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전에 <파워 오브 레스>라는 이름으로 출판되었을 때 한번 읽었던 책이었다. 한창 자기계발서에 빠져 있을 때였는데 이 책을 보고 현재 무엇이 문제인지 깨닫고 몇 년 간 이 책 내용을 실천에 옮겼었다. 얼마나 감명깊었는지 NAVER 아이디도 powerofless로 만들 정도였으니...

 

 

“먼저 이 책에서 배울 수 ‘없는’ 것들을 말해주겠다. 이 책은 소설을 쓰는 법이나 마라톤을 하는 법, 담배를 끊는 법을 가르쳐주지는 않는다. 이 책은 그런 종류의 노하우는 제공하는 책이 아니라. 이 책은 삶을 단순화하고 핵심에 집중하는 법을 가르쳐주는 책이다. 어떻게 하면 더 적게 하면서 더 많이 성취할까, 어떻게 하면 중요한 것들에 집중하고 그 집중력을 이용해 목표를 성취할까, 그 노하우를 가르쳐주는 책이다. 한마디로 얼마나 많이 하느냐보다는 얼마나 제한하느냐에 초점을 맞춘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책 서두에 등장하는 이 문구가 사실 이 책의 엑기스다. ‘어떻게 하면 많은 일을 정해진 시간에 우겨넣어 전부 처리할 수 있을까?’ 는 기대로 이 책을 봤다간 실망, 실망, 대 실망이다. 이 책은 우리가 ‘하고 싶어 하는’ 모든 일을 마술처럼 전부 처리할 수 있도록 돕는 책이 아니다. 반대로 ‘꼭 필요한’ 일만큼은 놓치지 않고 처리할 수 있도록 돕는 책이다. 그러니까 most가 아니라 least인 것이다.

 

 

근데 이게 참 신가하다. 된다. 이 책대로 해보니까 되더라. 나는 굉장히 욕심이 많은 사람이다. 나이키 광고에서 여자가 땀 흘려 뛰는 모습을 보면 나도 마라톤 같은 것도 하고 싶고, 카드 광고를 보면 나도 좀 여기저기 여행 다니면서 자유로운 영혼인양 살고 싶고 숙취해소 음료 광고를 보면 저렇게 좀 치열하게 사는 직장인이고 싶고... 나를 사람 위에 덧씌우고 싶은 이미지가 너무 많다 보니 이것저것 다 하고 싶은데 시간은 부족하고, 돈은 뭐 저축하지 않고 다 쓴다 해도 어떤 일을 성취하기 위해 기본적으로 들여야 하는 시간이 있는 건데, 그 시간을 아까워하며 늘 빨리빨리를 외치며 발을 동동거리니...

 

 

물론 실제로 수많은 일들을 처리하긴 했다. 어떤 취미생활도 남들과 어울릴 만큼은 하고 어떤 대화 주제에도 무난하게 낄 만큼 책도 읽고 학위도 따고, 하루에 메일, 핸드폰, 개인적으로 밀려드는 수많은 크고 작은 일들을 그 때 그 때 처리해 나가면서 정말 ‘광풍’처럼 몰아쳐서 일을 다 해냈다. 그렇다면 나는 행복했을까?

 

 

답은 ‘전혀 아니올시다’. 그렇게 많은 일을 처리하는데도 나는 행복하지 않았다. 어느 정도까지 갔냐면은 일이 없을 땐 오히려 불안할 정도여서 “뭐 내가 도와줄 일 없어?”라고 동료들에게 물어보러 다니거나 ‘어느 타이밍에 뛰어들어 저 사람을 도와주지?’ 하고 상대가 일하는 모습을 지켜볼 정도로 일 중독, 움직임 중독까지 갔다. 일할 때는 ‘언제 쉬지?’ 하면서 정작 쉴 수 있는 시간이 왔을 때는 못 쉬는 내 모습을 보면서 ‘아... 맛이 갔구나.’ 깨닫고 이렇게 살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때 이 책을 만났다.

