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01. 31
서미경 - <중앙북스> \10,000


 그래, 저자가 이야기한 것처럼 21세기는 더 이상 달변가의 시대가 아니다. 너도나도 '화법'에 관심을 가지며 어떻게 하면 말을 더 맛깔나게 할 수 있을까 고민하는 지금, '화법'은 기본 중의 기본이 되어 버렸다. 사실 이 '기본'을 습득하는 것도 참 어려운 일인데, 문제는 기본을 넘어선 것이 또 있다는 것이다.(없다면 '기본'이라고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아, 준비할 것이 참 많은 세상이다. 

 '화법'을 갈고 닦은 다음에 신경을 써야할 존재, '화법'을 더욱 더 돋보이게 만들어 줄 존재는 바로 '목소리'이다. 잠시 생각해보자, 노래 부를 때를 제외하고 자신의 목소리에 대해 신경을 써본 경험이 있는가? 아마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목소리는 그렇게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을 것이다. 정말 못 들어 줄 정도가 아니라면 굳이 신경을 쓰지 않아도 '중간 정도는 가는' 것이 목소리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것은 목소리가 가진 힘을 상당히 과소평가 하는 생각이다. 매력적인 목소리에 이끌려 본 경험이 있는가? 아무리 뛰어난 달변가라 할지라도 매력적인 목소리를 가진 사람보다 강하게 사람들을 매료시킬 수는 없다. 내 주위의 어떤 여자 아이가 "남자는 베이스지"라고 힘주어 말하는 것도 아마 목소리가 가진 힘 때문일 것이다.

 이 책은 이렇게 우리가 간과하기 쉬운 목소리가 지닌 힘에 대해 밝히고 목소리를 어떤 식으로 '디자인' 하면 되는지 상세하게 설명해 주고 있다. 트레이닝 법이 정말 꼼꼼하게 나와 있어서 아나운서 지망생들을 위한 책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이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아, '좋은 목소리'를 얻기 위해서는 마치 '아나운서 지망생'이 된 것처럼 신경 써서 연습해야 할 것이 많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인가! 

 결국, 끊임없는 관리와 훈련 없이는 결코 좋은 목소리를 손에 넣을 수 없다. '뭐, 대충 몇 번 따라하면 되겠지'라는 식의 사고를 버리자. 생활 습관 하나하나부터 조금씩 신경을 써 나갈 때 비로소 자신에게 딱맞는 좋은 목소리를 디자인할 수 있을 것이다.


"선동적인 단어보다 속에서 끓어오르는 강렬한 목소리가 더 큰 힘을 가질 수 있고, 슬픔의 언어보다 흐느끼는 듯 한 목소리가 더 처절한 슬픔을 전달할 수도 있음을 우리는 이미 여러 차례 경험했다. 특히 비즈니스적으로 프레젠테이션을 할 때 말보다 목소리가 파워풀할 수도 있음은 굳이 따로 말할 필요조차 없다." - p64

"21세기는 더 이상 달변가의 시대가 아니다. 전국 각지에 노래방이 난립하면서 노래 못하는 사람이 없어진 것처럼, 온갖 매너 교실과 스피치 교육이 활성화되면서 말 못하는 사람이 없을 정도다. 하지만 이제는 말을 잘하는 것보다는 상대방에게서 '따뜻하고 믿을 만한 사람이다'라는 느낌을 주는 것이 인간관계의 성패를 좌우한다." - p65

 

 

서미경, 목소리디자인

 

 

11.01.27
신상훈 - <해바라기> \12,000


 본디 '애드립'이란 돌발적인 상황에 즉흥적으로 대처하는 것을 뜻하지만, 요즘은 이런 애드립도 미리 준비하고 다녀야하는 시대인가보다. 확실히, 상황에 따라 쓸 수 있는 이야깃거리를 미리 생각해두고 그것을 적절히 활용할 수 있다면 '재치 있는 사람'으로 인정받을 확률이 높아질 것이다. 하지만 찰나의 순간에 번쩍이며 지나가는 그런 말들을 모아놓은 책을 어느 곳에서 찾을 수 있단 말인가! 아마도 작가는 이러한 고민을 하는 사람들을 위해 이 책을 썼을 것이다.

 이름에 걸맞게, 이 책은 우리가 흔히 이야기 할 수 있는 주제를 가나다순으로 배열해 놓고(가정교육, 가족, 개... 나이, 나이2, 남자... 이러한 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각 주제 별로 쓸 수 있는 여러 가지 애드립을 담고 있다. 예를 들어, 친구를 만나 식사를 할 예정이라면 '음식'과 '친구' 항목을 참고할 수 있도록 만들어 놓은 '애드립 사전'인 것이다. 상황별로 애드립이 정리되어 있으니 독자는 그것을 잘 체득해서 적절한 상황에 써먹기만 하면 된다. 이 얼마나 편리한 책인가!

 하지만, 문제는 과연 그것을 실전에서 써먹을 수 있느냐다. 솔직히 말하자면 이 책에 담겨진 대략 800개 정도의 애드립 중에서 내가 건질 수 있었던 것은 아래의 10개가 전부였다.(아마, 이마저도 "이게 뭐야?" 하는 소리를 들을 가능성이 크다) 12,000원이라는 책값이 과분할 정도였다. 애드립을 주제별로 모아 놓은 '센스'는 인정하겠지만, 그 속의 내용이 좀 더 '센스'가 있었더라면..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결국, 내 기억에 남은 것은 책에 가득 담겨진 애드립보다 주제별로 짤막짤막하게 남겨놓은 작가의 말뿐이었다. "애드립은 없다. 다만 타이밍이 있을 뿐이다."라고 했던가. 말 그대로, 이 책이 성공할 수 없었던 이유는 가장 중요한 '타이밍'을 담아낼 수 없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절묘한 타이밍이 뒷받침해주지 않는다면 '애드립'은 그야말로 '개드립'에 불과할 뿐이다. 만약 누군가 이 책을 읽게 된다면, 책에 있는 다양한 애드립을 달달 외우기보다는 그것을 활용할 수 있는 상황을 직접 떠올려보는 것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것이다.


