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어놓은 창으로 매일매일 새로운 봄바람이 달콤한 유혹으로 내 방에 드나든다. 책상 앞에 앉아는 있지만 이미 정신은 붕붕 떠 봄거리를 돌아다는 중... 정말 괴로운 나날이다. 밖으로 뛰쳐나가고픈 마음을 꼭 붙들 요량으로 집어든 책들이 벌써 여러 권... 그 중 하나가 바로 『나는 미술관에 놀러간다』이다. 놀러가고픈 마음 달래려 읽는 책 치고는 제목이 좀 거시기 하지만 다른 데도 아닌 미술관에 놀러가는 이야기라니 혹하지 않을 수 없더란 말이다.

서울을 중심으로 여러 공간들이 넘쳐나지만 미술관만큼은 편안하게 드나들 수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 특히 관람료에 대한 부담이 발길을 더욱 잡았던 것 같다. 백수가 되고나서는 더더욱... --;; 그런데 이 책의 저자는 말한다. 무료로 즐길 수 있는 갤러리가 찾아보면 넘쳐난다고... 카아~~ 역시 발품 판 사람들은 뭐가 달라고 다르다. 부지런한 사람만이 소개할 수 있는 그럼 팁을 작가는 책 한 권으로 요약 정리하여 공개했다. 고맙게도~~ ^^

시간이 펑펑 남아도는 처지다 보니 사실 가끔 아니 요즘같이 날씨 좋은 계절에는 자주 밖으로 뛰쳐나가 서울의 이곳 저곳을 배회하고 싶은 마음이 불쑥불쑥 드는 게 사실이다. 사람 분비는 주말이 아닌 평일에 여유롭게 서울의 숨은 장소들을 다녀봐도 좋겠다 싶은데 사실 막상 나가면 늘 가던 곳만 가게 된다. 모험심이 없는 것도 아닌데 주머니 사정이 가볍다보니 어딘가로 들어간다는 것이 부담이 되어 공원 벤치에 앉아 세상을 쳐다보는 게 고작인 최근이었다. 그런데 가벼운 발걸음으로 들어갈 수 있는 곳이 다른 곳도 아닌 갤러리라는 이 아니 반갑지 않을 수 있겠는가 말이다.

몰랐는데 간송 미술관은 일 년에 5월과 10월 두 번만 개관한다고 한다. 곧 5월이다. 역사적으로도 의미 깊은 간송 미술관을 볼 수 있는 계절이 코앞에 다가왔다. 덕분에 올 봄은 좀 우아하게 봄놀이를 할 수 있을 것 같다. 서울대학교 미술관 MOA에서는 몇 년 전부터 시민을 대상으로 몇 개월 동안 도슨트(자원봉사자) 양성 과정을 진행하고 있는 걸로 아는 데 시간이 허락하면 이 과정을 꼭 들어보고 싶다. 그리고 꼭 한 번 해보고 싶은 건 바로 미술관에서의 야외 결혼식!! 와우~~ 소마 미술관이 바로 그곳이라고 하는데 결혼식은 먼 이야기이니 우선 도시락 싸가지고 올림픽 조각 공원과 소마 미술관 나들이를 먼저 즐겨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그러고 보면 미술관은 그 안에 걸린 작품을 감상하는 곳이기도 하지만 공간 그 자체를 즐기는 장소이기도 하다. 그러기에 기쁨과 즐거움이 두 배가 되는 공간이 바로 미술관이 아닌가 싶다. 이 책을 안내서 삼아 서울의 이곳 저곳을 돌아다녀 보는 것을 올해의 목표로 삼아도 좋겠다 싶다. 시간 많이 남아돌 때 본격적으로 서울 문화 탐방을 해보는 것도 나름 의미 있는 시간 보내기가 될 테니까. 언제 서울을 훌쩍 떠나게 될지 모르는 일이니... 가기 전에 열심히 부지런히 서울을 봐두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그럼 곧 가벼운 발걸음과 마음으로 미술관으로 고고씽 해볼까.. ^^

 

 

‘실록(實錄)’이란다. 실록(實錄)? 그게 뭔데?! 아는 사람은 알아도 모르는 사람은 여전히 모르는 실록, 이 기회에 살짝 짚고 넘어가자. 포털에 등록된 사전 검색, 순식간(瞬息間) 그야말로 채 15초도 채우지 않은 시간을 투자하여 짧고 굵은 뜻, ‘역대 제왕의 사적(事蹟)을 편년체(編年體)로 기록한 책’을 결과물로 얻었다. 편리한 세상. ‘편년체(編年體)’, 역시 빛의 속도. 전기 on/off, 0과 1의 이진법으로 구축된 인프라 진지(陣地)의 편리를 누리느라 지능이 퇴각할 지경; 무엇이 어찌되었든 간에 뜻은, ‘연월(年月)에 따라 기술하는 역사편찬의 한 체재(體裁)’ 연대순으로 짜인 건 아니지만 사적의 연도 등장하니 편년체로 보아도 좋을 듯. 아무렴 어때~ㅎ. 제왕의 사적(事蹟)이 아닌 개인사(個人史), 그러므로 사적(史蹟)은 고사하고 잘해야 사적(私蹟, 바람직한 표현은 아니겠으나 의미에 무게를 둔, 조어造語라면 조어로 생각하자)이겠지만 역사(歷史)가 어디 제왕들만의 것이랴. 제왕의 사적(事蹟), 그 빌어먹을 중대사에 동원된 기층민중을 생각하면 역사적(歷史的)인 일(事)들은 죄다 개인의 힘(力)에 기대지 않는 바가 없다. 그러니 사적(史蹟)을 두고 사적(事蹟)과 사적(私蹟)을 구별 지으려는 것부터가 권위에 찌든 몰상식에 지나지 않을지 모른다. ‘사적’이 이러한 데에야 ‘실록’이란 표현을 사용하지 못할 이유 없지. 그래서 쓴 저자, 쓰인 걸 보는 독자. 문제없지? OK!

