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은 불쑥 찾아온다. 어떤 상황에 있든, 누구와 있든.  

다만 예측은 할 수 없다.

내가 생가하는 대로 만들어 낼 수는 없다. 다음 순간에 찾아올지도 모르고,

줄곧 기다려도 소용없을지도 모른다. 마치 파도와 날씨의 변화처럼 아무도 그것은 알 수 없다.

기적은 누구에게나 고루, 언제나 마련되어 있다.

나는 그 사실만을 몰랐던 것이다.

- 본문 178에서

 

*

돌아보면 내게도 반짝이는 시절이 있었다. 그리고 그런 날들이

앞으로도 좀 남아 있을 거라고 생각하면 살아가는 일이 좀 위로가 된다.

 

다사다난했던 일들의 반복에, 병원을 오갔던 긴 치료에, 벌려놓은 많은 일들에,

나는 조금 지쳐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일까. 그녀의 새 책이 나왔다길래 냉큼 시켜서 읽었다.

위로가 필요할 때면 그녀의 책이 떠오른다. 책이 무슨 위로가 될 것인가 싶지만 그게 또 그렇지 않아서

잔잔한 이야기 속에 나를 맡기고 있으면 어느새 다시 일어날 따뜻한 무언가를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모든 이야기가 그런 것은 아니다. 허나 나에게 바나나의 소설이 그렇다.

이십대 앞도 뒤도 모르고 이리저리 내달리던 시절에 그녀의 책은 내게 쉼표 같았다.

어떻게든 될거라고 너무 서두르지 말라고 잠시 쉬어도 괜찮다고 말해주었달까...

 

산다는 것은 상처를 받고 상처를 입고 상처를 내는 일이 반이다.

그리고 나머지는 그 상처에서 회복되는 일이랄까.

흔들림 없이 피는 꽃이 없듯이 상처없이 사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그 상처라는 게 모두

눈에 보이는 것은 아니어서 나도 모르는 사이에 상념과 상처에 빠져 허우적 거리게 되기도 하고

도저히 그 속에서 빠져나올 수 없을 것 같은 시간도 어느 순간이 지나면 다시 일상으로 돌아오게 된다.

바나나의 소설들은 그런 순간들을 캐치해내는 잔잔함이 있다. 읽다 보면  

 

그래서 읽다 보면 어느새 살아가는 일의 잔잔하고 조용한 일상의 찬란함을

다시 내 앞으로 가져 오게 싶게 만든다. 내겐 이번 책도 역시 그러했다.

여전하다는 것은 그래서 좋았고 그래서 아쉽기도 하다. 시간이 흐르고 시대가 변하니

함께 변했으면 싶기도 하지만 여전히 거기서 상처들을 응시하고 회복해가는 과정을 그려가면서

쭉 거기 있기를 바라기도 하니까 말이다. 독자의 변덕에 흔들리지 않거나 함께 호응하려면 작가도 참

피곤하겠다 싶다. ㅋㅋ 상처와 회복 그 사이에서 방황하는 이들에겐 반가운 소식일

요시모토 바나나의 새 책 이야기 <막다른 골목의 추억>이었다.

- 다락방서 허뭄

 

 

결국 돌아보면 온 세상은 사랑인 것을,

우리는 왜 그렇게 힘들게 누구를 미워하고 증오하며 살아가는 것일까

- 본문 102에서

 

 

*

결국 돌아보면 온 세상은 사랑이지만,

그 사랑은 아프기 전에는 힘들기 전에는 고생을 해보기 전에는 왜 잘 보이지 않을까?

든자리는 몰라도 난자리는 안다더니, 있을 땐 사랑을 모르다 떠나니 사랑을 깨닫게 되다니....

한치 앞의 내일도 모르면서 영원히 살것처럼 살아가는 어리석은 우리들이다. 에휴~

 

한창 베스트셀러일 때는 정작 읽지도 않았는데 이만큼의 시간이 흐르고 나서 읽게 된

<시골의사의 아름다운 동행>

읽으면서 의사는 천직이라더니 그말이 딱이란 생각이 든다. 날마다 아프고 힘들고 괴로운

사람들을 마주하고 그 안에서 죽음과 삶의 경계를 오가는 그 일이 어찌 천직이 아니겠는가 말이다.

책 속에서 의사인 작가는 병원이라는 곳에서 펼쳐지는 일들을 통해

함께 살아가는 것의 의미와 죽음과 책임의 무게, 사람들이 어울려 살아가는 이 세상의

병폐와 부조리 세상 문제의 환부들을 끄집어내 드러내 보인다.

곪아있는 이 세상의 상처를 함께 치료해 보자는 듯이 말이다.

