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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가시노 게이고. 이 작가는 워낙에 나온 책이 쏟아지듯 많아서

다 찾아 읽기도 쉽지 않은데 어떤 걸 집든간에 일단은 술술 읽히니 또 마냥 제껴 놓기도

아쉽곤 하다. 그러나 그 내용의 호불호가 등락을 거듭해서 한동안 멀어졌었다. 그랬다가

지난번 <신참자>는 오 괜찮은데~하고 생각하게 되었다. 여름 여러가지 일들로 치여서

즐겁게 읽은 책이 손에 꼽네.. 하는 사이에 히가시노 게이고가 또 부지런히 새 책을 냈다.

그러게 참 부지런도 하시지 말이다. 독자들이 찾아 읽기 보다 작가가 써서 내는 속도가 더 빠른

작가가 될 지경이다. ㅋㅋㅋ

 

어째든 이번에 내가 찾아 읽은 책은 <매스커레이드 호텔>이다. 그 뜻은 가면무도회 호텔이란다.  

가면을 쓰지 않은 이들이 얼마나 있겠으나 호텔이란 곳은 더더욱이란 가면무도회란 이름이  

딱 어울리지 않는가 싶다. 아무래도 호텔이라는 곳이 다양한 사연을 가진 다양한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라서 연애 소설에서 부터  추리 소설에 공상과학 소설까지 어떤 장르의 이야기가 펼쳐진들

잘 어울리는 곳이 아닐까 싶다.  

사람들이 모이는 곳에 이야기야 흘러라 뭐 그런 느낌이랄까 말이다.

연쇄살인의 예정지로 찍힌 매스커레이드 호텔에 형사가 호텔리어로 잠입하게 된다. 이런 저런 사연을

가진 사람들이 모이는 호텔에서 과연 살인은 일어날 것인지, 그리고 범인은 잡을 수 있는 것인지.

이야기는 느긋하지만 차근하게 실타래를 풀듯 이야기를 풀어낸다. 히가시노의 모든 책들이 그렇듯

페이지는 술술 잘도 넘어간다.

 

히가시노 게이고가 작가 생활을 한지 25주년 기념작품으로 썼다는 <매스커레이드 호텔>

25주년 작가 인생의 혼을 담았다는 말은 과언이겠지만, 히가시노 게이고가 어떤 작가인지를

잘 드러내는 작품이라고 여겨진다. 술술 잘 넘어간다는 점이 그러하고,  인간과 사람 관계에 대한

애정이 느껴진다는 점도 그러하다. 그리고 또 하나 갈릴레오나 가가 형사를 잇는 새로운 캐릭터가

등장한다는 것도 참 반가운 일이 아닐까 싶다. 닛타 고스케 이 형사의 이야기가 앞으로 어떻게

흘러나올지가 그의 책을 기다리는 독자들에게는 새로운 즐거움이 될 테니 말이다.

책을 읽다가 재미난 구절이 나와 옮겨 적어 본다.

 

" 잘 기억해 둬. 사람들이란 한번 맛있는 음식을 내놓으면 언제든지 또 내줄 거라고 믿어버려.

그러다가 그 기대가 어긋나면 불만을 털어놓는 거라고."

 

범인을 찾기 위한 형사들의 대화에서 나온 말인데 이 말이 작가들의 처지와 딱 맞아떨어져 웃음이 났다. 이미 한번 맛있고 재미난 이야기를 풀어놓은 작가들에게 독자들은 다시 한번 그처럼 만난 이야기를

내놓으라고 불만을 터뜨리면서 협박 아닌 협박?을 하고 있으니 말이다. 그러나 이미 그처럼 맛난

이야기를 맛보게 해 놓고 다시는 그런게 없다고 발뺌하지 말아달라고 끝까지 맛난 이야기를 꺼내놓기

위해 애써달라고 나는 더 닦달을 하고 싶음 마음이다. ㅋㅋㅋ 어쩌겠는가 이기적일지라도 그게

독자로써의 솔직한 마음이니 말이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매스커래이드 호텔> 깔끔하고 맛난 호텔의 식사를 닮은 이야기였다.

- 다락방서 허뭄

 

 

자기 자신을 가늠하는 일이란 마치 단위가 없는 물질을 계량하는 것과 같았다.  

저울의 바늘이 지잉 소리를 내며 딱 한 군데를 가리키지 않는다.

- 본문 22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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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이 바로 자기 자신을 가늠하는 일이 아닐까.  

청춘엔 기대와 꿈에 부풀어서, 나이가 들어선 현실에 눌려서...  

 

하루키옹의 신작을 읽었습니다. 뭐 하는 이야기가 늘 그 이야기도 하는 스타일도 또 그만그만하지만

그래도 나오면 읽어보고 싶고 읽으면서는 즐거우니 이것도 중독이라면 중독이 아닐까 싶습니다.

