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랑 같이 생활한다는 건 …
평생 철이 안 드는 어린애와 살고 있는 상태를 말하는 것 아닐까?!

- "아침에 눈을 떠서 내 발밑을 보면 언제나 커다란 팥경단과 찹쌀떡이 있다 ….
실은 고양이다….
 엄청 돼지다.…."

란 문구로 이 만화는 시작합니다. 우스쿠라 와카나, 부, 피코, 한 사람과 두 동거묘의 이야기 입니다. 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 그리고 고양이와 같이 생활하는 사람이라면 충분히 공감하면서 볼 만화입니다.

 개는 기르는 사람을 주인으로 인식하지만 고양이는 주인이라고 생각하지 않죠. 그저 친구로 여기거나 하인이나 집사로 밖에 보지 않는다고 하는 말도 들어봤습니다. 자신이 필요할 때는 애교를 부리지만 자신이 귀찮을 때는 주인을 무시하고 자기일만 하는 도도한 아가씨와 같은 성격을 가진 동물이 고양이라고 들었습니다.

 그런 고양이와 같이 생활하면서 겪는 일상사가 이 이야기의 축입니다. 큰 줄기 없이 소소한 에피소드만으로 엮어져 있긴 한데 그것이 웃음을 짓게 합니다. 고양이에 대한 지식이 없는 사람이 보면 이렇게 고생을 하면서 왜 고양이를 기르지라고 생각할 정도로 처절하게 그려져 있지만 어떻게 하겠습니까? 이미 고양이의 매력에 빠져서 헤어나오지 못하는데.

 전 고양이를 기르지 않지만 고양이 관련 글들을 읽다 보니 이 만화가 정말 공감이 가더군요. 고양이를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한 번 보시길 바랍니다. 이 만화에 나오는 우스쿠라가 나은지 아니면 자신이 나은지 비교해 보는 것도 좋을 듯 하네요.

유명 블로거 '크로이츠'가 아닌 작가 '최지인'의 데뷔작이라 생각한다면 싹이 좋은 작품을 본 느낌입니다. 애초에 이 책에 대한 리뷰가 나왔을 때 그리 좋은 반응이 나오지 않았는데 그런 반응이 어쩌면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사람들이 생각하기에 미식가라면 좀 더 좋은 요리를, 그것도 극상의 요리를 내놓을 것이라 기대했기에 내놓은 요리가 그 기대치를 못맞췄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신인, 그것도 데뷔작이기에 미래가 기대된다고 할까요.

 알다시피 이 글의 작가 크로이츠님은 자칭, 타칭  라이트노벨에 있어서 가장 유명한 블로거였으니 말입니다. 이 분 블로그에 올라와 좋은 평을 받으면 그 책은 볼만하다는 말을 들을 정도 였으니 말이죠.

 그러니 그 까다로운 입맛을 가졌다면 보다 맛깔스럽게 요리를 해 놓지 않을까 사람들이 기대한 것이고 말입니다.

 전 오히려 신인작가의 작품이기에 약간 설익은 맛은 있지만 충분히 즐거운 글을 내놓았다고 생각합니다. 글의 소재도 '소설'을 쓰는 것이고 말이죠.

 제가 이 글을 보면서 느낀 건 각 캐릭터에 대한 작가의 감정이입이 좋았다는 겁니다. 소설을 꼭 써야 한다는 강박감이 그 소설을 낸 '크로이츠'가 아닌 작가 '최지인'의 강박감이 아니었나 싶고, 작중 인물들에게선 저와 제 친구들, 그리고 현대의 젊은이들이 생각나기도 했습니다.

 꿈을 쫓아 왔는데 그 꿈을 이룰 수 없게 되었고, 자신의 노력이 헛된 것이 됐다는 좌절감. 그런 좌절이 낯설지 않았습니다. 그렇다고 이야기가 너무 무겁게도 너무 가볍지도 않게 흘러갔고 말입니다.

 라이트노벨을 보면서 인생에 대한 철학 강의를 듣고 싶은 것도 아니고 적당한 교훈과 적당한 안락을 얻으려는 사람이 많으니 말입니다. 물론 그 이상의 것을 바라는 분들도 있고 그런 것들을 얻어 가는 분들도 있고 말이죠.

 책을 다 보고 나서 뒷 이야기가 궁금하게 했다는 점에서도 이 이야기는 성공이라고 생각합니다. 각 인물들이 어떻게 이야기를 펼쳐갈지 궁금하니 말이죠. 각 라이트노벨 감평을 써오면서 생긴 나름의 작법론도 읽어 볼만 하고 말입니다.

 이야기 자체를 즐긴다면 이 이야기는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유명 블로거 '크로이츠'가 아니라 작가 '최지인'의 이야기라고 생각하고 보면 괜찮은 싹을 본 느낌입니다.

