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3대문호라고 불리는 바진 작가의 마지막 장편이라는
<차가운 밤>은 태평양 전쟁이라는 역사의 먹물속에 흐려지고
더럽혀진 중국사회의 혼란기를 보여주었다.

옛것과 새로운것의 충돌 그사이에 몸부림 치는 중국인들이
가족을 잃고 가난에 허덕이는 비참한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아직까지도 커다락 대륙에 수많은 사람들이 하나로 모이지
못한채 구습과 신문화 사이에 대립되고있음을 보여주고있었다.

꾸며지지 않은 실제의 이야기를 덤덤하게 그리는듯 하나, 그 속에서
전쟁의 폐허 속에 숨쉬고 살아가려는 사람들의 삶을 현주소로 보여주고
있으니 커다란 감정의 소용돌이 속에 파묻혀 버릴 수 밖에 없는 길을 알려
줄 뿐이었다.

우리나라 뿐 아니라 중국 또한 일본의 침략을 받음게되며
어려운 경제난에 치닫게 되고 주인공 왕원쉬안을 통해 그 소용돌이 같은
혼란적인 시대의 흔들림과 사람들 사이의 원활한 인간관계 뿐 아리나
하나의 작은 사회인 가족이라는 존재도 파괴되고 있음을 알려주고 있었다.

갈등과 다툼으로 아내가 집을 나가고, 평소에 며느리를 싫어했던
어머니는 아내에 대한 소식조차 궁금해 하지 않으신다.
평소에 소통이 없던 아들 조차 엄마를 찾지 않는다.
왕원쉬안은 몸도 아프고 밖에서 변변찮게 일거리 조차 얻지못하여
가정에서 조차 가장의 자리를 분명히 지키지 못하고 휘둥거린다.

속 마음은 한 없이 아내를 아끼고 사랑하고 있는 왕원쉬안 이지만,
어머니와 아내간의 대립 속에서 고부갈등이라는 피할수 없는 혼돈 속에서
괴로워하고 있었다. 아내 또한 남편의 따뜻한 위로의 말 한마디가 필요할
뿐이었는데 그 한마디에 기뻐하고 사랑하는 감정을 확인하지만
여전히 가난과 시어머니와의 갈등 속에서 휘청되고 있을 뿐이었다.

전쟁이 안겨주는 고통은 한 가정을 붕괴시키고 있었고
수많은 갈등과 어려움 중에 잠을 못이루는 차가운 밤을 보내게 만들고 있었다.

찬 바람이 불어온다. 피 바람이 불어온다.
전쟁으로 사람들이 죽어간다. 굶어 죽을 수도있다.
가족이 사라진다.병들어 가고있다.살아도 사는것이 아니다.

평화롭고 아름다운 나날이 이어지길 기원하고 있는 그들의 밤이,
차가운 전쟁바람이 부는 밤이 아닌 따뜻한 밤이 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모든 사람들에게 호소 하고 싶었던것은 아닐까 한다.

가장 가까이에 있는 가족이 바로 차가운 밤을 극복 할 수 있는
시작점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가족애를 통해서 깨닫고 있었다.

 

온다리쿠 그녀의 이름만 들어도 , 환상적인 그녀만의 세계에 빠져보고 싶은

욕망이 흘러 넘치게 되버린다. 누군가의 손에 이끌리듯 나도 모르게 점점 깊은 곳을

찾아 헤매는 기분으로 <여름의 마지막 장미>를 마주 하게 되었다.

 

외딴 국립공원 일대에 세워진 호화로운 호텔과 변덕스러운 날씨 와 묘하게

어울려 시끄러운 현실의 세상과 단절되거나 고립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사와타리 집안의 세자매는 매년 손님들을 호텔로 초대하며,

거짓말인지 진실인지 알 수 없지만 듣고있으면 불편해지는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사람들과 차를 마시는 시간을 가진다.

 

주제를 시작으로 1변주에서 마지막 제6변주 까지, 이 곳에 초대된 손님들의

1인칭 시점이 교차되며 이야기는 이어져 간다.  세상과 고립된 호화스러운 사와타리

집안의 호텔에 머무는 순간 이미 무엇이 진실인지 거짓인지 혼동되기 시작한다.

 

이 작품에서 벌어지는 살인사건 그리고 이어지듯 다르게 변하는 주인공들의 시점을

통해서 타인을 향한 날카로운 시선과 주인공들의 개인적인 심리가 맞물려

실타래가 꼬이듯 시간이 지날수록 풀기가 힘들어진다.

 

마치 어둠만 존재하는 그곳에 오로지 한 장소에만 몰려있는 빛을 발견하는 기분 이라고

할 수 있을까? 무대위에 오른 배우들이 각자의 역할에 충실하듯 그렇게 이어지는

이야기는 나를 혼란 스럽게 만들었다. 제1변주 에서 죽었던 그녀가 제2변주 이야기에서는

버젓이 살아 움직이고 있다. 그렇게 시점이 틀려지지만 벌어지는 사건과 변화되는 시간의

흐름은 자연스럽다. 그리고 온다리쿠 작가가 이 작품을 완성하기 위해 커다란 축이 되어준

 

알랭 로브그리에 - 지난해 마리앙바드에서/ 불멸의 여인 이 이야기 중간마다 인용되어있다.

