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1권을 읽은 상태라면 굳이 2권을 볼 필요는 없을 것이다. 이 책에서는 1권이 책으로 나오기까지의 과정과 각 언론의 난감해하는 반응 등이 전반부에 실려있고, 각 책 블로거들의 리뷰와 입소문 광고 얘기 등이 있는데, 이미 기존 다른 매체를 통해 알고 있는 내용이었다.

그나마 읽을만한 후반부에 있는 김용철 변호사와의 딴지일보 총수와의 인터뷰는 딴지일보 홈페이지에 가면 쉽게 접할 수 있는 내용이라, 이 부분도 별의미가 없다.

아마도 1권을 낸 뒤, 독자들의 열화와 같은 성원 때문에 그 열기를 이어가는 차원에서 2권을 낸 것이리라. 하지만  저자가 김용철 변호사가 아니라 사회평론의 편집부 직원들이라서 별 새로운 내용이 없다는 것이 흠이다.

1권을 읽고 그 후의 반응들을 접해본 적이 없다면 이 책을 사 보아도 좋을 듯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는 굳이 2권까지 사서 볼 필요는 없다.

책값이 유난히 싸다. 그나마 1권과 같은 가격 혹은 그에 준하는 가격으로 이 책이 나왔다면 환불 받으려 했을지도 모르겠다.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을 왜 책으로 다시 사서 보려하겠나. 내가 편집자라면 어떻게 하던 김용철 변호사를 다시 잘 섭외할 것이다. 저자에게 새로은 원고를 청탁까지 하는 것이 힘들다면 인터뷰 형식으로라도 몇일에 걸쳐서 한다면 내용이 있는 책이 되지 않았을까한다. 김용철 변호사가 스타이지 사회평론이 스타는 아니지 않은가.

나는 원래 별3개는 잘 안주는데...이번엔 줘야겠다.

무너진 오빠에 대한 존경심.

이는 무너진 자신의 신념과 무관하지 않다. ’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 과연 이데올로기라는 신념이 한낱 신기루에 불과했을까?

소설가는 자고로 자신의 경험과 사색이 어느 정도 다 찼을 경우에 글을 쓰기 시작한다. 글쟁이의 사주를 보면 가정사나 인간관계 등에 있어 갖은 고생을 하는 인생을 살게 됨을 볼 수 있다. 그러한 경험이 글을 쓰는 원동력이 된다. 그리고 무당이 신내림을 받듯이 글쟁이도 글을 안 쓰면 ’신병’이 생긴다. 박완서 선생은 천상 글쟁이이다. 와이프의 말을 빌리자면 별것 아닌 주제에도 몰입해서 읽게되는 묘한 매력이 있다한다.

어머니의 이중성. 오빠의 세속적으로의 변화. 미군피엑스에서 만난 상사의 미군과의 이중적인 애정. 이 모든 것이 사실은 세상만사라는 것을 깨닫고 작가는 펜을 들기 시작한게다. 그것이 그래서 바람직하지 않다는 말이 아니다. 세상을 살아가다 보면 모든이에게서 그러한 이중성을 찾아 볼 수 있다. 나 또한 그러하다. 나 또한 그러한지 생각할 시간도 필요도 없다. 나 또한 그러하니깐.

무엇하나 절대적인 것이 없는 것은 동서고금을 막론한다. 이미 물리학계에서도 상대성이론과 양자역학이라는 분야를 통해 세상에 절대적인 것은 없고, 신은 주사위 놀음을 한다는 것이 증명되지 않았는가? 노벨평화상을 받은 고 김대중 대통령도 대권에 대한 지나친 욕심으로 김영삼과의 단일화를 못 이루고 노태우를 당선되게 하지 않았는가? 독재자 박정희가 당시 모두가 반대하는 경부고속도로를 깔지 않았다면 경제발전의 시작이 어떠했겠는가?

세상은 하나의 잣대만으로는 부족하다. 그런 측면에 있어 박완서 선생의 자서전 마지막 편이 궁금해진다. 살아온 후반부에서는 또한 어떠한 이중성을 발견하신건지.

나는 토플영작을 가르치는 강사이다. 학생들이 영어로 쓴 글을 보면 한숨이 많이 나온다. 국어라도 잘 하면 이런 실수는 안 할텐데라는.

앞서 얘기한 바를 다시 반복하는 일은 다반사이고, 앞서 동의한 내용을 뒤에가서 동의 안 한다라고 쓰는  것도 다반사, 자신의 주장을 부연설명하는 예가 아닌 엉뚱한 예를 드는 경우도 다반사이다. 내가 이를 지적하면 꼭 하는 말들이 있다.

 "쓰면서 조금 이상하다고 느끼기는 했어요".

본인이 쓰면서 조금 이상하다고 느끼면, 채점자가 볼 때는 SF소설이 된다 (아참, 영어로는 Sci-Fi 혹은 science fiction이라고 써야지 ’SF’라고 쓰면 못 알아 본다).

아, 미치겠다. 이런 책을 읽고 나서 독후감을 쓰는 건 무척 조심스럽다. 저자가 분명 이 리뷰를 읽을 수 있는데, 내가 쓴 문장의 문제점들을 꼬집어 비난할 것만 같은 느낌이 든다.

지금 가장 신경 쓰이는 점은 각 문단의 구분이 왜이리 모호한지이다. 아니 그 보다도 이 글 전체의 주제가 일관성이 없다는 지적을 당하기 쉽상이라는 점이다. 아니, ’지적을 당하기’가 아니라 ’지적을 하기’로 바꾸어야 하나. 아 미치겠다.

그래도 가끔은 이런 책을 읽어 줘야 한다. 자신의 문장을 돌아 볼 수 있는 기회가 된다. 많이 읽고, 많이 써보고, 많이 생각하라는 글쓰기의 기본원칙 중, 많이 쓰기와 많이 생각하기는 ’글 고치기’와 상관이 많다.

내 비록 제대로 된 독후감을 써 보려 했으나 도입부만 그럴싸한 글이 되었다. 장하늘 선생님께서 혹 이글을 보신다면 쥐구멍을 찾기 어려워진 문명화된 세상을 탓할 수 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