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영화가 시작되면 마치 카메라맨이 아프가니스탄에 가 있는 것 같은 앵글로 시작이 된다. 한 아이가 다가와서는 구걸을 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곧 탈레반이 들이 닥치는 마을은 어수선해지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아프가니스탄의 한 소녀에 대한 이야기이다. 탈레반이 정권을 잡은 이 나라에선 여자가 밖에나가 일을 하는 것이 불법이다. 여자들은 항상 얼굴을 가려야 하며, 남자 없이 다니는 여자들에게는 어떤 일이 발생할지 모른다. 여자들은 일도 할 수 없고, 혼자 밖에 나갈 수도 없다. 엄마와 할머니와 함께 사는 한 소녀의 가정은 아무도 밖에 나갈 수 없고, 돈도 벌 수 없다. 소녀는 결국 남장을 하고 돌아다니게 되고, 하루에 한번씩 마을의 다른 소년들과 탈레반에 의해 강제 교육을 받게된다.

그들이 주장하는 법을 어겼다는 여자들을 이슬람 율법에 따라 돌로 쳐 죽여야 한다고 말하는 그들 앞에서, 한숨을 내쉬며 '증거도 없으면서..'라고 혼잣말을 되뇌이는 평범한 가장들의 장면과 평생을 빠져나올 수 없는 지옥과 같은 나날 속에서 살고 있다며 한숨 쉬는 늙은 부인의 장면에서 안타까움이 밀려온다.

잔인하게 억압된 그들의 일상에 어떠한 희망도 주지 않을 것이라면, 애초에 신은 여자를 창조하지 말았어야 했다.(아니면 남자를 창조하지 말든가..) 너무 많은, 가슴아픈 이야기들이 그리고 현실이 메마르고 황폐한 지옥에서 피어나고 있는것 같다...

책을 펼치면 미국 민주당 의장인 하워드 딘(Howard Dean)의 추천사로 시작된다.

책의 저자 '조지 레이코프'는 언어학자이다. 그는 현재 서민들이 부자와 대기업을 대표하는 보수 정당을 투표하는 이유는, 근본적으로 민주당과 공화당이 서민들의 표를 얻으려는 전략의 접근 방법부터가 잘못되었다고 지적하였다. 진보 정당 들은 서민들이 진실을 알게되면 언젠가는 올바른 결정을 하게 될 것이라고 굳게 믿고, 보수당의 거짓과 잘못을 폭로하고 진실을 전달하기에 바빴다. 반면, 보수당은 '세금 구제(tax relief)'와 같은 멋들어진 말(실은 서민을 구제하기 위한 것이 아니지만)을 구사하여 서민들이 가지고 있는 프레임 속에 쉽게 기억되게 할 수 있었다. 실은 tax cut을 하게되어 정부에 부족해진 예산으로 인해 퇴직 후 노인 연금의 삭감으로 부터 시작해서 새로운 복지 정책의 입법을 예산 부족이라는 이유로, 모든 복지 정책을 근본적으로 차단해 버릴 수 있는 디딤돌을 만든 셈이다. 더군다나 그런 예산 부족의 상황에서도, 국방, CIA 등의 기구 예산은 증가시키며 복지 부문 예산 삭감을 하였다는 것은 아이러니이다.

결국 서민을 구제하는 것이 아닌 서민을 더욱 고통스럽게 만드는 tax cut이란 제도를 'tax relief'라 포장하여 서민들의 프레임에 각인시켰던 것, 저자는 이러한 보수당의 방법을 인지언어학 적인 측면에서 분석하고, 진보 정당이 앞으로 이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 지에 대해서 책에서 설명하고 있다. 즉, 이미 어떤 프레임을 가지고 있는 사람에게 프레임에 부합하지 않는 진실을 알려주면, 진실은 사라지고 프레임만 남게 된다고 하였다.

저자는 또 보수주의자는 결코 바보가 아니며, 진보와 보수가 추구하는 가치가 다르기 때문에 정책 방향이 다르다고 하였다. 진보는 '자상한 부모', 보수는 '엄격한 아버지' 모델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하며, 이 가치를 국가적인 차원으로 적용하여 서로 다른 정책 방향과 관점이 생기는 것이다. 그는 보수주의자들이 특정 주제, 분야에 대해서 어떠한 관점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잘 분석하여, 진보주의의 입장과 비교하기도 하였다.

지난 해에 노르웨이 오슬로에서도 만난적 있었던 오슬로 국립 대학교에서 아시아와 한국에 대한 강의를 하시는 박노자 교수님이 쓴 책이다. 북유럽의 사회와 한국의 사회를 자신의 개인적인 경험으로 비교해가며 쓴 이 책에서는 주로 노르웨이 사회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담고있다. 노르웨이 교환학생을 마치고 한국에 돌아오고 나서야 이 책을 찾아서 읽게 되었지만, 만일 내가 노르웨이에 가기 전에 이 책을 미리 읽었더라면 더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북유럽(주로 노르웨이, 핀란드, 스웨덴, 그리고 아이스란드)은 세계에서 최고의 복지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 나라들로 유명하다. 항상 세계 복지국가, 평화국가, 평등국가, 인간개발국가 등의 순위에서 1위를 서로 차지하려고 다투는 국가들이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대체적으로 노르웨이을 북유럽을 떠올릴때면, 평화로운 곳, 살기좋은 곳, 즉, 복지국가의 이미지를 떠올리곤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계 최고의 물가를 자랑하는 북유럽의 살인 물가나 상대적으로 북유럽의 정보를 접하기 어려운 한국 사회에서 노르웨이는 신비의 나라, 동화의 나라라는 이미지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한편으로는 노르웨이의 아름다운 자연 환경 때문인지, 피오르드의 나라라고 인식되기도 하는 것 같다.

아무튼, 이 책은 사람들이 많은 환상을 가지고는 있지만, 쉽게 접할 수 없는 선진 복지국가의 특징과 사회에 대하여 쉽게 설명해주는 책이라고 볼 수 있다. 그리고 국가가 요람에서 무덤까지 인생을 걱정없이 살 수 있게 해주는 사회속에서 사는 사람들은 어떤 가치관을 가지고 있고, 어떻게 세상을 바라보는 지에 대해서 짐작할 수 있게 해준다. 내가 이 책을 읽으면서, 노르웨이에서 경험하고 느꼈던 점과 비교해 보았을때, 많은 부분에 있어서 동감했던 점을 생각하면 한번쯤 읽어볼 법한 책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