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7.20
유시민 정리 - <돌베개> \15,000

어떻게 글을 시작해야 할 지 모르겠다.
그 분의 이름 석자를 미천한 내 글 속에서 언급하기조차 힘들다.

언론의 탄압에도 굴복하지 않으셨던 분...
사람 사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부단히 힘쓰셨던 분...
항상 국민을 생각하셨던 분...
그리고, 누구보다도 따뜻한 표정을 가지셨던 분...

이제는 '시민'으로서 털어놓으시는 여러가지 이야기....
그 분의 자서전은 휘황찬란한 성공의 이야기가 아니라 실패와 좌절의 회고록이다.
거듭 되는 실패 속에서 자신의 잘못을 책망하는 모습.. 대통령으로는 성공하지 못했지만, 시민으로서는 성공하고 싶었다는 말... 그리고 드문드문 실려 있는 그 분의 사진 앞에서 나는 가슴이 미어져 와 쉽사리 책장을 넘기지 못한다. 

'바보'라고 부를 수 있던 대통령. 언제나 꿈을 안고 살았던 청년...
나 역시도 꿈이 살아 있는 한, 영영 그 분을 떠나보내지는 못할 것 같다.

운명은 끝나지 않았다.
여러 사람들이 그 분을 생각하며 꿈을 품는 한,

그것은 영원한 희망으로 이어질 것이다.

"정치에 무엇을 바쳤는지는 헤아릴 수가 없다. 바치지 않은 것이 무엇인지 말하기가 어렵다. 그것이 정치인의 삶이다." - p98

"나는 바보가 아니다. 내가 바보라고 생각한 적도 없다. 다만 눈앞의 이익보다는 멀리 볼 때 가치 있는 것을 선택했을 뿐이다. 당장은 손해가 되는 일이 멀리 보면 이익이 될 수강 있다. 정치 하는 사람들이 모두 '바보처럼' 살면 나라가 잘 될 것이다." - p163

"나는 그 싸움에서 대통령의 권력을 무기로 쓰지 않았다. 국민이 언론과 싸우는 데 쓰라고 그 권력을 준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나는 정치인의 권리, 시민의 권리만 가지고 싸웠다. 사실의 힘, 논리의 힘, 진실의 힘만으로 싸웠다. 그렇게 해서는 도저히 이길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당당하게 살기를 우너하는 한 피할 수는 없는 싸움이었다." - p276

"나는 지극히 상식적인 소망을 가졌을 뿐이다. 제대로 된 언론이 시민 권력으로서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고, 또 그렇지 못한 언론은 시장 권력의 대리인이나 정치 권의 대리인으로 그 본질을 드러내도록 투명하게 만들어 가는 것, 이런 정도를 바랐을 뿐이다. 이것이 잘못인가. 이것이 지나친 욕심인가?" - p280

"모든 패배는 쓰라리다. 그러나 원칙을 잃은 패배는 더욱 쓰라리다." - p295

"대통령으로는 성공하지 못했지만 시민으로서, 은퇴한 전직 대통령으로서는 꼭 성공하고 싶었을 뿐이었는데." - p306

"대통령이던 시절에도 대통령을 마친 후에도 그는, 꿈을 안고 사는 청년이었다. '사람 사는 세상'의 꿈이 그렇게 살아 있는 한, 그를 영영 떠나보내지는 못할 것 같다." - p351

 

 

운명이다, 노무현, 유시민

 

10.07.01
김용택, 도종환, 양귀자, 이순원 외 지음 - 황소북스 \13,000

내 삶에 영향을 미친 '잊을 수 없는 수업'이라..
왠지 모르게 특별하고 감동적인 이야기를 해야할 것만 같은 부담감이 몰려온다.
작가분들도 이런 부담을 느끼는 것은 마찬가지인지 ,
자신은 원본이 풍부하지 않다며 이야기를 시작하는 양귀자님의 글에 문득 미소를 짓는다.

과학 12점을 맞고 눈물을 흘리며 비빔 국수를 먹던,
전근 가시던 남자 체육 선생님이 우리 앞에서 눈물을 흘리시는 데도 
장난을 치는 친구들을 보고 씁쓸함을 느꼈던 어린 시절.
고등학교 때 강대영 선생님과 산에 올라갔다 와서 먹은 무척 맛있었던 보쌈.
그리고 선생님의 해맑은 얼굴...

