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한 권 가지고 리뷰대회니 뭐니 이벤트라도 하면 그거 한 권 읽고 다 아는 것처럼 떠들다가도 거저 얻은 비평집 하나 앞에 두고는 돌연 자아비판 모드로 전환하는 꼴, 우습지도 않다. 소설 몇 권 남짓 읽은 걸로 감히 소설에 대해, 문학에 대해 말한다는 건 마치 불경스런 짓거릴 하기라도 하는 것처럼 무슨 큰 죄나 저지르는 것이라도 되는 듯 말이다. 어차피 이렇게 떠들고 말거라면 다 아는 듯 지껄이는 ‘자본주의’에 대해서도 말을 삼가는 게 좋을 것이다. 병폐, 구체적 증상(본인이 처한 환경에서 확인할 수 있는, 본인에게 가까운)으로 밖에는 확인할 수 없는, 말고는 도무지 그 실체를 알지 못하는 ‘자본주의’에 대해 개인들이 알 수 있는 게 뭐냔 말이지. 대체 뭘 잘 안다고 떠든단 말인가? ‘남아(男兒)’건 ‘여아(女兒)’건 ‘수독오거서(須讀五車書)’ 할 판에(물론 이리 한다면 자연 입도 무거워질 테지만) 공짜 밝힘증 환자들이 깜냥 넘겨 받아놓고 하나마나한 헛소리로 가까스로 자수 채워 올려놓고 읽었노라 권수 자랑이나 일삼는 식, 이런 따라지들을 전면에 내세우는 게 소위 문화산업입네 떠드는 대한민국 출판시장의 현주소(아, 그래 시장~ㅎ 정말 빌어먹는 시장). 따라지의 급수가 있겠나? 천만에! 나 역시 못지않은 따라지. 다만 이거 정말 아니란 생각이 부쩍 드는 요즘 적어도 ‘같은 따라지 입장’은 그만 하려 한다. 스스로 돌이켜 다른, 처(處)할 곳(地)을 찾겠다는 얘기. 자, 여기 이 새로운 처지(處地)에 ‘문학’이 (자리해) 있다. 무슨 말인지 알겠는가? ‘종언(終焉)’이 종말(終末)을 불러오거나 말거나 새로운 처지는 돌이키는 우리 안에서 (재)발견되는 것이다. 그런데 자꾸 밖에서 신천지(新天地)를 찾는 데 그러거나 말거나; 무력한 개인들의 심중에 자리한 우울한 현실과 그걸 반영(反影, 우린 反/影 다시 말해 이따위 현실에 대한 反작용으로 재편이란 의미로 反을 떼어놓고 주목할 필요가 있다)하는 문학, 뭐 이런 거다.

몇 권 읽지 않아 모르겠으면 모르겠노라 끝내지 말고 더 읽고 생각하고 생각하는 동안은 아예 말을 꺼내지 말든지; 개나 소나 문文/사史/철哲 떠드는 거야 뭐랄 수 있겠는가만 떠들었으면 그 가운데 뭐 하나는 있어야지 이건 문文도 없고 사史도 없고 철哲도 없으니 원;

 

 

 

책을 읽기 전 책띠지의 광고문구가 한국문학에 붙이기에는 조금 과한 것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먼저 들었다. 물론 내가 읽어온 한국문학이 그리 많지 않긴 하지만... 아무튼 내가 접한 한국소설 중에서 ‘거대한 상상력, 역동적 서사, 강렬한 메시지’라고 말하기에 적합한 소설이 잘 떠오르지 않는 걸 보면 이 세 가지 조건을 모두 충족시키는 한국소설이 가능한가 싶은 의구심이 먼저 들었던 것이 사실이다.

정유정 작가는 『내 심장을 쏴라』로 처음 만나게 되었다. 세계문학상 수상작을 꾸준히 읽어오던 터라 우연히 알게 된 작가인데 사실 첫 만남은 그리 강렬하지 못했다. 아니 오히려 문학상 수상작이란 타이틀 때문에 실망스러웠던 것이 사실이다. 그런 작가로 기억되기에 그의 두 번째 장편소설을 이렇게 화려한 수식어로 소개하는 건 출판사의 지나친 상술이 아닌가 싶은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결론부터 말하면 카피문구는 100% 인정할 수는 없지만 꽤 수긍이 갈 정도로『7년의 밤』은 흡인력 강한 소설이라는 것이다. 그의 첫 소설을 통해서 느낀 건데 정유정 작가는 특히 취재에 공을 들이는 소설가라는 걸 이 소설에서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다. 스쿠버다이빙에 관한 묘사는 물론 댐에 관한 묘사까지 정말 꼼꼼한 취재가 뒷받침되어야만 나올 수 있는 생생한 묘사가 이 소설의 리얼리티를 높이고 있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란 생각이 든다.

한 남자의 치명적 실수 그리고 또 한 남자의 집요한 복수심. 자식을 사이에 두고 벌어지는 두 남자의 7년이란 세월의 끈질긴 악연. 단순하다면 단순할 수도 있는 서사이지만 작가는 이 큰 줄기에 다양한 요소를 덧붙여 하나의 안정된 큰 그림을 완성했다. 그리고 그 완성도를 높이는 가장 중요한 요소로 내가 꼽는 건 바로 뚜렷한 개성의 캐릭터들이다. 한국소설에서 기억에 남는 캐릭터 찾기가 쉽지 않은데 이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하나같이 인상적이다. 저마다는 인상적이되 다른 캐릭터들과 상충되거나 따로 놀지 않고 각 캐릭터가 필연적으로 연결되어 이야기를 꽉 채우고 있는 듯하다. 물론 캐릭터만 놓고 보자면 외국의 스릴러나 서스펜스 소설, 비슷한 류의 애니메이션에서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는 캐릭터도 있긴 하다. 하지만 그 캐릭터에 한국의 정서를 잘 버무려 놓았고 (미련할 만큼 아들밖에 모르는 현수라든가 가족이라면 특히 아들이라면 무슨 짓이라도 할 것 같은 강은주란 캐릭터가 그 대표적) 그리하여 어색하지 않으면서도 인상적인 캐릭터가 창조된 듯하다.

