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를 위한 투쟁 - 드레퓌스 사건
유럽 대륙의 가운데 자리 잡고 있는 프랑스에서는 1789년 부르주아를 중심으로 시민들의 권리를 찾기 위한 혁명의 움직임이 있었다. 그 혁명은 여러 한계점을 남긴 채 종결되고 말았지만 유럽 전역에 영향력을 발휘하기에는 충분했다. 그로부터 약 백년 후 프랑스에서는 다시 한 번 유럽 전역을 떠들썩하게 할 사건이 등장했으니, 바로 드레퓌스 사건이다.
드레퓌스 사건이 발생했던 1894년의 프랑스는, 프로이센과의 전쟁에서의 패배로 나폴레옹 3세의 제2제정이 무너지고 많은 수의 파리 시민들의 유혈 사태로 끝난 파리 코뮌을 겪은 후 겨우 공화정이 자리 잡은 상태였다. 이러한 정치적 상황 속에서 패전국으로서 승전국인 프로이센에 막대한 배상금을 지불하고 영토의 일부까지 내주게 되면서 프랑스는 프랑스 민족 그 자체에 대한 공격의 위험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이는 곧 민족주의가 프랑스 사회 내에서 힘을 얻는 배경이 되었고, 같은 선상에서 반유태주의 또한 힘을 얻을 수밖에 없었다. 프랑스 국민의 한 사람으로 살아가고 있던 드레퓌스는 이와 같은 시대적 상황 속에서 이후 수많은 사람들의 관심의 대상으로 100여년이 지난 후까지 잊혀지지 않을 사건에 휘말리게 된다.
드레퓌스 사건이 일어났던 1894년 프랑스군은 중요한 문제에 직면해 있었다. 프랑스는 당시 적국이었던 독일의 눈을 속이며 신무기를 개발하고 있었는데, 이 기밀을 유지하는 것이 프랑스군의 중요한 임무였다. 방법을 찾던 프랑스 군대는 당시 사회적으로 만연하던 반유태주의를 이용해 이 문제를 해결할 실마리를 발견하게 되는데, 그것이 바로 유태인 포병 대위인 드레퓌스였다. 프랑스군은 드레퓌스를 독일에 첩보 문서를 넘겨준 첩자로 고발했고, 드레퓌스는 군사 법정에서 유죄를 선고받았다. 이 과정에서 프랑스군은 다른 정보망을 이용해 독일의 눈을 속일 수 있었고 신무기 개발을 차질 없이 진행시킬 수 있었다. 그러나 드레퓌스의 유죄 판결로 끝난 듯 보였던 이 사건은 시간이 지나면서 드레퓌스파와 반드레퓌스파라는 두 진영을 형성하게 했고, 정의를 밝히려는 끊임없는 움직임을 뒤따르게 했다.
사건의 시작으로부터 100년도 더 지난 시점에서 저자는 사건과 관련된 많은 증거 자료들을 제시하면서 드레퓌스 사건을 재구성한다. 저자는 이러한 작업을 통해서 드레퓌스 사건 그 자체에서 그치지 않고, 그 사건이 내포한 국가의 이익, 정치권력, 군의 권력, 그리고 그에 맞서 싸우는 개인을 말하고자 한다.
드레퓌스 사건에서 고발자의 역할을 담당하는 프랑스군 정보부, 그리고 이들과 연계되어 있는 군 내부의 권력 집단과 정치권의 권력 집단이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것은 프랑스라는 한 국가의 이익이었다. 고발자들은 시간이 지나고 진실을 요구하는 사람들의 움직임이 거세어지면서 더 많은 조작을 통해 진실을 감추려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들은 혐의 사실을 증명할 수 있는 자료들의 공개를 외치는 많은 사람들에 대해 국가의 이익과 군대의 기밀유지라는 방패를 들고 맞선다. 그러나 그들이 내세우는 국가와 군대라는 집단은 그들의 논리를 합리화 시켜 줄 수 있는 방패의 역할만을 담당할 뿐이다. 그들이 어느 정도 국가와 군대를 걱정했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그들이 진정으로 원했던 것은 자신이 가지고 있던 권력의 유지와 앞으로 더 큰 권력을 가지려는 욕망의 실현이었다. 드레퓌스가 진실을 통해 사건에서 자유로워 질수 있었던 시점에는 이미 고발자의 역할을 많았던 많은 사람들이 죽거나 자취를 감추었다는 것이 그 증거라 할 수 있다. 이렇듯 프랑스의 드레퓌스 사건은 국가와 군대를 내세운 권력자들이 궁극적으로는 자신의 이익을 위해 한 개인을 국가와 군대라는 이름으로 고통 속으로 내몰았던 것이라 할 수 있다.
