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름 마케팅에 관심이 많은 학생으로 "지역에서 과일장사를 하는 분들에게는 어떤 마케팅이 필요한 것일까?"에 초점을 두고 그 답을 찾고자 책을 펼치게 되었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책에서는 그 답이나 방법을 알려주지는 않는다. 그 경험과 생각을 이야기 할 뿐이다.
바로 우리매장에 적용할 수 있는 매출을 올리는 신선한 방법을 기대하고 책을 접하신 분들은 실망을 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책을 정독으로 2번이나 읽은 입장에서 책 속에 담긴 경험과 생각들은 그 어떤 마케팅 필독서보다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다 생각된다.
책에서 소개된 다양한 이야기를 하나의 서평으로 담을 수 없기에 읽으며 가슴에 와닿았던 이야기 몇 가지를 소개하려고 한다. 그리고 초창기 책을 펼쳤을 때의 목적인 "지역의 소상공인에겐 어떤 마케팅이 필요한 것일까?" 에 대한 내 나름의 분석도 함께 덧붙이며 말이다.
p.19 마음을 담아 파는 복어집.
: 일본 잡지에도 소개된 이 착한 복어 집은 하루종일 사람이 끊이질 않는다. 여기에는 복어국의 맛이나, 초등학생에게는 공짜. 와 같은 전략 때문일 수도 있다. 하지만 내 생각에는 그것보다는 사람을 좋아하는 사장님의 마음에서 시작된 게 아닐까 생각된다. 사람을 좋아하니 조금이라도 더 편하고, 즐겁고, 배부르게 해주고 싶어했고. 그러다 보니 사람들은 그 사장님의 마음에 이끌려 이 가게를 찾게 된 것이다.
음식점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맛'이 라는 인식을 갖기 쉽다. 맞는 말이다. 음식은 우리 음식점의 간판이고, 제품이기 때문이다. 음식이 맛있어야 한다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음식이라는게 아무리 맛있는 음식이라 한들 싫어하는 사람과 먹으면 맛이 없고. 아무리 맛없는 음식이라도 좋아하는 사람과 먹으면 맛있다고 느끼는 것 처럼. 음식의 맛을 포장할 환경과 상황도 중요한 것이다. 잘 되는 음식점이 꼭 음식이 맛있어서 잘 되는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손님이 그 음식점에 들어갔을 때 받게되는 감정과 느낌인 것이다. 같은맥락에서 책에서 소개된 복어집은 맛도 분명 있었겠지만, 맛 이상의 무언가가 있었기 때문에 사람들이 계속해서 그곳을 찾는 것이다.
p.42 500원짜리 호떡도 신용카드 받습니다.
: 전통시장의 상인들은 신용카드 결제를 싫어한다. 수수료를 내야하고 신용카드 단말기를 사야하고, 신용카드 가맹에 따른 유지비도 내야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신용카드로 결제하는 걸 꺼리게 되고 신용카드를 내면 절로 인상이 굳어져 버린다. 하지만 책에서 소개된 호떡집은 다르다. 신용카드 최소 결제금액이 1,000원임에 불구하고 이 호떡집은 500원짜리 호떡도 신용카드로 받는다. 1000원을 계산하려면 1500원을 결제하고 500원을 남겨주는 수고를 더해서라도. 말이다.
이 호떡집에서 우리가 배울 점은 직접 손님의 입장에 서서 생각해 봤다는 것이며. 과감하게 변화를 시도했다는 것이다. 우리가 재래시장을 사용하지 않고 동네 마트를 찾는 것을 보면 분명 확연히 드러나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거리가 멀다거나... 신용결제가 안된다거나...
하지만, 오랫동안 재래시장에서 일해왔던 분들은 이런 문제점을 알고 있으면서도 변화하지 않으며, 조금 더 편리한 방식으로 소비자들을 끌어모으는 곳들을 폄하한다.
"우리 밥줄을 뺏어간다고." 말이다. 분명 재래시장은 재래시장 나름대로 대형마트와 싸울 강점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재래시장에서 장사를 하시는 분들을 보면 예전 그대로의 방식을 고수하며 변화하지 않으려 한다.
시장 사람들은 뭐먹고 살아야 하냐. 우리도 먹고 살게해줘라. 라고 곡소리만 낼게 아니라. 위에서 신용카드로 호떡을 파는 사장님 처럼. 왜 사람들이 재래시장을 이용하지 않는지를 고민해보고 답을 찾았다면 변화시켜 보는 것이다. 호떡집 매출이 오를 수 있었던 것은 호떡을 먹는 것 외의 재미가 있었기 때문이다.
p.79 마음을 녹이는 인연.
: 대전의 한 시장에서 20년 넘게 신발 장사를 해온 분들의 이야기인데. 이 시장의 신발 가게 중 유독 이곳만 장사가 잘 된다고 한다.
그 이유는 한 겨울에도 우리 신발가게를 찾아주는 손님이 고마워. 가게의 입구에 커피자판기를 설치한 사장님의 따뜻한 마음 때문이 아닐까 생각된다.
하지만 여기서 제가 중요하다 말씀드리는 포인트는 다른 부분이다. 의도치 않게 좋은 마음으로 설치한 커피 자판기가 우리 가게를 찾은 손님이 단골인지 아닌지를 구별짓게 만들어 준다는 것이다. 한 번이라도 우리 가게를 들렸던 손님은 자연스럽게 입구에서 커피를 뽑아 먹는다. 그럼 사장님도 덩달아 " 아 또 오셨네요 ! " 라고 말 할 수 있다고 한다. 이 부분은 아무것도 아닌 것 같지만 아주 중요한 부분이다.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이런 사소한 배려가 다시 그 가게를 찾게 만들기도 하며, 그 가게의 사장이 좋으니 그 가게 제품 역시 좋을 거라는 믿음을 갖게 되기 때문이다.
