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의 중요성이 각 분야에서 대두되고 있는 지금, 전문적인 기술 분야라고 생각하기 쉬운 의학 역시 인문학적인 관점에서 바라보아야 한다고 이야기하고 있는 책이다. 사실 인간의 생명과 관련된 가장 근본적인 학문임에도 그동안 과학적인 측면만 강조된 점이 없지 않아 있다. 저자는 총 7챕터로 나누어 의학이 지닌 다양한 측면을 소개하고 있는데, 기본적으로 의학이 인문학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20세기가 끝나갈 무렵에는 의학 속의 철학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이 제기되었다. 그동안 과학적 연구 방법을 이용해 앞만 보며 달려온 것이 의학을 크게 발전시킨 원동력임은 분명하지만, 의학이 어느 수준을 넘어서자 "현대의학에서 하고 있는 일이 과연 옳은 일인가?" , "의학이 흘려가고 있는 방향은 바람직한가?" 하는 질문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제 1장은 의학의 출발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의학이 세상을 이해하기 위한 철학적 사고, 즉 인문학에서 출발한 학문이고 단지 발전과정에서 과학에 좀 더 중점을 두었기 때문에 현재와 같은 의학이 탄생한 것이라고 말한다.

제 2장은 몇 가지 예를 통해 역사적으로 의학이 탄생하고 발전한 과정을 보여준다. 고대에 그저 신에게 빌기만 했던 치료방법이 과학자의 발견과 여러 우연 등을 거쳐 세상을 바꾸게 된다.

제 3장은 미술작품에 등장하는 의학을 보여줌으로써 의학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과 그 시대의 가치관 등이 어떻게 변화되어 왔는지 설명하고 있다.

제 4장은 영화와 드라마 속의 의학이다. 개인적으로 우리가 쉽게 접하고 즐겨봤던 영상들 속에 숨은 의학이 흥미로웠던 부분이다. 특히 영화 <감기>에 대한 것이 인상 깊었다. 새로운 감염병이 등장한다고 해도 세계인이 합심하여 대비책을 마련한다면 인류의 종말은 찾아오지 않는다는, 저자는 이것이 자연의 섭리라고 말했지만 인간의 노력으로 위기를 극복한다는 희망적인 메시지여서인지 기억에 남는다.

제 5장은 윤리와 법이 의학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를 소개하고 있다. 지금 현재에 특히 더 요구되는 윤리의 문제라서인지 생각할 거리가 많은 챕터였다. 저자는 환자의 생명을 좌우하는 의료진의 윤리적인 태도가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제 6장은 문화와 사회가 의학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그리고 사회현상들이 의학과 어떤 관련이 있는지를 설명하고 있다.

제 7장은 의학의 미래를 이야기한다. 특히 개인에게 맞는 치료법을 개발하여 좀 더 세분화된 다양한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는 가능성은 밝은 미래를 기대하게 한다.

물론 저자가 책에서 밝혀두었듯이 의학의 발전이 모두 희망적인 것은 아니다. 윤리적인 문제도 그렇지만 악용될 우려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인문학과 의학의 융합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의학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이 없는 내가 읽기에는 용어같은 부분에서 다소 어려움이 있었지만 우리의 생활과 밀접한 분야라서 관심을 가지고 읽을 수 있었다. 일반적인 배경지식들과 함께 인문학적인 관점에서 바라본 의학이라는 점에서 의학에 대한 모든 것을 담은 책이 아니었나 싶다.

 

 

인문학에 관련된 책이나 영상을 접할 때면 생각나는 것이 있다. 바로 미국 코미디언인 코난 오브라이언이 2011년 다트머스 대학 졸업식에서 축사를 했던 영상이다. 특유의 위트와 함께 진지한 조언이 담긴 연설이었는데, 여기에서 그는 순수 예술이나 철학을 전공한 사람이 취업할 수 있는 유일한 곳은 고대 그리스 뿐이라고 말한다. 물론 취업난에 빗댄 뼈있는 우스개 소리였지만 실제 인문학을 전공한 사람들이 진로를 놓고 어려움을 겪는 현실을 생각하면 씁쓸한 마음이 크다.

지금은 인문학 광풍이라고 할 정도로 그에 대한 관심이 많고 필요성에 대한 인식도 크지만 사실 이 현상이 일어난 지는 불과 몇 년밖에 되지 않는다. 나만 해도 인문학 열풍에 편승한 뒤 그 중요성을 알게 된 케이스로 솔직히 그 전까지는 관심이 거의 없었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렇게 갑자기 시작된 광풍으로 인문학에 대한 많은 책들이 쏟아져 나왔고 인문학 자체에 생소함을 느끼는 사람들을 위해 입문서 또한 많이 출판되었다. 보통 문학, 역사, 철학을 인문학의 대표 분야로 꼽을 수가 있는데 그들 분야의 고전이 다시 절찬 판매되기도 했다.

이러한 인문학 관련 책들의 홍수 속에서 표지마저 강렬한 책, <이끌림의 인문학>은 다른 책들과 달리 조금 새롭게 다가온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기존의 책들이 인문학에 대한 정보를 전달하며 가볍게 해설과 설명을 곁들였다고 하면 이 책은 저자의 주관적인 생각이 아주 강하게 들어있다고 느껴진다. 그만큼 어조가 굉장히 확고하며 책을 읽는 사람이 뭔가를 깨우치길 열렬히 바라고 있는 것 같다.