국가, 군, 권력, 그리고 개인간의 관계와 함께 드레퓌스 사건의 커다란 축을 이루고 있는 것으로 반유태주의를 들 수 있다. 저자는 반유태주의의 근본적 이유들에 대한 고찰을 통하여 역사 속에서 형성된 반유태주의가 기독교 세계에서는 언제, 어디서나 나타나던 현상이었음을 먼저 말한다. 저자는 이러한 역사적 배경과 앞에서도 언급한바 있는 패전 이후의 당시 프랑스 상황이 프랑스 내에서의 반유태주의를 극단의 방향으로 나아가게 했음을 말하려 한다. 반드레퓌스파에서 드레퓌스파의 활동을 비판하는 근거의 하나로 유태인 단체에서 금전적 지원을 통해 문제 해결의 과정에서 로비를 한다는 주장이나, 드레퓌스 사건을 처음 접한 많은 프랑스인들이 유태인을 모두 몰아낼 것을 외치는 장면들에 대한 저자의 기술은 이 사건이 반유태주의와 무관하지 않음을 보여주는 증거라 할 수 있다. 여기서 특히 주목할 점은 드레퓌스라는 한 유태인의 사건을 통해서 반유태주의를 더욱 조장하려 한 것이 아니라, 당시의 반유태주의가 드레퓌스 사건 성립의 이유가 되었다는 점이다. 드레퓌스가 유태인이 아니었다면, 그는 결코 이런 엄청난 사건의 주인공이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드레퓌스를 지지하는 여러 지식인들의 노력과 무죄를 입증하기를 포기하지 않았던 드레퓌스가의 노력으로 시간이 흐른 후의 일이기는 하지만 드레퓌스는 명예를 회복하게 된다. 그러나 드레퓌스의 무죄 선고가 사건의 진실이 밝혀졌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재판 당시 많은 외신의 관심을 모았었고, 100여년이 지난 현재에도 많은 학자들이 이 사건을 연구 대상으로 선택하고 있는 것은 사건의 진실이 또는 사건의 전말이 여전히 가려져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음모에 빠져 범죄자가 된 드레퓌스는 무죄를 인정받았으나, 그것만으로는 사건의 진실을 주장하던 사람들을 만족시켜 줄 수 없었던 드레퓌스 사건. 이 사건은 지속적인 관심 속에서 존재하며 우리에게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 것일까?
프랑스는 프랑스 혁명을 통해 인권을 말했고, 현재는 똘레랑스를 통해 다름을 인정함을 말하고 있다. 그리고 프랑스 혁명과 현재 사이에는 인권이 인정받지 못했던 많은 사건들이 존재한다. 드레퓌스 사건은 그들 중 하나라고 말 할 수도 있고, 그들을 대표하는 것이라 말할 수도 있다. 하지만 사람들은 프랑스의 모습을 보면서 인권 선언과 똘레랑스의 아름다운 모습만을 떠올릴 뿐 드레퓌스 사건에서 고통 받았던 한 인간의 모습을 떠올리지는 못한다. 드레퓌스 사건은 여전히 많은 학자들의 관심의 대상으로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일반 사람들에게는 잊혀진 역사의 한 장면으로 또는 기억에 남아있지 않은 역사의 한 부분으로 존재할 뿐이다. 그러나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현재에도 인권의 정의가 실현되지 못하고 있는 곳이 있음을, 그리고 그러한 모습들 또한 역사 속에서 잊혀져 가게 될 것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드레퓌스 사건은 1894년 프랑스에서 일어났던 한 사건이다. 사건의 대상이 되었던 한 개인의 명예 회복과는 별개로 사건의 진실이라는 측면에서 명쾌한 대답을 줄 수 없기에 여전히 학자들의 관심을 받고 있기는 하지만, 그 역시 역사의 한 장면으로 존재하는 것이라 말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책의 저자가 드레퓌스 사건을 재구성 하면서 지적했던 국가, 권력, 개인, 그리고 사상의 문제는 오늘날에도 사람들에게 그 영향력을 행사하는 존재로서 살아있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과거와 현재, 프랑스와 우리는 분명 다르지만 국가와 권력을 같은 결론을 내리기 위한 길을 가고 있다는 점에서 완전히 다르다고는 할 수 없다. 오히려 인권 정의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었고, 현실에 대해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세력이 형성되어 있으며 일정 부분에서는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현재에 그때보다 더 심하게 인권의 정의를 무시하는 사건들이 벌어지고 있다. 이런 현실 속에서 이 책이, 저자가 우리에게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과거 사건의 재구성을 통해 역사의 진실을 밝히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현재 현실 속에서 우리의 모습을 돌아보라는 의미가 아닐까 한다. 어쩌면 우리와 너무 먼 이야기라 생각 될지도 모르지만, 현재 우리의 문제를 한번 생각해 본다면 이 책과 저자가 던지는 메시지가 우리에게도 중요한 것이라는 점을 깨달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