 있다는 것, 비록 그것이 ‘고통’일지라도 그 사람은 그것을 ‘좋다’라고 느끼기 때문에 스스로 고통 속에 빠져든 다는 것, 다른 사람을 도움에 있어 되돌려받거나 인정받으려 할수록 내가 상처받는다는 것, 그리고 내가... 나 자신을 도와야 한다는 것... 이루말할 수 없이 많은 것들을 배웠습니다.

그 사람에게 다소 실망스러운 모습을 본 적이 있다면?

사람이기에... 실망스러운 모습, 그 동안 뵈온 모습과 다른 모습을 뵌 적도 있었죠. 그 모습에 등을 돌리기보다는 ‘인간적이다’라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그래... 당신도 인간이기에 완전하지 않구나... 완전하지 않은 당신도 그렇게 매순간 자신을 닦아가면서 다른 사람을 사랑하려고 노력한다면... 부족한 나도 노력하면 언젠가는 요만큼한 당신이 모습이라도 따라갈 수 있겠지...’ 하고 오히려 스스로에게 용기가 되었던 것 같습니다. 만약 정말 완벽한 스승, 무결점 인간이었다면... 오히려 전 이 길을 포기하게 되어버렸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요즘 강의를 하면서 스스로 너무 많다는 것을 느낍니다. 내 말은 적게 하고 학생들 말을 많이 들어야 하는데... 침묵을 지키는 학생들 대답을 기다리지 못하고 자꾸만 입을 열어 인도하거나 가르치려는 나를 보면서 많이 아쉽고 실망스럽고 불만스럽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렇게 몰아세우기보다 ‘넌 할 수 있어, 침묵의 두려움을 이기고 학생들에게 좀 더 시간을 줘 봐!’ 하고 북돋아 주는 편이 낫겠지요? 이 책 내용을 통해 수업 중에 학생들에게 좀 더 좋은 질문, 좀 더 적합한 의문을 던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습니다.

 

 

 

 

내가 처음으로 서평이벤트로 받은 책임에도 불구하고 좋지 않은 서평을 남기지 않을 수 없는 날이 왔다. 애초부터 아무 책에나 서평 이벤트 응모를 하진 않고, 출판사에서 제공한 텍스트들을 충분히 읽어본 뒤 나에게 도움이 되고, 내가 기꺼이 시간과 에너지를 쏟아 서평을 쓸 가치가 있다고 느껴지는 책에만 응모를 하고 있다. 이 책 역시 그런 마음으로 기대했고 책을 받았을 때 기뻤다. 그런데... 저자 사진에서부터 ‘인도를 이토록 여러 번 다녀온 사람이라면...’ 기대했던 표정이 아니었다. 책 앞 부분에 그득한 사진 역시 마찬가지.

 

 

 

“나는 그 누구보다 소신이 강하다. 내가 좋다고 여기는 것은 반드시 거머쥐고, 내가 맞다고 판단한 길은 반드시 간다. 내가 한 일을 두고 남들이 아무리 욕을 하고 돌을 던져도 나는 기꺼이 감수할 용의가 있다. 왜냐하면 내가 선택한 일이니까. 나는 세상에서 가장 소중하다. 따라서 나의 선택은 존중받아 마땅하다.”

 

 

 

이 부분을 읽는 순간, 저자의 모든 것을 본 느낌이었다. 아... 이사람이 자기 자신을 이렇게 생각하는 구나, 타인을 어떻게 바라보는 구나... 그 뒤로부터 저자의 모든 글이 불편하게 느껴졌다. 자기 확신을 넘어선 강요, 국내 자기계발서에서 의레 등장하는 문구들, 한마디로 인간에 대한 설익은 장담!

 

 

 

그래... 책을 쓰는 건 자유지... 아무리 생각해봐도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언어폭력을 당하는 기분이었다. 자신이 보는 인간관, 자신이 생각하는 세계관이 다가 아님에도 ‘이게 맞아. 아니라고? 그럼 네 의견 따윈 필요없어. 난 소중하니까!’ 이런 느낌.

 

 

 

그와 함께 내 옆자리에 있는 직장 동료가 늘 하는 말이 떠올랐다. “이렇게 생겨먹은 것을 어쩌라고요.” 유명 심리학 이론을 공부한 그녀는 늘 자기 자신을 너무 사랑하고, 타인과 비폭력대화를 하고 있으며 늘 모든 사람들을 있는 그대로 수용한다고 한다. 하지만 실제로 그녀는 공은 모두 자기한테 돌리고 실수는 일단 남한테 덮어씌우고 보며, 중요한 업무 내용은 다른 동료들과 공유하지 않고, 윗 사람이 무언가 물었을 때 오직 자기만 답할 수 있는 상황을 늘 셋팅한다. 사랑이 넘치고 편안함이 가득한 얼굴이라고 평하는 자신의 얼굴은 기미가 가득하고 안색은 어둡고 눈동자는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그걸 비판, 판단, 평가하느라 바삐 움직이고, 의식적으로 웃고 있지 않을 때는 늘 울상이다.

