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이는 머리말에서 ‘법학 교수로서 법고전의 요체를 대중적으로 알리고 싶었’다고 하였는데, 전체 10개의 장으로 이루어진 이 책은 지극히 글쓴이의 정치적인 선택이 작용하였다고 볼 수 있다. 물론 ‘법고전’ 중 취사선택하는 것은 글쓴이의 자유의지이므로 이를 무엇이라고 할 수는 없다. 오히려 이러한 정치적인 선택이 이 책이 갖고 있는 장점이라면 장점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무 일관되게(?) 진행하는 내용 전개는 폭넓은 선택을 생각했던 독자에게는 아쉬움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 자크 루소의 《사회 계약론》에서 출발하여 존 스튜어트의 《자유론》을 거쳐 임마누엘 칸트의 《영구 평화론》까지 온 여정은 나에게 많은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과정이었다. 특히 몽테스키외의 《법의 정신》에서 읽은 ‘무지의 시대에 사람들을 가장 악독한 행위에도 아무런 의구심을 갖지 않는다. 깨달음의 시대에는 가장 선량한 행위를 하면서도 불안에 떤다’는 말은 지금의 우리 사회를 연상하게 하는 구절이라고나 할까? 이 책의 군데군데에는 이렇듯 우리 사회를 연상하게 하는 구절들이 많이 나타난다.

 

베카리아의 《범죄와 형벌》에 나타나는

 

범죄를 예방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형벌의 잔혹성이 아니라 형벌의 확실성에 있다. (…) 형벌은 비록 온건하더라도 확실하기만 하면 형면제의 희망이라는 요행수와 결부된 무시무시한 처벌의 공포감보다 훨씬 더 큰 인상을 심어줄 것이 틀림없다. 처벌이 확실할 때는 최소한의 해악도 사람들의 마음을 떨게 할 수 있다. 반면 요행히 처벌되지 않겠지 하는 희망은 더 혹독한 처벌에 대한 공포감으로부터 벗어나게 해준다.

 

우리 사회가 검찰을 개검이라고 하며, 법치주의를 외치지만 전혀 법치주의지 않은, 오히려 범치주의라고 인식하는 이유는 ‘형벌의 확실성’에 대한 의구심 때문이리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법’을 지켜야 하는가? 이러한 의문에 대해서는 소크라테스와 소로의 견해에 기대어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저는 여러분보다는 신(神)을 따르겠습니다. 제 목숨이 붙어 있는 한, 그리고 제가 할 수 있는 한 지혜를 사랑하고 추구하는 일을 결코 중지하지 않을 것입니다. (…) 제가 그렇게 하는 것은 제가 신에게서 받는 사명이기 때문입니다. (…) 설사 제가 여러 번 죽임을 당하게 되더라도 저는 제가 하고 있는 일이 아닌 일은 결코 하지 않을 것입니다. (…) 여러분은 제가 죽음을 두려워한 나머지 불의에 굴복하는 일이 결코 없을 것이며, 불의에 굴복하기보다는 차라리 기꺼이 그 자리에서 죽음을 택할 것이라는 것을 아시게 될 것입니다.

 

소크라테는 ‘악법도 법’이라고 말하는 대신, ‘불의에 굴복하는 일이 결코 없을 것’이라고 말하며 ‘죽음을 택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리고 소로는 ‘불의의 법’이 존재한다면, ‘온몸을 투표’하며, ‘정부의 폭정이나 무능이 극에 달해 견딜 수 없을 때 거기에 충성하길 거부하고 저항하’라고 주장하고 있다.

 

여기 불의의 법들이 존재한다. 우리는 그 법을 준수하는 것으로 만족할 것인가, 아니면 그 법을 고치려고 노력하면서, 그것이 성공할 때까지 준수할 것인가, 그렇지 않으면 당장 그 법을 어겨버릴 것인가?

