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작 악공전기를 재미있게 본 사람이라면 이 분의 작품을 상당히 기다렸을 거라 생각합니다. 음악이란 소재를 무협에 적용해서 새로운 도방무협을 보여준 분이니 말입니다. 처녀작이었는데도 불구하고 그 글솜씨는 기존의 작가들과 비교해서 전혀 뒤지지 않았죠. 무협을 음악으로 풀어내었는데 그것이 흥미진진했습니다.

 그렇기에 이 분이 그림이란 소재를 가지고 새로운 이야기를 푼다고 했을 때 기대를 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촌부님의 화공도담도 그림이란 소재로 도나 사람 사는 이야기를 풀고 있습니다. 무협의 요소 중 싸움에 관한 무보다는 사람사는 이야기인 협에 더 중점을 두고 있죠. 그렇기에 이 화선무적도 그런 글이 아닐까, 악공전기와 같은 이야기가 흘러가지 않을까 기대한 것 또한 사실입니다.

 글은 읽고 만족할 만하지만 이 글을 읽은 다음에 조금 기대에 못미쳤다고 아쉬워 하실 분들도 있을 것 같습니다. 이번의 제목 화선무적이란 제목 그대로 협보다는 무에 더 치중한 것 같기 때문입니다. 무와 협이 조화를 이룰 것이고 그 어느것 하나 소홀히 하지 않겠지만 이번 글은 그림이란 소재는 무를 표현하기 위한 소재인 것 같습니다.

 악공전기는 전투신 보다는 음악과 도에 대한 이야기가 중심이 되었는데 이번 글은 그림이 무예를 단련하기 위한 수단으로 보입니다. 그림을 소재로 한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아닌 무협 본래의 전투에 중점을 두고 그에 대한 보조수단으로 그림을 택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아직 1.2권밖에 나오지 않았기에 성급한 판단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지만 전작인 악공전기와 비교해 보면 그런 느낌이 강하게 듭니다.

 그렇다고 해서 이 글이 재미가 없었던 건 아닙니다. 그림을 보조 수단으로 삼고 무협적인 활극을 표현한다고 해서 이 이야기의 수준이 떨어진 것도 아니고 충분히 재미있었습니다. 다만 전작의 향기를 그리워하는 분들에겐 좀 아쉬운 이야기가 될수 있다는 것이 문제라면 문제일 것 같습니다.

 앞으로의 활극이 어떻게 펼쳐질지 기대가 됩니다.

당신들 백인들은 그렇게 많은 화물(서양에서 발명된 물품을 가리키는 뉴기니 말)들을 발전시켜 뉴기니까지 가져왔는데 어째서 우리 흑인들은 그런 화물들을 만들지 못한 겁니까?

 이런 친구의 물음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이 책이 쓰여졌습니다. 이 두꺼운 책의, 저자의 말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민족마다 역사가 다르게 진행된 것은 각 민족의 생물학적 차이 때문이 아니라 환경적 차이 때문이다."
라고 저자는 많은 연구를 통해 결론을 내렸습니다.
 저마다 한 번씩 생각해 본적이 있을 겁니다. 왜 선진국이 있고 후진국이 있는 건지 그 이유에 대해 고민을 한 적이 있을겁니다. 고민을 계속해서 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대개 이렇게 결론을 내리죠. '선진 민족이 있고 열등한 민족이 있다. 지금 잘사는 나라는 우월한 민족이다.'란 결론을 내리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죠. 민족에 따른 우열이 있다면 그 우월한 민족중 가장 멍청한 사람도 열등한 민족의 가장 똑똑한 사람들을 압도해야 합니다. 그런데 현실은 각각의 나라마다 똑똑한 사람들이 있고 멍청한 사람도 있으면 평범한 사람도 있습니다. 민족의 우열이 있다면 그런 일은 없어야 하겠죠.
 그래서 이 학자, 제레드 다이아몬드는 그것을 파고 듭니다. 그래서 나온 책이 이 '총,균,쇠'입니다.
 농업과 유목생활이 어떤 차이를 가져왔는지 가축이 어떤 이점이 있었는지 그리고 쇠가 어떤 역할을 했는지 이 두꺼운 책을 통해 하나하나 파헤치고 있습니다. 농업을 통해 잉여 생산물을 축척할 수 있어 전문가가 나올수 있었고, 가축, 특히 말을 통해서 기동력을 얻었습니다. 가축의 이점은 이것만이 아니었죠. 사악한 선물이라고도 할 수 있겠네요. 각종 병원균에 대한 내성이 그것입니다. 그리고 그런 전문가들을 통해 나온 무구들 등. 왜 서양 사람들이 아메리카 원주민들을 이길수 있었는지를 조목조목 집어 줍니다.
 소수의 스페인 야만인들에게 왜 그렇게 무력하게 무너졌는지를 상세히 설명해주더군요. 수십만의 사람들이 몇백명의 사람들에게 왜 그렇게 지리멸렬했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습니다. 물론 병원균 때문에 그 사람들이 무너졌다는 건 들어서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좀 의구심이 들었었는데 확실히 왜 그렇게 되었는지를 가르쳐 주네요.
 그런 전체적인 내용 중에서 이 책의 결론 부분만 요약해 보겠습니다.