"돈으로 행복을 살 수 없다고? 그 사실을 증명해 볼 기회가 단 한 번만 있어도 소원이 없겠다." - p21

"모든 분들께 감사를 드립니다. 특히 지금부터 박수를 쳐주실 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 p26

"정말 말을 잘 하는 사람은 말을 안해야 할 때를 아는 사람입니다. 지금이 그 때인가 봅니다." - p27

"남편이 아무 날도 아닌데 꽃을 선물했다면 분명 아무 날도 아닌 게 분명하다." - 31

"채식주의자들은 동물을 사랑하기 때문에 채식을 하는 걸까요. 아니면 식물이 싫어서 마구 먹어치우는 걸까요?" - p158

"하루는 한문 선생이 자신의 종아리를 스스로 치며 이렇게 말했다. "내가 너희들을 잘못 가르쳤다. 그러니 내가 맞아야지..." 교실 분위기는 갑자기 숙연해졌고 흐느끼는 아이들까지 있었다. 그때 맨 뒤쪽에 있던 학생이 이렇게 속삭였다. "저 선생은 좀 맞아야 해." - p197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 그래서 나는 예술 같은 인생을 살 것이다." - p199

"키가 큰 학생이 앞에 서고, 더 큰 사람이 뒤로 가세요." - p258

"행복을 가져다주는 건 무엇일까? 건강? 돈? 명예? 내 경우엔 나쁜 기억력 같다." - p272

"(과분한 소개가 끝난 뒤) 소개를 들으면서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저렇게 대단한 사람이 과연 누구일까?' 저도 무척 궁금해지더라고요." - p292

 

애드립사전, 신상훈

 

11.01.21
김은성 - <위즈덤하우스> \12.000


 언제, 어디서, 누구에게, 어떤 목적으로 등의 조건에 따라 말하는 법은 바뀌어야한다. 언제나 같은 방식으로 말을 해서는 결코 "말 잘하는 사람"이 될 수 없다. 내가 무턱대고 책을 빌릴 때만 해도 이 사실을 깨닫지 못하고 있었는데, 이 책을 읽고 나서 "말 잘 하는 법 배우기"라는 다소 막연했던 내 목표는 좀 더 현실적인 것이 되었다.

 이 책은 여러 가지의 말하는 법 중에서도 '스피치'를 콕 집어서 깊숙이 파고 들어가고 있다. 그리고 여느 책에서나 볼 수 있는 일반적인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 아나운서로서 축적한 풍부한 스피치 경험과 학문적 연구를 통해서 얻은 자료에 의거하여 일반인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는 스피치 훈련법을 체계적으로 소개하고 있다.

 무척 방대한 양의 참고문헌을 효과적으로 소화하고 있는 이 책의 체계성도 놀랍지만, 더 놀라운 것은 날짜 별로 구체적인 훈련 계획까지 담고 있는 세심함이다. 그리고 각 장의 내용을 여러 가지 세부 항목들을 통해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기 때문에 스피치를 처음 접하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각 장마다 세부내용이 너무 많은 것은 흠이 될 수도 있겠지만 독자가 스스로 필기를 해 가면서 꼼꼼히 읽어 나간다면 그것은 흠이 아니라 힘이 될 것이다.

 결국 이 책에서 강조하는 것은 성공적인 스피치를 위해서는 내용을 달달 외우는 것이 아니라 스피치의 구성요인을 정확히 파악하고 상위 인지 능력을 기르는 훈련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반복된 훈련 없이는 결코 스피치 실력은 나아지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책만 읽는다고 해서 한 순간에 '말 잘하는 법'을 터득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책에서 배운 내용을 숙지하고 꾸준히 연습하자. 그럼 언젠가 나도 말 잘하는 사람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우리는 휴대전화 같은 통신장비를 이용하거나 인터넷을 통한 사이버상의 소통에 점점 익숙해졌습니다. 그런데 이런 편리한 소통이 늘어갈수록 오히려 사람과 사람의 직접적인 소통의 도구인 말 또한 더 중요해졌습니다. 만남의 횟수가 줄어들고 시간도 짧아지다보니 말 한마디에 그 사람의 이미지가 결정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 p10

"말하는 것은 지식의 영역이고 듣는 것은 지혜의 특권이다." - 올리버 웬델 홈즈

"선배 아나운서의 스피치는 언제나 재미있고 유익했지만, 아나운서들의 연말모임이 벌어지는 장소와 시간, 상황에 가장 적합한 스피치는 유익한 이야기와 많은 정보가 아니라 짧고 명료한 스피치였다." - p60

"스피치는 단순히 말만 잘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스피치의 구성요인들이 조화롭게 이루어질 때 좋은 스피치가 된다. 좋은 음성과 탄탄한 내용, 그리고 적절한 의상과 제스처는 말 잘하는 사람의 자질에 포함되는 것이다." - p174

"스피치를 준비할 때 어떤 목표를 가지고 있는지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더 구체적으로 일반적 목표에 따른 세부 목표가 있어야 한다. 스피치를 할 때 많은 주제를 이야기하기보다는 두세 가지의 명확한 목표가 있어야 한다. 많은 정보를 준다고 해도 청중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 p209

 

김은성, 스피치, 화법, 파워스피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