하루키옹 중독.. 지금은 너무 많은 이들이 중독되어서 나왔다 하면 베스트 1위를 거머쥐는

하루키옹입니다. 말년이 너무 유복해지시는 건 아닌지요. ㅋㅋㅋ 

 

늘 그렇듯 하루키옹의 문체는 세상 사는 거 별거 있어 하는 투로 말하면서 별 거는 별거 아니게

그리고 별 거 아닌 것은 별 거인듯 말하죠. 그러면서 뭐가 별 거고 뭐가 별거가 아닌지 독자를

렛갈리게 하는 야뱌위를 쓰시는 거죠. 해서 읽다 보면 인생 뭐 있어 하는 생각을 하게 되기도 하고

작고 사소한 것들이 모여 인생이 된다는 깨달음을 얻었다가 빼앗기기를 반복하게 되지요. ㅋㅋ

쓰쿠루의 이야기 속에서도 그렇습니다. 정말 중요한 것이 무엇일까, 그리고 중요치 않은 것이

무엇일까를 생각하며서 우리는 그의 순례를 따라가게 됩니다.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 이 긴 제목과 함께요 ^^

 

그의 삶이 그러했듯이 우리 모두는 빛나던 청춘의 시간은 순간에 지나가고 이후의 긴 시간 동안

우리들은 빛바랜 청춘의 그림자 속에서 살아갑니다. 점점 시들어가는 자신을 감내하고 세상과

타협하면서 살아가야 한다니 슬프기 그지 없지요. 적당히 세상과 타협을 해야 한다는 것은

자기 자신에게 어떻게든 변명을 계속 해대는 일이니까 말입니다.

영원히 청춘에 몸을 담그고 살 수 없기에 우리는 자의든 타의든 변할 수 밖에 없는 존재들이니까요.

하지만 시간이 지나가 버리고 우리가 변한다고 해도 모든 거슬이 다 휩쓸려 버리는 것은 아니라고

다자키 쓰쿠루는 말합니다. 그런 시간, 그런 청춘, 그런 상처 그리고 그런 인생... 허무함과 쓸쓸함

너머에 남아 있는 슬픔과 애절함.

 

하루키옹의 책 속에서는 늘 먹고 사는 일은 한 발 비껴난 일이지요. 먹고 살기 보다 그 너머의 애절함 쓸쓸함 우리가 잊어버린 무언가를 자꾸 끍어대시니까요. ㅋㅋ 이번에도 그렇습니다. 그들은 먹고 살고

사랑하고, ^^;; 게다가 추억과 인생까지 고민하고 있지요. 자기 자신이 자기 자신으로 있는 일이

얼마나 어렵고 동시에 또 힘겨운 일인지 보여주면서 그럼에도 다 변하는 것은 아니라니 말입니다. ㅎㅎ

 

잊을만 하면 한 번씩 나와주셔서 우리를 즐겁게 해주는 하루키옹의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 다들 평들이 그러했듯이 즐겁네요.

- 다락방서 허뭄

 

 

윌리엄 포크너는 말했다.  

"문학은 인간이 어떻게 극복하고 살아가는가를 가르친다."

그렇다. 문학은 삶의 용기를, 사랑을, 인간다운 삶을 가르친다. 문학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치열한 삶을, 그들의 투쟁을, 그리고 그들의 승리를 나는 배우고 가르쳤다. 문학의 힘이 단지

허상이 아니라는 걸 증명하기 위해서도 나는 다시 일어날 것이다.

- 본문 318에서

 

 

*

어렵고 힘든 시절, 책 속 어딘가에 답이 있을 거라는 듯 번번히 나는 책 속으로 돌아왔다.

책 속의 그들이 어려움을 극복하고 결국엔 승리하는 이야기들 속에서 나는 매번 다시 위로를 얻곤 했다.

문학이 위험에 처하고 문학이 사라지고 문학이 보이지 않는다고 사람들은 말하지만,

그러나 그럼에도 이렇게 책을 읽고 또 그 속에서 위로를 얻는 이들이 있는 한 문학으로 가는 길은

완전히 지워지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

 장영희의 <문학의 숲을 거닐다>를 읽었다. 책을 권하는 책들은 그리 좋아하지 않지만, 아이들과 다시

이야기할 일이 있어 다시 읽어 본 책은 읽고 싶은 책 리스트를 잔뜩 만들게 한다. 예전에 읽었을 때와

또 다른 느낌으로 다가오고 그때와는 다른 구절이 가슴에 와 닿는 것을 보면 알게 모르게 그 사이

 나도 참 많이 변했는가 싶다.

 작가의 솔직한 이야기 속에서 작고 소소한 감동의 순간들에 나오 함께 고개를 끄덕이면서 사실 사는데

별 소용없는 문학이 우리에게 무엇을 알게 해주나 하고 생각해 본다. 그리고 그것은 사는데 별 소용은

없을 지언정 삶 보다 먼 저 하늘 위에서 반짝이는 무엇일거라는 생각도 함께 말이다...

 

책 속에서 삶의 한계와 도전의 실패와 공포와 두려움, 살아가는 일의 어려움을 마주할지 삶의 용기와

그들의 투쟁을 그리고 승리를 배울지는 그때 그때 다를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나는 지금 내가 읽은

책들은 나의 어렵고 힘들었던 시간들을 이기에 도와준 친구였고 위로였음을 다시 깨닫는다.

문학의 숲으로 나아가는 길은 그렇게 쭉 이어질 것도 말이다.

책읽기가 시들해진 당신에게, 책이 우리에게

무엇을 줄 수 있는지 잘 모르겠는 당신에게, 삶이 살짝 지쳐 시들해진 당신에게 권하는 책

장영희 <문학의 숲을 거닐다> 이다.

- 다락방서 허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