 기술이란, 어느 영웅의 개별적인 행동을 통해서가 아니라 누적된 행동을 통해 발전한다는 것, 그리고 기술이란 대개 어떤 필요를 미리 내다보고 발명되는 것이 아니라 발명된 이후에 그 용도가 새로 발견된다는 것이다.

 정복의 궁극적 요인인 식량생산과 가축화, 작물화의 상관성이고 직접적 요인은 병원균, 기술, 정치조직, 문자이다.

 유라시아의 문물 확산을 도운건 동서 축 방향이다.(위도 변화와 그에 따른 환경변화 없이 확산될 수 있었기에 이 건 큰 이점이다.)

 어느 한 폭군의 결정은 당장 혁신을 중단시킬 수 있었고 또 실제로 그 같은 일들이 자주 일어났기 때문이다.(중국의 예입니다. 기계식 시계 개발 중단, 선단 파견도 권력 투쟁 때문에 중단, 산업 혁명의 싹 역시 중단 됨, 문화 혁명의 광기 등) 그와 대조적으로 유럽의 지리적 분할 상태는 서로 경쟁하는 수십 또는 수백 개의 독립 소국과 혁신의 중심지들을 만들어냈다.

 혁신은 분열이 최적에서 중간 정도에 머문 사회에서 가장 빠르게 일어나고, 지나치게 통합되었거나 너무 분열된 사회에서는 불리하게 작용한다는 것이다.

 특히 중국이 뒤쳐지게 된 부분에 대한 분석이 재미있었습니다. 통일된 정권이기에 독재자의 판단 때문에 뒤쳐질 수도 있다는 것이 섬뜩하게 다가왔습니다. 실제로 화약, 나침반, 종이 등 선진문물은 다 중국에서 발명된 것들입니다. 생산력이라든가 문화 등은 당시의 유럽을 압도하고 있었는데 왜 뒤쳐졌는지에 대한 언급이 없어서 좀 이상했는데 책의 마지막에 이르러서 저렇게 분석을 해뒀더군요.
 확실히 세상사는 여러 사람의 힘으로 움직이지만 힘을 움켜쥔 소수의 힘도 무시 못한다는걸 뼈져리게 가르쳐 주었습니다. 아무튼 이런 무거운 주제를 다루는 책을 읽으면서도 즐겁게 볼수 있다는게 신기했습니다. 저는 책을 가리지 않고 보지만 그래도 주로 장르 소설을 많이 봅니다. 제가 리뷰해 놓은 책의 대부분이 그런 책이기도 하고요. 그런데 가끔 딱딱한 책도 봐볼까 하는 변덕이 생겼고 유명한 이 책을 봤습니다. 보고 나니 즐거웠습니다. 소설이나 문학 작품과 같이 마음을 깨끗이 씼어주고 상쾌하게 해주는 감은 없지만 두뇌를 이렇게 풍요롭게 해주네요.
 2주나 한달에 한번씩 이런 무거운 책도 읽어 봐야 겠습니다. 사람은 계속 배워야 하니 말입니다. 끝에 이 책의 목차를 첨부하니 참고해 보세요.