 

 

이 책의 핵심은 ‘제한두기’ 이다. 중요한 건 일 뿐만 아니라 삶 전반에 걸쳐 이것이 적용되어야 한다.

 

 

“한꺼번에 인생 전체를 개조할 필요는 없다. 오히려 그것은 실패의 지름길이다. 한 번에 여러 가지를 하는 것은 이 책이 지향하는 바와 정반대이다. 제한 두기에 성공하려면 한 번에 한 분야를 정해 시작해야 하고 또 가장 성공 가능성이 높은 분야를 선택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어떤 것부터 시작해야 할까? 그것은 각자의 삶이 다르기 때문에 남이 정해줄 수 없다. 자신에게 잘 맞는 것을 알아서 선택해야 한다. 현재 자신의 삶을 돌아보라. 어떤 일이 시간을 가장 많이 잡아먹고 있는가? 혹은 가장 심한 부담을 주고 있는가? 단순화하고 싶은 부분은 어떤 부분인가? 감이 안 잡히는 독자들을 위해 힌트를 주겠다.”

 

 

이메일 또는 눈

평범한 일과

전화 통화 시간

현재 맡아서 진행해야 하는 프로젝트의 수

구독하는 블로그나 칼럼 등

인터넷 서핑하며 보내는 시간

책상 위에 나와 있는 물건들

 

 

이 책이 여타의 자기 계발서들과 똑같아 보일 수도 있다. 사실 그네들이 하는 말은 다 같은 건 맞다. 그런데 뭐가 문제인가? 여러 사람들이 한 목소리로 하나를 말한다면 그게 맞다는 소리다. 그대로 실천해보라는 소리다. 그런데 우리는? ‘에이~ 아는 소리네. 뭐 새로운 거 없어?’ 하고 또 다른 책을 집어든다. 머릿속에 들어간 대로 살고 있다고 착각하는 것이다. 머리로 아는 거랑 실제로 손, 발을 움직여 그렇게 살아가고 있는 거와는 전혀 다르다.

 

 

하루 주어진 시간 24시간. 누구에게나 같다. 누구는 28시간이어서 나보다 더 많은 일을 처리하고 누구는 16시간이어서 지지리 복도 없이 먹고 살기도 바쁘고... 그런가? 그래서 나는 나를 상대로 시험해봤다. 정말 내가 ‘해야 한다’, ‘이건 정말 필요한 일이다’라고 생각하는 일들을 할 시간이, 정말 없는 건지.

 

잠들기 전까지 하는 인터넷 서핑을 끊었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 요가를 하게 됐다

스마트폰을 2G폰으로 바꿨다. 처음엔 좀 불안했지만 쓸데없이 까똑거리는 소리, 누가 말을 걸어왔다는 알람 소리가 사라지니 혼자 산책할 틈이 생겼다

남는 시간에 미드 보는 걸 끊었다. 미드 보며 먹는 간식을 안 먹게 되니 살이 빠졌다

 

잠깐이라고 생각하지만 SNS에 일일이 댓글 달아주다 보면 20~30분은 금방 간다. 무언가 집중하고 있다가 SNS에 방해받고 다시 그 일에 돌아와 집중하려면 시간이 걸린다. 시간 낭비다. 아깝다. 이 때문에 집중력이 떨어지고 문구가 잘 떠오르지 않고 일은 더 더뎌진다.

 

 

잠깐이라고 생각하지만 자기 전에 스마트폰으로든 컴퓨터로든 인터넷 서핑을 하다 보면 30분~1시간은 금방이다. 피곤했는데... 일찍 자려던 계획은 수포로 돌아간다. 다음날 또 피곤하다. 짜증스럽다. 마음이 편치 않으니 일도, 공부도 수월치가 않다.

 

 

잠깐이라고 생각하지만 TV를 틀었다. 그 순간 끝이다. 켜는 손가락은 있지만 끄는 손가락은 없다. 계속 채널을 돌려가며 방황한다. 애초에 내가 꿈꿨던 퇴근 후 운동, 잠자기 전 명상, 천천히 산책하며 가족들과 이야기 나누기 등은 날아갔다. TV보느라.

