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 내 별명은 울음보였어요. 엄마는 늘 내 속에는 커다란 울음보가 있다고 놀렸죠.
일곱살 때 엄마가 어디론가 가버렸어요. 할머니가 말했죠.
내가 너무 울어서 엄마가 어디론가 가버렸다고.
어느 날 엄마가 보고 싶어서 놀이터에 앉아 혼자 울고 있는데,
우리 동네 사진관 아저씨가 나를 데리고 가서 사진을 찍어 주었어요.
난 눈에 눈물을 매단 채로 사진관의 작은 의자에 앉아 커다란 사진기를 보고 있었죠.
사진을 찍고 나서 난 생각했어요.
울음보 속의 울음들이 저 사진기 속으로 들어가버렸을 거라고.
그 다음부터 울고 싶어질 때마다 그 사진관을 찾아갔어요.
처음엔 그저 눈물을 참기 위해 사진관으로 갔죠. 엄마가 떠난 것은 내가 울기 때문이니까,
울지 않아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나중에 인화된 사진을 보다가,
'난 그 때 무엇 때문에 울고 싶었지?' 하는 생각을 종종 하게 되었어요.
울고 싶어진 이유를 잊어버린 거죠.
난 궁금했어요. 무엇이 나를 울고 싶게 만드는 건지. 무엇이 나를 괴롭혔는지.
그걸 알게 되면, 더 이상 울지 않아도 될 거라고 생각했죠."
"그런데요?"
"하지만 그런 일들은 끊임없이 생기더군요. 이제는 울고 싶어질 때 사진관에 가는 대신
이방에 들어와서 이 사진들을 보죠. 그리고는 아, 그때는 내가 무엇 때문에 슬퍼졌지, 생각을 해요."
"슬픔과 고통은 그렇게 사라진다는 걸 확인하는 거군요."
그 여자는 대답 대신 빙긋 웃어 보였다. 그리고 벽에 붙어 있는 수많은 사진들 중의 하나를 떼서
내게 내밀었다.
"당신이 지금, 이런 상태인 거 같아서요."
"이런 상태?"
"누군가 내 마음을 몹시 아프게 했죠. 난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어요. 그냥 그게 다에요."
그 여자는 조금 위쪽에 붙어 있는 다른 사진 한 장을 또 떼어냈다.
그건 그 여자가 아주 어릴 때의 모습이었다.
"그리고 이 사진은 내가 도청소재지를 외우지 못해서 선생님께 혼이 난 다음이었죠."
우리는 웃음을 터뜨렸다. 그 두 사진의 표정이 똑같았기 때문이다.
"결국 마찬가지라는 이야기군요." 내가 말했다.
"갖고 싶으면 가지세요. 그것으로 충분하지 않다면, 사진관으로 가는 길을 가르쳐 드릴게요."
그 여자가 말했다.
"아니, 충분할 것 같아요." 내가 말했다. "그리고 어차피 지금 그 사진관은 없어졌겠죠."
그 여자가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두 장의 사진을 가방 속에 집어넣고, 그 여자와 인사를 나누고, 그 집을 나섰다.
저녁이 와 있었다. 그리고 모든 것은 한결 나아져 있었다.
난 그냥 도청소재지를 외우지 못해서 선생님께 잠시 혼이 났던 것뿐이다.
그리고 세상에는 가끔, 반성하지 않아도 좋을 절망이 있는 법이다.
황경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