 


친애하는 한국의 독자들에게 드리는 편지 | 제레드 다이아몬드
증보판에 부쳐 | 임홍빈 <문학사상> 편집 고문
추천의 글 | 이현복 서울대 언어학과 명예 교수
옮긴이의 글 | 김진준(번역 문학가)
프롤로그_ 현대 세계와 불평등에 대한 의문을 푼다

제1부 인간 사회의 다양한 운명의 갈림길
제1장 문명이 싹트기 직전의 세계 상황
제2장 환경 차이가 다양화를 빚어 낸 모델 폴리네시아
제3장 유럽이 세계를 정복한 힘의 원천

제2부 식량 생산의 기원과 문명의 교차로
제4장 식량 생산의 기원
제5장 인류 역사가 갈라놓은 유산자와 무산자
제6장 식량 생산민과 수렵 채집민의 경쟁력 차이
제7장 야생 먹거리의 작물화
제8장 작물화하는 데 적합한 식물의 식별과 성패의 원인
제9장 선택된 가속화와 '안나 카레니나의 법칙'
제10장 대륙의 축으로 돈 역사의 수레바퀴

제3부 지배하는 문명, 지배받는 문명
제11장 가축의 치명적 대가, 세균이 준 사악한 선물
제12장 식량 생산 창시와 문자 고안과의 밀접한 연관
제13장 발명은 필요의 어머니
제14장 평등주의부터 도둑 정치까지

제4부 인류사의 발전적 연구 과제와 방향
제15장 대륙간 불균형 이론과 원주민들이 낙후된 원인
제16장 동아시아의 운명과 중국 문화의 확산
제17장 동아시아와 태평양 민족의 충돌
제18장 남북아메리카가 유라시아보다 낙후됐던 원인
제19장 아프리카는 왜 흑인의 천지가 됐는가

에필로그_ 과학으로서의 인류사의 미래

특별 증보면
추가 논문_ 일본인은 어디에서 왔는가
2003 후기_ <총, 균, 쇠> 그 후의 이야기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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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두아르트 푹스의 노작 풍속의 역사를 읽었습니다. 보통 인간이 가진 3대 욕구를 가르켜서 식·색˙수면욕 이라고 합니다. 먹는것은 식도락을 통해 공개적으로 표출이 가능하고 잠은 많이 잔다고 해서 타박을 놓는 사람은 드뭅니다. 그런데 이 색욕을 공공연히 드러내면 사람들에게 이런 소리를 듣습니다.

"변태!"

라고 말이죠. 이 책은 그런 성에 대해서 아주 구체적으로 다루고 있습니다. 삽화들도 상당히 노골적이고 적나라합니다. 그렇기에 히틀러에 의해 책이 불타는 수모를 겪기도 했습니다. 그렇다고 이 책이 플레이보이 같은 도색서적은 아닙니다. 성을 주제로 인간의 역사, 사회, 문화 등 전반적인 모든 분야를 다루고 있습니다.

 사람이 살아가는 데 있어서 性은 떼놓고 생각할 수 없습니다. 프로이트의 심리학도 이런 性을 탐구하는 데서 시작이 되었습니다. 성을 떼어놓고 인간사를 논하기는 상당히 어렵습니다. 그런데도 저속해 보인다든가 품위가 없어 보인다든가 아니면 사회에서 터부시하기에 성은 토론의 주제나 담론의 대상이 되는 것이 어려웠습니다. 물론 시대가 변해서 예전보다는 지금이 이 성을 가지고 이야기하기가 쉬우나 아직 터부시하는 것은 있습니다.

 이 책은 그런 위선을 걷어내고 있습니다. 위선의 가면을 벗고 알몸으로 마주하며 적나라하며 그러면서도 담담하게 성과 관련된 인간사 전부를 담담하게 풀어가고 있습니다. 소수에 의한 부의 지배, 성의 지배, 그 소수를 제외한 나머지 인물들의 비참함을 가감없이 풀어가고 있습니다. 상위 계급의 천박함과 하위계급의 비참함을 보면서 이 책이 과연 성에 대해 풀어쓴 책인지 아니면 마르크스의 책인지 햇갈릴 정도였습니다.