 작품을 낸 이상 신인이 아니라 똑같은 작가로 봐야 하지만 신인이기에 더 좋은 작품을 낼 수 있다는 기대도 가능합니다. 그래서 다음 작품이 더 좋은 모습을 낼 것이라 생각합니다.

'조선'이란 말을 들었을 때 맨 처음 머리에 떠오르는 건 '고루'함입니다. 저에게 있어 조선이란 나라는 딱딱한 성리학에 메몰된 샌님들의 나라고 또 나라를 제대로 지키지 못한 얼간이 같은 나라란 이미지가 강하니 말입니다. 또 주위에서 조선은 임진왜란 때 망하고 새로운 나라가 들어서야 했는데 그렇지 못해 역동적이지 못했다는 말도 많이 들었고 말입니다. 그리고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보수 신문도 이 '조선'이란 이름을 쓰기에 그 느낌이 가히 좋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의문이 들기도 했습니다. 조상들이 그렇게 바보 같이 굴었다면 이 나라가 그렇게 긴 시간까지 살아 남을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말입니다. 지금도 우리나라 주위에 만만한 나라가 없지만 그 당시도 마찬가지입니다. 한 순간 빈틈을 보이면 나라가 없어지는 건 순식간이었을 겁니다. 그런데 이 '조선'이란 나라는 긴 시간을 '조선'이란 이름을 가졌고 또 자신의 고유한 풍속을 유지했습니다.

 이런 의문이 들던 차에 이 '조선의 힘'이란 책이 있다는 것을 봤습니다. 이 책에 대한 서평도 좋았고 다른 시각에서 바라 본 조선이란 어떤 나라인가 하는 생각도 들었고 말입니다. 그리고 지금 이 조선의 힘을 완독했습니다. 다 읽고 나서 이 조선이란 나라에 내가 얼마나 편견을 갖고 왔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어설픈 지식을 진짜라고 믿고 왔는가 하는 생각도 들었고 말입니다. 물론 이렇게 흔들리지 않기 위해선 다른 책들도 많이 읽어야 한다는 생각도 들고 말입니다.

 이 책을 완독하고 나서 느낀 점이라면. 역사란 것이 좋은 놈과 나쁜 놈의 대결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현재에 일어나는 사건도 많은 사람들의 이해관계가 걸려 있습니다. '이렇게 해'라고 명령이 떨어지고 그것이 옳다면 정말 좋겠지만 그런 일은 만화나 영화에서나 가능한 일입니다. 사람이 살아가는데는 보이지 않는 여러가지 이해관계가 있고 당연히 하여야 하는데도 현실적 여건 때문에 실행하지 못한느 것도 있습니다. 그 이면을 봐야 한다는 것을 알게 해주었습니다.

 다른 부분도 인상적이었지만 제가 이 책을 보면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광해군에 대한 부분이었습니다. 우리는 광해군은 실리 외교를 펼치다 내침을 당한 불행한 군주로 알고 있는데 과연 그가 능력이 있었으나 불행한 군주였는가는 이책을 보면서 함부로 판단을 해선 안된다고 느꼈습니다.

 왜 광해군이 내침을 당했는가 그리고 조선이란 나라가 일본에게 짓밟힐 때 까지 그에 대한 좋은 평가는 없다가 왜 갑자기 그가 좋은 평가를 받았는가에 대한 의문이 없었습니다. 그저 학교에서 배운 지식만 진리인양 생각하고 아무 고민도 하지 않은 것이죠. 사람들이 식민주의 사관, 일제시대의 역사를 극복하자고 하는데 광해군에 대한 좋은 평가를 시작한 것이 일본인, 그것도 일제시대의 인물이란 것은 놀라웠습니다.

 그런 프레임속에 갇혀 우린 조선을 봐 온 것이죠. 식민주의와 근대주의란 잘못된 돋보기로 말이죠. 그런 의미에서 조선에 대한 편견을 덜어준 이 책은 제게 상당히 고마운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공부를 하려면 껍질만 맛보고 말 것이 아니라 알맹이를 먹어야 한다는 것도 말입니다. 또 실리와 명분이 따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란 것을 말이죠.

 어렷을 적 세계문학전집의 내용과 실제 그 문학의 내용이 다르듯 말이죠. 좀 더 구체적이고 확실하게 알아야 한다는 것. 겉으로 보이는 것 말고 이면을 볼것, 그리고 그 시대의 특수성, 표면 아래 가라 앉은 것을 확실히 봐야 한다는 것을 알게됐습니다. 조선에 대해 좀 더 알고 싶다는 분께는 이 책을 볼 것을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