 

 

진짜 ‘잠깐’이라고 생각하는 것들 때문에 사실 내가 정말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일들을 못하고 사는 경우가 너무 많았다. 그 잠깐이 잠깐이 아닌데... 이 책은 그걸 걷어내라고 하는 거다. ‘제한하기’는 이걸 하고, 저걸 하지 마라고 이야기 하는 게 아니라 삶에서 불필요하게 시간과 에너지를 앗아가는 일들을 포기하고 정말 꼭 하고 싶었던 일들을 실제로 하고 살으라는 거다. 그 철학이 담겨 있는 책이다. 나는 실천했고 많은 부분을 이뤘다. 삶 속에 습관으로 만들 수 있었다. 이제 다른 사람들도 이 책의 도움을 받았으면 좋겠다.

 

 

 

 

대단한 책이었다. 정말 대단한 책이었다. 자기계발서를 넘어 온갖 영성서적과 동서양의 깨달은 사람들이 썼다는 고전, 명저들을 읽었지만 그럼에도 누군가에게 권할 때는 그 ‘종교적인 색채’ 때문에 망설여지곤 했다. 종교적인 색채가 없다면 신비주의 때문에, 신비주의적 색채가 없다면 ‘모든 것이 내 마음에서 비롯된다.’는 말에서 언뜻 느껴지는 허무주의 때문에 이런 메시지를 담은 책을 다른 사람에게 권할 수가 없었다.

 

그런데 이 책은... 지극히 현실적인 용어로, 생활에서 바로 건질 수 있는 에피소드로, 그리고 현대인이 맹신하는 ‘과학’의 탈을 쓰고 씌어졌다. 이보다 더 진입장벽이 낮을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정말로 누구에게도 권하기 적합한 책이었다. 그렇다고 그 안에 담긴 메시지가 허술한 것도 아니었다. 내가 수십번 읽고 심지어 필사까지 했던 에크하르트 톨레, 바이런 케이티, 마이클 A. 싱어, 달라이 라마, 틱낫한 스님의 책에서 나온 내용과 조금도 다른 부분이 없었다.

 

“우리 우주는 정교한 설계의 산물이다. 그렇다고 설계자가 우주를 운영하지는 않는다. 설계자가 설계한 방정식에 따라 우주는 움직인다. 당신의 행복 방정식에 집중하라. 당신이 통제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이니까!”

 

이 얼마나 명쾌한 해답인가... 이 책의 말미에 보면 전쟁, 기아, 폭력 등 인간이 같은 인간에게 자행하는 모든 불행에 대해 신을 원망하고 신의 탓으로 돌리는 우리의 마음 구조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그 질문에 대한 답을 그는, 허상이 아닌 실재, 통제할 수 없는 것 대신 선택할 수 있는 것을 바라보고 거기에 포커스를 두라 한다.

    

 

“지금까지 우리가 함께 살펴본 내용은, 내가 환상과 맹점이라고 생각하는 것과 진실이라고 믿는 것이다. 아울러 내가 환상과 맹점을 극복하고 진실을 받아들이는 데 효과가 있었던 방법들에 대해 자세히 설명했지만, 그 방법들이 당신에게도 똑같은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내가 잘못 판단하고 틀렸을 수도 있다. 따라서 당신에게 적합한 것은 받아들이고, 그렇지 않은 것은 포기해도 상관없다. 하지만 한 가지 만큼은 누구에게나 효과가 있으리라고 확신한다. 마음의 평화와 환희를 찾고 싶다면 모든 환상을 버리고 실재하는 것을 추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보다 더 간단히 진리를 드러낼 수 있을까... 사실 이 책을 선택하게 된 이유는 직장 동료 때문이었다. 처음 입사할 때부터 나를 못 들어오게 하려고 애를 썼고, 입사한 뒤로도 업무에서 나를 배제시키기 위해 필요한 정보를 공유하지 않는 듯 온갖 방해공작을 펼쳤다. 그 사람의 그런 행동 자체보다 나를 더 분노하게 만든 것은 그 사람이 ‘상담사’라는 사실이었다. 그것이 인간의 행동과 감정에 대한, 심리에 대한 수천 권의 책과 논문을 읽고 연구하고 실제 적용하며 살아온 내가 밤낮을 가리지 않고 튀어나오는 그 사람에 대한 분노로 힘들었던 단 하나의 이유였다.

