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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은 그림이 많은 책이지만 가끔은 그림으로만 가득 찬 책이 되기도 합니다.

그야말로, 정말 그림책인 거지요. 그러나 글자가 없이 그림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를

전달한다는 것은 참 어렵습니다. 우리들은 글자가 전하는 내용에 너무나 익숙해져 있고,

또한 그림 실력이 생각과 마음을 그만큼 따라가지 못하는 현실 속에 살고 있으니까요. ㅋ

그래서 그림으로만 가득 채운 책들을 볼 때 일단 감탄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 다음에는

그 재능에 부러움을 느끼게 되기도 하지요.

간만에 소개하는 그림책은 그런 글자 없는 그림책입니다. 이지현의 <수영장>입니다.

 

한 소년이 수영장에 갑니다. 수영장에는 사람들이 북적거리고 소년은 사람들을 피해 물 속으로

물 속으로 들어갑니다. 그리고 그 속에서 누구도 만나지 못했던 멋진 세계를 만나지요.

책은 특이하면서도 아름다운 그림으로 가득합니다. 그림 속에 가득한 물빛과 여백이

즐거운 그림책입니다. 그리고 저마다 가진 수영장과 관련한 기억들을 떠오르게 하겠지요.

 

저 역시 어린 시절 수영장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어렸을 때 학교에서 단체로 수영장에 갔었더랬지요.

수영장에 가서 강사의 지시에 따라 손장구 발장구를 치고 일 이미터쯤 헤엄쳐 오라고 하더군요.

당시 반장이었는데 일단 지시대로 저는 손을 모으고 앞으로 나아갔습니다. 그러나 저는 수영을

못했지요. 금세 뒤집어져서 허우적거리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때 선명히 들려오던 말,

"아, 반장은 배영 하네!" 헐~ ㅋㅋㅋ

물을 먹고 허우적 대는 저에게 그 소리는 참 크게도 들려오더군요.

곧 강사가 와서 저는 물 밖으로 끌려 나갔습니다. 어릴 때는 반장은 뭐든 다 잘한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ㅋㅋㅋ 어째든 저는 어릴 적 놀러가서 몇 번인가 물에 빠질 뻔 한 이후 수영은 영

멀어졌습니다. 물이 좀 무서웠거든요. 어른이 되고 여기저기 놀러다니게 될 때마다 수영을 못하는 것이

참 아쉬운 일이었지만, 지금도 수영은 못합니다. 발이 닿아야 안심이 된다는... ㅎ

 

제게 그 이후로 수영장은 못먹는 감 같기는 합니다. 닿을 수 없는 그 어떤 것 같지요.

물 속으로 들어가면 펼쳐지는 그 아름다운 풍경들은 사진으로 만족하며 살고 있지요.

물빛 여백이 멋진 그림책을 보면서 누구나 저마다의 수영장 이야기들을 채워가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처럼 웃픈 추억도 좋고, 자유롭고 행복하고 멋진 추억이라면 더 좋겠지요.

물빛 여백과 그림으로 가득한 그림책 이지현의 <수영장>이었습니다.

- 다락방서 허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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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 웃고 있어도 눈물이 난다. 그건 용필이 오빠의 노래가사에만 해당하는 이야기는 아니다.  

살다 보면 분명 슬퍼야 하지만 웃음을 참을 수 없는 일이 생기기도 하고, 웃기는 상황이지만

웃을 수 만은 없는 일들이 벌어지는 것이다. 이 만화 <페코로스, 어머니 만나러 갑니다>도

역시 그러하다. 치매 걸린 어머니와 살다 보니 별 볼일 없이 대머리가 되어버린 아들이  

어머니를 만나러 요양원에 다니는 이야기니까 말이다. 허나 이게 슬프기만 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우습기만 한 것도 아니다. 흔히 말하듯 웃픈 이야기니까. 허나 다 읽고 나면  

가슴이 싸아 해 질 수도 있을 것이다. 늙음에 대하여, 사는 것에 대하여, 부모님에 대하여 말이다...  

 

페코로스는 작은 양파를 뜻한다고 하는데 페코로스 어디에도 양파를 떠올리는 느낌이 안든다.

그냥, 다마네기라고 했으면 좋았을 것을. ㅋㅋ 다마네기 아저씨는 요양원에 계신 어머니를 뵈러

다닌다. 아들도 제대로 기억못하는 어머니에게 대머리를 들이밀면 오, 큰 아이들냐 하고 아들을

기억하는 수단이 되기도 한다. 그럴 때면 대머리라 다행이라 말하게 되니까 말이다. ㅋㅋ 

주사가 심했던 아버지는 돌아가신 후 종종 어머니의 기억 속에 어머니의 마음 속에 찾아오시고,  

동시에 나 역시 잊고 지내던 유년의 추억들을 함께 떠올리게 된다. 어머니의 치매와 함께 추억이  

찾아오다니... 참,...  

 

 

단순하고,  귀엽고 따뜻한 만화다.

네 컷짜리 이 만화는, 따뜻하게 담아둔 한 그릇의 밥 같다. 전기밥솥이 없던 시절 아버지가 오시기를  

기다리며 이불 속에 담아둔 그런 따뜻한 밥그릇 말이다. 가족을 위한 사랑과 배려가 담긴,

그러나 돌아가기 어려운 시절에 대한 그런 씁쓸하면서도 따뜻한 기억이 담긴 밥그릇 말이다.

 이 광경은 평생 못잊을 거야, 해 놓고는 금세 잊어버리고, 오늘 이 만남은 잊지 않을 거야 해놓고는

금세 다 잊어버리는 어머니, 그러나 그런 어머니를 그리면서 아들은 그 모든 일들을 다 가슴에 담는다. 만화를 보다 보면 엄마에게 전화라도 한 통해야지 하는 마음이 들 수도...  