 

처음엔 생뚱맞게 등장하는 이야기 라고 생각했으나, 시간이 지날 수록 어딘가 닮아있는

분위기와 연관되는 주인공의 심리를 대변해 주고있는 이야기라고 여겨지기 시작했다.

 

책 속의 영화이야기, 영화 속의 영화나 책 이야기 독특하거나 아이러니한 등장 속에서

그녀만이 내뿜는 기묘하지만 환상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는 힘에 매료 될 수 밖에 없었다.

 

 

현재 와 과거 그리고 미래, 거짓과 진실

농담속의 진실 또는 실제로 일어나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믿는 다면

진짜가 될 수 있다는 허구적인 믿음.

 

언젠가 지금 내가 듣고 보고 느끼는 모든 것들이

익숙하거나 경험한적 있다고 믿게되는 데자뷰 현상까지

 

그로테스크 적인 이야기는 처음 제1변주 곡에서 이어지는 주인공들의

순서대로 하나씩 자신들이 겪었다고 믿는 또는 농담처럼 숨겨놓은 진실을

털어놓는 것으로 끝이난다. 믿기 어렵지만 순간 순간 믿어버리게 되버렸다

 

아름답지만 기묘한 분위기에 압도되어 빠질 수 있었다.

 

이것이 내가 원한 온다월드가 아닐까

나는 언제든지 그녀가 초대하는 상상의 세계에 빠질 준비가 되어있다.

 

 

장편소설로는 첫 작품이 되어준 김희진 작가의 <고양이 호텔>은
이런 느낌으로 나와 함께 하게되었다.

 

3억이라는 큰 금액을 받으며 공모작 당선의 영광을 안게된 주인공은
태어나서 처음으로 느껴 본 공포가 고요였다고 말한다

그렇게 쓰게된 고요다 라는 필명으로 <뒤꿈치>라는 작품을 세상에 내놓게된다.

엄마아빠가 돌아가시고 어린 나이에 홀로 남겨진 그녀에게는 그녀앞으로 소유되어있는
집과 많은 그 수를 세아리기 힘들 만큼의 많은 고양이들과 함께 하고있었다.

방이 11개나 딸려있는 이 집은 모래사막 위의 성 처럼 내 머릿속에 그려진다.

 

어떤 곳에서도 그녀에 대한 정보를 알지 못한다. 이것은 세상이 그녀를 궁금해 하지만
그녀는 아무것도 알려주지 않거나 , 알려지는 것을 꺼린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세상과 동떨어지거나 혼자 벽을 만들어 스스로 가두려고 하는 그녀는 왜 혼자가 되길 원했던
것일까? 그런 그녀가 왜 세상에 알려지는 작품을 내놓게 된것일까?
많은 의문점들을 가슴에 안은채 이야기 속으로 빠져보았다.

 

 

 

인스토리 라는 잡지사 기자인 강인한 이 파견된다.
그의 등장과 함께 그녀의 비밀스러운 집 과 그녀에게 가졌던 궁금증 들이
조금씩 베일을 벗기 시작한다. 차갑고 냉정한 그녀를 만나도 포기하지 않은채 인터뷰를
따내기 위해 노력하는 강인한 기자의 노력이 가상했다.

 

 

이 작품은 고요다 그녀와 강인한 기자 두사람의 시점이 번갈아 가며 보여진다.
두 사람이 한가지 상황에서 전혀 다른 입장으로, 다른생각을 가지는 모습들을 보면서

타인의 생각을 엿보는 듯한 오묘한 기분마저 들게되었다.

온 몸을 아끼지 않은채 달려드는 기자의 집요함 이나 그의 끈기를 통해
강인한은 그녀의 비밀스러운 집에서 머물게 되고 인터뷰를 거부하던 그녀와 대화를 나누는
시간을 가질 수 있게된다. 자신도 예상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듣게 되기도 하고 때로는 진실보다
거짓으로 그녀와의 대화를 이끌어 내기도 하였다.

또 한가지 연관되는 이야기는 미스테리하게 10년째 단서도 잡지 못하는 의문의 실종사건에
대한 것 이었다. 김희진 작가의 작품 속에서 나도 놀랄 만큼 비슷하거나 아니면 너무 똑같이
느껴지는 글 들에 대해서 특별함을 느끼기도했다.

 

이 작품의 마지막 장을 향하는 순간 마치 동화처럼 뭉글뭉글 한 환상과 또렷한 현실의 경계선
그 한가운데 맴돌고 있는 나의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마치 내가 생각했던 모든 일들이 현실에서 벌어진 것이 아닐까? 무엇이 진짜 인지 그것이 중요하다고
생각되지 않을 만큼 사랑이라는 감정과 혼자여서 외로워 하고 고독한 사람들에 대한 초대장을
보내고 있다는 생각이 강하게 번지고 있을 뿐이었다.

 

평소에 내가 좋아하는 고양이 덕분에 이렇게 좋은작품을 만날수 있게되어 너무 기분이 좋다.
앞으로도 많은 기대와 궁금증을 자극해 줄 것 같은 김희진 작가에게 영광의 갈채를 보내고 싶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