좋은 고객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을 보면 대부분 이와 비슷한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고객을 한명 한명 기록하여 데이터베이스화 하는 것이다. 그래서 예전에 구매한 고객이 전화가 오면 아 OOO님 안녕하세요 ^_^ 라던지, 몇일 뒤면 생일이시네요? , 예전에 선물로 구매하셨던 상품은 잘 선물하셨나요? 라는 식의 응대를 할 수 있는 것이다. 아주 작은 차이인 것 같지만, 다 똑같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지금은 이런 작은 차이가 큰 차이를 만드는 법이다.
커피 자판기를 통해 단골인지 아닌지를 구별짓는 방법. 역시 지역의 소상공인이 활용할 수 있는 좋은 마케팅 방법이 아닐까 생각된다.
믿음이 중요한 시대
p.51 : 부동산 중개업소의 한 직원의 이야기이다. 이 직원은 무조건 자신의 이익을 위해 상품을 권해주기 보다는 중립의 입장에서 중개를 선다. 거래가 성사되려면 어느 한쪽은 반드시 손해를 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착한 마음으로 어느 쪽에도 치우치지 않고 공평하게 중개를 선다. 그 마음이 노부부의 마음을 움직여 4천만원의 중개수수료를 얻을 수 있었다.
p.89 : 시장에서 어묵을 파는 한 가게의 이야기이다. 다른 곳과 달리 어묵에 밀가루를 첨가하는 것이 아니라, 정직하게 생선살을 60퍼센트나 넣는다고 한다. (일반적인 가게는 20~30 퍼센트에 불과) 하지만, 이것을 소비자들에게 진실로서 전달할 방법이 없었다. 그래서 이 어묵 사장님은 사람들 앞에서 어묵을 만드는 과정을 보여주기로 한다.
p.168 : 옷이 좋아서 작은 개인브랜드 의류샵을 운영하다 실패 하신 분의 이야기이다. 그 옷가게는 일반적인 옷가게와는 다른 운영법이 있었다. ‘고객들에게 어울리지 않는 옷은 팔지 않는다.’ 라는 것이다. 그래서 이 분은 손님들에게 ‘어머 예뻐요.’ 라는 말 대신 ‘그 옷 참 안 어울려요.’라는 는 말을 한다고 한다.
: 우리가 이 3가지 사례를 통해 배울점은 이 세 곳은 모두 ‘신뢰’를 팔았다는 것이다. 지금의 소비자들은 기업이 하는 말을 무조건 믿지 않는다. 집 앞의 음식점만 가도 스마트폰으로 검색을 하고 확인한 뒤 들어간다. 쇼핑몰에서 옷을 사도 그 사이트에서 설명하는 제품소개 페이지는 믿지 않는다. 다른 사람들의 댓글을 확인하고 구매한다.
지금은 믿음이 사라진 시대이다. 하지만, 이 믿음에 대한 해결책을 위 3가지 사례에서는 보기 좋게 해결하고 있다. 진실로써.
우리 역시 이런 형식으로 소비자들에게 믿음을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봐야 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최근 알게 된 사이트 중에 농수산물 직거래 사이트. 헬로네이쳐 라는 사이트를 알게 되었다. 이 사이트는 제품이 아니라, 그 제품을 만든 사람을 중심으로 내세움으로써 신뢰를 제공한다. 어떤식으로 했는지 궁금한 분들은 직접 들어가서 확인해보는 것을 추천해본다.
p.168 마음을 버리면 장사는 망한다.
: 위에서도 소개했었던, 옷이 좋아서 작은 개인브랜드 의류샵을 운영하다 실패한 내용이다. 실패한 내용이지만 우리가 배울 수 있는 많은 좋은 사례를 담고 있어 거듭 소개해 드리고자 한다. 이 옷가게의 진열 방식은 남다르다. 모든 옷이 측면으로 전시가 된 것이 아니라 정면으로 전시되어 있다. 옷을 살 때 항상 걸어서 여기저기를 다녀야 하기 때문에 다리가 무척아플 고객을 생각해서 앉아서 옷을 고를 수 있도록 만든 것이다. 또한, 옷가게에 들어가면 옷을 무조건 사야한다는 불편함을 없애기 위해 가게 안에 고객들이 맘 편히 수다를 떨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수다방' 같은 분위기로 매장을 만들었다. 매장의 분위기 자체가 "들어와서 구경만하고 나가도 괜찮아요~" 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다.
물고기를 잡으려면, 물고기처럼 생각하라 라고 했던가?
우리는 여기서 고객의 입장에서 생각하는게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 수 있다. 대부분의 사장님은 고객이 아니라 사장이기 때문에 고객의 마음을 잘 헤아리지 못한다. 과거에 잠깐 디자인 작업을 도와주는데 대부분이 그렇다. 간판의 색상이나 디자인 모두 고객의 눈에 잘 띄고, 메시지를 잘 전달하기 위한 목적으로 만드는 건데. 굳이 사장님이 좋아하는 색상과 디자인을 원하신다. 그 어떤 말을 해도 설득이 안된다. 이게 정답이라신다.
사업은 내가 좋아하는 것을 만들어서 다른 사람에게 권하는게 아니다. 굳이 표현하자면 그건 예술이다. 사업은 끊임없이 고객의 취향을 쫓고, 고객의 불편함을 해소해 줌으로써 고객들에게 사랑받는 제품을 만들어 가는 것이다. 첫째도 둘째도 고객이 필요한 제품을 만든다는 생각이 재래시장에서 땀흘리는 분들에게 아주 필요한 인식이 아닐까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