등장인물 각자의 입장에서 이야기가 전개되는 방식으로 인해 이야기가 조금 늘어지는 감도 없지 않았고 마지막 부분에서는 조금 억지스러운 느낌도 없지 않았으나 책을 손에서 놓고 싶지 않을 정도로 소설은 매력적이었다. 첫 소설과는 전혀 다른 느낌의 소설을 내놓은 작가의 다음 소설이 기대 된다.

 

 

정확히 ‘소요리’의 개념을 모르겠다. 단지 저자의 머리말을 통해 하나님에 대한 정확한 설명 뿐 아니라 성경 66권을 107가지 문답으로 압축해 놓은 것을 소요리문답이라고 부르고 있다는 것을 알았을 뿐이다. 개념이야 어찌되었건 간에 왕초보 신자인 내가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는 교리의 교재로 이 책만큼 괜찮은 책이 없는 것 같다. (물론 다른 교리책은 보지 않았지만 말이다. ^^;) 왜냐면 이 책은 기독교인이 알아야 할 교리를 만화라는 형식을 빌려 어린이 눈높이 수준으로 교리를 재밌고 쉽게 설명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김우영 작가가 쉽게 설명하였다고 해서 내가 107가지 질문과 답을 완전하게 이해했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동안 성경을 읽으면서 가졌던 몇 몇 의문을 풀 수 있었던 것만으로도 이 책은 내게 값어치 있다. 특히 십계명에 대한 설명은 글의 표면적인 뜻으로만 이해했던 나에게 좋은 가르침을 주었다. 계명의 이면에 담긴 하나님의 참뜻을 알지 못한 채 그저 글자 그대로의 삶만 살면 바르게 살아간다고 생각했었던 내가 부끄러울 따름이다.

십계명의 참뜻을 알고 나니 하나님의 말씀처럼 이 세상에서 죄짓지 않는 사람은 한 사람도 없다는 걸 새삼 깨달았다. 마음에 조금이라도 부정한 생각을 하는 것도 죄가 된다 하시니 그 누가 죄짓지 않고 살 수 있겠는가. 그러니 늘 몸과 마음을 잘 단속하며 죄짓지 않도록 자신을 잘 다스려야겠다고 다시 한 번 다짐해 본다. 죄를 짓고도 그게 죄인지 모르는 사람이 되지는 말아야지, 죄인 줄 알면서도 죄 앞에 무릎 꿇는 사람이 되지는 말아야지, 나로 인해 다른 사람이 죄짓게 하지는 말아야지... 다짐하고 또 다짐한다. 지금까지 내가 얼마나 많은 죄 앞에서 무릎 꿇고 살아왔는지, 또한 나로 인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죄인으로 만들었는지... 생각하면 할수록 엄청난 후회가 몰려 온다.

내가 지금 가장 걱정되는 것은 나로 인해 기독교인들이, 예수님이, 하나님이 업신여김을 받지 않을까하는 것이다. 예수 믿는 사람이 저렇게 참을성 없고 남을 시기하고 부모에게 효도도 못하며 앞날이 불안해 부정적인 생각들로만 가득 찼다는 걸 남들이 알면 뭐라고 할까 싶어 마음이 무겁다. 강건한 믿음으로 담대하게 앞으로 나아가려 하지만 매순간 나를 시험에 들게 하는 상황들 앞에서 좌절하고 슬퍼하고 괴로워하는 모습이라니... 이 어찌 믿는 자의 모습일 수 있을까. 이러면 안 되는 걸 아는데 알면서도 쉽지 않다. 나를 바꾼다는 것이 말이다.

지금 많은 기독교인들은 타인들로부터 외면을 받거나 욕을 먹는다. 강남 한복판에 초호화 교회를 짓고 목사라는 사람이 몇 십억 원의 돈을 받아 챙기질 않나 이웃나라의 대재앙을 보고 막말을 하는 목사하며 기독교인인 대통령은 실정만 하고 있으니 솔직히 나라도 욕이 목구멍까지 올라올 판이다. 이들은 결국 현실에 목매어 있는 교인들의 모습인데 하나님은 온갖 욕심을 경계하라고 했지 온갖 욕심을 내라고 하지 않으셨다. 결국 이들은 하나님의 나라를 인정하지 않은 채 지금의 현실에 목매 하며 하나님의 법을 어기고 사는 사람들이다. 이런 사람들 때문에 하나님의 영광이 가려진다 생각하면 참으로 안타깝고 걱정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리고 나 또한 언제 저런 모습으로 바뀔지 모른다 생각하면 조심 또 조심하며 늘 하나님 말씀에 깨어있어야 한다고 스스로에게 최면이라도 걸고 싶은 심정이다. 

곁에 두고 하루에 한 가지씩 질문과 답을 천천히 곱씹으며 나의 삶을 내 자신을 고쳐나가다 보면 분명 지금 내가 드리고 있는 ‘새 사람이 되게 해주시옵소서’라는 기도에 응답을 받을 거라 믿는다. 새로운 직장과 새로운 거주처, 새로운 인간관계에 앞서 내 자신부터 새로운 사람으로 거듭나는 것이 먼저임을 잊지 않고 나를 변화시켜 가는 것... 지금 나는 그렇게 조금씩 새로운 사람으로 바뀌어 가고 있다고 믿는다. 하나님의 은총과 축복 속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