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경계인이다. 머리말을 읽으며 저자와는 다르지만 나도 경계인으로 살아가고 있었음을 확인한다. 저자의 책은 처음이다. 이미 다른 책들에 인용되거나 언급된 저자의 글과 이름은 알고 있었다. 만나보진 못했으나 친한 시인 동생이 진정성 있는 작가라는 추천을 했기에 더 관심을 가지며 책을 읽었다.
1장을 읽으며 내 대학시절을 떠올렸다. 2년제 대학에서 난 조교도 아니고 그냥 학생이었다. 복학 후 대가도 받지 못하며 주말에는 국립도서관에 가서 교수님의 논문 자료 수집 정리 일을 도왔다(차비와 복사비만 보상해준 것 외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방학기간에는 동기였던 조교가 휴가를 가면 그 자리를 대신했다. 수당은커녕 장학금의 혜택도 없이 내 시간을 허무하게 투자하던 때(심지어 시험 기간에도 본인의 논문 자료 정리를 학생들에게 시키던 분이었다)가 생각이 났다.
사회에서도 부조리를 여럿 겪었지만 책을 읽으며 그 부조리의 온상이었던 대학시절을 떠올리니 내 과거에 분노하게 된다. 좋은 게 좋은 거라 배워오며 쉬쉬했으나 좋아지는 것은 없었다. 편입을 원하지도 않았고, 전공을 살린 직장을 구하지도 않았기에 허무함만 남는다. 내가 쉬쉬했던 일들이 지금까지 이어져 내려왔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미안하다.
2장의 경계는 더 강하게 내 현실이 반영된다. 재능 기부와 봉사에 대한 저자의 생각에 큰 공감을 하는 이유는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을 겪다 보니 자연스럽게 몸으로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젊은 꼰대'도 주변에서 보고 있고, 나도 그런 꼰대가 되지 않기 위해 노력하려 한다. 저자가 첫 책에서 쓴 말을 되새기며 내 과거를 미화하거나 추억하지 않고 '기억'을 하려 지금 블로그에 글을 남기고 있는 중이다. 하지만 내 과거를 '기억'하기도 하지만 미화하고 '추억'하는 날들도 많음은 반성하게 된다.
3장은 보다 저자의 생각과 글에 대해 느낄 수 있었다. 책의 제목과도 연계되는 문장이 기억에 남는다.
우리는 끊임없이 '갑'과 '을'의 경계를 넘나든다. 어디에서는 갑이고 다시 어디에서는 을이다. 타인의 촛불을 가장 먼저 인식할 수 있는 자리는 바로 '경계'일 것이다. 어느 공간에서든 경계境界로 한 발 물러서서 자신을 경계警戒하지 않으면 최순실을 닮아가게 된다. 누구든 자신의 자리에서 한 발 물러서서 보는 것만으로도, 그렇게 타인의 처지가 되어 생각해보는 것만으로도 밀실에서 광장으로 진입할 수 있다.- p.246
지금도 경계에서 읽고, 쓰고, 살아가고 있다. 그 경계가 내게 과거의 무관심에 대한 보속의 시간인지도 모르겠다. 불행하다고 원망만 하기에는 아직 살아갈 시간이 많다. 저자와 다른 경계에서 살아가는 한 사람으로 느슨한 연결의 힘을 믿으며 리뷰를 마친다.