이 책은 1부 성찰, 2부 관찰, 3부 통찰 이렇게 총 3부로 이루어져 있는데 각 부마다 다양한 사례로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있다. 스스로의 내면을 먼저 들여다보고 사물과 현상에 대한 관찰을 통해 나 자신과 세상에 대한 통찰을 이끈다는 구성이 매력적이다.

 

인문은 단순히 머리를 채우는 교양이 아니라 인간과 세계를 이끄는 우렁찬 행동 지식이다. 만약 잡다한 지식의 열병식을 한 끝에 자기주장과 실천이 없다면 그걸 어찌 인문이라 할 수 있을까? 이 점에서 우리는 생각의 뜻을 굽히지 않았던 조선시대 선비와 같은, 각 개인이 지식인이자 사상가였던 그들 시대의 운용 방식을 살펴 볼 필요가 있다. 인문은 인간 사상으로 세상을 베고, 쓰러뜨리고, 다시 일으켜 세우는 것이다.

 

요즘 시대를 흔히 융합과 통섭의 시대라고 말한다. 예전과 달리 각 분야에서만 특출난 인재가 아니라 확장된 사고와 통찰력 있는 인재를 원하는 이유 역시 이러한 시대의 흐름 때문일 것이다. 결국 인문학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는 지금 현실을 본다면, 높은 인문학적 소양이 사회가 원하는 인재를 길러내는 데에 꼭 필요한 부분이라는 이야기다. 물론 인문학적 소양의 함양도 중요하다. 하지만 저자의 말처럼 실천할 수 있는 행동력까지 갖추어야만 인문의 진정한 힘이 발휘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세상을 이끌 것인가? 세상에 이끌려 갈 것인가?"라는 이 책의 타이틀처럼 저자의 깊이 있는 사유를 통해 주체적으로 생각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던 좋은 기회였다.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다' 라는 말이 있다. 단 일회성의 사소하고 가벼운 만남이라도 그것이 소중한 인연이 될 수 있다라는 말일 것이다. sns를 통해 다양한 사람들과 넓은 관계를 맺는 요즘 시대에 더욱 가슴에 닿아오는 말이 아닐까 싶다.

저자가 책에서 밝혀두었듯이 요즘은 젊은 사람, 나이든 사람할 것 없이 많은 사람들이 sns를 활용해 다른 사람들과 소통을 한다. 별다른 품을 들일 필요도 없이 쉽게 새로운 사람을 만날 수 있고 그 사람의 정보 또한 쉽게 찾을 수가 있다. 그러다 보니 사람을 만날 때 필요한 정성이 생략되는 경우가 많다. 뭐든 쉽게 이루어진 탓인지 관계를 맺은 사람들과 소홀하게 되는 일도 잦다. 아이러니하게도 쉽게 만든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는 인연의 소중함을 깨닫기가 쉽지가 않은 것이다.

휴대 전화 3대에 전화번호 4만 개, 하루에 걸려오는 전화만 해도 350통이라는, 보통 사람이면 다소 믿기 힘든 수치를 지닌 저자는 이 책에서 인연의 소중함, 그러니까 인연의 소중함을 소중하게 생각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을 이야기 하고 있다.

저자는 사람을 남기는 관계의 비밀을 총 5파트로 나누어 말한다. 첫 번째는 다시, 관계를 디자인 하라이다. 인연을 맺는 방식과 그 맺은 인연을 새롭게 정의하라고 한다. 두번째 어떻게 사람부자가 되었나에서는 저자가 실제 겪었던 에피소드들을 통해 사람을 남길 수 있는 다양한 방법들을 소개하고 있다. 특히 '기브 앤 테이크'라는 주제가 인상 깊었는데 내가 남에게 베풀었을 때, 나는 과연 무엇을 바랐는지를 다시 되돌아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주는 사람은 베푼 것으로 그 상황에 대한 기억을 끝내지만, 받은 사람은 그 순간부터 받은 것에 대한 기억을 끌어안고 산다. 오랜 시간 누군가의 마음속에 자리할 수 있는 티켓이 '기브'에 들어 있는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가장 큰 보상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세번째는 만나고, 겪어내고, 성장하라 이다. 사람을 만나면서 겪는 어려움이나 고충들을 슬기롭게 이겨낼 수 있는 법을 제시하고 있다. 물론 진심을 다해 상대방을 배려한다는 것이 바탕이 되어 있다. 네번째 사람을 남기는 관계의 정석으로 좋은 관계를 이루는 데에 중요하게 작용하는 몇 가지 요소들을 소개하고 있고, 다섯번째 사람을 남기는 관계의 습관을 통해 어쩌면 사소하다고 생각할 수 있는 작은 습관들이지만 큰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아인슈타인은 "세상을 사는 데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하나는 모든 만남을 우연으로 간주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모든 만남을 기적으로 보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책을 읽으면서 이렇게 사람에 대한 배려가 넘치고 인연을 소중히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사람부자가 될 수밖에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sns로 안부만 전하고 눈도장만 찍는 것이 아니라 진심으로 상대방을 생각하고 배려하며 맺은 관계를 소중히 여긴다면 저자 정도까지는 아니라고 해도 적어도 사람이 고파 외로울 일은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