 

당신의 온몸으로 투표하라. 단지 종잇조각 하나가 아니라 당신의 모든 역량을 던져라. 소수가 다수에게 고개를 숙일 때 가장 무력하다. (…) 그렇지만 혼신을 다해 막을 때는 거역할 수 없는 힘을 갖게 된다.

 

사람은 누구나 혁명의 권리를 인정한다. 그것은 정부의 폭정이나 무능이 극에 달해 견딜 수 없을 때 거기에 충성하길 거부하고 저항하는 권리이다.

 

분명 이 책은 글쓴이의 정치적 성향이 강하게 드러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지금의 우리 사회가, 우리 사회의 구성원인 우리가 고전을 통해 우리 사회의 무엇이 문제인지, 그리고 그것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 지를 살필 수 있게하는, 지극히 현실적인 책이다.

 

 

 

조국, 법고전, 소로, 소크라테스, 베카리아

 

흔히 과거는 현재를 비추는 거울이라고 한다. 그런데 이 책을 읽다보면 이 말이 틀린 말이 아님을 알 수 있다. 문명이 발전하였는데, 어찌 삶은 변함이 없는지 답답함을 느끼게 하였다. 답답하기만 하였다.

 

 

지혜로운 자가 어리석은 자를 설득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던 경우는 [주(周)나라의] 문왕(文王)이 [은(殷)나라의] 주(紂)에게 유세했던 일을 말합니다. 문왕이 주왕을 설득하려고 하였으나, 주왕은 문왕을 감옥에 가두었습니다. 익(翼) 땅의 제후는 불에 구워지는 형벌을 받았고, 귀후(鬼候)는 시신이 말려지는 형벌을 받았으며, 비간(比干)은 심장을 도려내는 형벌을 받았고, 매백(梅伯)은 소금에 절여지는 형벌을 받았습니다. 관이오는 새끼줄로 묶였으며, 조기(曹羈)는 진(陳)나라로 달아났고, 백리자(伯里子)는 길에서 구걸했으며, 부열(傅說)은 여기저기 날품을 팔고 다녔고, 손빈(孫臏)은 위(魏)나라에서 다리가 잘렸습니다. 오기(吳起)는 안문(岸門)에서 눈물을 흘리며 서하(西河)가 진(秦)나라 땅이 된 것을 통탄했으나 끝내 초나라에서 [몸뚱이가] 갈기갈기 찢기게 되었습니다. (...)

이들 십여 명은 모두 세상에서 어질고 현명하며 충직하고 선량해 도덕과 법술을 갖춘 인재들이었습니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도리를 거스르는 어리석은 군주를 만나 죽게 되었던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들이 비록 현명하고 어질면서도 죽임과 굴욕을 피할 수 없었던 것은 무슨 까닭입니까? 그것은 어리석은 군주에게 유세하는 것이 그만큼 어렵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군자는 말하는 것을 어려워하는 것입니다. 또한 충성스런 말은 귀에 거슬리고 마음에 상반되는 것이니, 현명하고 어진 군주가 아니면 아무도 들어주지 않습니다. 원컨대 대왕께서는 이를 깊이 헤아려주십시오.

 

 어찌 춘추전국시대에만 해당하는 말일까.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적용되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참고로 이 책은 번역으로만 이루어져 있다. 그렇기 때문에 원문을 살피려면 따로 수고를 감수해야 한다는 아쉬움이 있다. 말미에라도 원문이 수록되어 있었다면 좋았을텐데.. 그것이 아쉽다.

사람이 살아가는 데 있어 어찌 한 길로만 갈수 있으랴

 

 

군자다운 이를 좋아해야만 그럴 만한 사람이다. 그럴 만한 사람인데도 가르치지 않는다면 상서럽지 않다.

군자가 아닌데도 그를 좋아함은 그럴 만한 사람이 못 된다. 그럴 만한 사람이 아닌데도 가르친다면 도둑에게 양식을 제공하고 적병에게 무기를 빌려주는 꼴이 될 것이다.   

  

君子也者而好之,其人也. 其人而不敎,不祥.

非君子而好之,非其人也. 非其人而敎之,齎盜糧,借賊兵也.