 이 책을 수놓은 건 성풍속이란 소재입니다. 한땀, 한땀을 성과 관련되 이야기로 수놓고 있지만 평상시 생각하고 있던 사실을 성과 관련해서 풀어 놓으니 정말 그럴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게 합니다. 성과 관련하여 이야기를 풀고 있어서 눈에 씌어 놓은 경건함이란 가식을 떼어 놓을 수 있었습니다.

 특히 인상 깊은 점은 각 시대마다 세상을 지배한 것은 돈과 성이었다는 것을 풀어나가는 것이 흥미로웠습니다. 르네상스 시대의 문란함과 흔히 말하는 중세의 암흑시대, 중세의 문란함. 귀족들의 사치가 어느 정도였고 그 귀족들의 사치 때문에 힘겨워 했던 하위 계층의 비참함을 보니 정말 혀를 내두를 지경이었습니다.

 그리고 교회에 대한 분석도 흥미로웠습니다. 교회의 신부와 수녀가 왜 독신으로 지내야 했는지에 대한 분석도 흥미롭더군요. 제가 가진 환상을 완전히 부셔버렸습니다. 르네상스 이전에는 교회가 문문의 중심지였다고 합니다. 직물의 제조법, 맥주의 제조법, 새로운 농사법의 시초는 교회에서 시작되었습니다. 그 당시에 교회는 그런 잉여 이익을 주위에 베풀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화폐 경제 시대가 되자 상황이 돌변했습니다. 화폐로 부를 축적할 수 있있고 그 때문에 교회는 수탈기관으로 돌변했다는 것이죠. 그렇게 쌓인 부의 재분배를 막기 위해 혼인을 금했고 그것이 시간이 흘러 신에 대한 귀의란 겉옷을 입었다는 것입니다. 여태까지 가진 상식에 금이 가버렸습니다.

 또한 교회는 매음굴과 같았다고 합니다. 상류층부터 하류층까지 질펀하게 놀던 것이 그 시대의 대체적인 분위기 였다고 합니다. 그런 시대에서 도덕적인 시대로 온 것에도 색다른 시각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매독의 출현과 경제적 파탄이 도덕심을 키웠다고 하더군요. 그런 황음의 시대에 경제적 파탄이 몰려 왔고 경제력이 무너지면서 그런 낭비적인 생활을 자제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렇게 문란하게 생활을 하였기에 매독이란 것이 생겨났고 그 매독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또 몸조심을 하게 되었다는 것이죠.

 이 책의 1권은 총론적인 부분입니다. 총론적인 부분을 뒤로 하고 각 시대별로 성풍속과 관련된 인간사를 풀어가고 있습니다. 읽으면서 감탄한 것은 그 자료의 방대함이입니다. 삽화와 민담, 연대기 등을 통해 현실감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허공에 그린 망상이 아닌 생동감을 느낄 수 있었고 고루하게 접근하는 다른 책과는 달리 생동감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상적인 인간상이 아닌 현실적이고 욕망이 가득한 인간을 담담하게 말하고 있습니다. 그 상세함과 야만적인 역사의 장면은 정말 충격을 줄만합니다. 중세나 그 이전의 시대가 야만적이다는건 알고 있었지만 그걸 실제로 읽게 되니 지금의 모습이 그저 뻘로 생긴것이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 여태까지의 역사가 시행착오의 역사이고 피로 점철된 역사였으며 계속 발전해 왔다는 것을 말입니다.

 성을 대상으로 이렇게 방대하면서 상세하게 인간사 전체를 풀어 썼다는 것에 정말 감탄을 했습니다. 그렇다고 이 책이 도색서적은 아닙니다. 어느 정도 무거운 책이고 그렇다고 딱딱해서 지루한 책은 아닙니다. 성을 통해서 인간사를 풀어 쓰기에 쉽게 읽을 수 있습니다. 오히려 인간사의 진실된 모습을 알몸으로 보여주기에 읽고 나면 뭔가 생각할 거리를 줄 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