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을 사는 사람들, 성형에 관련된 수많은 사연을 가진 여성들,

 그리고 다소의 남성들의  이야기를 이 한권의 책으로 알아가게 되었다.

 

사진 속의  얼굴처럼 글도 섬세하며 예쁘게 잘쓴다는

정수현 작가와의 첫 만남이 되어준 < 페이스 쇼퍼 > 라는 책은  요즘 처럼 예뻐지고 싶다는

나의 욕구에 걸맞춰  손에 잡혀준 작품이었다. 그만큼 많은 호기심 과 궁금증으로 시작되었고

순식간에 빠져들게 되버린것 같다. 지금은 소아과에서 일하기 때문에 수술과는 거리가 먼 나날을

보내고 있기에 일반 환자들의 입장으로 예뻐지고 싶은 보통의 여성이 되어 읽는 내내 기대가 되기도 하였다.

 

일년 반이라는 시간동안 얼굴을 도통 보지 못했던 친구를 얼마전에 만나게 되었고, 몰라보게 예뻐진

그 친구의 얼굴을 보면서 대뜸  먼저 던진 질문은 성형에 관한것이었다. 워낙에 솔직한 성격을 가진

친구였기에 코 성형에 관한 이야기를 꺼내놓았고 호기심을 자극 시키던 이야기를 귀담아 듣는동안

시간가는 줄 모르게 빠져가고 있었다. 첫번째 수술은 성공 적이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점차 코모양이

변한다는 코성형은 재수술의 빈도가 아주 높다고 한다. 이렇듯 많은 변수가 있을 수 있는 성형에 관한

변덕스러움에 덜컥 겁이 나기도했다. 지금은 성형을 해보지 않았지만, 겁이 나는 한편 지울수 없는

생각의 한구석에는 성형에서 예뻐진다면 나도 한번쯤은 해보고싶다는 그런 욕망이라고 해야할까

 

하지만 페이스 쇼퍼를 읽으면서 그 생각이 점차 바뀌기 시작했다. 물론 생활하는데 있어서 불편한

외모 컴플렉스로 인하여 성형을 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가장 큰 이유는 자기만족감이 높아야하는 것인데

성형에 관한 가장 큰 부작용인 " 중독 " 에 대한 유혹을 뿌리치기가 그렇게 힘들다고 한다.

 

요즘에도 가끔 TV에서 소식을 볼 수 있는 " 선풍기 아줌마 "의 경우만 보아도 그렇다.

소아과 의사에서 담당환자의 죽음과 함께 이어져온 주인공 여의사는 자신의 마음이 편안하고

부작용도 없고 사고도 없는 성형외과를 차리게 되었다. 아주 유명한 여배우인 어머니를 두고있지만

결혼과 자신을 낳은 출산이 가장 큰 후회로 남는다는 어머니와의 관계는 석연치 못했다.

 

그래서 늘 외로웠고 마음은 누구보다 따뜻했지만 상처받기를 거부하며

차가운 행동과 말로 자신의 틀을 점점 단단하게 채워가기 급급해 했다.

 

그런 그녀를 통해 상담을 해오거나 수술받게 되는 환자들의 수 많은 사연과

가장 외모에 예민한 연예인들에 관한 이야기 그리고 그녀가 매일 접속하는

성형관련 카페까지 현실의 모습을 그대로 재현한듯한 이야기들에 재미를 느끼고 있었다.

 

빼놓을 수 없는 또 다른 이야기는 차가운 그녀의 병원과 바로 이웃하게 되는

젊은 남자 소아과 의사의 등장이다, 자신과는 정반대의 성격이지만 두 사람은

너무나 닮아있었다. 그렇데 두사람의 티격태격 까칠한 시작이지만 점점 다정스러워지는

관계의 변화를 지켜보는 기분도 므흣하고 좋았다. 중간 중간 달라지는 이야기의 변화와 함께

 

내가 사전에 알고 있었던 성형관련 정보와 전혀 몰랐던 정보도 알게되었다.

물론 그 부작용에 관한 단점과 효과에 대한 장점도 함께였다.

 

여성들이 읽기에 매우 흡족한 소설이 아닐까 한다.  예뻐지고 싶은 욕심은 끝이 없고

그런 욕심이 없는 여성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단언한다 해도 이상하지 않을것 같다.

 

특히나 우리나라 처럼 외모지상 주의가 심한 곳에서 하루가 멀다하고 늘어나는

성형외과의 등장은 오늘도 그녀들을 유혹하고 있으니 말이다.