뒷북치듯 읽었는데 마음이 행복해지기도 하고 슬퍼지기도 하고

아프고 시리고 쓰리고 괜히 복잡하다. 그러나 그 복잡한 마음의 밑바닥엔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삶과 세상에 대한 희망이 있음을 생각한다

곪은 상처를 도려내고 나면 아프고 쓰리고 힘들어서 상처는 아물고 새 살이 돋아나게 되니 말이다.

 

책은 병원이라는 곳이기 때문에 더욱더 첨예하게 마주하는 삶과 죽음의 일들을 보여준다.

어떤 이야기는 행복했고, 어떤 이야기는 슬펐으며, 어떤 이야기는 안타깝기 그지없었다.

그렇게 이야기가 끝나고 책을 덮었을 때, 우리는 살아있음에 안온한 일상에 감사하게 될 것이다.

경각에 달린 목숨들의 이야기를 통해서야 겨우 살아있음의 고마움과 감사함을 깨닫게 된다니

사람 참 어리석고 또 어리석다는 생각을 해본다.

아, 열심히 살아야 겠다. 열심히.

삶을 지겹다고 말하는 당신에게 희망을 찾을 수 없다고 말하는 당신에게 강추~!

- 다락방서 허뭄

 

사소하게 즐기는 사람이 많은 사회는 건강한 사회다.

다양하게 즐길 것이 많기 때문이다. 즐길 것이 많다는 이야기는

문화적 다양성이 담보된다는 이야기다. 획일적인 사회는 더 이상 경쟁력이 없다.

- 본문 201

 

 

*

우리 사회가 가진 가장 큰 문제는 다양성을 담아내지 못하는 경직성이 아닐까 늘 생각합니다.

저마다 다 각기 하고 싶은 것이 다르고 좋아하는 것이 다르고 사는 모습이 달라야 하는데

다들 다 비슷한 것을 바라고 비슷한 것을 성공이라 말하며 달려가야 할까요.. 이 사회에서

우리가 말하는 경쟁력이 진짜 경쟁력인지 아닌지 생각해 봐야 하지 않을런지요...

 

 휴가철입니다. 열심히 일한 만큼 잘 쉬고 잘 노는 것도 정말 중요합니다.

우리는 열심히 살라는 이야기만 했고 또 스스로에게도 무엇이 되든 열심히 하라고 다그치기만

했지 이제 좀 쉬자고 말하지 못했습니다. 허나 막상 놀아야지 하고 생각해도 뭘 하고 놀아야

재미있게 놀았다고 소문이 날지 ㅋㅋㅋ 아니면 아쉬움 없이 놀 수 있을지 잘 모를 때도 있습니다.

과연 어떻게 노는 것이 잘 노는 것일까요? ㅋㅋ

김정운 교수의 책이 나왔을 때 봐야지 해 놓고는 미뤘던 책을 이번에 읽었습니다.

니 잘 논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무엇을 하고 어떻게 노는지에 대해 알려주는 놀이사회학 책이죠.

전에 읽었던 <나는 가끔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한다>에서도 나왔던 이야기들이 좀 겹친다는

단점이 있지만, 놀이가 무엇인지 어떻게 놀아야 하는지 그리고 놀이가 우리에게 무엇을

가져다 줄 수 있는지 저자 특유의 즐거움으로 잘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제대로 즐기고 놀 줄 모르는 이 사회의 경직성에 공감하고 작고 소소한 행복들을 가진 사람이

성공한 사람보다 더 나을 수 있다는 말에도 공감합니다. 책을 읽으면서 나 역시 나를 행복하게

하는 일들을 구체적으로 생각해 보게 됩니다.

 꽤 전에 나와서 보려고 했다가 이번에 읽게 되었는데 술술 잘 넘어가고 재미있네요. ^^;

 

 

티비에 종종 얼굴을 비치시면서 많은 이야기를 하셨는데 그 즐거운 에너지를 책에도 담고

있습니다. 강의에서도 그랬듯이 소소하지만 확실한 자신만의 즐거움을 가진 인생이 행복한 인생이고

성공한 인생임을 알려줍니다. 열심히 일했다면 쉬는 시간도 즐거워집니다. 늘 놀면 노는 일이 즐겁지 않으니까요.

열심히 일한 당신은, 그래서 떠날 수 있는 것이겠지요...

저도 휴가입니다. 저는 밀린 책들 읽고 좋아하는 친구들 만나 수다 떨고 보고 싶었던 전시회를 가고

보고 싶었던 풍경을 찾아 분주히 다녀볼 예정입니다. 헌데 비소식이 들려오는 군요. ㅋㅋ

 

이웃님들도 모두 이 휴가철, 어디를 가든, 무엇을 하든, 누구를 만나든

입가에 즐거운 미소를 함빡 머금고 돌아오시길 바랍니다.

- 다락방서 허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