 

‘상담사라는 사람이... 다른 사람의 마음을 치료한다는 사람이 어찌 저럴 수 있나...’ 차라리 다른 직업의 사람이었다면 쉽게 이해가 됐을 것이다. ‘그래, 사람은 다 그런 거니까... 나라고 안 그럴 수 있다는 보장할 수 있겠어?’ 하면서 오히려 불안에 떨며 공격적인 방어를 하는 그 사람을 측은하게 여겼을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그 사람이 상담 일을 하면서 그런 심리적인 폭력과 교묘한 술수를 쓰고 있다는 사실은... 아침에 출근해 하루 종일 보고 듣는 모든 그 사람의 모습은 나의 뒷통수를 치기 위함이라는 사실을 매일 확인하는 것은... 정말 고통이었다.

 

‘저런 사람이 상담을 하면 안 되지!’, ‘저런 사람이 보기 좋은 미소로 사람들 이야기 잘 들어주는 척 하고 있으면 안 되지!’ 하는 생각이 수시로 들끓었다. 내 앞에 품위, 명예, 고상, 우아와 같은 수식어 다 떼버리고 저 사람을 쫓아내기 위해 똑같이 굴고 싶은 때도 있었고, 어느 땐 ‘개야 짖어라’ 하는 마음으로 내버려 둘 때도 있었고, 어느 땐 ‘그래, 내 일이나 하자. 다 큰 어른이 내가 뭐라 한들 바뀌겠냐.’ 싶어 일에만 전념할 때도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사람에 대한 분노와 의문, 직업윤리 의식에 대한 회의와 심리 상담이라는 것에 대한 실망감은 지속되었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서 뭔가 탁 깨진 것 같은 기분이다. 이제 실재하는 것이로구나... 저 사람이 저러고 있는 자체가 현실이지, ‘저러면 안 되지! 어디 상담사가 저럴 수 있어?’ 하는 그 당위성이 현실은 아닌 것이다. 나는 오랫동안 ‘세상은 이래야 하는데 왜 그렇지 않지?’ 하는 생각을 실재라 믿고, 진리라 믿고 거기에 매달려 울고불고 화를 내고 고통스러워하고 있었다. 그렇다고 바뀌는 것도 없는데. 하지만 세상은 그냥 그러고 있다는 게 오히려 더 진실이었다. 비관론, 염세주의, 허무주의와는 다른 것이다. 그냥 받아들임이다. 그냥 그렇다는 것이다.

 

오히려 ‘아, 그렇구나. 그럼 난 뭘 하지?’ 이게 더 진실이다. 이게 핵심이다. 그걸 바꾸기 위해 어떤 액션을 취하는 것도 내 선택, 액션을 취하지 않고 받아들이는 것도 내 선택이다. 그 결과는 당연히 내 책임일 것이고. 상대와의 전쟁을 택한다면, 부상을 감내해야 할 것이고 평화를 택한다면 그에 따르는 또 다른 사건과 상황 변화에 대응하는 것도 온전히 내 몫일 것이다. 다만 그 사이사이에 ‘이래야 되는데... 왜 안 그렇지?’ 하는 것은 오히려 나를 더욱 고통으로 몰아갈 뿐 실재로 나를 되돌려놓지는 못한다는 것이다.

 

1번 읽어서 될 책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이 책을 동료 교사 분들과 스터디로 나누기로 했다. 매주 한 챕터씩 읽고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누며, ‘설계자가 만든’ 정답이 아닌 나만의 ‘실재’에 집중하기 위해서... 이 좋은 책을 만나게 해준 북카페 <책과 콩나무>에 무한한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싶다.