 

 

 

 

공자가 노(魯)나라 환공(桓公)의 묘를 참관할 때 기울어진 그릇이 있었다. 공자가 묘 지키는 자에게 물어 말하기를 ‘이것이 무엇하는 그릇이냐’라고 하였다. 묘 지키는 자가 말하기를 ‘이것은 아마도 오른쪽 곁에 두는 그릇 같습니다“라고 하였다. 공자가 말하기를 ’내가 듣기로는 오른쪽 곁에 두는 그릇이라 하는 것은 속을 비우면 기울고 중간 정도면 바로 서며 가득 차면 뒤집히는 것이다‘라고 하였다. 제자가 물을 퍼서 붓자 중간 정도에서 바로 서고 가득 차자 뒤집히며 속을 비우자 기울어졌다. 공자가 놀라 탄식하여 말하기를 ’어찌 가득 차서 뒤집히지 않는 것이 있겠는가‘라고 하였다. 자로가 말하기를 ’감히 묻겠습니다. 가득 찬 상태를 지속할 방법이 있겠습니까‘라고 하였다. 공자가 말하기를 ’총명과 성인의 지혜는 이를 어리석음으로 지키고 공(功)이 천하를 덮을 때는 이를 겸양으로 지키며 용맹이 세상을 어루만질 때는 두려움으로 이를 지키고 부(富)가 사해를 다 가질 때는 겸손으로 이를 지킨다. 이것이 이른바 억제하며 이를 덜어내는 방법이라 하는 것이다‘라고 하였다.

  

孔子觀於魯桓公之廟,有欹器焉.

孔子問於守廟者曰,此爲何器.

守廟者曰,此蓋爲宥坐之器.

孔子曰,吾聞宥坐之器者,虛則欹,中則正,滿則覆.

孔子顧謂弟子瓦,注水焉. 弟子挹水而注之. 中而正,滿而覆,虛而欹.

孔子喟然而歎曰,吁惡有滿而不覆者哉. 子路曰,敢問持滿有道乎.

孔子曰,聰明聖知,守之以愚,功被天下,守之以讓,勇力幠世,守之以怯,富有四海,守之以謙. 此所謂挹而損之之道也.

 

 

 

 

자로가 공자의 방안으로 들어왔다. 공자가 말하기를 ‘유야, 지자(知者)란 어떠하고 인자(仁者)는 어떠한가’라고 물었다.

자로가 대답해 말하기를 ‘지자는 다른 사람으로 하여금 자기를 알게 하고 인자는 다른 사람으로 하여금 자기를 사랑하게 하는 자입니다’라고 하였다. 공자가 말하기를 ‘가히 사(士)라고 일컬을 만하다’라고 하였다.

자공이 들어왔다. 공자가 말하기를 ‘사야, 지자란 어떠하고 인자란 어떠한가’라고 물었다.

자공이 대답해 말하기를 ‘지자는 다른 사람을 알고 인자는 다른 사람을 사랑하는 자입니다’라고 하였다. 공자가 말하기를 ‘가히 사군자라 일컬을 만하다’라고 하였다.

안연(顏淵)이 들어왔다. 공자가 말하기를 ‘회(回)야, 지자란 어떠하고 인자란 어떠한가’라고 물었다.

안연이 대답해 말하기를 ‘지자는 자신을 스스로 알고 인자는 자신을 스스로 사랑하는 자입니다’라고 하였다. 공자가 말하기를 ‘가히 총명한 군자라 일컬을 만하다’라고 하였다.

  

子路入. 子曰,由,知者若何. 仁者若何.

子路對曰,知者使人知己,仁者使人愛己. 子曰,可謂士矣.

子貢入. 子曰,賜,知者若何. 仁者若何. 子貢對曰,知者知人,仁者愛人. 子曰,可謂士君子矣.

顔淵入. 子曰,回,知者若何. 仁者若何.

顔淵對曰,知者自知,仁者自愛. 子曰,可謂明君子矣.