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순간에 벌레로 변한 그는 자신을 누군가는, 적어도 가족만은, 이해를 해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들의 가족은 당장 돈이 필요한데, 돈을 벌어오던 그레고르는 벌레가 되었으니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죠. 안타깝게도 아버지는 벌레로 변한 그레고르를 압박하고 처음에는 그를 생각해주고 보살펴 주던 여동생마저 그레고르를 탓하게 되고, 그를 걱정하고 진정으로 사랑해 줄 것만 같았던 어머니도 결국 그를 잊게 된다. 결국 그레고르는 그의 죽음을 받아들이게 되고 그의 죽음 이후 가족들은 희망과 행복을 되찾게 된다.

벌레로 변해버린 그를 가족으로 받아들이려 하지않는 가족들.. 결국 그의 과거는 마치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여기는 가족들.. 만일 내 곁에 있는 누군가가 정말 이 소설 처럼 갑자기 변해버린 다면 나는 그 사람을 이전에 그로 인정할 수 있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누군가가 나에게 주는 그 사람으로서의 존재는 어떤 것인지 확실히 생각하기 어렵다. 하지만 정말 누군가가 어느날 갑자기 지금과는 다른 생각을 하고, 다른 행동을 하기 시작한다면.. 아마도 나 역시 그 사람을 예전에 그 사람으로 인정하기 어려울 것만 같다.. 우리 자신을 나타내는 identity가 어떤 것인지도 궁금하다..

사실.. 다시 생각해보면 변하지 않는 사람은 없다.. 모두가 나이를 먹으면서, 여러 경험을 하면서 서서히 변화해 간다.. 반면에 갑작스런 변화는 한 사람을 두 사람으로 인식하도록 만드는 것은 아닐까? 과거의 그와 현재의 그.. 또, 그런 상태로 시간이 흐른다면 과거의 그는 서서히 잊혀지겠지.. 그레고르가 결국엔 애초에 가족이 아니었던 것이라는 생각이 들게 할 정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