 

“아이고~ 의미 없다~”

이 책을 읽고 가장 크게 건진 게 있다면 바로 이 대목이었다. <마음의 평화는 무시할 수 있는 능력에서 온다>는 파트에 나와 있는 글귀였는데 한 때 유명인이 TV에 나와 했던 대사로 기억하는데 이걸 따라해 보면 시원하고 편안해진다는 저자의 말에 무심코 중얼거렸는데 놀랍게도 한결 가벼워지는 마음이 드는 게 아닌가.

 

‘무시할 수 있는 능력’. 요즘 내게 가장 필요한 능력은 이것이다. 직장에서 함께 일하는 사람이 너무나 내 틀에 맞지 않아 그저 눈이 보이는 것만으로도 죽이고 싶도록 밉기 때문이다. 아침 9시 출근해 6시 퇴근할 때까지 그 정도로 미운 사람이 눈앞에서 돌아다닌다고 생각해보라. 지옥도 이런 지옥이 없다.

 

같이 일은 해야 하니 말은 나눠야겠는데... 그 사람의 일 처리방식이나 생각하는 패턴, 감정을 처리하고 표현하는 그 사람의 방식이 도무지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 사람을 피하려다 보니 오히려 그 사람의 말이나 행동, 태도에 더 예민하게 반응하게 되고, 그 사람의 한 마디 한 마디에 빈정상해 하다 보니 하루 종일 그 사람만 쳐다보고 있는 격이 아닌가. ‘저 사람이 뭐라 하든 무시해야 하는데... 신경 쓰지 말아야 하는데... 저 사람은 저 사람일 뿐 나랑 아무 상관이 없는데...’ 생각은 하면서도 정말 그 사람에 대한 생각과 감정이 머리 속을 떠나질 않아 죽을 지경이었다.

 

그런 와중에 만난 이 책에서 저자는 전두엽과 편도체라는 신체 기관을 통해 아주 알기 쉽게 표현을 했다. 인간에게는 이성적 판단과 조절을 담당하는 전두엽이 있고 감정을 담당하는 편도체가 있는데 대립과 갈등의 상황에서는 편도체가 강하게 활성화된다는 것이다. 감정적으로 활성화된 편도체를 전두엽이 조절하면서 대응해야 하는데 두 기관 사이에 균형이 깨지면 감정적인 극한 대립을 경험하게 된다는 부분에서 내가 왜 그렇게 힘들었는지 이해가 되었다.

 

상대가 마음에 들지 않았을 때 어떻게 하는 게 문제해결 방법이라는 건 이성적으로 너무나 잘 알고 있는데 도대체 감정적으로 속상한 마음에서 빠져나올 수가 없는 것이다. 머리로는 아는데 실제로 행동은 안 되니... 정말 죽을 지경이었다. 차라리 방법을 모르기나 했으면 덮어놓고 상대를 미워만 하면 되니 얼마나 좋았을까. 방법은 알면서 안 되는 나 자신을 보는 것은 고통 그 자체였다. 상대에 대한 미움이 이젠 자기 자신에 대한 비하와 원망으로 이어지면서 감정적으로 끝간 데 없이 떨어지곤 했다. 이 상황에서 편도체가 전두엽을 능가하는 상황이었기에 내 마음대로 되지 않았던 것이라는 것을 알고 나니, 그 죄책감에서 한결 편해졌다.

 

또 ‘무시한다’는 것은 편도체에 전적으로 빼앗긴 주의를 전두엽으로 가져오는 일을 의미한다는 것, ‘주의를 조절한다’는 것은 우리가 원하는 곳에 집중한다는 과정을 뜻한다는 말도 커다란 위안이 되었다. 바로 그 순간의 격한 감정이 아니라 그걸 넘어서 자신이 원하는 것에 선택적으로 집중하는 것이 ‘무시하다’의 진정한 의미라는 것이다. 나는 그 동안 ‘무시’라는 말을 들으면 상대를 무시하거나 한편으로는 내 욕구를 무시하는 것이기 때문에 ‘잘못된 방법’이라고 생각했었는데 그저 집중의 대상을 바꾸는 것뿐이라는 저자의 설명에 명쾌한 해답을 얻을 수 있었다.