 

 

 

자기가 생각하기에 자기는 평화롭고 사랑에 넘치고 마음수련이 다 되었다고 하지만, 누가 봐도 전혀 아닌 것을... 저자도 이런 부분을 한번 생각해보시라고 감히, 감히 그 분의 아픔과 고통, 과거를 지나온 시간들을 가늠하지도, 가늠할 수도 없는 타인이 감히 한 말씀 올리고 싶다. 당신이 하는 말이 정말 옳은지... 자신만의 행복한 삶을 위한, 고집이 아닌지... 제가 생각하는 ‘행복’이란 내가 행복함과 동시에 그로 인한 에너지로 다른 사람의 행복한 삶에도 도움이 되는, 그런 선순환이 되는 것이 진짜 행복인데, 당신이 말하는 행복은 타인은 지극히 소아(小兒)적인 행복은 아닌지...

 

 

 

누구나 다 자기만의 방정식을 발견해 이 세상 살아가는 거고, 이런 식으로 생면부지의 사람에게, 그 사람이 쓴 책만을 읽고 판단을 내린다는 것이 참 조심스럽지만... 나는 이 서평 만큼은 솔직히 쓰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읽으면서 인간을 대하는, 자기 자신과 마주하는, 타인과 접촉하는 저자의 마음과 패턴이 불편했고 차라리 눈감고 명상을 했더라면 더 평화로웠을 것 같다.

“나는

나의 지식, 소신, 철학, 경험을 가지고

‘나’라는 존재를

풍요롭고 행복하고 자유롭게 만들 수 있는가?

풍요롭고 행복하고 자유롭게 만들 수 없다면

나의 지식, 소신, 철학, 경험은 나에게 무슨 의미가 있는가?

쓸모없는 것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있지는 않는가?

쓸모없는 것은 버려야 하지 않는가?

 

 

사실 이런 류의 ‘잠언’을 담은 책은 참 조심스럽다. 어느 정도 깨달은 사람이 쓴 책이라면 혹~ 한 마음이 들지만, 내(에고)가 인정하지 않는 사람이라면 자칫 ‘개똥철학’으로 보이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책을 쭉 읽어내려 가면서 동의하는 구절도 있었고, ‘뭔 소리지?’ 하는 구절도 있었다. 그러다 이 구절을 읽으면서 뭔가 머릿속에 뜨거운 바람이 훅- 들어오는 느낌이 들었다. ‘내가 가지고 있는 수많은 지식과 능력, 재능을 가지고 나는 나를 행복하게 만들고 있나?’ 자문해보면... 전혀 아니라는 답밖엔 안 나온다.

 

 

직장 동료와 불화를 겪고 있다. 뭐 발단은 입사 때부터 나를 쫓아내려 하고, 다른 사람에게 내가 자기보다 무능하게 보이게 만들려고 업무내용을 전혀 공유하지 않는다든가, 회의를 사무실이 아닌 다른 곳에서 하고 와버린다든가, 무언가 제출해야 하는 거면 제출 직전에 알려준다든가... 하여튼 온갖 유치한 짓을 시도했던 게 그 사람이었고, 나는 또 만만한 사람이 아니라... 말로 갚아주는 성미라 갖은 노력을 다 해 그 사람보다 더 빨리 기획안을 작성하고, 더 꼼꼼히 보고하고, 더 열심히 알아보고 디자인을 더 가다듬어 PT를 했다.

 

 

그 결과 나는 인정받기 시작했고 그 사람에 대해서는 ‘쟤는 왜 저러지?’ 라는 퀘스천 마크가 사내 사람들 머릿속에 떠오르기 시작했다. 뒤늦게 그 사람은 나와의 화해의 제스추어를 취하려 하지만, 그간 그 사람의 거짓말과 뒷통수 치기를 너무 많이 경험해서 그 웃는 얼굴에 단 1도 신용이 안 가는 게 사실이다. 왜 이렇게 됐을까... 생각해보면 그 사람이 한 마디만 진심으로 사과하면 나는 풀 수 있을 거 같은데... 하는 생각을 계속 붙잡고 있는 내가 보인다. 애초에 진심으로 누군가에게 다가갈 수 있는 사람이었으면 그렇게 뒷공작도 안 했을 텐데. 누군가에게 자기 잘못을 떳떳하게 털어놓고 용서를 빌 만한 내적 용기가 있는 사람이면 저런 식으로 업무를 처리하지 않을 텐데.

 

그 와중에 만난 이 책에서 저자는 ‘그래서 행복하냐?’고 나에게 묻고 있다. 그런 지식과 소신, 철학과 경험으로 지금 풍요롭고 행복하고 자유롭냐고... 아니다. 아니거든. 아니라고.

 

 

그럼 나는 지금 쓸모없는 무엇을 붙잡고 있는 걸까? 쓸모없는 뭔 소중하게 품고 안 놓고 있는 걸까? 지금 내가 버려야 하는 것, 포기해야 하는 건 무엇일까? 생각에 거기에 미치니 머리가 복잡해진다. 내가 옳다는 것? 내가 이겨야 한다는 것? 저 사람은 저러면 안 된다는 것? 나는 좋은 사람이라는 것? 책을 한 번 더 읽어봐야겠다. 화두는 던져졌는데 답을 못 찾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