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작가 알랭 드 보통의 '여행의 기술'이라는 책인데, 그의 여러 책들 중에서 어느정도 인지도가 있는 책이기도 하다. 이 책에서는 여행을 하는 사람들에 대한 여러가지 테마를 바탕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여행을 진짜 가는 것을 싫어하지만 여행을 간다는 느낌은 좋아해서 여행 사진만 감상하는 사람도 있고, 고독한 여행가의 모습과 여행자들이 거치는 휴게소의 까페같은 쓸쓸한 장소만을 담는 화가 에드워드 호퍼, 이집트에 대한 이국적인 환상 때문에 죽을 때까지 프랑스인임을 싫어하며 이집트인이 되고 싶어했던 귀스타브 플로베르, 새로운 조사를 하며 알려지지 않은 장소를 찾아다녔던 훔볼트, 아름다움을 그림으로 남긴 화가 빈센트 반 고흐, 아름다움을 소유하고 자세히 보도록 해준 존 러스킨 등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왜 여행을 하는가에 대한 답을 구할 수 있을 것 같다.
사람들은 누구나 여행에 대한 기대를 안고 있지만, 막상 여행을 떠나려면 이것저것 준비해야 하는 귀찮음과 아무것도 모르는 새로운 장소에 대한 불안감도 가지게 된다. 그리고 실제로 여행을 하는 그 장소에서의 느낌이 내가 생각했던 완전히 다를 수도 있다. 노르웨이의 피오르드를 보러 가기 위해서라면 한국에서 출발하는 비행기에 16시간 동안은 꽁꽁 묶여 있어야 노르웨이 수도 오슬로에 도착할 수 있다. 다시 베르겐으로 가는데 약 6시간을 기차에 앉아있어야 하며, 베르겐에서 2시간 정도를 피오르드까지 이동해야 한다. 그리고 나서 피오르드를 보는 시간은 1~2시간. 어쩌면 시간낭비라 생각할 수도 있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이 여행에서 담아온 사진과 여행기를 통한 대리만족으로 더 큰 기대에 대한 기쁨을 누릴 수도 있다.
또 여행을 준비하다 보면 늘 다른 사람들이 이미 발견해 놓은 곳. 추천관광명소들. 별 5개가 그려져 있는 박물관과 음식점만 돌기 쉽상이다. 파리의 에펠탑과 미국의 자유의 여신상을 카메라 안에 담아오는 것에 어떤 의미가 있을까? 이미 그런 사진들은 인터넷에 널려있는 데 말이다.. 내 자신에게 더 만족스러운 여행은 여행지에서 만난 새로운 사람들과 함께 어울리고, 새로운 곳으로 떠나 있다는 그 자체에 대한 만족을 최대한 누리는 것이 아닐까..?
내가 이 책에서 가장 공감갔던 인물은 귀스타브 플로베르이다. 그는 파리의 부르주아 들에 대해 조롱하며 언제나 이국적인 이집트에 대한 환상에 빠져 있었다. 그러다 그의 인생에 있어서 다시는 오지못할 이집트를 여행할 기회가 생겼고, 그는 여행을 가게 되었다. 다만 재밌는 것은 그는 여행동안 힘이 없어 보였고 피라미드를 볼때도 환호를 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는 이집트의 여러 화려한 유적들을 보려고 움직이는 것보다, 한 숙소에서 몇날 몇일을 오래 머물더라도 거리에 배두인이 지나가는 모습과 낙타가 물을 마시는 모습 들.. 그냥 그런 솔직한 모습 자체에 반한 것이었다. 결국 죽는 순간 까지도 그는 이집트에 가고 싶다라는 말을 하며 숨을 거뒀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