여기서 잠깐, 실록이 실록으로 굳을 수 있는 이유. 이는 건축의 결과물로써의 건축물이 건축-물(物)이라는 구체적 형상(가시적인 결과 쉽게 말해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으로 드러난다는 것. 이것이 건축의 특색/특장점이다. 이 구체적 형상으로써의 결과물인 건축-물(物)이 사적(事蹟)과 사적(私蹟)이 맞물리는 지점이 되는 것. 제왕이 가고 없는 시대, 업적(業績)은 숱한 개인들의 공적(功績)으로 이뤄지는 것임을 재발견. 따라서 사적(私蹟)이라 해도 맞겠다. 그런데 제왕의 계급이 사멸한지 오래건만 여전히 유령은 배회하는 지라 공적(功績)에 필연적으로 개입될 수밖에 없는 공공(公共)이라는 성격을 저 홀로 편취하려는 그야말로 공공의 적, 곧 공적(公敵)들이 수시로 등장 있지도 않은 왕좌를 꿰차겠노라 노리고 덤벼드는 것. 이런 미친; 위상(位相), 위계(位階)를 취하기에 알맞은 교묘한 도구로 이용되기 쉬운 게 또 그 건축-물(物). 물욕(物慾)이 문제라는 게 괜한 말은 아니다. 건축(어디 건축뿐이겠는가 만은;), 꽤 쓸만한 포지션이라고 너도나도 덤벼들어봐야 허송세월 십상; ‘목구회(목요일木에 만나 먹고 말하는 입口들의 모임會, 본문 중)’는 못 되고 이도저도 시원찮아 ‘발발이(건축발이 글발에 못 미치는 사람들, 역시 본문 중)’ 되어 뒷담에 모여 앉아 추억이나 군밤처럼 까먹는 것. 이것도 나쁘진 않다.

돈 밑에 예속된 채 독립도 못하고 있는 마당(마음 마당이라 해도 좋겠다)에다 건축-물(物) 세워놓고 중립 가장해봐야 허울 좋은 변명. ‘선배에 대한 찬가’ 정도로 받아들임이 적실한 평일 듯. 아무래도 찬가 놓고 예찬은 좀 심하잖아;

 

 

작년 12월 모 포털 기획 가운데 ‘괴델의 불완전성’을 소개하는 내용(본디 ‘사이언스 올’이란 데에 먼저 소개된 내용으로 다시 옮겨진 것, 자료제공으로 출처를 밝히고 있다)이 게재된 바 있다. 관련 내용을 자세히 확인해볼 수 있는 포털 기획물의 인터넷 주소는 다음과 같다. http://navercast.naver.com/contents.nhn?contents_id=4200

만일 당신이 나와 같이 이공계(딱히 이를 이해함에 이공계여야 할 이유도 없지만;)가 아니어서 일종의 변증으로 발전해온 수학史에 대하여 보고 들은 바가 없는데다 아직 이 책을 읽기 전이라면, 앞서 표기해둔 링크의 기획물의 내용과 함께 하단에 달린 약 300여개의 댓글을 먼저 읽어보길 권한다. 특히 댓글의 경우 머릴 쥐어짜느라 고생하였다는 반응과 함께 전혀 엉뚱한 흐름을 짚어놓고 자신만만해 하는 반응들을 보면 정말 재미있다. 비교적 흐름을 분명하게 인지하고 있다고 생각되는 인원은 단 3명, 이 3인을 제외하고는 흐름조차 분명하게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데서 ‘일반’ 혹은 ‘평범’이라고 하는 GRADE 자체가 하향평준화된 걸 자연스레 실감하게 될 것이다; 아, 성질 자제, 아무쪼록 오해마라, 나 역시 포함되는 입장에서 이르는 말이니, 이거야 원; 자 이렇게 자꾸만 하향평준화 되는 일반/평범의 수준 UP-GRADE를 위해 기획된 책이 곧 이 『로지코믹스』라고 보면 알맞겠다.

만일 이 기획물의 내용을 보고도 당최 무슨 소리를 하는지 알아먹지 못하겠다는 사람, 그래서 적어도 그 흐름만이라도 알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꼭 한번 들추어 보기 바란다. 이성과 광기의 자기분열 양상이 일반적인 궤도는 아닐까 탐구하는 듯한 기획의도와 상관없이 이성을 자극하는 훌륭한 단초들을 제법 풍부하게 제공하는 책이어서 더욱 그러하다. 1, 2차 양차 대전을 치르는 동안 지극히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대중이 비이성적이고 광기어린 말하자면 똘기 충만한 선택을 서슴없이 자행하는 꼴을 러셀의 입장에 서서 바라보는 것도 흥미로울 것. 다시금 도처에 광기가 들고 일어나는 세상이다. 故조오련 선수의 말만 따오면, ‘정신 지대로 챙기라고!!’

정신 바짝, 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