 

개인출판으로 냈다가 입소문을 타면서 베스트셀러가 되었다는 이 만화는 여러모로 위로가 필요한  

이 시대에 잘 어울리는 만화라고 생각된다. 나 뿐이 아닐 것이고 그래서 베스트 셀러도 된 것 같다   

따듯하고 슬프고 안쓰럽고 애처로운, 그러나 웃기는 만화 <페코로스, 어머니 만나러 갑니다>다.

 

어른들이 애들보다 훨씬 더 즐겁게 읽을 만화이기도 하다. 애들이 이런 슬픔과 이런 애정과 이런  

아픔을 알겠어... ㅋㅋ 어른들끼리 보면서 몰래 눈물을 훔칠 그러다 웃을, 그런 만화였다.  

다마네기 아저씨, 귀엽네요. 엄니는 더 귀엽구요. 비가 그치고 바람이 많이 찹니다.  

찬 바람에 옆구리가 시리다면 따뜻한 만화 한 권 어떨런지요...

- 다락방서 허뭄

 

 

어쩌면 우리는 모두 무언가를 참아내고 있는 사람들인지도 모른다. 지금 참아내고  

있는 그 무엇으로 우리는 우리의 존재를 증명할 수도 있을 것이다. 고독을 참아내는

사람들과 그렇지 못한 사람들, 죄의식을 참아내는 사람들과 그렇지 못한 사람들,

거절을 참아내는 사람들과 망상을 참아내는 사람들, 당연한 말이지만 그 사람들 모두가

같을 수는 없다. 거기에 더해, 우리는 서로가 서로를 참아내기도 한다. 누가 어떤 괴물같은

짓을 하더라도, 그것을 참아내고 있는가, 누가 그것을 견뎌내지 못하는가. 그것이

우리의 현재를 말해주는, 숨겨진, 또 하나의 눈금일 것이다.

- 본문 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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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모두 무언가를 참아내며 살아가고 있다. 때로는 참을 수 없을 때도 있고

때로는 잘 참아내기도 하면서... 우리가 무엇을 참을 수 있고 참을 수 없는가는

그러게 우리가 누구인지를 말해준다. 오늘 하루도 잘 참아내었나요?

지금 우리는 무엇을 참아내며 살아가고 있을까요...

 

이기호의 최근 소설집 <김박사는 누구인가?>를 읽었다. 그러게 궁금하다 김박사.

그는 누구인가 말인가. ㅋㅋ 박사님 이라고 하면 왠지 로보트 태권 브이에 나오는 박사님이

떠오른다. 주인공이 위기에 닥쳤을 때 박사님, 하고 달려가는 이미지가 있어서 인지 역시 박사님하면

공상 과학 이야기 속 박사님들이 주로 떠오른다. 그러나 어디 박사님이 공학 박사 의학 박사만 있느냐

말이다. 인문학 박사에 문학 박사에 법학 박사에 교육 박사에 동박 박사 노래하는 이박사까지..

끝도 없이 많은데 말이다. 박사님들은 늘 그런 박사의 이미지가 살짝 아쉬울지도 모르겠다. ㅋㅋㅋ

 

어째든 그런 박사님의 아쉬움을 뒤로하고? 김박사의 정체를 묻는 이기호의 소설집은 8개의 단편을

담고 있다. 이기호의 소설은 기본적으로 유머가 있다. 그래서 좋아라 하는데 이번 이야기에서는

그런 유머는 살짝 줄어들고 좀더 현실의 이야기로 들어가고 있다. 그의 첫 소설집 <최순덕성령충만기>

는  깔깔대며 읽었으니...이후 그의 책들은 나오면 챙겨 보고 있으니 말이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고 그도 이야기도 변해간다. 그렇다고 해서 지금의 그가 무지 진지하고 무거운 분위기를 풍기며

인상을 쓰게 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낄낄거리거나 큭큭거리던 웃음들이 쓴웃음을 지을 수 밖에 없는

이야기로 전환 되었다는 것이다. 그가 변했다고 말해야 할지 아니면 세상이 험해 져서 그렇다고

해야 할지 말이다.

 소설이란 누구의 입장에서 어떻게 바라본 세상인가 그리고 어떻게 말해지는가 하는 이야기이다.

전에 그의 이야기들은 아직 우리 나라 소설들에서 등장하지 않았던 잘 말해지지 않았던 낯설고

재미난 목소리들을 전했다면 이번에는 이 사람은 이렇게 보고 이렇게 말하지만 조금만 고개를

돌리면 전혀 다른 곳에서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한 걸음 뒤에 내가 있었는데.. 하고 절절하게 노래하는 노래가사처럼 말이다. ㅋ 이 사람은 이렇게

세상을 보고 이런 이야기를 하지만 저 사람은 저렇게 보고 저렇게 말한다. 그렇다면 이 말이 맞는가

저 말이 맞는가 나는 무엇을 듣고 무엇을 말하는가. 이번 소설집은 바로 그런 여러 입장 속 여러

목소리들 여러 이야기들에 대한 것이다. 마치 위에 말하는 것처럼 나는 이걸 참아내고 있는데

너는 그걸 못참냐, 혹은 나는 참을 수 없는데, 너는 참을 수 있겠느냐 같은 이야기 말이다.

 

어째든 이번 단편집을 읽으면서 느낀 건 장편도 있었지만 그래도 그의 소설은 단편이 더 재미있다는

거다. 웃음의 텐션은 이야기가  길어지는 경우 유지하기가 힘이어서인가. 이기호 소설집

<김 박사는 누구인가?> 나름 재미있었다. 팁을 주자면, 김 박사 그는 나쁜 놈이라는 것~

- 다락방서 허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