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에 기대어 철학 하기? 제목에서 끌렸다. 그동안 철학 책을 읽으며 생각을 하기보다는 철학자들의 사상을 수용하기 바빴기에 제목이 마음에 들었는지도 모르겠다. 결국 독자인 내가 생각을 해야 하는데 이해하기 급급해 읽기 바빴던 기억들만 떠오르기에 다름을 기대하는 마음으로 책을 펼쳤다.
머리말과 표지에 나오는 '스스로 생각하기를(사고하기를) 멈추지(주저하지) 마라(말라)'라고 한다. 내 생각을 갖기 보다 다른 이들의 생각을 수용하기에 급급하기에 철학이 철학이 아니게 되지 않았던 것은 아닌지 생각하게 된다. 철학 책을 읽고 사유하는 시간을 갖기 보다 그에 대해 끄덕이고 넘기기만 했던 게 아닐까? 왜 그동안은 철학자들의 생각에 반문을 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책을 읽으며 생각하기 보다 읽는 행위에 몰입하기 바빴고, 책을 덮은 후 생각하기를 게을리했기에 남는 것도 없고, 많은 변화도 없었던 게 아닌가 생각을 해본다.
레슨 1~6까지로 구성되며 각 레슨마다 에피쿠로스, 스토아학파, 아리스토텔레스, 스피노자, 사르트르, 푸코의 사상을 함께 생각하게 되어 있다. 세계관, 인간관, 윤리관으로 큰 주제에서 작은 주제로 옮겨가는 구성이 특이했고, 특히 레슨 1이 끝난 후 레슨 2의 시작에서 에피쿠로스학파와 스토아학파의 생각의 차이를 한 문장으로 쉽게 표현한 것이 참 기억에 남는다. 난 신앙이 있음에도 에피쿠로스학파적인 태도를 보이기도 스토아학파의 태도를 보이기도 했음을 기억한다.
책을 읽다 보면 큰 주제에서 하나씩 꽂히게 하는 문장들이 보인다. 그 사유의 문장이 각 철학자의 생각이 어떻게 다른지를 알 수 있게도 하고, 그 학파의 철학적 사유 방법도 알게 해준다. 처음 책을 읽을 때는 그런 문장들이 잘 보이지 않았으나 뒤로 갈수록 앞의 철학과 구분이 되는 사유 방법이 보인다.
책을 처음 받아 보면 판형은 작아 보이나 두께가 주는 압박감이 있다. 각각의 철학별로 읽는다면 나쁘지 않을 분량이었다. 다른 일을 하다 몰아 읽기에는 부담되는 분량이기에 천천히 읽기를 권하고 싶다. 안 그러면 책 읽기에 급급해 사유의 시간을 갖지 못하게 될지도 모른다.
조급하게 읽었음에도 조금이나마 사유를 하며 내 생각을 돌아볼 수 있었다. 책을 읽는 시간을 만들었음에도 마리나에서 운항 대기를 하며 집중하기에는 어려웠었다. 하지만 그 시간의 조밀한 여백들이 두꺼운 책 속의 문장에 얽매지 않고 생각을 할 시간과 외적인 요소를 만들어준 것 같다. 철학서적은 역시나 시간을 두고 천천히 읽어가며 여백의 시간을 어떻게 사유의 시간으로 이어갈지 고민하는 것이 중요함을 깨닫게 되는 시간이었다.
철학서적을 읽는데 남는 것은 없어 고민인 이들과 철학적 사고 방법을 키워가고 싶은 이들에게 기대기 좋은 책이라 전하며 리뷰를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