 

누구나 가지는 외모 컴플렉스 그리고 조금더 예뻐지고 싶은 욕망에 관한 심리와

함께 외로운 성형외과 여의사의 파란만장한 의료기록에 관한 이야기와

그녀의 상처를 아물게 해주는 사랑을 만나는 과정을 맛깔나게 담아놓은

정수현 작가가 좋아지기 시작했다.

그래서 페이스 셀러와 페이스 쇼퍼의 이야기는  오랫동안 내 기억 속에 남아있을 것 같다.

 

손끝에서 저릿저릿 느껴지는 듯한, 섬세하거나 담담하거나
온 몸의 감각이 살아 움직이는 듯한 , 그렇게 우리의 신체 일부를
통해서 말하기 원하는 일곱편의 단편을 담은 소설이 바로 <자정의 결혼식>이다.

 

 

지긋한 시선으로 어딘가를 향한 무언의 외침을 하는듯한
신분의 모습이 담겨있는 표지를 통해 선뜻 관심을 가져 보게 되었다.
신예작가 한지수 작가의 첫번째 소설이라는 이 작품은 혼신을 다 쏟아
표현하고자 하는 모든 이야기를 담아내려했던 그녀의 기원이 담겨있는 듯 하였다.

조용하고 늘어지는 낮 시간, 햇살이 내리쬐는 따사로움과 함께 동반되는
차가운 아이스커피 같은 그녀의 작품은 담담한듯 현실적으로 그려지는 단편영화 같이 느껴졌다.

그녀만의 이야기 하는 방식이 독자들로 하여금 빠져들게 만들어 줄것이고
앞으로도 이처럼, 그녀의 작품이라는 인식이 틀에 박힌듯 뚜렷하게 보여질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한다. 섬세하다. 몽환적이면서 현실적이다. 이러한 표현들이 맞아 떨어 질것 같은
작품들은 미란다 원칙, 천사와 미모사 , 배꼽의 기원 , 이불 개는 남자 , 자정의 결혼식 ,
열대야에서 온 무지개 , 페르마타 라는 제목들로 매듭지어진 7가지 이야기 이다.

 

사회복지를 통해 장애우들을 돌보는 주인공 남자의 아이러니 하면서 기가막히기도 한 이야기를
다루고있던 <미란다 원칙> 그리고 자궁적출 하는 여인을 향해 말을 걸어오는 자궁의 목소리가 담긴
<배꼽의 기원> 이별에 대한 뿌리를 끊어 내지 못하던 여인이 낮과 밤이라는 시간차를 두고
여관방 이라는 동일한 장소에서 마주하지 못하지만 존재하는 상대를 향한 감정을 담아낸 <이불 개는 남자>
이렇게 세편의 작품이 가장 되새겨 진다.

조용하게 섬세하게 과감한 이야기 조차 주저하지 않는 한지수 작가의 첫번째 작품은
오묘한 매력을 담아냈기에 , 창조적 이고 예상할 수 없는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어 기발했다고 말해 본다.  앞으로 쭈욱 기대해 볼만한 작가가 아닐까 생각된다.

 

 

다자이 오사무 작가님의 대표작인 인간실격을 읽어 볼 수 있는기회가 찾아왔습니다.

몇번에 걸친 자살시도,,그는 그렇게 39살이라는 젊은 나이에 강에뛰어드는 다섯번째 자살기도를 통해서

생애를 마감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는 왜그렇게 죽으려고 했던 걸 까요

 

울컥하고 무언가 목구멍까지 솟구쳐 올라오려는 느낌으로, 실패에 대한 두려움을 가득안은채

살아가는 것이 죽기보다 더 싫었던건 아닐까요, 자신의 삶이 부끄럽고 실패되었다고 생각된 다면

희망이라는 빛 보다는 어두운 그림자 속에 숨기를 더 바랬을지도 모를것 같습니다.

 

기묘한 사진 세장으로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사진 속 주인공의 이름은 요조 입니다. 

 

p. 12 - 나는 지금까지 이런 이상한 얼굴의 남자를 단 한번도 본 적이 없다.

 

귀엽게 생겼다?곱상한 외모를 가진 남자의 얼굴이 왜 그렇게도 이상하게 보였을까요

 

알수없는 궁금증을 요조가 남긴 수기를 통해 풀어가 보기로 결심했습니다.

인간의 삶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알수도 없고 이해할 수도 없다고 여겼던 요조는 자신이 참으로 부끄러운

생애를 보내왔다고 고백하고 있었습니다. 유복하게 배불리 먹으며 사랑받는 막내로 자라고 있었던 요조의

머리 속은 남다른 생각들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항상 불안하고 두려움에 떨고 있었지만, 그 누구에게도 표현하지

못하는 소년이었습니다. 그런 자신만이 가진 감정들을 숨기기위해 스스로 광대짓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아주 극도로 예민하고 섬세해 보였던 요조는 그렇게 남들 앞에서 거짓된 표정과 행동으로

자신을 감추기 시작했었고 그로 인한 피곤함으로 지쳐가기 시작했습니다.