“저 사람이 이렇게 이야기 하는 것은 전적으로 자신의 생각일 뿐이야”, “저 사람의 말에 대응하는 것은 내가 원하는 것을 해칠 수 있으니 오히려 손해야”라는 말이, 늘 구태의연한 소리, 내가 다 아는 말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사실은 내가 원하는 것에 집중하면서 원하지 않는 것들을 차단하는 기술이라는 것을 나는 제대로 실감하지 못했다. 그저 상대와 내 사이에서 이기고 지는 제로섬 게임(ZERO-SUM GAME)에만 골몰했을 뿐 진짜 그 순간을 벗어나 내 마음의 평온과 평화를 지키는 방법이라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그저 ‘지식’으로만 아는 것을 실제로 내가 ‘알고 있다’, 그렇게 ‘살고 있다’고 착각한 것이 얼마나 많은지...

무시해야 할 정보에 의미를 부여하고 집중하다 보면 진짜 원하는 것에 집중할 주의는 잃어버리게 된다. 우리가 원하는 것에 주의가 집중되고 마음의 평화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주변의 잡음을 무시하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 우리가 갈등과 대립에서 마음의 평화를 지킬 수 없는 것은 성격이나 인성이 나쁜 것이 아니라 주의를 조절하는 습관이 익숙하지 않기 때문이다. 한 번, 두 번 원하는 것에 집중하고 잡음을 무시하는 시도를 반복하다 보면 감정조절이라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 수 있게 된다. 마치 사용하지 않는 근육을 조금씩 사용하면서 근육이 단련되고 유연해지는 것과 같은 결과를 경험할 수 있다.

이 대목에서 큰 위안을 받았다. 최근 운동과 식이조절을 통해 12kg를 감량한 경험 속에서 근육을 키우고 몸매 라인을 가다듬는 방법에 대해 깨달은 바와 일맥상통 하기 때문이다. 근육은 절대 단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한번 격하게 운동한다고 좋은 근육이 만들어지는 게 아니다.(그렇게 하면 골병만 든다) 매일 매일 할 수 있는 만큼만, 처음엔 아주 작은 강도의 근육 운동부터 시작해서 몸이 적응하고 쉽게 느껴지면 조금씩 강도와 횟수를 늘려가면서 그렇게 매일 매일 조금씩 해 나갈 때 근육이 만들어지더라.

 

몸매 라인 역시 마찬가지였다. 굶어서도 살을 빼본 적이 있는데 참 놀라운 경험이었다. 내 체형 그대로 부피만 줄어드는 것이었다. 내가 원했던 것은 ‘하비(하체비만)’에서 탈출하는 것이었는데 하체비만 모양 그대로 전체적인 사이즈만 조금 줄어들 뿐이었다. 상체는 빈약하고 하체는 거대하고. 식이조절과 운동을 병행했더니 그때서야 하체 살이 빠지고 상체에 필요한 부분에 근육이 붙으면서 보기 좋은 몸매가 되었다. 이 방법이 마음에도 통용된다는 소리 아닌가.

매일 매일 상대의 말이나 행동이 거슬리는 매 순간, ‘꼴 보기 싫어!’ 라든가 ‘왜 저래?’ 하는 마음에 주의를 집중하지 않고 그 순간 내가 해야 할 일, 하고 싶은 일, 중요한 일에 주의를 돌림으로써 마음의 평화를 유지할 수 있고 작은 것에 흔들리지 않는 마음의 맷집을 키울 수 있다니... 머리로 이미 알고 있던 것이었지만 정말 필요한 순간에 이런 구절을 만나니 너무 절실하게 다가왔다.

 

좋은 책이다. 일독으로 그치기엔 아쉬울 만큼. 

그래서 서평을 남긴 뒤 자리 잡고 앉아 다시 한 번 정독할 생각이다. 

이번엔 눈으로 읽고 머리로 아는 데 그치지 않고 진짜 그렇게 살아보련다. 

내 몸, 마음의 행복을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