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저민은 어깨에 누가 코를 비비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돌아보니 클로버였다. 그녀의 노안은 그 어떤 때보다도 흐리멍덩해 보였다.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부드럽게 벤저민의 갈기를 당겨 일곱 계명이 적힌 큰 헛간 끝으로 데려갔다. 잠시 그들은 흰 글자가 적힌 타르를 칠한 벽을 바라보며 서 있었다. "눈이 점점 흐릿해져서 말이야." 클로버가 마침내 입을 뗐다." 젊을 때조차 나는 무엇이 적힌 지 읽을 수 없었어. 하지만 벽이 뭔가 달라진 것 같아. 벤저민, 일곱 계명이 옛날하고 똑 같은 거야?" 처음으로 벤저민은 원칙을 깨기로 마음먹고 그녀에게 벽에 적힌 걸 읽어줬다. 이젠 단 하나의 계명을 제외하곤 아무것도 적혀 있지 않았다. 그 계명은 이랬다.

 

모든 동물은 평등하지만

어떤 동물은 다른 동물보다

더 평등하다

베어만 영감은 두 사람의 화실 아래 1층에 사는 화가였다. 그는 예순 살이 넘었으며, 미켈란젤로의 모세상 같은 수염이 사티로스 같은 머리에서부터 악동 같은 몸으로 곱슬곱슬 감겨 내려왔다. 베어만은 실패한 화가였다. 40년이 넘도록 붓을 들어왔지만 위대한 예술가의 옷자락 근처에도 가지 못했다. 그는 언제나 걸작을 그리려 했지만, 시작조차 하지 못했다. 이따금 광고나 상업용으로 쓰일 서투른 그림만 그렸을 뿐 그 이외에는 몇 년 동안 아무 그림도 그리지 않았다. 전문적인 모델을 고용할 돈이 없는 이 마을의 젊은 화가들을 위해 모델을 서 주고 푼돈을 받았다. 그는 진을 과하게 마시면서, 언젠가 걸작을 그리겠노라 말하곤 했다. 이외에 그는 사람들이 연약한 모습을 보이면 이를 심하게 나무라는 다혈질이었으며, 자신을 위층 화실에 있는 젊은 두 예술가들을 보호하는 특별한 경비견이라 여겼다...

...누가 뭐래도 바람은 우리의 벗이야. 노인은 생각하던 끝에 덧붙였다. 가끔은 그래. 저 거대한 바다에는 우리의 벗도 있고 적도 있어. 침대는 어떤가? 노인은 생각했다. 침대는 내 친구야. 침대는 아주 쓸모 있어. 우리 인간이 패배했을 때 특히 그렇지. 침대가 그리 쓸모가 있는 줄은 미처 몰랐어. 그런데 나는 무엇에 패배했나?...

..."그놈들한테 내가 졌어, 마놀린" 노인이 말？？다. "놈들에게 제대로 지고 말았어." "그 물고기한테 지신 건 아니에요. 그 물고기는 아니에요." " 아니야 완전히 졌어. 그 다음에 말이야."...

...길 위쪽 오두막에서 노인은 다시 잠을 자고 있었다. 여전히 얼굴을 묻고 엎드린 채 잠들어 있었고 소년이 곁에 앉아 노인을 지켜보고 있었다. 노인은 사자 꿈을 꾸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