이렇게 하지않으면 마음이 불안했기 때문에 멈출 수 가 없었습니다.

안타까운 모습의 요조를 안아주고 다독여 주고싶은 마음이 가득했습니다.

 

 

P. - 도대체 여자들이란 무슨 생각으로 살아가는 것인지, 그 속내를 짐작해보는 건 나로서는 지렁이의 마음속을

더듬어 보는 것보다 더 복잡하고 귀찮고 오싹한 일로 느껴집니다. 그런데 갑작스레 울음을 터뜨릴 경우, 먼가

단것을 건네주면 그걸 먹고 기분이 풀린다는 것만은 어렸을 때부터 경험에 의해 알고 있었습니다.

 

순수한 그는 받아들이는 그대로의 모습을 이야기 하고있었습니다.우습기도 하고 정말 그렇구나 하며 동조하는

마음을 가져보기도 했습니다. 많은 여자들이 이런 요조를 내버려 두질 못했습니다. 쉽게 설명 할 수 없는 그런

끌림을 자신도 모르게 표출하고 있었던 그는 요괴그림을 그리기도 하며 스스로 눈물이 날 만큼 흥분에 빠지기도 합니다.

늘상 편하게 어울려 다니며 피곤하게 광대짓을 하지않아도 되었던 친구 호리키 에게서 조차 '우정'이라는

것을 실감해 보지 못했다고 요조는 말합니다.

 

P. 82- 남들이 나를 좋아한다는 건 알고 있어도 남을 사랑하는 능력에 있어서는 부족한 면이 있었던것 같습니다.

(하긴 세상 사람들 역시 과연 참된 '사랑 ' 의 능력을 갖고 있는지 의문이긴 합니다.)

 

표현하는 방법을 몰랐던 요조는 세상 모든 사람들에게서 사랑이라는 것에 대한 의문을 제기 해 봅니다.

찾아갈곳이 없다. 늘 외로워서 고독하다고 느꼇던 요조는 알콜중독자 가 되었다가 그것을 억제하기 위해

한대씩 맞기 시작했던 모르핀약에 중독되어 버립니다. 절망의 늪으로 더 깊숙하게 빠지기 시작하는 요조는

더이상 살고 싶은 의욕조차 흐려지기 시작합니다.

 

P. 129 - 죽고싶다. 아예 죽어버리고 싶다. 이제는 어떻게도 내 인생을 돌이킬 수 없다.

어떤 짓을 해봐도, 무슨 짓을 해봐도 나는 점점 더 나빠질 뿐이다. 부끄럽고 또 부끄러운 짓을 쌓아갈 뿐이다.

 

 

최악의 형태의 모든짓을 다 경험해보았던 요조는 결국 가족들에 의해 정신병원에 갇히는 신세가 되기도 합니다.

인간답게 살아 보기 위해 결혼까지 하지만 결국 그에게 돌아오는 것은 폐인으로 변해있는 자신의 모습 뿐이었습니다.

늘 두렵고 무서워했던 아버지 마져 돌아가시자 그는 스물일곱 살의 나이에 흰머리가 잔뜩 늘어있는 마흔이 넘어 보이는

얼굴로 요양하며 고요하게 살아갑니다.

 

마지막 그의 진리 속에는 더이상 행복도 불행도 존재 하지 않는 무미건조함 만이 존재할 뿐이었습니다.

 

 

 

 

 

그는 너무 순수했던 나머지 흙탕물 처럼 더러운 세상속에 섞이기 두려웠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만들어가는 사회 라는 커다란 울타리 안에서 섞이지 못하고 적응하지 못한다면

그것은 인간실격의 사유가 될까요? 조금만더 관심을 기울려주고 용기를 내어 자신의 속내를 끄집어

낼 수 있었다면 그는 그렇게 변하지 않았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겉으론 웃고 있지만 그 속은 너무 아파서 눈물을 흘리고 있을 망정, 표현하지 못한다면

그 얼마나 안타깝고 가슴아픈 일이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표현해야 하고 그 사람이 어떤 마음으로

나에 곁에 존재하는지 한번더 생각해 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이 처럼 훌륭한 작품으로 오랜 세월이 흐른

지금에서도 많은 여운을 남겨주는 다자이 오사무 작가의 부재가 떠오르니 쓸쓸해지는 마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