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난 고양이든 개든 애완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다. 그것도 아주 상당히 멀다. 배변 관리에 털 날리고 기타 등등, 그러니까 그게 한낱 동물일지라도 누군가의 뒤치다꺼리를 하기엔 지금의 난 너무 여유가 없다. 특히 마음의 여유가. 물론 이는 하나의 핑계에 불과할지 모르지만 말이다. 하지만 나는 비록 동물이라 할지라도 생명을 곁에 두려면 마땅한 책임이 따르는 법이라고 생각하니 어쩔 수 없다. 그러한 책임은 지금 나에겐 상당히 버겁기만 하다. 내가 책임져야 할 어떤 존재를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숨이 턱하고 막힐 지경이고 보면 말 다하지 않았나? 물론 이를 무시하는 인간들도 존재한다. 그 상당수가 자기 좋자고 자기만 좋자고 들여놓고 애완~합네 떠들다 그렇게 격하게 아낀다고 했던 존재가 병이라도 앓게 되면 아무튼 다양한 이유로 자신이 그 존재로 인해 조금이라도 힘들어질 것 같으면 애완을 당장 거두고 내치는 꼴도 허다하니 말이다.
나 역시 나을 바 없긴 하다만 그래도 생명인데 그건 좀 아니지 않나 생각한다. 그래서 우선은 차라리 키우지 않는 편을 택했다고 나름 생각하고 살았는데 이 책『명랑하라 고양이』를 읽고나니 뭐랄까 나 나름 피해를 방지하기 위함이라 생각하고 살던 방식 또한 그저 회피의 한 방편이오, 가장 편리한 변명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너무 편리한대로만 생각하고 그런 생각대로 살고 있는 거나 아닌지 하는, 일종의 반성이랄까(물론 한편으로 여전히 어떤 짐과도 같이 마음에 부담을 느끼지 않는 건 아니지만) 이 책을 지은 이용한 시인의 행동(바람이를 거두고, 거둔다는 표현이 맞을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자유로운 상태 그대로 받아들이고 축사의 대가족도 챙기고 참 대단하시다!)에서 적잖은 걸 느껴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다.
이건 정말 뜻밖의 일이긴 하다. 그도 그럴 것이 내용은 지은이가 글쟁이여서 특히 더 그렇기도 하겠지만 너무나 유쾌하다(바람이를 비롯 몇몇 냥이가 무지개다리 건너는 내용을 제외하면 말이다, 아 생각하니 또 슬퍼진다~ㅜㅜ). 직접 찍은 사진에 등장하는 고양이들도 너무나 어여쁘다. 어쩜 그렇게 귀엽고 앙증맞은 순간순간들을 프레임 안에 비끄러매어두었을까 하다가도 지은이의 애정을 생각하면 당연하게 여겨진다. 어차피 제대로 아끼지 못할 바엔 가까이도 하지 말자는 생각부터 지극히 개인적인 이기의 충동이랄까 뭐 그런 것들이 배경에 깔려 있는 듯싶다.
나만 위하려는 욕망에 충실하고자 다른 사람 다른 존재를 내내 밀쳐내기나 한 건 아닌지. 불현듯 지난날의 어떤 기억들이 빠르게 스쳐도 가고 뭐 그렇다. 한낱 미물에 불과한 것일지 모르나 그러한 데에 마음을 내는 순간 그 마음이 오히려 자신을 더 크게 키우는 것 아닐지. 느낀 바를 말로 옮기는 데 충실하기보다 한 존재 한 존재를 받아들이는 데 더욱 충실해야겠다는 생각도 해봤다. 이런 것들이 결국 나를 나의 품을 나라는 품을 넓히고 마침내 나라는 경계조차 풀어 안팎 바운더리의 구분을 없애기도 하겠지. 여하튼 제목은『명랑하라 고양이』지만 실은 고양이를 비롯한 애완동물을 통해 명랑해지는 건 인간 쪽이 아닐까 싶다. 아무쪼록 생명을, 존재를 더 소중히 아끼고 사랑해야겠노라 다짐도 해본다. 이것이 바로 나를 아끼고 사랑하는 길일 테니.
살아 있으므로 삶이 고통이었다.
내 까칠한 혓바닥은 달콤한 추억보다 캄캄한 밤을 핥는 날들이 많았다.
단지 나는 위로받고 싶었다.
구원받지 않아도 누군가 “힘들지”라고 말해주는 것을 원했다.
그러나 어떤 상처가 또 다른 상처를 핥아주기에는
고양이의 밤들이 너무 차갑고 딱딱했다(PP185,186,아포리즘 <개울에서 보낸 한 철>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