여러가지 추억들이 방울방울 떠올랐다가 슬며시 사라진다.
따지고 보면 사소한, 아무것도 아닐 수 있는 일들이 나에게는 큰 의미를 지닌다는 것.
여러 작가님들이 글을 쓰면서 느꼈을 따스한 감정이 책장을 잡은 두 손을 타고 흘러 들어와
내 마음을 적신다.

나도 언젠가 누군가에게 '추억'이란 이름으로 남을 수 있는 수업을 할 수 있을까?
지금까지 살면서 내가 느낀 여러 종류의 감정을 아낌없이 전해줄 수 있는 그런 수업을 하고 싶다.


+) 엽서형으로 된 여러 사진들은 보너스!

"난 사람이나 생에 대해, 결정적으로 실망하지 않는다. 그 종래 시간 이후 그래왔다. 누군가가 날 봐줬다. 내 마음을 봐줬으니 영영 혼자는 아니다. 선생님은 나를 발견해줬다. 마음을 끌어안아줬다" - p96

"달빛도 없고 별빛도 없는 캄캄한 밤길에 성냥 한 개비 켜서 한 발자국 걷고 또 상냥 한 개비 켜서 한 발자국 걷는 심정을 글을 쓰는 것." - p213

"그리고 지금, 나는 내 삶에 영향을 미친 '잊을 수 없는 수업'이라는 질문에 당면해 있다. 앞서 이미 누누이 말한 대로 이런 글쓰기는 소설이 아닌 까닭에 변용하거나 확대할 수 없다. 원본을 제출해야 하는 것이다. 무궁무진할 리가 없는 그 원본을 또 찾아보라는 주문이다. 난감하지만, 삶에는 피치못할 사정이라는게 항용 있는 법이니 책상 앞에 앉는다." - p245

"선생님들이 내게 소설 읽기의 자유를 주었으므로 훗날 소설가가 될 수 있었다. 인생에 이보다 더 심각하게 영향을 끼친 수업이 어디 있으랴." - p246

 

 

수업

10.06.27
지그문트 프로이트 - <돋을새김> \8,500

난 참 독서 편식이 심하다.
재미있어 하는 분야(소설)의 책만 읽어온 것이 습관이 된 탓이다.
매번 편식하는 습관을 고치려고 다른 분야의 책을 검색하다가도 
어느새 장바구니가 소설책으로 가득 차 버린다. 대책없는 소설 중독.. 참 씁쓸하다.

하지만 이런 내게도 예외의 순간은 존재한다.
소설 책을 검색하다가도 '프로이트'라는 이름이 올라오면 꼭 한 번씩은 클릭해 본다.
나에게 '심리학'은 전혀 생소한 분야인데도 슬그머니 손이 간다.
편식이 심한, 그렇다고 이렇다 할 지식도 없는 나를 자꾸만 이끄는 힘의 정체는 무엇일까?

그래, 생각해보면 프로이트는 언제나 나를 새로운 세계로 인도해주었다.
의식의 세계에서 시작하여 꿈을 통해 나타나는 무의식의 세계까지,
나는 그가 그려낸 세계 속에서 감탄을 연발할 수 밖에 없었다.
(정말, 그는 베르나르 베르베르를 사뿐히 압도할 수 있는 상상력을 지닌 것 같다)

물론 그의 세계에 처음 발을 들여놓았을 때는 마치 이상한 나라에 들어온 것 같은 이질감을 느꼈었다. 정말 한 번도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고(누가 꿈을 하나하나 분석하려 들겠는가!) 어디까지가 사실일까 하는 의구심도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의 글을 읽어나가다 보니 어느덧 그 세계는 내 머리 속에서 조금씩 펼쳐지고 있었다.책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풍부한 사례들을(그가 진료한 환자들의 이야기) 통해서 여러가지 개념들을 쉽게 구체화 할 수 있었고 그 사례들이 내가 체험한 것들과 그리 다르지 않기에 무척 공감하면서 읽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역시, 프로이트 책의 백미는 풍부한 사례들이 아닌가 싶다.

'공감'이라는 다리를 놓아서 우리를 새로운 세계로 인도하는 프로이트. 프로이트의 <꿈의 해석>을 통해 꿈의 세계를 보았고, 그것은 다시 새로운 꿈으로 이어진다.

 

프로이트, 꿈의해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